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이재용 상속세, 정말 과도한가

이건희 회장 사망으로 인한 상속세 논쟁, 그리고 OECD 세금 납부 수준

  • 기사입력 2020.10.26 16:46
  • 최종수정 2020.11.04 14:22
  • 기자명 선정수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음이 전해졌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하지만 여론은 엉뚱하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상속세에 주목하고 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뉴스톱이 알아봤다.

①이 회장 유족, 상속세 예상규모 11조원

한국경제는 26일 <이건희 상속세 무려 11조..국가 세입예산마저 뒤흔들었다> 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이 회장의 가족들이 내야하는 막대한 상속세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규모가 역대 최대이며, 국가의 상속·증여세 1년 세입예산보다 많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30억원을 초과하면 최고세율인 50%의 세율이 매겨진다. 여기에 최대주주 및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지분에 대한 20% 할증이 더해진다. 세금을 자진 신고할 때 3%의 공제를 받는다는 점을 감안해도 전체 상속세 규모가 11조원 선에 달할 전망이다. 역대 기업인 상속 사례 중 최대 규모의 세금을 물게 될 것으로 경제계는 보고 있다. 이 회장 상속인들의 상속세 신고·납부 기한은 내년 4월 말까지"라고 상세히 전했다.

한국경제는 "이런 상속세 규모는 한해 상속 및 증여세 국가 예산을 뛰어넘는 규모"라며 "지난해 1년간 상속증여세로 걷은 세금은 모두 8조3292억원"이라고 적었다. 

②상속세 낮춰야 한다는 그들

출처: 나경원 전 의원 페이스북
출처: 나경원 전 의원 페이스북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회장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부고 소식에 서둘러 ‘상속세 똑바로 내라’는 엄포부터 내놓는 정치권이 과연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적었다. 이어 “삼성그룹 문제가 잘 마무리되면, 우리는 이제 이 문제에 대해 심도 깊은 토론과 사회적 합의를 새롭게 만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나 전 원내대표는 “캐나다, 호주, 스웨덴과 같은 나라는 상속세를 폐지했다. 또 주요 유럽 국가들의 상속세 최고세율이 우리나라보다 낮은 경우도 많다”며 “대한민국의 상속세율이 과연 생산적인 가업승계와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 외국 투기자본으로부터의 국내기업 보호에 있어 올바른 수준인지 근본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제지와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SBSCNBC 화면 캡처.
SBSCNBC 화면 캡처.

 

③우리나라 상속세율은 어느 정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최고 상속세율(50%)은 OECD 회원국 중 벨기에(80%), 프랑스(60%), 일본(55%)에 이어 4위다. 상속세를 부과하는 OECD 22개국의 최고 상속세율 평균치(35.8%)보다 14.2%포인트 높다. 

이런 순위를 바탕으로 재계와 보수 정치권, 보수언론, 경제지 등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상속세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속세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가들이 열심히 일할 이유를 찾을 수 없고, 기업의 해외 이전을 부추긴다는 게 그 이유다.

1950년 제정된 상속세법의 제정이유를 살펴보자. "소득세제에 대한 보완세로서 상속세제를 규정함으로써 세수확보와 아울러 실질적 평등의 원칙을 실현시키려는 것"이라고 밝힌다. 국가 재정을 확보하는 동시에 부의 대물림을 규제해 불평등을 완화시키겠다는 취지이다.

한국일보 기사를 살펴보자. <OECD 최고 상속세율? 각종 공제 빼면 선진국과 큰 차이 없어>라는 제목의 2019년 5월27일 기사이다. 

 

단순히 상속세만 따질 게 아니라, 소득세와의 관계를 함께 감안해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 상속세 제도는 과거 소득세가 촘촘하지 못했던 시기에 축적된 부에 대해 상속 시점에 세금을 다시 정산한다는 일종의 ‘사후과세’ 개념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의 이전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세율을 매기는 것이 ‘경제력 집중을 막는다’는 세제의 기본 취지에 부합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처럼 상속세와 소득세를 상호보완적 관계로 본다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상속세 부담이 큰 나라로, 영국ㆍ프랑스 등 유럽 국가는 소득세 비중이 큰 나라로 볼 수 있다. 한국의 최고 소득세율은 42%로 프랑스, 영국, 독일(이상 45%)보다 낮고 미국(37%)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는 “한국의 상속ㆍ증여세가 높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해외의 소득세가 얼마나 되는지도 함께 비교해야 한다”며 “자산 축적 시기에 각종 공제 등을 활용해 소득세를 덜 냈다면, 이를 통해 형성된 상속재산에는 높은 세율로 과세하는 것이 형평에 맞다”고 말했다.

소득세의 과세 공백이 거의 사라진 상태에서 상속세를 강하게 적용하는 건 이중과세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캐나다나 호주, 스웨덴 등은 상속세를 폐지한 뒤 상속 재산을 다시 처분할 때 그 차익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자본이득 과세 방식을 택하고 있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일보에 “해외 일부 국가에서 상속세를 폐지하자는 움직임이 나오는 것도 이중과세를 해소하자는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OECD 회원국 상속 증여세율. 자료: OECD 회원국의 조세통계로 본 국제동향
OECD 회원국 상속 증여세율. 자료: OECD 회원국의 조세통계로 본 국제동향
OECD 회원국의 개인소득에 법정 최고세율.
OECD 회원국의 개인소득에 법정 최고세율.

 

④왜 상속세에 주목하나?

삼성 일가가 납부해야 할 거액의 상속세는 차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삼성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으로는 막대한 상속세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삼성 일가가 보유 주식을 현금화해 상속세를 납부하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그룹의 승계과정에서 번번이 불거져 나왔던 각종 조세포탈 사건들도 '상속세 성실 납부'에 대한 이목이 쏠리게 만드는 요소이다.

2008년 삼성 특검은 고 이건희 회장의 차명 재산 4조5000억원을 밝혀냈고, 1100억원에 이르는 조세포탈 혐의도 밝혀냈다. 당시 이 회장은 특검 조사에서 "재산의 실명화를 검토했지만 재산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하고 엄청난 재산 규모 때문에 비난받을 게 두려워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9월 1일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그에게 적용된 세부 혐의만 19가지였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등 삼성 경영진 10명도 이날 함께 기소됐으나 검찰은 이 부회장이 이번 사건의 정점(頂點)이라고 판단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이 불법이고 그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가 이뤄졌다고 주장하면서 이 부회장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한 것이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검찰이 처음부터 이 부회장 기소를 목표로 수사를 진행해 왔다”며 반발했다. 이들은 “합병은 경영상 필요로 이루어진 합법적 경영 활동이었다”면서 향후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이 부회장은 수사 단계에서 “합병을 지시한 적도 없고 보고받은 적도 없다”며 검찰 주장을 일관되게 부인해왔다. 이날 변호인단은 2100여 자에 이르는 장문의 반박문을 내놨다.

이 사건의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재판장 임정엽)는 지난 22일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재판 일정을 시작했다.

상속세 성실 납부를 포함한 삼성그룹 승계 작업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자업자득이라고 하겠다. 

선정수   su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3년 국민일보 입사후 여러 부서에서 일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 이달의 좋은 기사상', 서울 언론인클럽 '서울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야생동물을 사랑해 생물분류기사 국가자격증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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