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논란] "개정 노동법은 노조제한 법" 노동계가 반발하는 이유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11.2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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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가 정부의 노동법 개정 시도를 '노동 개악'으로 규정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조약을 비준하려면 꼭 필요한 절차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노동계는 정부의 노동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안 중에 ILO 기준에 부합하거나 노동기본권을 실질적으로 증진하는 내용은 없다"며 맞서고 있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노동법 개정을 '개악'이라고 칭하며 총파업까지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노동법 개정은 노동자의 삶을 바꾸고 노사관계를 변화시킨다. 2020년 진행중인 노동법 개정 무엇이 문제이고 나에겐 어떤 의미가 있을까? 뉴스톱이 5회에 걸쳐 심층 분석한다.

① 노동법 왜 고치나?

② ILO 핵심협약 무슨 내용 담겼나

③ 한국식 ILO 기준? – 어떻게 변형됐나?

노동법 개악 대신 전태일3법을!

전망 – 노조법 개정 가능할까?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필요하다며 노동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결사의 자유', 즉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지켜주겠다는 취지인데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다. 민주노총은 25일 시한부 총파업에 돌입했다. 재계도 정부안 추진을 중단하라고 주장한다. 도대체 정부의 노동법 개정안은 어떻길래 정부만 빼고 모두가 반대할까?

출처: 뉴스톱
출처: 뉴스톱

 

◈노동계, 재계 모두 거부하는 노동법 개정 정부안

정부는 지난 6월30일 국회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제안 이유로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협약인 「결사의 자유에 관한 협약」의 비준을 추진하면서 해당 협약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법률을 개정하기 위하여"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 또는 사업장에 종사하지 아니하는 근로자에 대하여 기업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노동조합의 업무에만 종사하는 근로자에 대한 급여지급 금지 규정을 삭제하는 등 근로자의 단결권 보장의 범위를 확대하는 등 현행 제도의 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부는 노동법 개정안에 대해 "결사의 자유의 핵심 내용을 보장하면서도 우리 기업별 노사관계 특성을 균형있게 고려한 결과물"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정부가 말하는 제안이유는 거짓말"이라며 "개정안의 실제 내용은 결사의 자유에 관한 협약에 부합하거나 노동자의 단결권을 확대하는 내용이 없다. 오히려 노동자의 노동3권을 옥죄는 명백한 노동개악안"이라고 혹평했다.

민주노총법률원 원장인 신인수 변호사는 뉴스톱 유튜브 방송 '김준일의 팩트카페'에 출연해  "토론회에서 정부 관계자에게 ILO 권고대로 바뀐 법 조항이 있다면 하나라도 말해달라 했더니 정부는 답변을 회피했다"고 말했다.

재계는 "정부 입법안대로 입법될 경우 노조의 단결권만을 강화시키고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초과하는 조합원의 노조활동도 확대되어, 현재도 기울어져 있는 노조 측으로의 힘의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ILO 핵심협약 비준은 우리 노사관계의 기본 틀이 바뀔 만큼 중대한 국가적 사안인 만큼 정부는 개정안 추진을 중단하고 경영계의 입장도 최대한 수용하는 등 국민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신중하게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정부 "해고자 기업노조 가입" vs 노동계 "정부가 노조 설립 심사"

이번 정부의 노동법 개정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종사하지 않는 근로자의 기업별 노동조합 가입 허용'이다. 현행법은 기업별 노조엔 종사자만 가입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해고자 및 실직자도 기업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정부는 이 조항을 들어 ILO핵심협약의 '자유롭게 노조할 권리'를 반영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동계는 이 조항마저 ILO핵심협약 위반이라며 '수용 불가'를 외친다. 결사의 자유에 관한 87호 협약 제2조는 “노동자와 사용자는 사전인가를 받지 않고, 스스로 선택하는 단체를 설립할 수 있는 권리와 그 단체의 규약에 따를 것만을 조건으로 해 그 단체에 가입할 수 있는 권리를 어떠한 차별도 없이 보장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정부안은 현행 노조법 2조4호 라목의 단서 조항을 삭제하는 방안이다. 단서 조항은 “다만 해고된 자가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의 구제신청을 한 경우에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 는 근로자가 아닌 자로 해석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한다.

문제는 정부안대로 단서 조항만 삭제했을 경우 노조법 2조 4호 라목 본문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규정이 또다른 족쇄가 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이 조항이 노동조합 설립신고서 반려제도(12조3항)와 결합해 행정당국이 노조 설립을 통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노조설립신고를 낸 사람이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사전에 심사할 권한이 행정 당국에 부여된다는 논리이다. 노동조합을 설립하려면 행정당국이 근로자로 인정해야 하고,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면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없다는 문제가 지속된다. ILO도 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 단서’가 아니라, ‘라목 전체’를 삭제하라고 지속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예를 들면 민주노총에는 택배노동자들이 만든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연대노조)이 있다. 이들이 노동자냐, 개인 사업자냐를 놓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택배노동자들을 비롯해 노동계에서는 회사의 지시를 받아 물류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노동자라고 주장하지만, 사측에서는 이들은 회사와 개별적으로 업무 계약을 맺은 개인 사업자이기 때문에 산재보험 등 4대보험을 적용할 수 없고 주 52시간 제한도 적용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사이 올해에만 10여명의 택배노동자들이 세상을 떠났다. 사인에 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노동계는 숨진 택배 노동자들이 과로사로 세상을 떠났다고 본다. 

고용노동부는 2017년 택배노조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며 설립필증을 발부했다. 하지만 물류회사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은 인정되지 않았다'며 단체교섭을 거부해왔다. 대리점을 통해 택배사와 용역 계약을 맺은 '특수형태근로자'라는 이유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지난 9월 CJ대한통운 외 27인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대한 시정 재심결정취소 청구 소송에서 패소 판결을 내리며 택배노조측의 손을 들어줬다. 택배노조측은 회사와 협상을 한다는 방침이지만, 여전히 사측은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

노동계 주장은 위 조항이 지속되는 경우 특수고용노동자, 간접고용노동자, 하청 노동자등 1000만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조를 설립할 때마다 정부의 심사와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그렇게 법이 운용되어 왔다. 한마디로 노동계는 자유롭게 노조를 결성할 권리를 달라는 것이고, 재계는 그렇게 하면 기업활동이 심각하게 위축된다는 것이고, 정부는 그 중간에서 어정쩡한 타협안을 냈지만 노동계는 사실상 변한 게 없다며 크게 반발하는 것이다. 

 

◈정부 "비종사자 조합원 노조 활동제한" vs 노동계 "산별노조 위원장 사업장 방문도 막혀" 

기업별 노조에 종사자가 아닌 근로자를 가입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곤 하지만 '종사근로자'가 아닌 노조원들의 활동 범위를 심각하게 제약하는 것도 문제다. 개정안 5조2항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아닌 노동조합의 조합원은 사용자의 효율적인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사업 또는 사업장 내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정했다. 이어 5조3항은 "종사근로자가 아닌 조합원이 제2항에 따라 사업 또는 사업장 내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할 때에는 사업장 출입 및 시설 사용에 관한 사업장의 내부 규칙 또는 노사간 합의된 절차 등을 준수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개정안은 비종사자 조합원은 ‘사용자의 효율적인 사업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사업 또는 사업장 내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사용자는 당연히 산별노조 조합원, 하청업체 조합원이 자신의 사업장에 출입하는 것이 기업의 효율적인 사업운영에 지장을 준다고 주장하며 사업장 출입을 제한할 것이다. 지금은 산별노조 조합원이 산하 지부·지회에 출입하는 것이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지만(대법원 2015도6173 판결), 개정안에 의하면 사용자 의사에 반해 사업장 출입시 주거침입죄,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개정안 제5조 제4항에서 “사용자는 합리적 이유 없이 종사근로자가 아닌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 등을 거부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합리적인 이유'는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사업주가 '합리적 이유'를 주장하면서 산별노조, 하청업체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을 제지할 경우 이를 풀기 위해 건건이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이명박, 박근혜정부 시절 언론사들의 파업을 벌일 때 언론노조 집행부가 개별 언론사 파업현장을 격려 방문한 사례에서 보듯이 현행법 상 산별노조 조합원의 개별 사업장 출입은 허용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노동법 개정안은 이명박, 박근혜정부 시절보다 노동권을 더 후퇴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 정부 "노조 임원은 사업장 종사자만" vs  노동계 "산별노조 활동 제약"

정부 개정안 23조1항은 노조의 임원자격을 규정한다. 개정안은 "노동조합의 임원자격은 규약으로 정한다"라고 돼있다. 노조 규약으로 자유롭게 위원장 등 임원을 선출하면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함정은 뒷 문장에 있다. 해당 조항은 "이 경우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임원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조합원 중에서 선출하도록 정한다"고 제약 조건을 걸어놨다. 기업노조에서 실직자 또는 해고자가 임원이 될 수 없도록 규제한 것이다.

민주노총은 "노동조합의 임원과 대의원을 누구로 할지는 조합원들이 스스로 판단하여 결정할 문제지 국가가 법으로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회사가 대표이사, 이사 등 경영진을 구성할 때 회사 외부의 인재를 영입해 경영진을 구성하는 것이 허용되는 것처럼, 노동조합도 외부에서 유능한 인재를 초빙해 임원으로 선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은 "그것이 ILO 원칙이자 국제노동기준이다"라고 말한다.

결사의 자유에 관한 제87호 협약 제3조는 “노동자단체 및 사용자단체는 그들의 규약과 규칙을 작성하고, 완전히 자유롭게 대표자를 선출하며, 관리 및 활동을 조직하고, 계획을 수립할 권리를 가진다”, “공공기관은 이 권리를 제한하거나 이 권리의 합법적인 행사를 방해하는 어떠한 간섭도 삼가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 위반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ILO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바꾼다는 법조항이 ILO협약을 위반하고 있는 셈이다.

 

◈ 정부 "단협 유효기간 2년→3년" vs 노동계 "장기간 단협 유효기간 노동자 이익 훼손"  

개정안 32조는 현재 2년인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선을 3년으로 늘렸다. 노사간 협상을 가급적 줄이고 싶은 재계의 요구를 담은 내용이다. 그러나 개정안처럼 단협 유효기간 상한선을 3년으로 정하면 모든 기업들이 단협 유효기간을 3년으로 정하게 될 공산이 크다. 이는 헌법상 보장된 단체교섭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이 교섭창구단일화 제도와 결합할 경우 소수노조는 교섭대표노조가 결정된 날로부터 최소 4년 이상 교섭요구를 할 수 없고, 이는 실질적인 교섭권 박탈과 같은 효과를 지닌다.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은 기본적으로 관련 당사자가 정할 사항이지만, 정부의 조치가 고려 중에 있다면 법은 노사정 합의를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매우 장기간의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설정하는 것은 노동자의 이익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다.

정부 개정안의 단협 유효기간 설정은 노사정 합의를 통해 나온 것도 아니고 ILO가 우려를 나타낼 정도의 장기간이다.

일반적으로 각 회사의 노조위원장의 임기는 2년이다. 노조위원장에 선출되면 임급협상은 물론 단체협상을 통해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회사측에 각종 요구를 할 수 있다. 그런데 단협 상한선이 3년으로 늘어나면 노조위원장 중 일부는 임기 중 아예 단체협상을 할 수 없게 된다. 노조의 협상력이 상당히 약화되는 것이다. 사측 입장에서는 노조가 귀찮게 요구하는 빈도가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나 편하겠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불합리함을 시정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정부 "직장점거 전면 금지" vs 노동계 "그럼 파업을 운동장에서 하란 소리?"  

개정안 42조는 "쟁의행위는 폭력이나 파괴행위의 형태 또는 생산 및 그밖의 주요업무에 관련되는 시설과 이에 준하는 시설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에 대해서는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형태로 이를 행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ILO는 직장점거를 쟁의행위의 정당한 수단으로 인정하고 있다. 결사의 자유 위원회와 전문가위원회는 쟁의행위 수단에 대한 제한은 오로지 쟁의행위가 평화롭지 않게 된 경우에만 정당화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근로자에게 부정되고 있는 다양한 유형의 파업(비공인파업, 작업거부, 태업, 준법투쟁, 직장점거 파업)과 관련,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이러한 제한은 파업이 평화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게 된 경우에만 정당화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
습니다.

민주노총 "개정안의 직장점거 금지도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과 마찬가지로 ILO 핵심협약 비준과 전혀 상관 없다"고 주장한다.  ‘결사의 자유에 관한 협약을 비준하고 해당 협약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법률을 개정하기 위해 직장점거를 금지해야 한다’는 정부 주장은 거짓말이고, 그 자체로 모순이라는 게 민주노총의 입장이다.

정부안이 통과되면 노조가 직장 내 어떤 곳에서도 파업을 할 수가 없게 된다는 게 노동계의 우려다. 작업장 내에서 피케팅도 할 수 없고 불법적인 대체인력 투입 여부를 감시할 수도 없게 되고, 사업장 정문에서 선전물을 나눠주는 행위도 불법으로 규정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맞서 재계는 점거파업의 전면적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노동법 개정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한마디로 파업의 장소 선택을 대통령이 정한다는 것이다. 소위 착한 대통령이 나오면 별 문제가 없겠으나 노동계에 적대적인 대통령이 선출된다면 문제가 다르다. 언론사도 중요시설이다. 병원도 중요시설이다, 자동차 공장도, 조선소도 다 중요시설이라며 대통령이 그 지역에서의 파업을 금지시켜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선처에 따라 노동자가 파업장소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심각하게 결사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4회에선 노동계가 요구하는 '전태일 3법'의 주요 내용과 의미에 대해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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