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울릉도민은 염분 때문에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다?

  • 기자명 이나라 기자
  • 기사승인 2020.12.0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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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울릉도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갔지만, 울릉도 주민 중 단 한 명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를 모았다. 앞서 울릉도에는 확진자 2명이 방문했고, 그중 한 명은 4박 5일 동안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섬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주민 중 단 한 명의 추가 확진자도 나오지 않았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울릉도가 해안을 끼고 있어 주민들이 염분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 30일, <울릉도는 확진자 다녀가도 확진자 안 나와... "염분이 코로나19 바이러스 박멸">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울릉군청이 ‘바이러스가 염분에 접촉하는 순간 박멸된다’는 캐나다 대학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해당 입장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바다의 염분이 주민들을 바이러스로부터 지켜주기 때문에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해당 기사는 30일 포털사이트 ‘다음’의 ‘많이 본 뉴스’ 1위에 오를 정도로 큰 파문을 불러왔다. “울릉도민은 염분이 몸에 배어 있어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다”는 기사의 내용이 사실인지, <뉴스톱>이 팩트체크 했다.


◈ 소금과 바이러스 간의 상관관계

'울릉도는 확진자 다녀가도 확진자 안 나와.. "염분이 코로나19 바이러스 박멸"' 기사 갈무리
'울릉도는 확진자 다녀가도 확진자 안 나와.. "염분이 코로나19 바이러스 박멸"' 기사 갈무리

기사에 따르면, 울릉군청은 캐나다 앨버타 대학의 연구진이 “기존의 마스크 표면에서 ‘염분’ 물질을 첨가해 코로나 바이러스의 침입을 원천 봉쇄하는 효능을 확인했다”고 발표한 연구 결과를 인용해 해당 주장을 제기했다. “소금을 주성분으로 한 이물질이 바이러스를 둘러싸 굳으면서 살균 효과를 낸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바다와 맞닿아 있어 염분에 많이 노출된 울릉도 주민들이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다는 논리다. 

기사는 울릉군 관계자가 “밀접접촉자를 선별 격리시키고 검체를 육지 전문기관으로 보내 검사한 결과,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며 “확진자 중 1명은 4박 5일 동안 울릉도에서 머물렀고 또 다른 확진자는 울진에서 밀접 접촉자 3명이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울릉도는 단 한 명도 감염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고 주장했다고 실었다. 그러면서 울릉군민들이 “우리나라 공식 연구기관에도 코로나 19와 염분의 역학관계 조사를 의뢰한 뒤 결과가 나오면 마케팅을 통해 울릉도 관광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앨버타 대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앨버타 대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기사에서 인용된 연구는 최효직 캐나다 앨버타대 교수의 연구팀이 발표한 자료로, 염분 성분이 추가된 마스크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파괴한다는 내용이다. 연구팀은 소금이 재결정화 되면서 공기 중 병원균을 비활성화시킨다는 점을 이용해 소금으로 코팅된 필터로 만들어진 마스크를 개발했다. 재결정화는 온도에 따른 용해도 차이를 이용해 원하는 용질을 다시 결정화시키는 방법이다. 소금으로 코팅된 필터에 바이러스가 든 액체 입자가 닿으면 입자의 물기로 소금이 녹았다가 다시 굳는데, 이러한 재결정화 과정에서 생긴 소금 결정이 바이러스를 파괴한다는 것이다.

◈ 울릉도민은 염분 때문에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다 → 사실 아님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말한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소금과 바이러스와의 연관성에 대해 “이미 여러 번 사실이 아니라고 확인된 내용”이라며 “(해당 기사의 주장은) 답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소금 필터를 이용한 마스크에 바이러스 차단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바다 근처에 사는 이들이 염분으로 인해 코로나19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소금이 바이러스를 차단할 수 있다는 루머는 처음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3월, 경기도의 한 교회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막겠다며 분무기로 신도들 입에 소금물을 뿌려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소금물로 바이러스를 제거할 수 있다는 주장에는 어떠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강조하며,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잘못된 정보는 바이러스보다 더 위험할 수 있으니 신뢰할 만한 정보인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 울릉군청, "해당 입장 발표한 적 없다"

울릉군청 역시 해당 보도의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울릉군청 관계자는 <뉴스톱>에 “울릉군은 공식적으로 해당 내용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 바가 없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기사가 나온 이후 민원이 굉장히 많이 들어와 기사가 나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사실이 아니므로 공보실을 통해 해당 기사에 대한 정정 보도를 문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현재 울릉군 코로나19 상황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는 1명으로 집계돼 있으며, 접촉자들은 모두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왔다”고 밝혔다.


정리하자면, “울릉도민은 염분이 몸에 배어 있어 코로나에 안전하다”는 기사의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소금이 바이러스를 차단한다는 내용의 루머는 여러 번 퍼졌으나 질병관리청 등 전문가들에 의해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확인된 바 있다. 울릉군청에서 연구 결과를 인용해 해당 입장을 발표했다는 내용 역시 사실이 아니다. 한편, 현재 울릉군 내의 밀접 접촉자들은 자가격리 중이며, 모두 코로나19 관련 증상이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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