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건보재정 투입된 코로나19 백신, 무료접종 아니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2.1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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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코로나19 백신 접종비에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려는 정부에 대해 "전국민 무료접종은 가짜뉴스인가?"라고 물었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 전국민 무료접종을 약속했는데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면 무료접종이 아니라는 것이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전국민 무료접종인지 아닌지 여부를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출처: 국민의힘 홈페이지
출처: 국민의힘 홈페이지

◈국민의힘 부대변인 "전 국민 무료접종 팩트체크 해야"

김재식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16일 논평을 통해 "전국민 무료접종이 가짜뉴스, 허위 조작정보인지 팩트체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비 70%인 3363억원을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세운데 따른 반응이다.

김 부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전 국민 무료접종'을 약속했고, 고민정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의 상당수 인사가 '코로나 백신 전 국민 무료접종'을 길거리 현수막으로 내걸었던 것, 국민들은 다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 고민정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및 정부는 국민들 앞에, '전 국민 무료 접종'이 가짜뉴스, 허위 조작정보인지부터 팩트체크 해서, 답변해 보라"고 밝혔다.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대통령 신년사+기자회견, "백신 무료접종, 국가재정과 건보재정으로 충당"

문재인 대통령은 1월11일 2021년 신년사를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다음 달이면 백신 접종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우선순위에 따라 순서대로 전 국민이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김 부대변인의 지적대로 문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전 국민에게 무료 접종을 약속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일주일 뒤인 1월18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힌다. 해당 부분 문답의 전문을 옮겨본다.

문준모(SBS) 기자 : (화상 연결) SBS 문준모 기자입니다. 정치·경제로 넘어가기 전에 꼭 드려야 할 질문 같은데 안 나온 것 같아서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백신 부작용 문제를 그냥 빼고 넘어갈 수가 없는데, 지금 외국에서 백신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부작용에 대한 책임보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외국 제약사들이 부작용 책임을 면제해 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에서 국내 보상제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느냐 이런 우려도 많고요. 보상대상으로 선정되기도 쉽지 않고, 보상 액수도 적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이런 이야기인데, 이러면 접종해야 되냐 말아야 되냐 국민 불안이 가중될 것 같습니다. 이런 불안은 어떻게 해소하실 건지, 또 관련해서 부작용에 대한 안전장치를 어떻게 마련하고 계신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 문 대통령 : 우선은 그 문제 때문에 방역 당국이 백신을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대단히 신중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처음으로 개발되는 백신이었고, 보통은 10년 이상, 빨라도 5년 이상 걸리는 그런 백신을 1년 이내 기간에 굉장히 패스트트랙으로 이렇게 개발한 것이어서 정부로서는 2차 임상시험 결과, 또 3상 임상시험 결과 이런 것들을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도입 대상을 판단하지 않을 수 없었고, 또 아까 말씀드린 바와 같이 여러 가지 위험을 분산하는 그런 식의 조치도 취했습니다. 
한 가지 말씀드리면 외국에서 백신 임시승인이 났다 해서 한국에서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의 식약처에서 우리 한국의 기준에 따라서 안전성을 다시 심사하고, 한국 식약처가 허가한 백신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접종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접종이 시행되는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국민들께서 안심하셔도 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또 한 가지 좋은 점은 이 백신의 접종에 있어서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 심지어 부작용 사례들까지도 우리가 외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접종 사례들을 보면서 한국은 충분히 분석할 수 있게 되었고, 또 그 점을 대비하면서 접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도 국민들께서 우리 한국의 백신 접종에 대해서 보다 신뢰해도 좋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모든 백신은 부작용이 일부 있습니다. 아주 가벼운 통증으로 그치는 경우부터 시작해서 보다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 한국 정부가 전적으로 부작용에 대해서 책임을 지게 됩니다. 그 부작용에 대해서 정부로부터 보호받지 않고 개인이 말하자면 피해를 그냥 일방적으로 입게 되는 일이 있지는 않을까 이런 염려는 전혀 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요약하자면 백신 접종은 무료입니다. 일반 의료기관에서 하게 되는 백신 접종조차도 접종비를 건보와 또 국가 재정이 분담함으로써 전부 무료로 접종하게 되고, 거기에 대해서 만에 하나 통상의 범위를 넘어서는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에 그에 대해서는 정부가 충분히 보상하게 된다는 점까지 이렇게, 말하자면 믿으시면서 안심하고 백신 접종에 임해 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1월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명확히 코로나19 백신 접종비를 건보와 국가 재정이 분담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왜 이번엔 건보 재정? - 기재부 난색

김 부대변인은 "지금까지 예방접종비용은 건강보험재정이 아닌 정부 일반회계나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증진기금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왜 이번에는 국민이 낸 건강보험재정을 헐어 내려 하는 것인가?"라고 묻는다.

1월12일자 서울신문 보도를 살펴보자.

코로나19 백신을 국민들에게 접종하는 데 드는 비용은 대략 2조원이다. 진찰료와 주사료, 의약품관리료 등 시행비를 계산하면 1인당 2만원 안팎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백신 구입비(8571억원)와 예방접종 실시를 위한 부대비용(380억원)은 올해 예비비로 편성돼 있다. 백신 구매를 위한 추가 비용은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확보할 예정이지만 현재까지 편성한 예산은 전 국민 무료접종을 하기엔 한참 모자란다. 정부 일각에서 건보재정 활용 언급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정부로서는 예비비를 사용하거나 국채 발행을 통해 비용을 조달하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건보재정으로 활용하면 기재부가 중시하는 재정건전성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비용 조달이 가능하다. 건보재정은 현재 국가재정제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제도는 국가예산으로 운영하지 않고 상호계약에 따라 가입자가 낸 보험료를 건보공단이 운영하는 사회보험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건보 가입자들이 낸 ‘조합비’를 백신 접종 비용으로 쓰게 되면 더이상 ‘무료접종’일 수 없게 된다.

이번 계획은 기획재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비용 전액을 국고로 부담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한 후에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뉴스톱과 통화에서 "전체 백신 도입 물량과 접종 규모 등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계획도 확정됐다고는 말할 수 없다"면서도 "건강보험 재정과 국고 재정을 함께 투입하는 방안에 대해선 방향성이 정해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백신 접종비 지원은 코로나19 재난 상황임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할 수 있는 지원"이라며 "건강보험 가입자에 대한 건강 및 안전 목적으로 건강보험에서 지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출처: 질병관리청
출처: 질병관리청

 

◈모더나, 화이자 백신은 전액 국비, 나머지 접종비에 건보재정

mRNA 방식의 모더나, 화이자 백신은 초저온에서 유통·저장하고 접종 전에 약제를 희석해야 하는 등 접종 방식이 까다롭다. 때문에 정부는 별도의 접종센터를 지정해놓고 있다. 해당 백신에 대해선 약제비부터 접종비에 이르는 모든 비용을 이미 일반 회계에 반영했다. 건보 재정이 투입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만 아스트라제네카 등 초저온 유통이 필요없는 나머지 백신들은 독감 백신 접종처럼 일반 의료기관에 접종을 위탁하게 된다. 이 백신들도 약제 구입비는 국가 재정으로 충당된다. 다만 접종비에 국가 예산과 함께 건보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전액 국비이면 무료 접종? - 결국 국민 세금

결국 핵심은 건강보험재정의 성격을 어떻게 볼 것이냐다. 건강보험료는 말그대로 요금이다. 요금은 소비의 대가로 치르는 돈이란 뜻이다. 전기요금, 수도요금, KBS 수신료 등도 모두 요금이다. 하지만 건보료는 사실상 세금, 준조세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내가 병원을 자주 간다고 해서 더 많이 내는 것이 아니다. 이용 정도에 따라 더 내는 전기요금이나 수도요금과는 성격이 다른 것이다. 게다가 소득과 재산에 비례한 정률제 요금이기 때문에 소득재분배 효과가 있다. 직장인들이 사실상 건보료를 세금으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액 정부 일반회계 또는 복지부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되면 그것은 100% 무료 접종이라고 볼 수 있을까? 정부 일반회계도 국민이 낸 세금으로 조성되는 재원이고, 국민건강증진기금도 담배 또는 술을 구매할 때 국민들이 납부하는 준조세 성격이 강하다. 결국 어떻게 됐든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간 돈이 코로나19 백신 접종비로 사용되는 것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국민의힘 김재식 부대변인은 "내가 낸 보험료로 운영하는 건강보험 재정에서 접종비의 70%를 조달한다면, 그것이 ‘무료 접종’인가 ‘유료 접종’인가. 아니면 ‘70% 유료접종’인가"라고 물었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은 건강보험 재정을 세금으로 인식하느냐 마느냐에 달렸다. 복지부 관계자는 "결국 관점의 문제가 될 텐데 국민들이 본인 부담금 없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치게 하겠다는 차원에서 정부는 '무료 접종'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mRNA 방식을 제외한 코로나19 백신의 접종비 70%를 건강보험 재정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건강보험 재정 투입은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가 나가는 것이므로 무료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는 애초 국민들이 본인 부담금 없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였다고 반박한다.

뉴스톱은 "전국민 백신 무료접종은 가짜뉴스"라는 국민의힘 주장을 '절반의 사실'로 판단한다. 백신 접종 대상자의 입장에서 보면 당장은 본인 부담금을 내지 않고 예방 주사를 맞을 수 있으므로 '무료'인게 맞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의 투입은 건보 가입자가 낸 보험료에서 나가는 돈이고 장기적으로는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무료가 아니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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