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원전은 탄소배출 하지 않는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1.04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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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이 시작됐다. 올해 예상되는 중요한 사회적 쟁점 중 하나는 에너지전환이다. 정부 여당은 탈석탄, 탈원전 중심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보수 정당, 보수 언론, 원전산학연은 이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라는 전통적인 방법론을 벗어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선 원전을 포기할 수 없다는 새로운 논리를 개발했다. 원자력발전은 온실가스를 거의 내뿜지 않는 청정 에너지라는 주장이 핵심이다.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출처: 서울경제
출처:<탄소중립에 가장 적합한 발전원은 원전....온실가스 배출량 LNG보다 50배 적어>(서울경제 2020.12.30)

◈원전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 거짓

탈원전 정책 반대 진영의 논리는 "원전은 발전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 에너지"라는 주장에 근거하고 있다. 2020년 10월 6일 한국원자력학회가 주최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략 포럼'에서 에너지 전문가들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에너지원인 태양광·풍력과 원전, 수소를 모두 활용한 에너지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과장된 주장이다. 원전은 핵연료의 분열 과정에서 생성되는 열을 이용하기 때문에 화석 연료를 태우는 석탄, 석유, 가스 발전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을 뿐이다. 발전과정에서 배출되는 수증기도 온실가스에 포함되고, 수시로 실시되는 정비 작업에서도 온실가스가 발생된다. 특히 발전소 건설준비 단계부터 폐기까지 이르는 전 과정을 아우르는 '전주기 온실가스 배출량 평가'를 해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서울경제는 12월 30일 '탄소중립에 가장 적합한 발전원은 원전...온실가스 배출량 LNG보다 50배 적어'란 기사를 발행했다. 윗쪽의 그래픽은 발전원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언급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되는 자료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현재 IAEA 홈페이지에선 검색되지 않는다. 비슷한 자료로는 IAEA가 2017년 2월 배포한 IAEA브리프에 실린 그래픽이 있다. (아래) 

출처: IAEA BRIEF(2017.02)
출처: IAEA BRIEF(2017.02)

이 자료는 발전소의 건설부터 폐기까지 발생되는 전주기 온실가스 배출량을 나타낸 것이다. 원전이 배출하는 전주기 온실가스량은 풍력, 수력과 함께 가장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0'은 아니다. '원전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IAEA는 원자력 발전에 가장 우호적인 국제기구중 하나다. 어느 자료를 인용하든 원자력 발전시 탄소가 일정정도 배출되는 것이 사실이며 탄소배출량은 수력이나 풍력과 비슷한 정도다. 

 

◈ 원전 건설-폐기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은 훨씬 많아

출처:
출처: 벤자민 소바쿨 논문

영국 서섹스 대학교 벤자민 소바쿨 교수가 2008년 펴낸 논문에 따르면 원전의 전주기 온실가스 배출량은 66g/kWh 이다. 태양광(32)보다 2배 이상 많고 풍력(9.5)보다는 7배 정도 많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 마크 제이콥슨 교수는 저서 '100% Clean, Renewable Energy and Storage for Everything'에서 "원전은 건설부터 운영, 그리고 폐기 과정에서 약 78~178CO2eq/kWh의 온실가스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또 원전은 건설하고 운영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19년으로 매우 길어, 이 기간 동안 재생에너지와 같은 다른 발전원을 통해 온실가스를 저감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

올해 네이처 에너지에 발표된 영국 서섹스대와 독일 국제경영대학원(ISM)의 연구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발전 증가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원전에 비해 7배나 강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을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원전보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국내 연구들은 원전의 탄소배출을 어떻게 평가했나

2018년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진태영‧김진수 교수가 발표한 논문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중 어느 것이 탄소 배출 저감에 더 효과적인가 – 패널 데이터 분석(What is better for mitigating carbon emissions – Renewable energy or nuclear energy? A panel data analysis)>은 1990~2014년 원자력 발전을 해온 30개국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원자력은 재생에너지와 달리 탄소 저감에 기여하지 않으며, 따라서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서는 원전이 아닌 재생에너지의 개발과 확장이 필수적” 이라는 결론을 냈다.

지난해 9월에는 여시재에 김대경 전 아시아개발은행(ADB) 선임에너지 전문가가 <탈원전 논쟁, 제대로 이해하면 필요없다>라는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그는 에너지 부문의 기후변화 대응책은 탈탄소와 분산화 두 가지이며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①원전은 저탄소 기술이지만 기후변화 대응 기술 및 녹색 기술이 아니며, ②원전이 기술혁신으로 기후변화 대응 기술 및 녹색 기술로 변환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분산화와 맞물린 사회적 수용성 및 경제성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기술이 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따라서 “의미 없는 탈원전 논쟁에 시간을 허비할 것이 아니라” 하루 빨리 ①녹색기술에 대한 정의가 필요(사회적 합의)하며 ②에너지전환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하고(분산화 일정), ③원전 산업의 출구를 마련해야 한다(로드맵에 따른 단계별 출구 전략)고 권고했다.

종합하면 원전이 화력발전보다 탄소를 덜 배출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원전의 탄소배출이 제로(0)가 아니며 특히 10여년 걸리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과정, 그리고 수명이 다한 원전의 폐기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량은 간과되고 있다. 탈원전 정책은 원전이 위험하고 지속가능하지 않은 에너지원이라는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인류는 여태껏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처리방식을 결정하지 못했다.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가 난 지 10년이 다 됐지만 여전히 폭발한 원자로의 핵연료 잔재물에 접근하지도 못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또다른 위협인 원전사고 위험을 떠안고 가야하느냐는 논쟁도 지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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