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북한 원전 추진 원조는 1995년 KEDO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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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북한 원전 추진 원조는 1995년 KEDO 프로젝트
  • 선정수 팩트체커
  • 승인 2021.02.0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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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부 삭제파일에서 나온 북한 원전 추진의 의미

북한 원전 건설 추진이 정쟁 이슈가 됐다. 야당이 '이적행위'라며 공세를 퍼부은 데 이어 청와대가 '법적대응'을 밝히며 대치 전선이 형성됐다.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삭제한 자료 중에 북한에 원전 건설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촉발됐다.

◈'Pohjois' 폴더에 담긴 것은?

출처: SBS 뉴스
산업부 공무원들이 삭제한 자료 중 북한 관련 자료 목록. 출처: SBS 뉴스

 

SBS는 지난 28일 검찰의 공소장을 공개했다.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관련 자료를 삭제했다가 구속기소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에 대한 내용이다. 이 공소장에는 산업부 공무원들이 삭제한 자료 530건의 제목과 삭제일시, 복원 여부 등이 첨부돼 있다.

이 자료 중 17건은 'Pohjois'라는 이름의 폴더에 저장돼 있었던 것이다. Pohjois는 북쪽이라는 뜻이 폴란드어 단어이다. 조선일보는 이를 두고 익명의 법조계 인사를 인용해 "북한 원전 건설 검토 사실을 숨기려 했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공소장에 적시된 파일 중에는 '북한지역 원전 건설 추진방안', '북한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단계적 협력 과제' 등이 들어있었다.

조선일보는 한 발 더 나아가 "산업부 공무원들이 2018년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직후 북한 원전 건설과 관련한 문건들을 작성했다"며 "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원전 건설 지원 관련 제안을 했기 때문에 산업부가 후속 조치로서 대북 원전 지원 방안을 검토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출처: 국민의힘 홈페이지
출처: 국민의힘 홈페이지

 

◈김종인 "이적 행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9일 입장문을 내고 강한 어조로 문제를 제기했다. 김 위원장은 입장문에서 "문재인 정부가 대한민국 원전을 폐쇄하고 북한에 극비리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며 "원전 게이트를 넘어 정권의 운명을 흔들 수 있는 충격적인 이적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공개자료를 보면 정권이 국내 원전을 불법으로 폐쇄하고 북한에 원전 건설을 지원하는 이중적 행태로 명백한 이적행위라고 볼 수 밖에 없다"며 "검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관련 내용을 보면 가히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라고 하면서 "그동안 청와대, 정부·여당이 원전 조기폐쇄 감사원 감사와 검찰조사를 막기 위해 집요하게 방해해왔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SBS 보도로 공개된 공소장의 정보는 삭제된 파일 명에 불과하다. 국민의힘이 내세우는 더 이상의 근거는 없다.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보도 해명자료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보도 해명자료

 

◈산업부, "북한 원전 추진 사실 아냐"

논란이 커지자 산업통상자원부는 31일 공식 입장을 발표해 "북한에 원전 건설을 극비리에 추진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산업부는 문건의 작성 배경에 대해 "2018년 4월27일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한 이후, 향후 남북 경협이 활성화될 경우를 대비하여 산업부 각 부서별로 다양한 실무 정책 아이디어를 검토한 바 있고, 북한 원전 관련 문서의 경우도 에너지 분야 협력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산업부 내부 자료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북한지역 원전 건설 추진' 문건은 본문 4쪽, 참고자료 2쪽 등 총 6쪽 분량으로, 서문(序文)에 "동 보고서는 내부검토 자료이며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님"을 명시하고 있으며, 결문(結文)에서는 “북-미간 비핵화 조치 내용·수준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높아 구체적 추진방안 도출에 한계가 있으며, 향후 비핵화 조치가 구체화된 이후 추가검토 필요”라고 검토의 한계를 명시했다는 게 산업부의 입장이다.

산업부는 "문서의 내용은 북한 지역 뿐 아니라 남한 내 여타 지역을 입지로 검토하거나, 남한 내 지역에서 원전 건설 후 북으로 송전하는 방안을 언급하는 등 그야말로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아이디어 차원의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문건은 추가적인 검토나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이 그대로 종결됐다는 게 산업부 입장이다.

 

◈본질은? 선거 앞 둔 국민의힘 북풍 공세

현 시점에서 상황을 판단한다면 정부의 해명에 더 무게감이 쏠린다. 국민의힘은 '북한지역 원전 건설 추진 방안'이라는 파일명을 근거로 '이적행위'까지 거론했다. 공소장에 포함된 이 파일명 이외에는 정부가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는 것을 입증할 어떤 근거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산업부 내부에서 '검토된 아이디어'라고 해명한다. 통일부 등 관련부처는 북한 지역 원전 건설이 전혀 추진된 바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대한민국 원전을 폐쇄하고 북한에 극비리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고 비난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 정책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던 국민의힘 입장에선 탈원전 정책과 북한을 엮어 공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은 셈이다.

그렇지만 근거가 너무나도 빈약하다. 국민의힘은 국회 국정조사와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지만 지자체장 보궐선거를 앞둔 정치공세로 판단된다.

 

◈기억하나 KEDO?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국민의힘의 주장이 견강부회라고 지적한다. 이 위원은 "북한에 핵발전소를 지어주는 프로젝트인 KEDO가 만들어진 것이 1995년, 김영삼 정부 때의 일"이라며 "결국 계획은 중단되었지만, 북한에 핵발전소를 실제 지었던 정부의 후신인 '국민의 힘'에서 '이적행위' 운운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프로젝트는 미국과 북한 간 체결된 제네바 기본합의(‘94.10.21)에 따라,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흑연감속형 원자로 2기를 동결하는 대가로 미국이 제공하기로 한 1000MWe급 경수로 2기를 건설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 컨소시엄이다.

1997년 8월 사업 착공 이후 사업이 중단되기 전인 2003년 11월 말까지 경수로 사업은 시공 21.6%, 종합설계 62.3%, 각종 기자재 제작·구매 43.2% 등 약 34.5%의 진척도를 보였다. 2002년 2차 북한 핵위기가 불거진 후 결과적으로 사업이 유야무야됐지만 국제사회는 북한에 실제로 원전을 지어주는 프로그램을 이미 진행한 경험이 있다. 그 결정을 내린 한국측 당사자가 김영삼 정부인 것이다.

 

◈탈원전에 쌍심지 켜는 국민의힘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가 1년 가까이 담벼락 같은 문재인 정권을 향해 외치고 또 외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제발 탈원전 정책만은 중단해 달라. 이건 대한민국에 대한 자해행위다.’"라고 적었다.

국민의힘 측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인식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주 원내대표는 "한 손에 핵무기를 잔뜩 움켜쥔 김정은의 다른 손에 플루토늄을 양산할 수 있는 원자력발전소를 쥐어 주려고 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리의 핵능력은 완전 철폐하면서, 북한 원전 지원에 나서겠다는 게 이적행위가 아니면 무엇이 이적행위입니까?"라고 묻는다.

주 원내대표는 탈원전 정책을 "우리의 핵능력을 완전 철폐하는 행위"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정부는 원전산업 생태계의 연착륙을 위해 한국형 원전의 해외 수주를 지원하고 있다. 소형 원자로 개발 등 원전 기술 개발 예산도 끊이지 않고 지원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탈원전을 주장하는 문재인 정부가 왜 북한에(또는 해외에) 원전 수출을 지속하고 있냐"는 물음은 국민의힘이 아닌 탈핵 운동 진영에서나 나올 법한 질문이다.

국민의힘의 에너지 정책은 무엇인가? 당 홈페이지를 통해 검색되는 것은 거의 없다. 스스로 에너지 정책을 정립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선거 공약을 통해 간간이 노출되는 에너지 정책에 대한 인식을 살펴볼 수는 있다.

출처: 국민의힘 21대 총선 중앙공약
출처: 국민의힘 21대 총선 중앙공약

'값싼 전기를 마음껏 쓸 수 있도록 한다'가 목표이고 그 첫번째 해결 방안은 '원전 가동률을 높이는 것'이다. 2011년 지진해일로 인해 폭발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은 사고 후 10년이 다가오는 데도 핵연료 잔재물을 끄집어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인류는 아직까지 사용후 핵연료의 처분 방법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난에 앞서 이런 문제들에 대한 입장을 제시하기를 바란다.

 

선정수   su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3년 국민일보 입사후 여러 부서에서 일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 이달의 좋은 기사상', 서울 언론인클럽 '서울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야생동물을 사랑해 생물분류기사 국가자격증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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