[분석] 원전·석탄에 '채찍과 당근'...민주당의 에너지전환지원법

  • 기사입력 2020.10.14 11:33
  • 기자명 선정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에너지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안(에너지전환지원법)을 발의했다. 석탄·원자력발전 중심의 전력산업구조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변화시키는 에너지전환 정책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이다.

양이원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에너지전환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에너지전환을 추진하기 위한 정책 방안의 수립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이다. 

더불어민주당 양의원영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대표 발의한 '에너지전환지원법'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양의원영 의원(오른쪽)이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대표 발의한 '에너지전환지원법'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에너지전환을 위한 '채찍과 당근': 법안은 에너지전환을 "원자력발전 및 석탄화력발전 등에 의한 전력공급의 단계적 축소, 신·재생에너지발전에 의한 전력공급 확대 및 수요관리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목표 또는 그 목표를 추진하는 과정"으로 정의한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탈석탄·탈원전 정책을 뒷받침할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는 셈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기존 원전 및 석탄 발전은 전력수급기본계획 또는 에너지기본계획에 따라 단계적으로 발전량을 줄이게 된다.

법안의 내용은 원전, 석탄 발전 사업자들에 대한 '채찍과 당근'으로 구성돼 있다.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협조하면 기준에 따른 지원을 제공하고, 거부할 경우 강제로 사업지정이 취소될 수도 있다.
 

당근, 에너지전환 피해 기업, 노동자, 지역 지원: 법안이 통과되면 산업통상자원부에 에너지전환지원위원회와 비용심사전문위원회가 설치된다. 위원회들은 각각 해당 발전사업 변경 등 협약 체결에 관한 사항과 지원여부 및 금액 등을 검토하고, 구체적인 지원내역을 결정한다.

지원대상으로 선정되면 발전사업자는 사업 추진을 위해 지출한 비용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산업 구조개편 등에 따라 고용이 불안한 노동자들에게도 고용승계, 재취업훈련 및 취업주선, 퇴직금, 학자금 등을 정부차원에서 지원할 근거가 마련된다.

산업부가 해당 지역 주민복지사업 또는 기업유치지원사업 등을 추진할 수 있으며, 대상 지역 내 토지소유자가 전환과정에 받은 손해도 보상받을 길이 열린다.

출처:산업통상자원부, 재생에너지3020 이행계획
출처:산업통상자원부, 재생에너지3020 이행계획

 

에너지전환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전환 대상 산업 및 연구기관, 대학 등에 대해 보조금 등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도 만들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발하고 있는 원자력 학계 등을 달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미 진행 중인 발전사업을 변경하거나 취소할 경우 발전시설의 잔존가치 등을 고려해 지원비용이 결정된다. 아직 사업을 개시하지 않은 경우엔 지출한 부지매입비, 공사비, 용역비, 인건비 등을 고려해 지원 대상 비용이 결정된다.

소요되는 재원은 에너지전환기금을 조성해 마련한다. 새 법안은 원자력발전소와 석탄발전소를 운영하는 발전사업자에게 에너지전환부담금을 납부하도록 규정했다. 원전과 석탄발전업계에서 납부하게 될 금액은 연간 5600억원(2019년 전력통계 기준) 정도로 추산된다. 여기에 전력산업기반기금 일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수익금, 기금 운용 수익금, 특별회계 및 기금 전입금 등이 더해져 에너지전환기금이 조성된다.

 

채찍1, 협약체결 거부시 강제지정 철회 가능: 새 법안은 석탄발전·원전업계를 강력하게 압박하고 있다. 법안 10조는 지정 등의 철회를 규정한다. 에너지전환을 위해 불가피하거나 공공 이익에 특히 필요한 경우임에도 협약 체결에 동의하지 않는 발전사업자는, 신설될 에너지전환지원위원회 심의·의결로 사업지정을 철회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했다. 

이 경우에는 위원회는 전력수급 안정성과 함께 경제성, 환경 및 국민안전 등을 종합 고려하도록 규정했다. 위원회 의결에 따라 사업지정이 철회되는 사업자도 이 법에 따라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다만 협약 체결 비동의에 따른 위원회 심의·의결로 사업지정을 철회할 수 있는 대상에서 원전 운영허가는 제외됐다. 하지만 전기사업법에 따른 발전사업 허가가 취소될 경우 원전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판매할 수 없게 된다.

 

채찍2, 원전ㆍ석탄 발전에 에너지전환부담금 부과: 새 법안은 원자력발전소와 석탄발전소를 운영하는 발전사업자에게 에너지전환부담금을 납부하도록 규정했다. 법안 14조는 "원자력발전소 또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발전사업자는 해당 발전시설을 운전하여 생산되는 전전년도 전력량에 킬로와트시간당 2원을 곱한 금액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용"을 에너지전환부담금으로 납부하도록 규정했다.

2019년 발전량을 기준으로 산출한 결과 원전사업자는 대략 연간 2900억원, 석탄발전사업자는 연간 2700억원 규모의 부담금을 납부해야 할 전망이다. 원전·석탄발전 업계는 현 상태로 사업을 계속할 경우 거액의 부담금을 매년 납부해야 하고, 협약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강제로 사업지정이 취소될 수도 있는 것이다.

발전 산업 어떻게 재편될까: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 등) 발전 비중을 20%로 늘릴 계획이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6.5%에 그친다. 이 계획에 따라 대략적으로 2030년의 발전 산업 구조를 예측해보면 재생에너지 발전 산업규모는 현재보다 3배 정도 커질 전망이다.

출처:산업통상자원부
출처:산업통상자원부, 재생에너지3020 이행계획

 

원전 산업과 기존 석탄발전 사업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지는 만큼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때문에 에너지전환지원법은 원전, 석탄 중심의 발전사업자들로 하여금 재생에너지 전환으로 이행하도록 '채찍과 당근'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민주당이 과반을 넘는 174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당정은 친환경 일자리 정책인 그린뉴딜의 법·제도개혁을 위해 57개의 입법을 우선 추진키로 했다. 에너지전환지원법도 그린뉴딜기본법과 함께 우선 추진 과제에 포함된 상태이다.

양이원영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산업혁명 이후 고작 100여 년, 인류는 엄청난 양의 화석연료를 사용하며 지구를 위협해 왔습니다. IPCC 1.5도 특별보고서를 비롯한 전세계 석학들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를 달성하지 못하면 인류는 멸종 위기로 몰릴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에너지전환이 선택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수단임을 과학적으로 밝힌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전환지원법은 이 과정에서 발생할 또 다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법안입니다. 당장 삼척을 비롯해 석탄화력발전소가 위치한 지역에 계신 분들이 지원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잦은 지진과 재해에 노출된 원자력발전소로부터 2차 피해를 막고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촉진할 법안이기도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야당인 국민의 힘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극심한 거부반응을 나타내고 있지만 여당이 적극적으로 법안 처리에 나선다면 21대 국회 통과는 무난할 전망이다. 

선정수   su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3년 국민일보 입사후 여러 부서에서 일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 이달의 좋은 기사상', 서울 언론인클럽 '서울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야생동물을 사랑해 생물분류기사 국가자격증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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