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식당이 카페보다 3배 더 위험하다

  • 기자명 이나라 기자
  • 기사승인 2020.12.10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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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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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3차 유행이 본격화되면서, 정부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로 상향하는 특단의 조치를 결정했다. 지침에 따라 노래연습장, 실내 체육시설과 같은 장소는 집합금지의 대상이 되며, 카페는 홀 이용이 전면 금지되고 포장과 배달만 허용된다. 음식점 역시 밤 9시 이후에는 포장·배달만 허용되지만, 그전까지는 평소와 다름없이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카페와 다르다.

그러나 식당이 카페, 헬스장, 종교시설보다도 훨씬 감염 위험이 크다는 연구 자료가 발표됐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장소에 따른 코로나19 확산 정도를 조사한 결과(Mobility network models of COVID-19 explain inequities and inform reopening)’를 소개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유행은 인간의 이동 패턴을 현저하게 변화시켰으며, 이러한 이동성 변화가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역학 모델이 필요했다”고 연구 취지를 설명했다. 어떤 장소에서 감염 위험이 큰지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역학 모델을 만들어 보다 효과적인 정책을 마련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 사람 이동 절반으로 줄이면 감염확률 6분의 1

Mobility network models of COVID-19 explain inequities and inform reopening
Mobility network models of COVID-19 explain inequities and inform reopening

연구팀은 2020년 3월 1일부터 5월 2일까지 시카고, 일리노이, 뉴욕, 필라델피아, 펜실베니아 등 미국 대도시 10곳에서 휴대전화 앱을 통해 얻은 위치 데이터 9800만 건을 모델링하는 작업을 거쳤다. 이 결과를 통해 만든 역학 모델을 통해 계산한 확진자 수는 해당 지역의 실제 감염 건수를 대부분 정확하게 예측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이동성 네트워크를 활용한 역학 모델이 사례 수를 정확하게 맞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포괄적인 대책이 아닌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 이동 인구 비율을 낮추면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현저히 줄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시카고 지역의 2020년 4월 첫째 주의 인구 비율은 한 달 전과 비교해 54.7%가 감소했다. 그런데 역학 모델을 통해 계산해본 결과, 만약 감소 비율이 실제의 4분의 1에 불과했다면 예상 감염 건수는 3.3배나 증가했을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감소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상황을 가정했을 때는 무려 감염 인구가 6.2배나 늘어났을 것으로 드러났다. 즉, 총 인구의 이동을 절반으로 줄이니 전체 감염확률이 6분의 1로 낮아졌다는 의미다. 

Mobility network models of COVID-19 explain inequities and inform reopening
Mobility network models of COVID-19 explain inequities and inform reopening

문제는 현실적으로 모든 인구에 대한 이동을 금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각 장소에 대한 최대수용 비율을 조정하면 전체 이동 인구를 급격하게 줄이지 않더라도 감염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말한다. 도시의 주요 장소들을 수용 인원 제한 없이 완전히 재개방한 결과를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완전한 재개방을 했다면 그달 말까지 인구의 32%가 코로나19에 추가로 감염됐을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시카고 지역을 기준으로 장소별 최대 수용 비율을 20%로 제한한 시뮬레이션 결과, 이동량은 42%밖에 감소하지 않았지만, 예상 신규 감염 건수는 80% 이상 줄어들었다. 다른 지역에서 시행한 조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장소별 최대 수용 비율을 제한하는 것이 전체 이동인구를 제한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Mobility network models of COVID-19 explain inequities and inform reopening
Mobility network models of COVID-19 explain inequities and inform reopening

◈ 감염위험, 식당>헬스클럽>카페>호텔>종교시설>병원 순

그렇다면 어떤 장소를 규제하는 것이 코로나19 감염 예방에 가장 효과적일까. 2020년 3월 1일부터 5월 2일까지 각 장소에서 발생한 감염 수를 시뮬레이션으로 예측한 결과, 일부 장소에서 대다수감염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시카고의 경우 10%의 장소에서 85%의 감염이 발생했다는 결과도 나왔다.

Mobility network models of COVID-19 explain inequities and inform reopening
Mobility network models of COVID-19 explain inequities and inform reopening

감염 증가 위험이 가장 큰 장소는 ‘식당’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각 장소를 인원 제한 없이 전면적으로 재개방했다고 가정하고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식당에서는 한 달 동안 59만 5805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했다. 2위와 3위를 차지한 피트니스 센터나 카페보다 무려 3배 이상 높은 비율이었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식당은 다른 시설과 비교해 그 수도 절대적으로 많고, 방문 밀도도 높으며, 방문자들의 체류 시간도 훨씬 길다. 이 때문에 감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 외에 감염 위험이 큰 시설로는 ‘호텔 및 모텔’, ‘종교 시설’, '병원' ‘식료품점’ 등이 보고됐다.

Mobility network models of COVID-19 explain inequities and inform reopening
Mobility network models of COVID-19 explain inequities and inform reopening

또한, 경제적으로 최하위에 있는 이들에게 감염 위험은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개인이 동일한 감염 가능성을 가졌다고 가정하고 시뮬레이션한 결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저소득층의 감염 비율이 훨씬 높아졌다. 이 역시 이들이 자주 찾는 장소에 따른 결과였다. 저소득층은 고소득층보다 1인당 장소 방문 횟수가 27%나 높았으며, 밀집도가 높은 식료품점에 가장 많이 방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휴대전화 데이터를 통해 조사한 결과, 식료품점의 시간당 방문객 중저소득층이 1평방피트당 59%나 많았으며, 이들은 평균적으로 17% 더 오래 그곳에 머물렀다. 



정리하자면, 장소별로 체류 가능 인구 비율을 약간만 조정한다면 대규모 봉쇄 조치가 없더라도 높은 감염 예방 효과를 볼 수 있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식당, 피트니스 센터, 카페 등에서 감염위험이 가장 크며, △얼마나 자주 외출하는지 △어떤 장소를 많이 방문하는지가 감염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소득별로 감염 위험 정도가 다르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으로 자영업자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한 카페에서는 홀 영업을 위해 죽을 판매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많은 이들이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에서 보다 신중하고 섬세한 방역 지침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장소별 감염위험 정도를 계산하는 역학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추후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조정할 때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특정 장소에서의 밀집도와 체류 기간이 감염의 결정적 요인임을 명심하고, 경제와 방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정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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