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 타결 난항, 누구 때문인가

  • 기자명 남종석
  • 기사승인 2018.12.1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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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일자리 협상 타결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낙연 총리는 12월 15일 광주 양동시장을 방문해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위해 청와대를 포함해 중앙정부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대선공약인데다 일자리 창출이 절실하기 때문에 정부는 어떤 식으로든 타결을 짓고 싶은 상황이다. 그런데 기업과 노동계는 참여에 미온적이다. 12월 초 광주시 중재로 타결직전까지 갔다가 난항에 빠진 현 상황은 광주형 일자리 타결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기업과 노조는 왜 반대하고 무엇이 쟁점인지, 그리고 어느 쪽 의견이 타당한지 살펴본다.

 

1. 광주형일자리 논의 왜 중단됐나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드높다. 광주형 일자리는 적정임금, 적정노동시간, 선도기업-협력기업 간의 일자리 격차 감소, 지역일자리 창출, 완성차업체의 신규투자 등 한국 산업생태계에 관련된 흥미로운 쟁점들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있다. 최근 정부의 강력한 지지 의사와 함께 지방정부-한국노총-현대자동차 간의 이견이 좁혀지면서 광주형일자리는 실현되는가 싶었다.

그러나 광주시와 현대차와의 비밀협상 내용에 초봉 3000만원 임단협 5년간 유예(35만대 이상 생산까지 유예)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노총은 협상장을 뛰쳐나왔다. 애초에 민주노총이 결합하지 않음으로써 노-사-지방정부 간의 합의에 의한 광주형일자리 사업 추진은 빛이 바랬지만 한국노총 측 대표마저 위원회에서 사퇴함으로써 일자리 추진위는 흔들렸다.

부랴부랴 광주시는 주 44시간 기준 연봉 3500만원, 노동 측의 경영참여 보장, 노사공동의사결정을 참여 등을 현대측 과의 협상내용에 포함시켜 노동 측을 달래려 했지만 이번에 현대자동차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특히 5년간 임단협 유예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광주형일자리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금속노조 산하 기아차 지부와 현대차 지부는 부분 파업을 통해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분명한 거부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기아차 노조가 최근 제작한 광주형 일자리 반대 포스터.

2. 광주형 일자리는 정말 '나쁜 일자리'인가?

광주형일자리를 비판하는 민주노총과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광주형일자리가 나쁜 일자리라고 비판한다. 심지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일자리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도 있었다. 초봉 3000만원으로 책정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만들어진 비판이다. 현대자동차 노조 등은 광주형일자리가 동희오토와 같은 나쁜 일자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동희오토는 기아 모닝을 외주 생산하는 업체이다. 기아로부터 특정 모델을 외주 받아 생산하는 업체로서 전 직원이 비정규직이다. 평균 급여는 월 450만원 연봉 6000만원이지만 한 때 12시간 주야 2교대라는 살인적인 노동시간으로 유명했다. 최근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처럼 주간2교대 체제로 개편되어 노동시간이 줄었다. 주 44시간 노동이 정착되고 있다.

2017년 6월에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기준 한국의 월 평균임금은 329만원, 중위임금은 241만원이다. 2017년 제조업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은 3950만원이다. 2017년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주력 대기업의 평균임금은 6350만원(『소득불평등과 임금격차해소를 위한 전방위적 제도개선 방안』 중)이다. 1차 협력기업 평균임금은 제조업 노동자 평균임금과 비슷하다. 광주형 일자리에서 설계한 것에 따르면 초봉 3500만원, 최고임금 5500만원으로 조정되어 있다. 동의오토 노동자들의 임금에 미달한다.

광주형일자리에서 제공하는 초봉은 1차 협력업체의 임금수준이다. 그런데 광주형일자리에서 약속한 초봉은 3500만원이지만 광주시에서는 공공임대주택 및 교육 인프라 제공을 약속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받는 실질임금은 이보다 크다. 여기에 노동생산성, 물가상승률이 고려되어 임금은 변동하도록 되어 있다. 총산출이 증가한다면 당연히 임금은 오른다.

더 나아가 광주형일자리의 임금설계에 따르면 1차 협력업체의 임금과 완성차업체의 임금의 차이를 최소화 한다. 협력업체의 초봉을 3000만원으로 하고 원청 하청의 임금상승액을 정액으로 한다면 임금격차는 확대되지 않는다. 민주노총은 이미 정액인상안을 단협요구를 적용한 경험이 있다. 이렇게 해서 새로운 일자리가 8000개만 만들어 져도 이것은 광주광역시 차원에서 큰 진전이다.(광주시는 완성차 10만대를 생산하면 1만2000개의 신규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자동차산업 고용유발효과를 고려해 보았을 때 과도한 추정이다. 8000여개는 자동차산업 매출액 10억 당 고용유발효과에 따른 필자의 추정이다.)

현재 선도기업(원청) 대비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 비율은 총액기준 61%이다. 시간당 임금비중도 60.8%이다. 선도기업 대비 하청업체의 정액급여 비율은 74.8%이지만 특별급여(정기 및 연말 상여금)은 선도기업 대비 하청비율이 24%에 불과하다 (『소득불평등과 임금격차해소를 위한 전방위적 제도개선 방안』 보고서 중). 하청노동자들은 초과노동을 통해 임금부족분을 매우는 구조다. 임금격차가 나는 이유는 기업규모와 근속연수가 선도기업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선도기업은 직업안정성과 근로조건이 좋기 때문에 장기근속 노동자가 매우 많다.

광주형일자리는 원하청 임금격차 해소를 통해 청년들이 중소기업에도 적극적으로 취업할 수 있는 길을 만들고자 했다.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가 심한 상황에서 청년들은 중소기업 취업을 회피하고 대기업이나 공기업, 공무원이 되기 위해 온갖 정성을 쏟고 있다.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고 청년들은 취업준비로 실업기간이 늘어난다. 이런 현실 속에서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새로운 시도는 결코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3. 현대·기아차 고임금과 하청업체 단가 후려치기

광주형일자리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무엇인가? 현대자동차가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는 광주형일자리 설계에서 유일하게 관심을 두는 것은 완성차 임금이 현재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임금의 60% 정도라는 점이다. 그 외에 현대-기아차의 입장에서 광주형일자리가 매력적인 것은 없다.

 

<그림1> 현대기아차 매출액 대비 임금비용, 자료: 통계청 기업활동조사(2006~2016). 비어있는 년도(현대차 2013, 기아차 2010)는 원자료에서 누락된 것임.

현대-기아자동차는 자사 노동자들의 고임금으로 인해 한국에 투자할 유인이 없다. 해외생산기지에서 생산이 비용대비 효율적이다. 생산성의 측면에서도 한국 공장이 크게 높지 않다. <그림 1>에서 보듯이 현대자동차의 매출액대비 임금비용은 15% 내외이다. 다른 제조업 기업의 평균 8~9%의 임금비용을 감안하거나 해외주요 경쟁사의 매출액대비 임금비용을 고려했을 때 현대자동차의 임금비중은 지나치게 높다.

사용자측의 대응방식은 원가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협력업체에게 단가인하를 강제하는 것이다. <그림 2>는 한국 소재 외국계 완성차에만 납품하는 협력업체와 현대기아차에만 납품하는 협력업체의 매출액영업이익률 흐름을 보여준다. 현대자동차 협력업체의 영업이익률이 다른 완성차 업체에게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의 영업이익률보다 뚜렷이 낮다. 현대기아차가 단가인하(cost reduction)를 훨씬 심하게 한다는 증표다. 현대기아차가 자동차 부품의 80%를 구매하는 현실에서 납품업체들은 현대기아차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다.

 

<그림2> 현대기아차와 외국계 완성차의 매출액영업이익률 추이 비교. 자료:(주)한국기업데이터 2006~2016 DB

 

비단 일방적인 단가인하는 현대기아차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의 대기업 초봉은 이미 일본을 앞선 지 오래되었다. 한국은 실질임금이 매우 빠르게 오르는 국가이다. 대기업 임금은 더 빠르게 올랐다. 기업들은 임금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설비자동화를 심화시켰다. 신규고용을 줄이고 설비자동화를 높였다. 이렇게 되면 1인당 자본장비율이 높아지며 생산성이 향상된다. 노동조합은 생산성 상승에 상응하는 임금인상을 요구한다. 임금비용은 다시 상승하는 구조다. 문제는 임금의 하방경직성이다. 한번 오르면 내려오지 않는다.

 

4. 정부는 급하지만 기업은 아쉬울 것 없는 광주형 일자리

호경기라면 문제가 없다. 광주형일자리가 최초로 제안된 2014년의 시점에서 보자면 현대자동차는 매우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전세계 완성차업체 가운데 영업이익률로만 따지자면 3~4위 수준이었다. 중국과 유럽, 신흥시장에서 판매가 증가하고 있었다. 전기자동차 생산에 대한 새로운 요구도 증가하고 있었다. 박근혜 전대통령은 광주에 100만대를 생산하는 자동차산업 단지도 공약한 상황이기도 했다. 이 시점에서만 보자면 현대기아차는 승승장구 하는 듯 했다.

<그림3> 현대자동차 매출액상승률과 매출액영업이익률 추이. 자료:통계청 기업활동조사(2006~2016)

 

그러나 얼마가지 못했다. 2015년 이후 현대기아차의 자동차 생산대수는 감소하기 시작한다. 매출액증가율이 감소하고 매출액영업이익률도 하락한다. <그림 3>은 현대자동차의 매출액증가율과 매출액영업이익률 추이를 보여준다. 2015년 이후 매출액증가율이 대폭 하락한다. 2008-2009년 하락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6년은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림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2017년 매출액은 또 다시 폭락한다. 중국 및 미국시장에서의 매출감소 때문이다. 영업이익률은 6%대로 머문다. 2018년은 리콜사태의 비용을 회계년도에 포함시킴으로써 영업이익률은 1%대로 예상된다.

이는 비단 현대자동차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 자동차 산업 전체가 불황국면에 접어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비가동률은 70% 초반에 머물고 있고, 산출성장률은 정체한 상태이다. 이는 투자율 감소로 귀결된다. <그림 4>에서 보듯, 2011-2012년 선도기업인 완성차 5사는 투자를 대폭 증가시켰지만 그 이후 투자율은 급락했다. 2012년 이후 매출액증가율 둔화가 뚜렷해졌으며 2016년이 되면 자동차 산업 매출액은 순감소로 전환한다. 현대기아차와 르노삼성은 흑자이지만 다른 완성차업체들은 적자에 허덕인다. 투자율이 10% 초반이라는 것은 완성차업체들이 감가상각만 한다는 의미다.

 

<그림4> 완성차5사 및 1차, 2차 협력업체 유형자산투자율 추이. 자료:(주)한국기업데이터 2006~2016 DB. 유형자산투자율은 데이터계열서식 X 1000을 하면 단위가 %가 됨.

 

이런 상황에서 현대자동차가 광주에 새로운 설비투자를 해야 할 유인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시와 청와대는 이를 실현하고 싶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선도기업의 국내 투자 유인과 이를 위한 임금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대중소기업간, 원하청간 임금격차를 줄이고 상생하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광주형일자리가 성공한다면 정부는 이 모델을 통해 자동차산업만이 아니라 해외직접투자로 투자경로를 돌린 주요 제조업의 국내투자를 유인하려 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그룹의 투자 결정에 의존하는 광주형일자리 모델은 성공을 낙관하기 어렵다. 현대자동차그룹으로서는 광주에 굳이 설비투자를 할 유인이 없고 한다면 자사의 요구가 충족되는 조건 하에서만 그러고 싶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광주형일자리에서 모색하는 완성차 생산은 하청생산이지 독립된 기업에 의한 생산이 아니다. 모델개발, 엔지니어링, 선전, 판매망 모두 현대기아차에 의존한다. 현대기아차가 새로운 모델을 제공하지 않으면 생산이 중단된다.

광주시는 생산라인 구축 이후 안정화되면 세계 유수의 완성차에게 하청생산을 의뢰할 것이라 호언하지만 그것은 쉽지 않다. 르노삼성, 한국GM이 초국적 기업의 글로벌 생산기지로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기지는 언제든지 철수 가능하며 비용구조에서 수익성을 높이기도 쉽지 않다. 생산물량 배정도 전략적 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변경될 수 있다. 특히 한국 시장이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 새로운 설비를 투자할 유인이 없다.

 

5. 민주노총도 이제 산업전략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쟁점을 정리해 보자.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에서 자동차 생산할거냐 말거냐의 문제가 아니다. 해외직접생산에만 집중하고 있는 한국의 주력 제조업의 투자를 어떻게 돌려놓을 것이며,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를 어떤 모델을 통해 지양할 것인가가 쟁점이다. 그런 점에서 광주형일자리가 기획된 애초의 문제의식은 정당하다. 지자체로서는 평균연봉 4000만원 이상 되는 일자리가 8000개가 만들어진다면 그것은 엄청난 성과다. 광주형일자리가 문제인 것은 현대자동차의 투자 의사에 성사 여부가 결정되고 현대자동차의 모델 공급 및 생산물량에 할당에 의존한 것에 연유한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반대 입장은 정당한가? 민주노총은 지금까지 산업전략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투쟁사업장 지원이 민주노총의 고유한 임무였다. 민주노총이 산업전략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이유는 산업 전략은 사용자측이 짰으며 2010년 이전까지 그 전략들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노조는 성공적인 산출 성장 하에서 임금만 올리면 되었다. 기업들은 임금 올리는 노조를 속이기 위해 항상 경영위기를 들먹였다. 적대적 공존을 해온 셈이다

그런 와중에 세계 수요의 감소와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 대기업-중소기업 임금격차 심화, 완성차를 비롯한 주력대기업의 제조원가 대비 임금비용 상승, 제조업 국내 투자 회피가 지속되어 온 것이다. 그리고 3차 협력업체, 2차 협력업체부터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 현실에 대해 민주노총은 여전히 아무런 고민이 없다. 현재 조직된 노동자들의 이익 실현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투쟁하는 노동자의 정당성만을 지속적으로 주장할 뿐이다. 제조업 고용 지체, 투자 지체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이는 현재 고용된 노동자들의 이해와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민주노총-금속노조의 제일 우스꽝스러운 주장은 경제위기 재벌책임론이다. 이 담론전략은 대중들이 재벌을 싫어하는 것에 편승하는 인민주의적 선동이다. 실질적인 분석과 대안을 만드는 것과는 무관하다. 그동안 노조는 위기 진단-대안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고민해왔는지 상기해 보시라. 한 것 하나도 없다. 민주노총은 한국 산업의 장기적 미래와 제조업 투자유인을 고려하며 노동자들의 협상전략도 짜야한다.

광주형일자리는 굳이 자동차산업에서만 국한해서 볼 일도 아니다. 더군다나 현대기아차와 같은 대기업의 참여에 목을 맬 필요도 없다. 광주형일자리의 미래가 밝지 못하지만 이것을 두고 그저 나쁜 일자리라는 이유로 반대만 해서도 안 된다. 민주노총 스스로 한국 산업의 장기지속과 노동자 내부의 연대를 사고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안하고 이에 동참하는 세력과 연대를 모색하는 일이다.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토론은 미래의 일로 남겨두자.

 

남종석 팩트체커는 경제학 박사로 부경대 SSK 연구교수다. 산업조직론, 노동시장 등 미시경제학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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