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구글 영문 검색하면 김치의 기원은 중국?

  • 기자명 이나라 기자
  • 기사승인 2021.02.0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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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구글이 김치의 원조를 중국이라고 왜곡하고 있다”는 논란이 거세다. 구글 검색창에 ‘origin of kimchi’(김치의 기원)라고 검색하면, ‘CHINA’라는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에선 김치가 중국 음식이라는 왜곡된 주장이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검색 서비스인 구글마저 왜곡된 주장에 힘을 싣고 있는 것일까? <뉴스톱>이 팩트체크 했다.


우리나라에서 한국어 설정으로 'origin of kimchi'를 검색한 결과
우리나라에서 한국어 설정으로 'origin of kimchi'를 검색한 결과

구글 검색창에 ‘origin of kimchi’라고 검색했을 때 나오는 결과다. 논란과 달리, ‘Korean’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영어 설정으로 'origin of kimchi'를 검색한 결과
우리나라에서 영어 설정으로 'origin of kimchi'를 검색한 결과

그러나 검색 언어 설정을 영어로 바꾸고 ‘origin of kimchi’라고 검색하면 결과는 달라진다. ‘Kimchi/Place of origin’의 결과가 ‘China’라고 나오는 것이다.

한국어와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검색했을 경우는 어떤 결과가 나올까.

우리나라에서 중국어와 일본어 설정으로 'origin of kimchi'를 검색한 결과
우리나라에서 중국어와 일본어 설정으로 'origin of kimchi'를 검색한 결과

중국어와 일본어로 언어를 설정하고 같은 검색어를 검색한 결과, 두 경우 모두 김치의 기원이 한국이라고 검색된다. 

그렇다면 외국에서 해당 검색어를 검색한 경우는 어떨까. 현재 중국에서는 공식적으로 구글을 이용할 수 없다. 중국인들은 '구글 홍콩'(google.com.hk)'으로 우회해 구글 검색을 이용한다고 한다. 이 사이트로 검색한 결과, 홍콩 구글에서도 ‘Korea’라는 결과가 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일본과 미국에 머무르고 있는 현지인에게 부탁해 일본·미국 구글로 검색한 결과 역시 김치의 기원은 한국으로 나왔다.

순서대로 우회사이트를 통한 중국 구글에서/일본 현지에서/미국 현지에서 'origin of kimchi'를 검색한 결과
순서대로 우회사이트를 통한 중국 구글에서/일본 현지에서/미국 현지에서 'origin of kimchi'를 검색한 결과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언어를 영어로 설정해 검색한 경우에만 ‘China’라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같은 검색어에 대해 언어 별로 다른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빅데이터 분석 전문기업인 링크브릭스 지윤성 대표는 "언어권별로 관심도가 다르기 때문에 검색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의 관심도에 따라 다른 결과값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번 사건처럼 사실과 다른 내용이 검색 결과로 나오면, 해당 언어권 사람들은 왜곡된 내용을 진실로 오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는 이번 논란에 대해 “구글의 김치 왜곡은 한국의 김치를 빼앗으려는 중국의 맹목적 국수주의와 중화 민족주의가 중국에만 그치지 않고 세계적인 포탈 사이트인 구글을 지렛대로 삼아 전 세계로 확장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며 “15억 중국인이 전 세계에 잘못된 내용을 알려나가면 잘못된 내용이 진실로 둔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크는 구글에 항의 서한을 보내고, 세계 최대 청원사이트 '체인지닷오아르지'(www.change.org)에 청원을 올렸다고 밝혔다.

논란이 일자 구글은 영어로 설정된 상태에서도 'origin of kimchi'를 검색하면 'Korea'라는 결과가 나오도록 검색 결과를 수정했다. 구글코리아의 국내 홍보 대행사는 <뉴스톱>에 "구글 지식 패널 정보에 나타나는 검색 결과는 웹 상에서의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동 생성되며, 이 과정에서 복수의 출처로부터 검증 과정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며 "하지만 간혹 사실과 다른 내용이 반영되는 경우가 있으며, 이번의 경우 서둘러 수정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구글 지식 패널 서비스 오류라는 뜻이다. 


정리하자면, 이번 구글 김치 기원 논란은 구글의 지식 패널 서비스 오류인 것으로 판단된다. 구글의 검색 결과는 언어권별 관심도와 웹 상 정보를 통해 만들어지는데, 검증 과정의 문제로 언어가 영어로 설정된 상태에서 '김치의 기원은 중국'이라는 왜곡된 주장이 검색 결과로 표출된 것이다. 중국어를 포함한 다른 언어 설정으로 검색하거나, 다른 국가에서 검색한 경우는 김치의 기원이 한국이라는 올바른 정보가 표기됐다. 현재는 모든 설정 검색 결과가 한국으로 나오도록 수정된 상태다.

반크는 "중국의 맹목적 국수주의와 중화 민족주의가 중국에만 그치지 않고 세계적인 포탈 사이트인 구글을 지렛대로 삼아 전 세계로 확장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지만 우리나라에서 기본 언어를 영어로 설정했을때에만 일어난 오류라 중국인 또는 중국 세력이 개입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은 한복, 김치 등 한국의 고유 문화를 자신들의 것이라 우기는, 이른바 '동북공정'을 통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구글은 2020년 기준 전 세계 검색엔진점유율이 92.54%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검색 서비스다. 시스템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다 확실한 검증을 거쳐, 정확한 사실을 제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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