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론] 팩트가 틀린 '스웨덴 집단면역 비판'은 이제 그만!

  • 기사입력 2020.10.14 10:49
  • 최종수정 2020.10.14 10:52
  • 기자명 뉴스톱

이 글은 최근 뉴스톱의 「'스웨덴 집단면역' 이야기는 이제 그만!」 칼럼에 대한 대외경제연구원 장영욱 부연구위원의 반론입니다.


뉴스톱에 스웨덴 관련 칼럼이 올라와서 반가웠다. 주목받는 정도에 비해 논의의 깊이가 얕았던 스웨덴 사례에 대해, "전문가들이 전달하는 가장 정확한 팩트"를 들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어서였다. 내가 알기로 스웨덴 방역정책과 관련된 글이 뉴스톱에 소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칼럼의 수준은, 결론부터 말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 기고자는 최근 스웨덴의 코로나19 재확산을 언급하며 "스웨덴의 방역 전략에 대한 오해를 정리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지만 정작 스웨덴 방역 전략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없었다.

누가 어떤 이야기를 했고, 어떤 이메일을 주고받았고, 스웨덴 전략을 어떻게 이해하고 적용하려 했는지 '주장'과 '해석'은 많았지만 실제 스웨덴이 어떤 정책을 폈는지 '사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기고자가 제시한 사실은 확진자 수와 항체보유율 정도인데 그마저도 언론이 인용한 수치를 피상적으로 소개한 정도지 "전문가들이 전달하는 가장 정확한 팩트"에는 못 미친다는 느낌이었다.

하나하나 짚어보겠다. 크게 세 꼭지이다.

1) "우선 스웨덴이 집단 면역을 시도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스웨덴의 집단 면역 시도는 실패했다." 

→스웨덴은 감염 확산을 방치한 적이 없다.

기고자의 주요 주장은 스웨덴이 집단면역을 시도했으며 이 시도가 실패했다는 것이다. 기고자가 쓴 "집단면역 시도"라는 말의 뜻이 불분명하지만 문맥으로 보아 '최대한 빠르게 집단면역을 달성하기 위해 바이러스 전파를 통제하지 않는 것' 정도로 이해하였다. 스웨덴이 집단면역을 시도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려면 스웨덴 방역당국이 감염 확산을 방치하는 정책을 폈는지(혹은 아무 정책도 안 폈는지) 살피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나 기고자는 스웨덴 공중보건청 수장인 안데르스 텡넬("안데스트 테넬"로 오기)이 지금부터 약 7개월 전 전임자와 주고받은 이메일을 근거로 제시한다. 그리고 방역 수장이 추정한 4-5월 항체보유율을 소개한다. 이 두 가지는 스웨덴 방역정책에 대해서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스웨덴의 실제 정책은 스웨덴 공중보건청이나 보건부 홈페이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필자가 지난 8월 쓴 보고서에도 정리해 놓았다(아래 표 참고). 하나하나 살펴보면 '집단면역'에 이르기 위해 감염 확산을 방치한 흔적은 찾을 수 없다. 스웨덴 정부도 다른 나라와 유사하게 '커브 납작하게 하기(flattening the curve)'를 목표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도입했다. 보고서에선 방역 정책의 변화 추이와 실제 스웨덴 시민들의 반응이 어땠는지도 찾아볼 수 있다. 이런 방역정책에 대한 '팩트' 없이 스웨덴 전략을 논하기는 어렵다.

 

출처: 장영욱, 윤형준 (2020) "스웨덴의 코로나19 대응전략과 경제적 영향", p.6
출처: 장영욱, 윤형준 (2020) "스웨덴의 코로나19 대응전략과 경제적 영향", p.6

또한 ‘집단면역’ 개념에 대한 이해도 피상적인 것으로 보인다. '집단면역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과 '의료체계 수준 안에서 감염 확산을 통제하면서 그 결과로 집단면역에 이르는 것'은 두 개의 완전히 다른 얘기다. 둘 중 어떤 것을 염두에 두는지에 따라 대응 정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만약 기고자가 스웨덴의 정책을 전자로 이해했다면 정확하지 않다. 스웨덴은 후자를 택했다. 스웨덴이 채택한 각종 거리두기 정책이 그 근거다. 유행 초기부터 그랬고 6월에 한번, 9월에 한번 통제(containment) 수준을 조금 높였다.

다만 기고자가 지적했듯 집단면역 개념은 스웨덴 방역 전략에 꾸준히 등장했는데, 이는 항체보유율에 따라 감염 확산속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가늠해보기 위함이다. 백신 접종이든 자연감염이든 교차면역이든 코로나19에 대한 면역을 갖춘 사람의 비율이 늘어나면 감염 확산을 저지할 수 있다. 이 추이를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방역 강도를 조절하는 것은 방역당국 수장으로서 당연히 할 일이다. 그 내용을 검토했다고 '집단면역'을 시도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또한 '결과적으로 집단면역에 도달'은 완화정책을 택한 모든 나라에서 피할 수 없으므로 스웨덴만 특별한 게 아니다.


(주. 집단면역 비율 60%도 정확한 이야기는 아니다. 재확산지수(R0)에 따라 집단면역에 필요한 면역인구 비율이 달라지므로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에 따라 50% 미만으로 내려갈 수 있다. 최근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교차면역도 변수.)

 

2) "스웨덴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다시 증가 추세이며 중환자실 환자수도 10월 1일까지의 3주 동안 두 배나 증가했다"

→팩트는 맞지만 증가폭은 미미

최근 확진자 수가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기고자의 주장은 사실이다. 실제로 스웨덴에선 9월 초부터 확진자 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그림 1 참고).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 스웨덴 전략이 실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선 사망자는 여전히 일 5명 미만으로 증가하지 않고 있다(그림 2 참고). 확진자 수가 증가하는데 사망자 수는 증가하지 않는 것은 확진자 연령 및 검사 건수 증가 관련이 있다. 확진자 중 20-50대 비중이 크게 증가했고 60대 이상 증가폭은 크지 않다(그림 3 참고). 젊은 확진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중환자 및 사망자 수는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이는 스웨덴뿐 아니라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도 관찰되는 패턴이다.

 

그림 1. 일일 확진자 수. 실선은 7일 평균. 9월 초부터 증가세를 보임. 자료: Worldometers.info
그림 1. 일일 확진자 수. 실선은 7일 평균. 9월 초부터 증가세를 보임. 자료: Worldometers.info

 

그림 2. 일일 사망자 수. 실선은 7일 평균. 8월 중순 이후 안정세를 보임. 자료: Worldometers.info
그림 2. 일일 사망자 수. 실선은 7일 평균. 8월 중순 이후 안정세를 보임. 자료: Worldometers.info

 

그림 3. 최근 10주간 인구 10만명당 연령별 확진자 수. 자료: 스웨덴 공중보건청
그림 3. 최근 10주간 인구 10만명당 연령별 확진자 수. 자료: 스웨덴 공중보건청

 

중환자실 환자 수가 10월 1일까지 3주 동안 2배 증가했다는 주장 역시 그 자체로는 사실이다. 기고자는 스웨덴 매체(The Local Sweden)의 보도를 그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원자료를 보면 이 ‘사실’의 느낌이 약간 달라진다. 3주 전인 9월 10일 중환자 수는 10명, 그리고 10월 1일에는 20명(634명 확진)으로 단 10명 증가했다(출처). 확산 피크 때 중환자가 500명 이상이었던 것을 떠올리면 20명은 미미한 수치다.

그리고 증가한 확진자 수는 검사 건수 확대와 연관이 있다. 8월 중순과 비교했을 때 9~10월 검사 수는 두배 이상 증가했다(그림 4 참고). 8월 셋째 주까지 일 1만 건 미만에 머물던 검사 건수는 9~10월에 2만 건 가량으로 늘어났다. 적극적인 대처로 더 많은 감염자(특히 젊은 감염자)를 찾아낸 것을 두고 스웨덴 전략의 실패를 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언론이 제시한 피상적인 수치를 인용하는 데 그치치 않고 원자료를 심도 있게 검토해야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그림 4. 일일 검사 건수. 주 단위로 발표되어 일평균으로 기록. 자료: ourworldindata.org
그림 4. 일일 검사 건수. 주 단위로 발표되어 일평균으로 기록. 자료: ourworldindata.org

 

 3) "스웨덴 정부, 과학자 의견 철저히 무시" 

→ 스웨덴은 과학자 의견을 배척한 적 없다

스웨덴 정부가 몇몇 대안적 의견을 채택하지 않았다고 해서 과학자들을 철저히 무시했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필자가 보기에 너무 대담하다. 기고자가 들었던 예는 스웨덴 정부가 직접적으로 과학자들을 배척한 사례도 아니었다.

스웨덴 역시 초기부터 과학에 근거해 정책을 폈으며 때에 따라 과학자의 의견을 수용해 경로를 수정했다. 방역 수장 텡넬 역시 감염병 전문의이자 역학자이며 근거에 기반해 신중하게 정책을 폈다. 정부는 텡넬의 의견을 존중하고 방역 방침에 거의 그대로 반영했다. 증거가 쌓일수록 방역 지침을 업데이트했으며 때때로 실패를 인정하고 성찰한 후 검사 확대, 요양원 보호장구 지급 등 새로운 지침을 수용하기도 했다.

과학은 하나의 결론만 있는 게 아니다.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고, 특히 전혀 새로운 감염병인 코로나19 방역에 있어 최적의 정책 조합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느슨한 대응에도 패착이 있었지만 강력한 봉쇄가 답이라고 볼 수도 없다. 뒤늦게 봉쇄 정책을 편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은 물론 초기부터 강력히 대응한 벨기에, 미국, 남미 국가들도 스웨덴보다 더 큰 피해를 입었다(인구 대비 사망자 기준). 기고자가 미국과 뉴욕의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모르겠지만, 10월 13일 현재 스웨덴의 10만 명당 사망자는 58명인데 반해 미국 전체 66명, (쿠오모의) 뉴욕주는 171명으로 미국(특히 뉴욕)이 훨씬 높다. 기고자는 스웨덴의 비교대상으로 한국과 북유럽 주변국을 들었는데 봉쇄가 항상 효과적이지 않다는 예도 같이 보여주었어야 한다.

결론은 스웨덴 정부가 과학자 의견을 "철저히 무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웨덴 정부는 찬반이 있는 문제를 놓고 저울질해 더 근거가 탄탄하다고 여긴 대응방식을 스웨덴 맥락에 맞게 적용하였고, 그 과정에서 나온 실패를 거울삼아 끊임없이 정책을 업데이트했다. 과학자는 아니지만 사회"과학"을 전공한 필자가 생각하기에 스웨덴 정부는 과학을 따르고 있다. 오히려 자기가 보기에 올바른 의견을 채택하지 않았다고 해서 스웨덴 정부가 "과학을 철저히 무시했다"라고 말하는 게 비과학적인 태도이다 (트럼프나 공화당 의원 예도 제시했는데 이들이 스웨덴 전략을 정확히 이해했는지도 의문이다.).


뉴스톱의 첫 번째 스웨덴 방역 관련 기사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실제 방역 대응'이라는 팩트 없이 언론에 떠돌아다니는 주요 인사의 발언과 피상적으로 보도된 수치만을 가지고 팩트체크를 할 수는 없다. 과학에 한가지 정답만 있다는 태도 역시 ‘과학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스웨덴 얘기는 이제 그만해도 된다. 내가 스웨덴 정책에 대한 사실관계를 바로잡았다고 해서 스웨덴이 우리보다 더 잘하고 있다거나 스웨덴에 배울 점이 많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내 자세한 주장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보고서한겨레에 실린 칼럼에 있다). 그런데 기왕 스웨덴 얘기를 꺼냈으면 정확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팩트체크는 팩트로, 과학적 주장은 과학으로. 다음엔 더 심도있는 기사를 기대한다.


*필자 장영욱은 대외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이다. 세계지역경제센터 선진경제실 유럽팀에서 근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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