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무관중일 때 홈어드밴티지는 얼마나 줄어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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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무관중일 때 홈어드밴티지는 얼마나 줄어드나
  • 최민규
  • 승인 2020.12.2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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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규의 스포츠체크] 팬데믹 상황 유럽 8개 축구리그 원정팀 성적 변화 추적

잉글랜드 프로축구 1부리그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유나이티드는 올해 크리스마스 전까지 특이한 기록 행진을 했다.

맨유는 12월 26일 레스터시티 원정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 경기 전까지 리그 원정 6전 전승을 달렸다. 리그컵인 카라바오컵 경기까지 포함하면 8전 전승. 챔피언스리그 원정에선 터키의 이스탄불 바샥셰히르와 독일의 라이프치히에 한 번씩 패했다. 하지만 잉글랜드에 열린 원정 경기에선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부터 계산하면 프리미어리그에서만 원정 10연승이다. 2008년 첼시와 2017년 맨체스터시티가 세운 11연승에 1승이 모자랐다. 반면 홈에선 2승 2무 3패로 부진하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유나이티드(맨유)가 6월 24일 무관중으로 치러진 홈경기에서 관중석을 팬들의 사진으로 채워넣었다. 출처: 맨유 트위터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유나이티드(맨유)가 6월 24일 무관중으로 치러진 홈경기에서 관중석을 팬들의 사진으로 채워넣었다. 출처: 맨유 트위터

 

맨유뿐만이 아니다. 레스터시티는 원정에서 6승 1패지만 홈에선 3승 4패로 부진하다. 중위권의 아스톤 빌라는 원정에서 5승 1패로 시즌 승점의 68%를 원정에서 따냈다.

축구에서 홈 팀이 유리하다는 건 상식이다. 베팅 배당률을 산정하는 오즈메이커들도 중요하게 취급하는 변수가 홈/원정이다. 같은 팀끼리의 맞대결에서도 홈 팀에 더 낮은 배당률을 책정한다.

축구는 타 종목에 비해 홈 어드밴티지가 강한 경기기도 하다. 팀 승률이 원정보다 홈에서 더 높게 나타나는 경향은 야구보다 훨씬 강력하다. 경제학자 토비아스 모스코비츠와 스포츠 저널리스트 존 베르트하임은 2012년 스포츠를 통계적으로 해석한 <스코어캐스트>라는 책을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9년 기간까지 유럽 축구의 홈팀 승률은 61.9%, 아시아/아프리카(2005-2009년)는 60.0%로 나타났다. 미국 프로축구 MLS(2002-2009년)의 경우 69.1%에 달했다. 반면 야구의 메이저리그는 54.1%, 일본프로야구(NPB)는 53.3%였다.

홈 어드밴티지가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과거부터 여러 설명이 있어왔다. <스코어캐스트>의 저자들은 “심판이 관중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의 바탕은 심리학의 ‘동조 이론(conformity theory)’이다. 집단의 압력이 개인의 태도와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변화시킨다는 이론이다. 스포츠 경기에서 ‘집단’은 곧 ‘홈 관중’과 등치된다.

가령 야구에서 볼카운트 3-2는 중요한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메이저리그 홈 팀 타자는 원정 팀 타자에 비해 5% 많은 볼넷과 5% 적은 삼진을 기록했다. 스페인 라리가에서 홈 팀이 근소하게 뒤졌을 때 추가시간은 평균 4분이 주어졌다. 반면 홈 팀이 근소하게 앞섰을 때는 절반인 2분으로 줄어들었다. 옐로카드와 레드카드를 받을 확률은 거의 모든 리그와 시즌에서 원정 팀 선수가 높았다. 홈 팀에게 유리한 심판 판정이 지속적으로 관찰됐다. 야구에 비해 축구에서 홈 어드밴티지가 강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판정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올시즌 세계 스포츠에는 전례없는 변화가 생겼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다수 리그는 무관중 경기를 치르거나 제한된 관중만을 입장시키고 있다. 심판의 무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집단’이 사라진 것이다.

축구 통계사이트 트란스페르마르크트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8/19시즌 라리가 총 관중은 1029만5016명이었다. 올시즌엔 전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프리미어리그는 두 시즌 전 유럽 최다인 관중 1451만1485명을 유치했다. 올시즌엔 단 2만 명이다. 사정이 조금 나은 프랑스 리그앙의 올시즌 총 관중은 24만5767명이었다. 2018/19시즌엔 866만5265명이었다.

홈 관중이 사라진 구장에서 홈 어드밴티지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홈 어드밴티지가 약화됐다면 맨유나 레스터, 에버턴 뿐 아니라 리그 전체적으로 원정팀이 선전할 가능성이 높아졌을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12월 25일 현재 유럽 8개 리그의 팬데믹 전후 시즌 원정팀 성적 변화를 추적했다. 리그 선정은 유럽축구연맹(UEFA)의 리그 순위를 기준으로 했다. 결과는 다음 표와 같다.

◇코로나19 전후 유럽 주요국 축구 1부 리그 원정팀 승률 변화(2020년 12월 25일 현재)

1부 리그

2018/19시즌

2020/21시즌

증감

원정W%

원정P%

원정W%

원정P%

원정W%

원정P%

스페인

26.8%

36.5%

30.3%

40.5%

3.5%

4.0%

잉글랜드

33.7%

39.9%

40.9%

48.2%

7.2%

8.3%

이탈리아

27.9%

37.4%

37.0%

46.4%

9.1%

9.0%

독일

31.0%

39.0%

35.0%

46.2%

4.0%

7.25%

프랑스

27.9%

37.5%

36.9%

44.8%

9.0%

7.3%

포르투갈

33.0%

39.8%

30.0%

38.9%

-3.0%

-0.9%

러시아

27.9%

37.6%

28.9%

36.8%

1.0%

-0.8%

네덜란드

30.1%

36.6%

32.8%

41.9%

2.7%

5.3%

*원정W%(원정팀 승률)=원정승/경기수, 원정P%(원정팀 승점 비율)=원정팀 승점/경기수*3

*원 데이터 출처=후스코어드닷컴

 

 

 

 

 

팬데믹 이전인 2018/19시즌 프리미어리그의 원정 승률은 33.7%였다. 축구는 무승부가 있는 경기인 만큼 승률 외에 승점(승리=3포인트, 무승부=1포인트, 패배=0포인트) 비율도 함께 따졌다. 원정팀의 승점 비율은 39.9%로 나타났다. 반면 올시즌에는 승률 40.9%, 승점비율 48.2%였다. 각각 7.2%P, 8.3%P 올라갔다.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인 리그는 이탈리아의 세리에A다. 같은 기간 비교에서 원정 승률은 9.1%, 승점 비율은 9.0% 상승했다. 리그앙(9.0%P/7.3%P), 분데스리가(4.0%P/7.25P), 라리가(3.5%P/4.0%P)까지 유럽에서 가장 수준이 높다고 평가되는 ‘5대 리그’에서 홈 어드밴티지의 약화는 예외 없이 나타났다.

그 아래로 평가되는 리그 중 포르투갈의 프리메이라리가와 러시아의 프리미어리그에선 이런 경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프리메이라리가는 원정팀 승률과 승점 비율이 각각 3.0%P, 0.9%P 감소했다. 러시아에선 승률은 1.0%P 상승했지만 승점 비율은 0.8%P 떨어졌다. 하지만 러시아 프리미어리그는 타 리그와는 달리 적극적인 관중 제한 정책을 취하지 않았다. 올시즌 평균 관중은 7049명으로 2018/19시즌(1만6806명)의 41.9%다. 러시아를 제외하면 7개 리그에서 홈 어드밴티지 약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홈 어드밴티지의 약화에는 또다른 설명도 가능할 것이다. 축구 선수들은 엄격한 방역 지침 아래에서 시즌을 치르고 있다. 임의로 숙소를 떠나 개인 시간을 누리는 등 행위는 징계 대상이다. 홈 경기보다는 원정에서 스트레스가 강할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홈 관중이 사라진 축구장에서 클럽들은 팬데믹 이전보다 더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코로나19는 이렇게 스포츠도 변화시키고 있다.

최민규   didofidomk@naver.com  최근글보기
2000년부터 스포츠기자로 활동했다. 스포츠주간지 SPORTS2.0 창간 멤버였으며, 일간스포츠 야구팀장을 지냈다. <2007 프로야구 컴플리트가이드>, <프로야구 스카우팅리포트>(2011~2017), <한국프로야구 30년 레전드 올스타> 등을 공동집필했다. ‘야구는 평균이 지배하는 경기’라는 말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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