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 통산 승수는 몇 승인가

  • 기자명 최민규
  • 기사승인 2020.11.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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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78) 현 소프트뱅크 호크스 고문은 KBO리그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장이다.

KBO리그에서 통산 1388승을 기록했다. 김응용 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회장의 1554승 다음 가는 기록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통산 1300승 이상을 기록한 감독은 33명뿐. 일본 프로야구는 8명이다.

김 고문보다 두 살 많은 오 사다하루 소프트뱅크 회장이 역대 8위인 1315승을 기록했다. 일본 스포츠신문인 닛칸스포츠는 소프트뱅크가 올해 퍼시픽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10월 27일 기사에서 김 고문은 다루며 “한국 프로야구에서 1300승 이상을 올린 명장”이라고 소개했다.

김 고문은 2015년 9월 29일 한화 이글스 감독으로 홈 대전구장에서 삼성전을 지휘했다. 이 경기에서 한화는 선발투수 김용주의 5이닝 2실점 호투에 힘입어 7-6 승리를 거뒀다. 천안북일고를 졸업하고 2010년 한화에 입단한 김용주의 프로 1군 첫 승이었다. 김용주는 지난해 KT에서 방출되기 전까지 1군에서 28경기에 등판했지만 승리 기록은 이 경기가 유일했다. 하지만 이 경기의 주인공은 김 고문이었다. 경기 전까지 김 고문은 프로 통산 1,299승을 기록하고 있었다. 삼성전에서 통산 1300승 금자탑을 쌓았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두 번째로 나온 대기록인 만큼 언론에서도 비중있게 보도를 했다.

김성근 감독이 태평양 돌핀스를 맡은 시절 찍은 광고의 한 장면.
김성근 감독이 태평양 돌핀스를 맡은 시절 찍은 광고의 한 장면.

 

그런데 KBO의 지금 ‘기준’에 따르자면 김 고문의 통산 1300승 달성 경기는 9월29일 삼성전이 아니다. 올해 KBO가 발간한 <야구연감>에는 김 고문이 이해 한화 감독을 맡기 전까지 통산 1238승을 거둔 것으로 나와 있다. 따라서 1300승 달성 일자는 시즌 62승째를 거둔 9월 15일 광주 KIA전이다. 그렇다면 2015년의 1300승 기사는 언론이 집단 오보를 한 것이었을까.

그렇지는 않다. KBO가 집계하는 감독 승리 기준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김성근 감독은 김영덕 초대 감독의 뒤를 이어 1984년부터 OB 감독을 맡았다. 이해 4월 7일 잠실구장에서 MBC 청룡을 상대로 감독 첫 승을 거뒀다. 하지만 프로 원년인 1982년 7경기에서 지휘봉을 잡은 적이 있다. 전기리그 우승을 달성한 OB 구단은 8월에 김영덕 감독을 일본으로 출장보냈다. 그래서 8월 5월부터 19일까지 투수코치던 김 고문이 감독대행을 맡았다. 7경기에서 5승 2패를 거둬 성적도 좋았다. 굳이 따지자면 김 고문의 프로야구 감독(대행 포함) 24시즌에서 최고 승률이었다.

김성근 감독 경기와 관련된 2016년판 KBO 연감 페이지. 2016년 연감은 2016년 초에 발간돼 2015년까지의 기록을 다룬다.
김성근 감독 경기와 관련된 2016년판 KBO 연감 페이지. 2016년 연감은 2016년 초에 발간돼 2015년까지의 기록을 다룬다.
김성근 감독 경기와 관련된 2017판 KBO 연감 페이지. 2017년 연감은 2017년 초에 발간돼 2016년까지의 기록을 다룬다. 이 자료에는 1982년 7경기가 포함됐고, 2008년은 126경기에서 125경기로 수정됐다.
김성근 감독 경기와 관련된 2017판 KBO 연감 페이지. 2017년 연감은 2017년 초에 발간돼 2016년까지의 기록을 다룬다. 이 자료에는 1982년 7경기가 포함됐고, 2008년은 126경기에서 125경기로 수정됐다.

 

프로야구 구단에는 가끔 감독대행이 임명된다. 올해 키움 히어로즈처럼 감독이 시즌 도중에 경질, 또는 사퇴로 물러날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흔치 않게 감독이 팀 유니폼을 입고 있음에도 대행이 임명되기도 한다. 1982년 OB처럼 감독이 출장을 가거나 질병, 징계 등 사유로 경기에 나오지 못하는 경우다.

KBO와 공식 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는 2016년 연감까지는 감독이 퇴진했을 경우에 한해 대행의 성적을 감독 기록으로 집계했다. 하지만 2017년 연감부터 기준을 변경했다. 감독 유임 중에도 대행이 경기를 지휘했다면 승패 기록은 대행에게 부여했다.

그래서 김 고문의 통산 감독 기록도 달라졌다. 종전 기준에 따르면 김 고문은 KBIO리그에서 통산 2646경기에 출장해 1384승 1200패 60무를 기록했다. 하지만 달라진 기준에서는 통산 2651경기 1388승 1201패 60무다.

1982년 감독대행으로 치른 7경기(5승 2패)이 추가됐고, 1998년과 2008년엔 한 경기씩(1승 1패)이 제외됐다. 김 고문은 쌍방울 레이더스 감독이던 1998년 신장결석증으로 입원한 적이 있다. 그래서 이종도 수석코치가 9월 27일 대구 삼성전에서 대행을 맡았다. SK 감독이던 2008년엔 투수 윤길현의 경기 중 욕설이 문제가 되자 6월 19일 한 경기를 결장했다. 이 경기 결과는 대행을 맡은 이만수 수석코치에게 돌아갔다.

그런데 ‘새 기준’에 따른 집계의 정확성은 KBO가 더 검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 고문은 쌍방울 감독이던 1999년 6월 23일 KBO 상벌위원회에서 12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6월 18일 전주구장 두산과의 더블헤더 1차전전에서 퇴장을 당한 뒤 심판을 폭행했다는 사유였다. 김 고문은 당시 폭행 사실을 부인했지만 상벌위원회는 재심을 거쳐 징계를 결정했다. 하지만 현재 KBO의 집계에는 출장정지 기간의 기록도 김 감독에게 부여하고 있다. 

징계 결정 뒤 12경기 쌍방울은 2승 9패 1무를 기록했다. 이를 반영하면 김 고문의 통산 기록은 2639경기 1386승 1192패 59무가 된다.

비슷한 사례가 있다. 1982년 8월 26일 MBC 청룡과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는 몰수게임 처리됐다. MBC의 거센 항의가 문제였다. 백인천 MBC 감독은 이 일로 KBO로부터 8월 29일부터 5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KBO 연감에는 백 감독이 이해 80경기를 모두 지휘한 것으로 나온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백 감독은 징계기간에 외부 연락을 끊고 산에 들어가 있었다. 승패 기록이 감독이 입원을 하면 대행에게, 징계로 출장정지면 감독에게 돌아간다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

백인천 감독 징계 당시인 1982년 8월 30일 조선일보 기사.
백인천 감독 징계 당시인 1982년 8월 30일 조선일보 기사.

 

 

기준 수정 뒤에도 또다른 애매한 사례가 있었다. 2019년 롯데는 7월에 양상문 감독이 퇴진하고 공필성 대행 체제로 운영됐다. 7월 30일 공 대행은 장모상으로 경기에 출장하지 않았고 최기문 코치가 ‘대행의 대행’을 맡았다. 2018년엔 6월 20일엔 김진욱 KT 감독이 모친상으로 감독석을 비웠다. 하지만 이 경기 기록은 공 대행과 김 감독에게 돌아갔다.

KBO 관계자는 “구단이 경기 전에 제출하는 엔트리에 기재된 감독이 누구냐가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경기 엔트리 감독란에는 공 대행과 김 감독의 이름이 적혀져 있었다. 하지만 구단이 공석 중인 감독의 이름을 제출한다면 KBO는 구단에 대행의 이름을 기재하라고 정정을 요청하는 게 야구규칙의 취지에 부합한다.

야구규칙 4.02는 “구단은 경기개시 시간 30분 전까지 총재 또는 그 경기의 주심에게 감독을 지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감독이 경기 중 퇴장을 당했을 경우에도 대행을 지명하고 구장을 떠나야 한다. 열받은 감독이 지명을 거부한다면 주심이 해당 팀의 누군가를 대행으로 정한다. 야구규칙에는 감독이 경기에 관해 해야 하는 임무가 정해져 있다. 즉, 감독이 없으면 야구 경기가 성립하지 않는다.

최민규 팩트체커 / 오연우 야구공작소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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