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아청법 개정안 웹툰·웹소설도 규제한다?

  • 기자명 이나라 기자
  • 기사승인 2020.11.3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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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기존 아청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성착취물의 범위를 ‘필름·비디오물·게임물이나 화상·영상’에서 ‘사진집·화보집과 같은 간행물’까지로 확대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국회 입법예고 홈페이지 갈무리
국회 입법예고 홈페이지 갈무리

 

이 같은 내용이 국회 입법예고 홈페이지에 올라온 이후, 인터넷상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존에는 규제 대상이 아니었던 화보집이나 일러스트, 웹툰이나 웹소설에도 규제가 가해져 더 이상 제작 및 소비를 할 수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과연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 같은 우려가 현실이 될지, <뉴스톱>이 팩트체크 했다.


◈ '영상’과 달리 ‘사진’은 처벌 대상이 아닌 현행 아청법

아청법 2조는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해 △성교 행위 △구강·항문 등 신체의 일부나 도구를 이용한 유사 성교 행위 △신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접촉·노출하는 행위로서 일반인의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행위 △자위행위 △그 밖의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그 대상이 ‘필름·비디오물·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 매체를 통한 화상·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으로 한정돼 있었다. 영상과 달리 사진은 아청법의 처벌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법적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사진집·화보집이나 간행물 등의 형태’를 추가한 것이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유 의원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 유포, 판매한 가해자들의 성착취물 중에는 영상 외에도 이들을 대상으로 한 사진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면서 “최근 법원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와치맨’이 텔레그램을 통해 전시한 음란물 중 아동·청소년 관련 사진도 다수 발견이 되었지만, 사진은 현행법상 성착취물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아동·청소년성착취물에 사진집·화보집 등을 포함해 성착취물 제작, 유포, 판매하는 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개정안이 입법예고 된 후, 인터넷상에서는 창작자와 이용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2D의 인권을 넘어 활자의 인권까지 챙기려는 지나친 규제다”, “그런 논리라면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춘향전’ 같은 주인공이 미성년자인 고전소설 역시 검열받아야 할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 “정작 현실에서 미성년자 성범죄 처벌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가상의 창작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SNS나 커뮤니티에 게재됐다. 국회 입법예고 홈페이지에는 5000개 가까이 되는 찬반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 아청법 개정안 통과되면 웹툰·웹소설도 규제받는다 → 사실 아님

그렇다면 실제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웹툰이나 웹소설과 같은 창작물도 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일까. 유정주 의원실 관계자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웹툰, 웹소설과 같은 가공된 창작물이 처벌의 대상에 포함된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관계자는 “현행 아청법에서 영상과 달리 사진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법안이 없어, 이를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있어왔다”라며 “때문에 이를 보완하고자 처벌 대상을 ‘사진집·화보집과 같은 간행물’까지 확대하겠다는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지, 웹툰이나 웹소설 등 가공된 창작물까지 규제하겠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가공된 창작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실제 존재하는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웹툰, 웹소설 제작자 등을 처벌 대상에 포함할 수 없다는 논지이다.

이어 “‘간행물’이라는 단어로 인해 ‘ISBN 표기로 명시된 모든 출판물’ 모두가 처벌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그러나 애초 개정안의 취지는 아청법의 처벌 대상에 사진을 포함하려는 것이지, 창작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려는 의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위에서 법안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는 부분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라며 “‘간행물’이라는 단어의 범위를 정확하게 규정하기 위해 ‘간행물에서 웹툰이나 웹소설 등 가공된 창작물은 제외한다’는 식의 단서 조항을 다는 방법을 고려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호주「아동성착취에 관한 법」(2019) 개정 의미와 시사점/국회 보도자료
호주「아동성착취에 관한 법」(2019) 개정 의미와 시사점/국회 보도자료

유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 호주에서 아동·청소년의 성착취를 막는 법안이 통과돼 아동성착취 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다”며 “우리나라 역시 n번방 등 미성년자에 대한 심각한 성착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아청법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9년 9월 호주의회는 최근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인해 다양하게 진화·확대하고 있는 아동성착취 범죄 대응을 위해 ‘아동성착취에 관한 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법안에는 △경찰·연방공무원 등의 아동성학대에 대한 신고·감시 및 피해자보호체계 강화 △아동형상의 성인용 전신 인형 수입·수출금지 및 소지 등에 대한 처벌 조항 신설 △아동 성학대 자료를 소지 또는 통제하는 경우 처벌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오히려 가공된 창작물에서도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성착취를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많다. “아동·청소년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함”을 목적으로 하는 아청법의 취지대로라면, 단순히 영상과 사진 뿐만 아니라 접근성이 높은 웹툰과 웹소설 같은 매체 역시 규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5년 헌법재판소는 아청법의 취지에 대해 “실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지와 상관 없이 이들이 성적 행위를 하는 것으로 묘사하는 매체물의 시청이 성범죄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한편,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될 예정이며, 개정안이 마련되기 이전에 만들어진 창작물의 경우 소급적용이 되지 않아 처벌의 대상이 아니다.


정리하자면, 아청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웹툰·웹소설과 같은 창작물이 규제의 대상이 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대표 발의한 유정주 의원실에 따르면 개정안은 기존 아청법의 처벌 대상에 사진이 포함되지 않은 점을 보완하기 위함이지, 창작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창작의 자유를 침해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아직 법안 심사 과정이 남아 있지만, 유 의원 측은 “‘간행물’과 같은 모호한 단어에 대한 단서 조항을 추가하는 등, 기존의 입법 취지에 걸맞은 개정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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