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의사면허 교통사고로 취소가능? 단순사고는 금고형 안나온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2.23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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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또 논란을 일으켰다. 의료인의 결격사유를 강화하기 위해 국회에서 추진 중인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협력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다. 쟁점은 무엇인지 뉴스톱이 분석했다.

◈복지위, 의사면허 결격사유 강화 법안 통과

국회 보건복지위는 19일 전체회의를 열어 지난 18일 보건복지위 제1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들을 병합해 만든 위원장을 의결했다.

김민석 보건복지위원장은 대안 제안이유를 통해 "의료인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지위의 특성상 높은 수준의 직업적 윤리와 사회적 책임이 요구 됨에도 현행법은 의료관계법령 위반 범죄행위만을 의료인 결격 및 면허취소 사유로 규정하고 있어, 강력범죄나 성폭력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면허도 취소되지 않는 실정으로, 환자들의 불안이 높아지고 의료인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의사면허 취소사유 확대 및 처벌 강화 내용은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지난 후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 등을 면허취소하고 재교부를 금지하는 게 골자다.

다만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해 의료행위 중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범한 경우는 면허취소 사유에서 제외했다. 김민석 위원장은 "의료인에 대하여도 변호사·공인회계사·법무사 등 다른 전문 직종의 예와 같이, 범죄에 구분 없이 금고의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선고유예 포함) 면허를 취소하도록 자격요건을 강화해 의료인의 위법행위를 예방하고, 안전한 의료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이라고 대안 상정 취지를 설명했다.

◈의협, "형평에 반하는 부당하고 과도한 규제" 

출처: 최대집 의협회장 페이스북
출처: 최대집 의협회장 페이스북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국회의 법 개정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의협과 16개 시도의사회는 19일 공동성명을 통해 "의료인에게만 과도한 처벌규정을 두는 것은 형평에 반하는 부당하고 과도한 규제"라며 "법안을 전면 재검토 하라"고 촉구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21일 오후 열린 '코로나19 백신접종 의정공동위원회' 2차 회의에서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법안이 국회 법사위에서 의결될 경우 코로나19 진료와 백신 접종과 관련된 협력체계가 모두 무너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최 회장은 19일 자신의 SNS에 "코로나19 치료, 예방접종, 아무 조건없이 오직 국민을 위해 정부에 협력, 지원한 댓가가 정부 여당인 민주당의 의사 죽이기 보복악법으로 돌아 왔다"며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사태"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법안의 진행 추이를 보면서 가용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면서 "13만 의사 면허반납 투쟁, 전국의사총파업, 코로나19 백신접종 대정부 협력 전면 잠정 중단 등 투쟁 방식을 두고 신속하게 논의를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금고형 이상 의사면허 취소, 과도한가?

의료법 개정안은 수술실 성폭력 등 파렴치 범죄를 저질러 처벌받은 뒤에도 의사면허가 유지되는 현행 의사 면허 체계에 대한 반성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의협을 중심으로한 의료계는 이 법안이 "2020년 8월 투쟁에 대한 보복입법으로 시작됐다"고 인식하고 있다. 2020년 8월 투쟁이란 의대 정원 확대와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공공의대) 설립에 의사들이 반발해 집단 진료 거부를 일으킨 것을 말한다. 

이밖에 의료 윤리와 관련없는 교통사고 등에 연루돼 의사면허를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깔려있다. 김해영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는 "교통사고 등 과실범까지 제재를 가할 수 있게 된다"고 비판했다. 김대하 의협 대변인은 "저희가 법을 잘 모르거나 의도적으로 어긴 것이 아닌데 의료 행위를 할 수 없다면 이게 과연 안전한 의료 환경을 만들거나 의료인의 윤리의식 고취와 어떤 관련이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교통사고로 형사처벌을 받는 건 그만큼 문제가 심각한 사안이기에 취소할 만한 사유가 된다는 입장이다. 김성주 민주당 보건복지위 간사는 "매년 수십만 건이 발생하는 교통사고 중 실제 형사처벌을 받는 경우는 5% 미만"이라며 "예를 들어 운전하다가 무단횡단한 보행자를 치어 사망하게 한 경우는 벌금 700만원이다. 극히 일부고, 실제 발생할 수 없는 사례를 들어 과도한 입법이라고 하는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정부, "총파업 할 것이라고 안 봐"

이런 의사 단체의 반발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한 명백한 협박"이라고 비판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22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국민에게는 살인자도, 성범죄자도 아닌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22일 “의료계가 의료법 개정안을 이유로 총파업을 할 것이라고 보진 않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이나 백신 접종 과정에서 의료계와 갈등으로 국민이 걱정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창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백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입법은 국회의 권한이므로, 국회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방침이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복지부 대변인)은 “의료법은 국회에서 논의·개정하는 사안”이라며 “정부도 그런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여기에 대한 의사결정은 입법부인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이뤄질 것이다. 정부는 결정권이 없다”고 말했다.

 

◈의협 회장선거 중, 최대집 국회의원 출마 선언

의사 단체가 역풍을 감수하면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비협조까지 들먹이는 강수를 두는 이유 중 하나는 '선거'이다. 최대집 의협회장은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예고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최 회장은 "국회의원 보궐선거 지역이 나오면 그런 곳에서 출마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7월 의료계 투쟁 당시부터 이미 다음 41대 의협 회장직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표했다"며 "올해 4월 30일에 임기가 끝나면 5월부터는 제도권 정치 활동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우리나라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가 코로나19 극복인데, 이를 위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의료정책 전문가로서 역량을 발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의협은 현재 회장 선거가 한창 진행 중이다. 제41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5명은 의사면허 취소 및 처벌강화법(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국회가 의료계의 반대에도 법안을 통과시키려 한다면, 의협 회장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는지에 상관없이 즉각 전면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누가 의사들의 이익을 옹호할 수 있는지 선명성 경쟁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전망=파렴치범 결격사유 강화엔 이견 없어

정부 여당과 의협 모두 성폭력, 강력범죄 등에 대해선 결격사유 강화에 찬성하고 있다. 따라서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만 남은 법안이 수정될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힘이 뒤늦게 법안을 비판하고 있지만 이미 복지위에서 여야 합의로 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에 극력 반발할 가능성도 낮다.

금고형 이상의 처벌을 받았을 경우 의사 면허를 박탈하는 개정 법안의 내용을 성폭력 등 의료 윤리 관련 강력 범죄를 저질러 금고형 이상의 처벌을 받을 때 면허를 박탈하도록 개정될 여지도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거부라는 '악수'를 둬 의협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와중에 의협이 반발 일변도의 스탠스를 고수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법사위를 논의를 거쳐 이르면 26일 본회의에 회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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