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마켓컬리는 4번 달걀 팔면 안 돼?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12.1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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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별배송'으로 유통업계의 신흥강자로 떠오른 마켓컬리가 달걀 논쟁에 휩쓸렸다. '4번 달걀'을 판매하는 것이 '착한 소비'를 내세우던 기존 영업 방침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마켓컬리가 판매하는 4번 달걀은 무엇이고 동물권 단체들은 왜 반대하는 것일까? 뉴스톱이 알아봤다.

자료: 농림축산식품부
자료: 농림축산식품부

 

◈4번 달걀은 무엇

2018년 3월부터 개정 축산물표시기준이 시행됨에 따라 달걀 껍데기에 생산자 고유번호와 사육환경번호를 표시하게 됐다. 2019년 2월부터는 산란일까지 포함되도록 했다. 첫 네 자리는 산란일자(월일), 다음 다섯 자리는 생산자(농장) 고유 번호, 마지막 한 자리가 사육환경을 나타내는 번호다.

1번은 방사, 2번은 평사, 3번은 개선 케이지, 4번은 기존 케이지이다. 방사는 말 그대로 닭을 풀어 키운다는 뜻이다. 평사는 축사 내에서 닭이 왔다갔다 할 수 있는 상태로 사육하는 상태를 말하고, 케이지는 닭을 가둬놓는 닭장을 말한다.

마켓컬리에서 판매되는 평사에서 키운 동물복지 유정란(2번) 10알 들이의 가격은 4800이다. '4번 달걀'은 10알 기준 3400원 정도이다. 동물복지를 위한 환경을 갖추는 데 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에 번호가 낮을수록 더 비싸다. 

그러나 동물권 단체들은 케이지 사육에 반대한다. 가축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살게 되기 때문이다. 동물권 단체와 동물복지 축산물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비용보다는 동물이 동물답게 살 권리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동물권 단체 카라의 설명을 살펴보자

동물을 공장에서 기계로 물건 찍어내듯 사육하고 도축하는 축산 방법을 '공장식 축산' 이라고 합니다. 산란계 공장식 축산은 철창 케이지를 겹겹이 쌓아 올린 구조물에 닭들을 사육하는 '배터리 케이지(Battery Cage)'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가로 0.5m, 세로 0.5m 크기의 철장에 보통 4~6마리 암탉을 넣습니다. 이때 한 마리에게 주어지는 공간을 환산하면 A4 종이 한 장의 2/3밖에 안 됩니다. 닭들은 좁은 공간에서 날갯짓은 커녕 몸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는 것조차 어려운 상태에서 평생 알만 낳다가 정작 자신의 알은 단 한번도 직접 품어보지 못하고 도축됩니다. 

 

자연 상태의 닭들은 모래 목욕으로 스스로 깃털을 관리하지만 배터리 케이지의 닭들은 모래 목욕을 할 수 없어 진드기나 기생충에 감염되곤 하며, 이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명분으로 살충제가 사용되기도 합니다. 살충제 달걀은 이런 배경에서 발생했습니다. 

 

공장식 축산의 동물들은 전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 조사에서도 10만마리 이상 밀집사육 공장식 축산 농가의 조류인플루엔자(AI) 발병률이 4천마리 미만 사육 농가에 비해 54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달걀 번호 끝자리 3번과 4번은 이러한 배터리 케이지에서 사육된 닭이 낳은 달걀을 의미합니다. 

(동물권 행동 카라, 2020.12.01)

◈마켓컬리 4번 달걀 출시

마켓컬리는 11월2일 유튜브를 통해 '컬리, 달걀을 말하다'는 제목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와 회사 관계자들이 출연해 자사에서 판매하는 달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내용이다. 이 동영상에서 마켓컬리는 새로 출시한 '4번 달걀'을 홍보한다.

김슬아 대표는 4번 달걀 농장에 다녀온 경험담을 이야기 하면서 "저한테도 굉장한 편견이었던 것 같아요. 4번 달걀은 나쁘다"라고 말한다. 이어 "(케이지의) 사이즈를 제외한 닭이 스트레스를 받을 모든 요인들을 슈퍼컴퓨터로 관리하고 있어서 이게 바로 진정한 스마트팜이다..."라고 언급한다. 마지막 부분에선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좋은 달걀을 즐기실 수 있게끔 신규 달갈을 런칭했다"며 4번 달걀을 홍보한다.

마켓컬리 관계자들은 조도, 온도, 습도를 완벽하게 조절하고 분뇨 처리 등 모든 공정을 슈퍼컴퓨터로 관리하고 있어 닭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안전한 달걀을 낳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물권 단체들의 비판

동물자유연대는 "마켓컬리가 판매하고 있는 달걀 제품군의 약 절반 가량은 배터리 케이지(Battery Cage)에서 생산된 달걀이다. 배터리 케이지는 대표적인 밀집·감금 공장식 축산 시스템으로, 배터리 케이지에서 닭은 알 낳는 기계로 취급된다. 평생 날개조차 펴 보지 못하는 것은 물론, 닭 한 마리당 A4 용지 보다 작은 철창에 갇혀 알만 낳다 죽는 것이 보통이다. 이미 EU, 미국, 북유럽권 국가들에서는 배터리케이지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상황이며, 이미 1,900여 개의 글로벌 기업들이 케이지 프리를 선언했다. 특히, 대만에서는 대형 유통 체인인 까르푸가 2025년까지 케이지프리를 약속하여, 머지않아 대만의 까르푸에서는 동물복지를 저해하는 케이지 달걀이 사라질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동물자유연대는 '마켓컬리 4번 달걀의 진실'이라는 1분짜리 동영상으로 응수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가로 0.5m, 세로 0.5m 크기의 철장에 보통 4~6마리 암탉을 넣습니다. 이때 한 마리에게 주어지는 공간을 환산하면 A4 종이 한 장의 2/3밖에 안 됩니다. 닭들은 좁은 공간에서 날갯짓은 커녕 몸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는 것조차 어려운 상태에서 평생 알만 낳다가 정작 자신의 알은 단 한번도 직접 품어보지 못하고 도축됩니다. 

자연 상태의 닭들은 모래 목욕으로 스스로 깃털을 관리하지만 배터리 케이지의 닭들은 모래 목욕을 할 수 없어 진드기나 기생충에 감염되곤 하며, 이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명분으로 살충제가 사용되기도 합니다. 살충제 달걀은 이런 배경에서 발생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마켓컬리는 4번 달걀 팔면 안 돼?

마켓컬리는 이번 논란에 대해 중앙일보에 “잘 관리된 스마트팜에서 생산하는 4번 달걀을 판매하는 이유를 소비자에게 설명한다는 게 홍보로 비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업체 측은 “(동물복지 닭은) 전체 사육두수의 2.3%밖에 안 되지만 마켓컬리의 동물복지달걀(1~2번) 판매 비중은 75%를 차지할 정도로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켓컬리 홈페이지를 살펴보자. 이 회사는 "생산자, 소비자, 환경에 이로운 상품을 우선 선정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환경적, 사회적 지속 가능성에 기여하는 상품을 더 다양하게 선보이기 위해 지속 가능한 상품 선정 기준을 세우고, 기준에 부합하는 상품을 우선 입점 대상으로 선정한다"는 내용이다. 지속가능한 상품 선정 기준은 친환경·동물복지 인증 등 '관련 인증을 받은 상품'과 '환경과 사회에 선한 영향을 주는 상품'이다. 

출처: 마켓컬리 홈페이지
출처: 마켓컬리 홈페이지

동물복지 인증과 관련해선 동물복지 인증 달걀을 대표 상품으로 꼽는다. '컬리 동물복지 달걀 더 알아보기' 페이지는 윗 사진과 같다. 이 페이지에서 마켓컬리는 "좁은 케이지에서 닭이 자랄 경우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여 방사 사육한 달걀을 위주로 선정했다"고 밝힌다.

스스로 좁은 케이지에서 닭이 자랄 경우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마켓컬리는 스스로 내세우던 동물복지 달걀 대신 '4번 달걀', 즉 비좁은 케이지에서 사육된 닭이 낳은 달걀을 입점시킨 것이다. 동물권 단체들은 이 점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마켓컬리는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좋은 달걀을 소비할 수 있게 4번 달걀을 입점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마켓컬리의 충성도 높은 소비자들은 이 회사가 '개념있는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이 회사에 높은 점수를 줬다. 동물권 단체들도 '동물복지'를 내세웠던 이 회사가 '비좁은 케이지'에서 생산된 달걀을 신규 입점시킨데 분노하고 있다. 더 나아가 케이지 사육에 대해 "비좁지만 쾌적한 조건"이라고 표현한 것을 비판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마켓컬리가 4번 달걀을 판매하는 것이 그동안 동물복지와 착한소비를 내세우던 이미지와 배치된다고 주장한다. 다양한 상품 구성을 갖춰 더 많은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려는 마켓컬리의 전략이 '개념있는 소비'를 추구하는 기존 이용자에겐 어떻게 비칠지, '4번 달걀 논란'의 결말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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