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확진자 적어 백신 생각 못했다' 정세균 총리 발언 진실은?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0.12.2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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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실은 21일 <정 총리, "확진자 적어 백신 생각 못했다" 보도 관련 (20.12.21, 조선,중앙,한국경제 등)>라는 제목의  보도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총리실은 자료를 통해 "보도된 기사 중 정세균 국무총리가 '확진자 적어 백신 생각 못했다'고 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총리는 기사에서 인용한 인터뷰 프로그램에서 '확진자 적어 백신 생각 못했다', '7월에 TF 꾸렸지만 국내 방역 믿고 등한시했다'라는 내용 또는 취지의 답변을 전혀 한 바 없습니다"라고 덧붙였다.

①정 총리, KBS 방송 출연 

정 총리는 20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코로나19 관련 현안에 대해 설명했다. (28분 46초부터)

박태서 : 알겠습니다. 백신 문제와 관련해서 국민적인 궁금증 가운데 하나가 왜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유럽연합, 영국 지금 맞기 시작했지 않습니까? 왜 늦어졌는가, 라는 거에 대한 논란들이 벌어지고 있거든요. 그 나라는 그런데 개발 과정에서 이를테면 거액을 쏟아 참여했고요,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는 거 아니에요? 이거에 대한 설명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정세균 : 예. 이런 것이죠. 백신 국가주의라는 게 있잖아요, 백신 국가주의. 우리 대한민국이 그런 다국적 기업보다는 조금 뒤지지만 우리 스스로도 백신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나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다국적 기업이 백신을 개발하는 부분에 대해서 필요할 때 구매해서 쓰겠다 하는 것도 있지만 우리 기업들의 백신 개발 역량 이것에 대해서도 지원을 하고 관심을 가져왔잖습니까? 그래서 원래 우리들의 프로그램은 K-방역을 철저히 잘한다. 그 말씀은 확진자 숫자가 늘어나지 않도록 지금 이제 미국이나 영국이나 다른 나라들하고 우리하고 비교를, 확진자 숫자를 비교해보면 현재 우리는 숫자가 아주 적다가 1천 명대로 늘어났기 때문에 방역당국도 그렇고 국민도 굉장히 긴장하시는 건데 사실은 그런 나라들하고 비교하면 원래 방역의 평가, 평가라고 하는 것은 확진자가 몇 명이나 되느냐. 그리고 얼마나 많은 분이 돌아가셨느냐. 이 두 가지가 평가의 기준이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방역을 철저히 한다. 그리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치료제를 우리 스스로 개발하든 또 좋은 치료제가 있으면 해외에서 수입해서 치료제를 잘 활용해가지고 우리가 환자가 나와도 치료를 잘한다. 그리고 백신도 해외로부터 구매해서 쓰고 우리 스스로의 백신이 내년 연말쯤 나올 것으로 그렇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때까지 필요한 양의 백신을 우리가 구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양을 제때 구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었죠. 그래서 필요한 양을 제때 구했다. 그래서 사실은 백신 TF를 우리가 작년 7월에 만들었습니다, 정부 내에. 그런데 그 백신 TF가 가동될 때는 확진자 숫자가 100명 이런 정도였거든요.

 

박태서 : 우리나라는.

 

정세균 : 예. 그러니까 백신에 대한 의존도를 그렇게 높일 생각을 하지 않았던 측면이 하나 있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전문가들도 우리는 이게 너무 백신을 급하게 만든 것이기 때문에 좀 다른 나라들, 급한 나라들. 확진자가 엄청나게 많은 나라들은 사실은 방역으로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백신의 의존도가 굉장히 높아질 수밖에 없죠. 그런 나라들에 사용하는 걸 봐가면서 우리는 쓰자, 하는 그런 것도 있었고요. 그리고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미국이나 영국이나 이렇게 캐나다나 환자가 많이 발생한 나라들은 다국적 제약사들의 백신 개발비를 미리 댄 겁니다, 미리. 선금을 우리는 지금 구매계약을 하면서 선금을 주는데 그분들은 개발할 때 개발비를 댄 거예요. 그러니까 그 제약사들이 개발비를 댄 나라하고 그렇지 않고 그냥 구매하는 나라하고는 조금 차등을 둘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이런 점들이 있기 때문에 사실은 우리는 조금 늦어진 측면이 있지만 그러나 우리는 세 단계 방역 철저, 치료제를 통한 환자 최소화, 그다음에 백신 사용을 통해서 결국은 우리 대한민국이 코로나 상황으로부터 가장 빨리 벗어나는 나라가 되고 싶다. 이 세 단계, 이 세 방법을 통해서 가장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게 우리의 방역당국이나 정부의 태도인데 결국 이것은 지금 판단할 일은 아니고 누가, 어느 나라가 확진자수가 인구에 비해서 적고 치명률이 낮고 그다음에 마지막에 누가 먼저 이런 상황을 벗어나느냐 하는 것은 그때 판단할 일이지 지금 너무 왈가왈부할 때는 아니다, 라는 게 제 생각이죠.

 

박태서 : 알겠습니다. 백신 문제까지 들어봐고요.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서 정부의 대응, 총리 입장 설명 들어봤습니다.

② 언론과 총리실의 팩트 논란 

정 총리의 방송 출연 내용을 바탕으로 보수 매체들은 총리가 백신 도입 관련 오판을 인정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정총리 “확진자 적어 백신 생각 못했다”(조선, 3면)>, <정세균, “지난 7월엔 국내 확진자 적어 백신 생각 못했다”(중앙, 3면)>, <정총리 “7월엔 환자 적어 백신 의존도 높일 생각안해” 오판 시인(동아, 3면)>, <정세균 “확진자 적어 백신 생각 크게 못했다”(한국경제, 1면)>

이에 대해 보수 매체들의 비난에 총리실은 서둘러 보도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총리실은 "백신 생각 못 했다", "오판" 등의 표현이 불편했던 모양이다. 총리실은 "정 총리는 기사에서 인용한 인터뷰 프로그램에서 '확진자 적어 백신 생각 못했다', '7월에 TF 꾸렸지만 국내 방역 믿고 등한시했다'라는 내용 또는 취지의 답변을 전혀 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③ 정 총리 발언 내용 검증

KBS 방송 내용을 다시 살펴보자. 진행자는 "백신 관련 국민의 궁금증은... 왜 늦어졌는가?"라고 묻는다. 이에 대한 총리의 답변은 "백신 TF를 우리가 작년 7월에 만들었습니다, 정부 내에. 그런데 그 백신 TF가 가동될 때는 확진자 숫자가 100명 이런 정도였거든요"라며 "백신에 대한 의존도를 그렇게 높일 생각을 하지 않았던 측면이 하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일단 정 총리는 작년 7월에 백신 TF가 만들어졌다고 발언했지만 지난 7월을 말하려다 말이 헛나온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는 백신TF가 꾸려질 지난 7월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당시 확진자 규모에 비춰 백신이 그렇게 시급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명확히 언급했다.

보수매체 기사 제목처럼 "확진자 적어 백신 생각 못했다"는 정도는 아니지만 "확진자 적어 백신 의존도를 높일 생각 하지 않았다"는 수준의 언급을 한 사실이 확인된다. 받아들일 여지는 해석에 따라 다르겠지만 뉴스톱은 '오판을 인정했다고 들릴 만한 언급'이라고 판단한다. 

 

④ 정부가 말하고 싶었던 것- "치료제·백신 곧 온다"

정 총리는 KBS 방송에서 "필요한 (백신)양을 제때 구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었죠. 그래서 필요한 양을 제때 구했다"고 언급했다. 이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4400만명 분의 백신을 확보했고 내년 2~3월부터 접종이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것이 충분한 대응이라는 입장이다.

코로나19 백신과 관련된 정부의 전략은 "국내에서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해외에서 충분히 검증된 치료제‧백신을 도입해서 사용하는 것"이었다. 

정부는 현재 속도를 높이고 있는 국산 치료제에 기대를 걸고 있었던 정황이 뚜렷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수도권 방역상황 긴급 점검 회의에서 "드디어 백신과 치료제로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언급했다. 백신도 4400만명분 확보했고, 치료제는 연말 또는 연초에 출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니 상황이 비관적이지 않다는 게 요지다. 

 

드디어 백신과 치료제로 긴 터널의 끝이 보입니다. 정부는 4,400만 명분의 백신 물량을 확보했고, 내년 2~3월이면 초기물량이 들어와 접종을 시작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백신 4,400만 명분은 우리 국민의 집단면역에 충분한 양입니다. 하지만 백신이 매우 긴급하게 개발되었기 때문에 돌발적인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안심하기 이릅니다. 백신 물량을 추가 확보하여 여유분을 가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주기 바랍니다. 재정적인 부담이 추가되더라도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주기 바랍니다.

 

백신 접종은 안전성이 충분히 확인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백신이 들어올 때까지 외국에서 많은 접종 사례들이 축적될 것입니다. 그 효과와 부작용 등을 충분히 모니터링하여, 우리나라에 백신이 들어오는 대로 신속히 접종이 시작될 수 있도록 접종계획을 앞당겨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백신의 종류와 가격, 도입 시기 등이 차이가 있기 때문에, 우선순위에 따라 가급적 많은 국민들이 백신을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으로 공평하게 접종할 수 있도록 접종계획을 잘 세워 주기 바랍니다.

 

치료제 개발은 더 희망적입니다. 국내 기업들의 치료제 개발에 빠른 진전이 있어 이르면 올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가시적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계획대로 차질없이 진행될 경우 우리는 백신 이전에 치료제부터 먼저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치료제 개발에서 선도국가가 될 수 있고, 빠른 상용화도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치료제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하루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분명히 터널의 끝이 보이고 있지만, 오늘 발표된 하루 확진자 수는 686명으로 2월 말 이후 최다이며 역대 두 번째를 기록했습니다. 이 숫자가 더 늘지 않도록, 또한 거리두기 단계를 더 높이지 않고 상황을 진정시켜 나갈 수 있도록 정부와 특히 수도권 지자체가 합심하여 총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공교롭게도 문 대통령 발언 이후 코로나19 확진자는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발언 3일 이후부터 확진자가 950명으로 치솟은 뒤 1000명 선을 넘나들고 있다. 정부는 K-방역의 핵심인 3T(진단-추적-치료)로 확산세를 저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수치 상으로는 먹혀들지 않고 있다. 여기에 미국, 유럽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되기 시작하면서 강한 비판 여론이 형성된 것이다.

출처: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출처: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만일 확산세가 사그라지고 일일 확진자 수가 적정선에서 유지됐다면 지금의 '백신 오판론'도 힘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백신과 관련한 정부의 정책은 달라진 게 없다. 정부는 정 총리 발언처럼 지금 수준의 물량과 도입 속도에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 집단의 의견은 엇갈리긴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통제 가능한 범위 이내라는 전제 조건 아래에서 "먼저 접종한 나라들을 보고 나서 접종을 추진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보수 정당과 보수 매체들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1000명 이상 늘어나는 현 상황을 정부의 방역 실패로 규정한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시작된 백신 접종을 바라보며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냐며 무능한 정부로 몰아세운다.

확실한 건 정부는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손놓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4400만명 분의 백신을 확보했고, 2~3월 접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겨울철 대확산은 이미 여러 경로로 예고된 상태였지만 이에 대한 대비가 확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 15일자 보도에 따르면, 인구 대비 한국의 코로나 백신 사전주문은 선진국(고소득 국가) 증에 12번째에 위치해 있다. 한국은 스위스, 대만, 쿠웨이트, 이탈리아와 비슷한 수준으로 백신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빨리, 그리고 많이 코로나 백신을 확보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국가들과 비교할 때 엄청 뒤쳐진 것도 아니다. 

뉴욕타임스 With First Dibs on Vaccines, Rich Countries Have ‘Cleared the Shelves’ 기사 중 코로나 백신 확보 상황 그래프.
뉴욕타임스 With First Dibs on Vaccines, Rich Countries Have ‘Cleared the Shelves’ 기사 중 코로나 백신 확보 상황 그래프.

 

확진 후 자택 대기 중에 숨진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의료체계의 대응 능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선제적으로 대응능력을 늘려놓지 못한 책임은 분명 정부에게 있다. 의료 체계에 숨통을 틔워 줄 국산 치료제 도입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 것이라면 예측에 실패한 잘못도 정부에 있다. 

정부는 민생에 대한 무한책임을 진다. 더구나 '생명을 살리는 정부'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에겐 더 엄격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총리가 코로나19 백신 정책과정을 설명하며 아쉬운 점이 있었다고 양해를 구하는 와중에 구구절절 설명자료나 내는 것은 성난 민심을 달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백마디 말보다 진심이 담긴 정책, 한계에 봉착한 국민과 의료진들이 한숨 돌릴 수 있도록 해주는 정책 집행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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