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정부 담뱃값 인상 추진했나 안했나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1.29 17:4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의 담뱃값 인상 계획을 둘러싸고 거대한 혼선이 빚어졌다. 보건복지부는 담뱃값을 올리겠다고 발표한 뒤 파장이 커지자 스스로 담뱃값 인상은 없다며 자기부정에 빠졌다. 야당은 '눈치도 없는 정부'라고 비난을 퍼부었고, 국무총리는 "담뱃값 인상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뉴스톱은 "담뱃값 인상은 없다"는 정부의 해명을 팩트체크한다.

 

◈27일, 복지부 5차 국민건강증진 종합계획 브리핑

복지부는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5차 국민건강증진 종합계획에 대해 브리핑했다. 복지부가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담뱃값 인상에 대해 명확히 언급한 내용이 들어있다.

출처: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출처: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자료엔 "WHO가 발표한 OECD 평균 담뱃값 수준으로 건강증진부담금 인상, 광고없는 표준담뱃갑 도입 등 가격·비가격 규제 강화"라는 내용이 명기돼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담뱃값 평균은 7.36 달러라는 친절한 설명도 곁들였다.

 

◈언론 매체 "담뱃값 인상" 보도 양산

이를 바탕으로 많은 매체들이 기사를 쏟아냈다. 대부분 담뱃값 인상을 제목으로 뽑았다. 

출처: 포털사이트 다음 기사 검색 화면
출처: 포털사이트 다음 기사 검색 화면

이어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 등 야당의 공세가 거세졌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서민들은 코로나19로 먹고 살기 힘들어 죽겠는데 이 와중에 담뱃값과 술값마저 올린다고 하니 참 눈치도 없고 도리도 없는 정부"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복지부 "담뱃값 오르지 않는다"

비난 여론이 달아오르자 복지부에서 일차 해명을 내놨다. 이스란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KBS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와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 정부는 담뱃값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고요. 추진 계획은 없습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제가 어제 이거를 제5차 국민건강증진 종합계획을 발표했고요. 이제 하면서도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이 계획은 앞으로 10년간의 정부가 지향해야 할 건강정책을 발표한 건데요. 이 안에는 뭐 과제가 28개 과제가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자

◇주진우: 분명히 어제 발표할 때는 그런 이야기 안 했는데 기사가 그렇게 나왔다고요?

◆이스란: 구체적인 일정은 없다, 제가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주진우: 10년 내 OECD 평균 7달러, 담배 한 갑에 7달러 수준으로 올리겠다 이런 이야기도 없었습니까?

◆이스란: 아닙니다. 그거는 이제 종합계획 안에 방향성으로는 있어요.

◇주진우: 방향은 그런데 아직 올릴 계획은 없다, 이렇게 보면.

◆이스란: 없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이거는 10년 계획이잖아요.

10년 계획에는 포함돼 있지만 당장은 올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 국장은 "해외 사례 연구와 논의를 먼저 진행하겠다. 이렇게 말씀을 드렸는데 다 갑자기 인상한다고 나와서 어쩌지 하는 당황스러움이 있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복지부 브리핑 해당 내용

e-브리핑에 수록된 27일 브리핑 전문의 해당내용을 살펴보자. 

<질문> (사회자) 우선,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에서 보내준 사전질의부터 질문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사전질의입니다. 담배에 대한 건강증진부담금을 WHO 평균 수준으로 인상한다고 했습니다. 그 폭과 시기를 어느 정도로 검토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더불어, 부담금 인상 시 세금도 함께 오르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답변> (이스란 복지부 건강정책국장) 이 부분은 정확히 답변을 드려야 될 것 같은데요. 증진금을 WHO 평균 수준으로 인상하는 게 아니라요. 담뱃값을 현재 OECD 평균은 담뱃갑 하나당 7달러, 그런데 우리나라는 한 4달러 정도인데요. 담뱃값을 올리겠다, 이런 정책적 목표인 것이고요. 담뱃값 안에는 세금도 있고 증진부담금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 발표한 계획이 말씀드린 대로 10년간 계획이고요. 그 사이 안에는, 지금도 물론 국회에 증진부담금을 인상하는 법안이 상정되어 있듯이 10년 안에는 구체적으로 증진부담금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현재는 아주 구체적으로 언제, 얼마만큼 올릴지는 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앞으로 저희들이 10년 진행을 하면서, 또 상황들을 봐가면서 구체적인 시기와 부담 폭들을 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국장은 브리핑 질의 응답과정에서 담뱃값 인상은 장기적인 계획이며 구체적인 인상안은 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많은 언론들은 "10년 내 담뱃값 8000원으로 인상" 정도로 제목을 달았다. 


복지부는 5차 국민건강증진 종합계획에 대한 브리핑에서 장기적인 담뱃값 인상 계획을 밝혔다. 이에 많은 언론사들이 해당 내용을 보도했고, 담뱃값 인상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거세자 총리실에서 화급히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해명 내용은 "현재 담뱃값 인상 계획이 없다"는 게 골자다. 

뉴스톱 팩트체크 결과 복지부는 장기적으로 담뱃값을 인상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 내용이 당장 담뱃값이 오르는 것처럼 대중들에게 인식됐고 비난 여론이 일어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전에 펴낸 ‘대한민국이 묻는다-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 책에서 “(담뱃값을) 한꺼번에 인상한 건 서민경제로 보면 있을 수 없는 횡포”라며 “담뱃값은 물론 서민들에게 부담 주는 간접세는 내리고 직접세는 올려야 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상 살펴본 바를 토대로 뉴스톱은 "담뱃값 인상은 없다"는 정부의 해명을 절반의 사실로 판정한다. 당장 담뱃값을 올리지는 않겠지만 향후 10년 이내에 담뱃값 인상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