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의 와이번스 인수...26년 만에 프로야구 구단 '가격'이 올라갔다

  • 기자명 최민규
  • 기사승인 2021.01.29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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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신세계그룹 산하 유통기업인 이마트는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인수를 공식 발표했다.

이날 체결된 양해각서에 따르면 이마트는 구단 주식 100%를 1000억원에 인수한다. 이와는 별도로 인천 강화군의 2군 훈련장인 SK 퓨처스파크 토지와 건물을 352억8000만원에 인수한다.

프로야구 기존 구단의 인수 사례는 2001년 시즌 도중 기아자동차(이하 KIA)가 해태 타이거즈를 인수한 뒤 처음이다. 2000년 프로야구에 뛰어든 SK는 기존 쌍방울 레이더스 선수단을 모태로 했지만 형식은 인수가 아닌 창단이었다.

SK 그룹은 인구가 적은 쌍방울의 전북 연고지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침 현대 유니콘스가 인천, 경기, 강원 지역에서 연고지를 서울로 옮기려 했다. 그래서 KBO는 현대가 서울로 옮기는 대신 SK는 창단 가입금 250억원의 30%를 현대에 연고지 인수금으로 지불하는 것으로 정리를 했다.

이 돈에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현대가 뒤이은 모기업 경영난으로 서울 입성을 포기하고 SK에게 연고권을 내준 수원에 더부살이를 했기 때문이다. 돈을 ‘떼인’ 셈이 된 SK와는 분쟁이 발생했다. 결국 2009년 히어로즈의 가입금 가운데 20억원을 ‘연고지 분할 보상금’으로 받는 것으로 정리됐다.

형식은 ‘창단’이었지만 SK는 사실상 쌍방울을 인수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250억원은 쌍방울이라는 구단에 매겨진 가격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은행의 GDP 디플레이터 지표로 환산한 2019년 현재 가치로는 약 360억원이다.

 

◆프로야구 역대 구단 인수/가입금(단위 억원)
구단 연도 양수/가입금 2019년 현재 가치
빙그레 1985 30 97
청보 1985 70 226
태평양 1987 50 162
LG 1990 130 306
쌍방울 1990 40 94
현대 1995 470 763
SK 2000 250 360
KIA 2001 210 292
히어로즈 2008 120 143
NC 2013 30 32
KT 2015 30 31
신세계 2021 1353 -
* 굵은 글씨는 기존 구단 인수, 혹은 실질적 인수 사례
* 2019년 현재가치는 한국은행의 GDP 디플레이터로 환산

 

햔국 프로야구는 1982년 6개 구단 체제로 출범했다. 1985년 제 7구단 빙그레 이글스부터 확장이 시작됐다. 이해 청보그룹이 삼미 슈퍼스타스를 인수하며 최초의 구단 인수 사례가 나타났다. 신규 구단은 프랜차이스 권리금 격인 가입금을 KBO에 납부한다. 인수의 경우 처음에는 기존 구단 모기업에 인수 대금만 지불하면 됐다. 그러다 1999년 7월 KBO규약 개정으로 가입금도 부과했다. 

청보의 삼미 구단 인수 금액은 70억원이었다. 2019년 현재 가치로는 226억원이다. 하지만 2년 뒤 태평양그룹이 청보를 인수했을 때는 50억원(162억원, 이하 괄호 안은 2019년 현재 가치)으로 축소됐다. 1990년에는 문화방송이 사내 사업부로 운영하던 MBC 청룡 구단이 LG 그룹에 넘긴다. 인수금액은 130억원(306억원)으로 기록을 새로 썼다. 그리고 1995년 오랫동안 프로야구 참가를 희망하던 현대그룹이 정주영 명예회장의 지시로 태평양 돌핀스 구단을 인수해 현대 유니콘스를 창단한다. 인수 금액은 470억원. 2019년 현재 가치로 763억원이었다.

현대의 태평양 인수 금액은 이후 25년 동안 깨지지 않았다. SK가 쌍방울 구단과 옛 현대의 연고지를 가져오면서 KBO에 가입금 명목으로 지불한 금액은 1995년 당시의 53.2%에 불과했다. 물가를 고려해 2019년 가치로 환산하면 47.2%다. 이듬해 KIA가 프로야구 최다 우승에 빛나는 명문 해태를 인수했을 때는 210억원이라는 인수 금액이 매겨졌다. 구단 인수대금 180억원에 가입금 30억을 더한 금액이다. 현대의 태평양 인수 금액에 절대액 기준 44.7%, 물가를 반영하면 38.3%에 그친 금액이었다.

프로야구단의 가치가 가장 떨어졌을 때는 2008년이었다. 이장석씨가 대표를 맡은 센테니얼인테스트먼트라는 페이퍼컴퍼니는 한국시리즈 4회 우승에 빛나는 현대 유니콘스 선수단을 KBO 가입금 120억원이라는 헐값에 사실상 인수했다. 13년 전 현대가 태평양 구단을 사들였을 때에 비해 절대 금액으로 25.5%, 2019년 가치론 18.7%에 불과한 금액이었다.

당시 거래에 참여했던 이들이 특별히 유능하거나, 무능해서는 아니었다. 그만큼 프로야구단의 가치가 떨어졌다. 2008년 현대 유니콘스가 모기업 재정난으로 경영난을 겪을 때 하일성 당시 KBO 사무총장은 “거저 가져가래도 가져갈 구단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마트의 와이번스 구단 인수는 프로야구 사상 최고액 구단 매각 기록이 26년 만에 깨졌다는 의미가 있다. 절대 금액으론 2.88배, 물가를 고려해 조정해도 1.77배에 이른다.

이마트가 프로야구단을 어떻게 운영할지는 아직 베일에 싸여있다. 대다수 한국 프로야구단은 모기업, 또는 그룹계열사와의 ‘우호적 거래’ 없이는 사실상 생존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벌써부터 ‘무모한 투자’라는 지적도 나온다. SK 구단의 모기업은 SK 텔레콤이다. SK 텔레콤을 비롯한 이동통신 3사는 지난 2019년 2월 KBO와 5년 1100억원 규모의 뉴미디어 중계권 계약을 했다. 5G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프로야구 중계로 컨텐츠와 수익원을 확보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통신사들에서 프로야구 콘텐츠에 대한 평가는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 텔레콤의 구단 매각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마트 최대주주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SK 인수 이전에도 프로야구단 운영에 관심을 드러냈다. 두산 그룹에선 부인하고 있지만 두산 베이스 인수에도 관심을 가졌다. KBO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2013년 제9구단 창단 당시에도 프로야구 참가에 대해 야구계 원로 인사에게 자문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세계의 와이번스 인수가 프로야구 경영에 새 바람을 일으킬지, 오너의 잘못된 결정으로 이어질지는 지금으로선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유통업체인 신세계는 비소비재 기업에 비해 야구단 경영으로 효과를 누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일단 긍정적이다. 일본과 대만 프로야구는 유통, 철도, 숙박, 언론 등 소비재를 생산하는 기업을 모태로 출범했다. 인기를 먹고사는 프로야구와 친화도가 높은 기업들이다. 한국에서도 프로 이전 실업야구가 맥주, 화장품, 제과 등 소비재 기업들이 운영에 뛰어들었다. 이제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재벌들의 ‘투자’로 성장한 한국식 프로야구 모델은 단시일 안에 외형과 경쟁력을 갖추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프로야구단이 ‘돈을 벌 필요가 없는 회사’가 돼버린 부작용도 함께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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