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김연아·세종대왕이 '중국 조선족'으로 분류되어 있다?

  • 기자명 이승우 기자
  • 기사승인 2021.03.03 11:5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중국의 문화 공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20년 11월, 중국의 게임 회사 '페이퍼게임즈'의 신작 <샤이닝 니키>에 등장한 한복 의상을 두고 '명나라 의상과 비슷하다.', '한국 고유 복장이 아니다.'면서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문제가 제기되었다. 지난 1월 9일, 중국의 유명 유튜버 '리쯔치'는 김장을 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게재하면서 김치가 한국 음식이다는 언급 없이, 해쉬태그(#)로 'Chinese Food (중국 음식)'를 달아 논란이 일었다. 지난 2월 15일 첫 방영한 KBS2 드라마 <달이 뜨는 강>에서 배우 '김소현'의 한복 복장이 중국 드라마에 등장하는 중국 의상과 유사하다는 주장과 관련하여 한국과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이처럼 중국과 한국 사이에 문화적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세종대왕과 김연아 등 한국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위키피디아 중국판에 '조선족'으로 분류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지난 2월 6일, 머니투데이는 '세종대왕, 김연아가 조선족?... 도 넘는 중국의 한국 빼앗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시했다. 위 기사는 위키피디아 중문판의 '조선족(朝鮮族)' 검색 항목에 한국의 유명 인물들이 등재되었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이와 같은 위키피디아의 등재가 중국발 한국 빼앗기 시도의 일환이라며 한민족을 조선족이라고 분류해 한국인을 중국의 소수 민족으로 비하하려는 목적으로 간주했다. 댓꿀쇼 등 유튜브에서도 김연아를 조선족으로 표기해 한국인을 소수민족인 조선족과 동일시하려는 시도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논란은 계속됐다. 윤동주 시인을 중국 최대포털인 바이두에서 조선족이라고 표기한 것이 밝혀지면서 서경덕 교수의 주장을 인용해 한국경제, 아시아경제, 서울경제, 중앙일보 등 다수의 언론이 이를 지적했다. 

몇가지 쟁점이 있다. 정말 중국판 위키피디아에는 김연아와 세종대왕이 조선족이라고 표기되어 있는가. 바이두에는 윤동주 시인이 조선족이라고 표기가 되어 있는가. 그리고 사실이라면 중국은 어떤 맥락에서 이런 표기를 하고 있는가. 뉴스톱이 하나하나 팩트체크를 했다. 

 

2021년 02월 06일자 머니투데이 기사 갈무리
2021년 02월 06일자 머니투데이 기사 갈무리

 

◈중국 위키피디아의 '조선족'은 '중국 조선족'이다? →대체로 사실 아님

국내에서 통용되는 '조선족'이라는 용어는 재중 중국인 즉, "중국 국적 한국 동포"를 의미한다. 국내법은 조선족을 '중국 국적 동포'로 정의하면서, 대한민국 국민과 구분되는 존재로 설명한다. 법무부의 <외국국적 동포의 국적회복 등에 관한 업무처리 지침> 제2조는 중국 국적 동포를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된 1949년 10월 1일 전에 한반도 및 그 부속도서에서 중국 등지로 이주하였거나 중국 등지에서 출생한 자" 및 "그의 직계비속"으로 정의하고 있다. 위 규칙 제3조는 중국 국적 동포가 1949년 10월 1일부로 중국국적을 취득함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것으로 간주함을 명시한다. 

국가법령센터 갈무리
국가법령센터 갈무리

위 주장처럼 국내법이 규정하고 있는 조선족과 위키피디아 중문판에 언급된 조선족이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위키피디아 중문판에 조선족(朝鮮族)을 검색했다. 위키피디아 중문판의 '조선족' 문서는 조선족을 한민족(韓民族), 조선민족(朝鮮民族) 그리고 고려인(高麗人)과 동의어로 명시했다. 또한, '세종대왕, 김연아가 조선족?'이다는 주장에 언급된 사진과 마찬가지로 세종대왕, 김연아 등 유명인뿐만 아니라 김일성, 박정희, 김대중 등 북한과 한국의 전 대통령들까지도 조선족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서 제목 바로 아래, '중화인민공화국 소수민족은 해당 문서를 참고하시오(关于中華人民共和國少数民族朝鮮族,请见)'는 문구와 함께 조선족과 구분되는 '중국 조선족(中國朝鮮族)'이라는 용어가 언급되어 있다.

위키피디아 중문판 '조선족(朝鲜族)' 검색 결과
위키피디아 중문판 '조선족(朝鲜族)' 검색 결과

 

위키피디아 중문판 '조선족(朝鲜族)' 검색 결과
위키피디아 중문판 '조선족(朝鲜族)' 검색 결과

이에 문서에 언급된 '중국 조선족'을 검색했다. 위키피디아 중문판의 '중국조선족' 문서는 중국 내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인 '조선족'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중국조선족을 대표하는 인물 역시 조선에서 태어나 중국에서 활동한 영화배우 '김염', 조선족 출신으로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수 '최건'을 언급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중문판 '중국조선족(中國朝鮮族)' 검색 결과
위키피디아 중문판 '중국조선족(中國朝鮮族)' 검색 결과

그렇다면 위에 언급된 조선인은 한국인과 동일한 언어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위키피디아 중문판에 '한국인(韓國人)'을 검색했다. 그 결과, '한국인은 다음과 같은 항목을 참조한다. (维基百科,自由的百科全书)'는 문구와 함께 하위 항목으로 '한민족 (조선민족) 혈통자'가 링크로 언급된다. 해당 링크는 위에서 언급한 위키피디아 중문판의 '조선족' 문서로 연결된다. 또한 '한국인'의 동의어 '조선족'으로 나온다. 

위키피디아 중문판 '한국인(韓國人)' 검색 결과
위키피디아 중문판 '한국인(韓國人)' 검색 결과

즉, 위키피디아 중문판에서는 중국 내에 거주하고 있는 조선족은 '중국조선족'으로 명명하고, 한국인과 한민족은 '조선족'으로 명명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연아가 '조선족'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사실 아님

그렇다면 세종대왕과 김연아는 어떤 국적으로 표기되어 있는가? 위키피디아 중문판에 '세종대왕(朝鮮世宗)'을 검색한 결과, 세종대왕이 조선국의 4대 왕이었음을 명시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중문판 '세종대왕(朝鮮世宗)' 검색 결과
위키피디아 중문판 '세종대왕(朝鮮世宗)' 검색 결과

이 문서의 상위 문서로 지정된 '조선국'을 검색한 결과, 조선의 전 왕조가 고려였으며, 이후 조선을 계승한 왕조가 대한제국임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조선국의 역사가 현재 북한과 한국에 소속되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중문판 '조선국(朝鲜王朝)' 검색 결과
위키피디아 중문판 '조선국(朝鲜王朝)' 검색 결과

마찬가지로 위키피디아 중문판에 '김연아(金妍兒)'를 검색한 결과, 김연아의 대표 국적은 '한국'으로, 거주지와 출생지 역시 한국으로 기재되어 있다. 

위키피디아 중문판 '김연아(金妍兒)' 검색 결과
위키피디아 중문판 '김연아(金妍兒)' 검색 결과

종합하면 중국 위키피디아에서는 조선족은 한국인을 지칭하는 또다른 표현이며 자국의 소수민족은 '중국 조선족'이라고 별도의 분류를 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 위키피디아에는 김연아의 국적은 한국으로 표기되어 있으며 세종대왕은 조선국의 왕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다만 조선족이라는 큰 분류에서 '조선족'을 대표하는 인물로 세종대왕, 김일성, 김구, 김연아 등이 표기되어 있다. 남북한 주요 인사 모두가 조선족으로 분류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중국은 한국인을 조선족이라고 부를까. 첫번째는 오랜 기간동안 중국에서 한국인을 조선국의 사람, 조선인이라고 불러왔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북한의 존재때문이다. 북한은 스스로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부른다. 북한 사람들은 스스로를 조선인이라고 인식한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한국을 지칭할 때 "남조선"이라는 표현을 쓴다. 북한이라는 표현은 남한에서만 쓰는 표현이기 때문에 실제 남북이 만나서 얘기할 때는 사실상 금기어다. 그래서 남측, 북측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중국 입장에서는 남북한 사람들은 한국인이기도 하짐나 조선인이기도 한 것이다. 

실제 사례가 있다. 1997년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이석현 의원은 중국에서 사용하는 명함에 '한국(남조선) 국회의원 이석현, 韓國(南朝鮮) 國會議員 李錫玄'이라고 적었다가 언론에 보도된 뒤 색깔론 시비가 일어 사과한 바 있다. 당시 이 의원은 "중국에선 한국 뒤에 괄호를 치고 남조선이라고 적고 주소란에도 서울을 한성이라고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같은 정황을 볼때 중국 위키피디아가 '조선족'의 대표 인물로 김연아와 김일성, 김구, 세종대왕을 표시한 것으로 보고 중국이 한국을 자기네 역사로 편입하려는 시도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 바이두는 윤동주 시인을 조선족으로 분류? → 사실

하지만 중국이 조선족과 한민족을 명확히 구분하고 있으며, 한국의 유명 인물들을 중국 내에 거주하는 조선족의 대표 인물로 편입하지 않았다는 것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중국 자체적으로 '중국 조선족'과 '조선족' 사이에 용어 정의가 필요해 보인다.

지난 2월 17일, 연합뉴스는 ''조선족 윤동주' 표기 논란…중국 매체 "전문가 연구 필요''란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는 중국 포털 바이두(Baidu, 百度) 백과사전에 윤동주의 국적이 '중국'으로 기재되어 있으며 민족 역시 '조선족'으로 표시되어 있다고 밝혔다. 또한 기사는 윤동주의 국적과 민족을 정정해달라는 주장에 대해 지난 2012년, 윤동주 생가 복원터 입구에 '중국 조선족 애국시인'이라는 비석을 세운 이래, 중국 전문가들에 의해 윤동주를 '중국 조선족'으로 편입하려는 시도가 계속되었다고 말했다.

이에 검색 포털 '바이두'의 백과사전에 윤동주를 검색한 결과, 윤동주 시인의 국적은 중국으로, 민족은 조선족으로 표기하고 있었다. 또한, 바이두 백과사전은 윤동주가 '중국 조선족의 애국시인(中国朝鲜族爱国诗人)'이며, 윤동주의 거주지가 '중국 조선족 자치주 명동촌(朝鲜族自治州龙井市明东村)'이라고도 설명했다. 즉, 바이두 백과사전의 정보는 중국이 윤동주 시인을 자신들의 역사에 편입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바이두 백과사전 '윤동주(尹东柱)' 검색 결과'
바이두 백과사전 '윤동주(尹东柱)' 검색 결과'

반면 앞서 위키피디아 중문판의 용어 혼재로 논란이 되었던 김연아를 바이두에 검색한 결과, 김연아의 국적과 거주지를 '한국'으로 표시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한국 최초로 동계올림픽의 피겨스케이팅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韩国花滑史上第一位集冬奥会)'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조선과 구분되는 '한국'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바이두 백과사전 '김연아(金妍儿)' 검색 결과
바이두 백과사전 '김연아(金妍儿)' 검색 결과

 

그렇다면, 바이두 백과사전에 표기된 '조선족'이 위키피디아 중문판에 언급된 '조선족'과 동일한 용어일까? 만일 위키피디아에 언급된 것처럼, 조선족이 한민족 및 한국인과 동의어로 사용되었다면, 굳이 윤동주는 조선족으로 표기하고 김연아는 한국인으로 표현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이에 바이두 백과사전에 '조선족(朝鲜族)'을 검색한 결과, 위키피디아 중문판의 '중국 조선족' 항목과 동일한 검색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바이두 백과사전 '조선족(朝鮮族)' 검색 결과
바이두 백과사전 '조선족(朝鮮族)' 검색 결과

반면, 바이두에 한민족을 검색한 결과, 일치되는 항목을 찾을 수 없었다. 한민족, 조선민족, 조선족을 모두 동의어 관계에 있다고 명시한 위키피디아 중문판과 달리, 바이두는 조선족과 구분되는 한민족에 관해 특별한 항목을 만들어두지 않았다.

바이두 백과사전 '조선족(朝鮮族)' 검색 결과
바이두 백과사전 '한민족(韓民族)' 검색 결과

이처럼 검색 포털 바이두에서는 위키피디아 중문판의 '중국 조선족'을 '조선족'으로 정의하고 있었다. 또한, 한민족에 대해서는 한민족이라는 용어 대신, 조선족과는 구분되는 '한국'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같은 중국 내의 사이트라도 한국과 조선족을 지칭하는 용어가 각기 다르며, 이로 인해 중국의 역사 왜곡과 관련하여 논란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중국 내에서 '중국 조선족'과 '조선족'의 용어 사용을 명확히 하고, 윤동주와 같이 중국이 '중국 조선족'으로 표기하여 자신들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인물들과 관련하여 집중적인 문제 제기가 필요해 보인다.


◈ 마치며

정리하자면 중국 위키가 김연아 세종대왕의 국적을 조선족으로 분류해 자국의 역사로 편입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조선족이라는 용어 사용법이 양국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 해프닝이다. 김연아와 세종대왕은 중국 내 소수민족과 구분되는 명백한 한국인이며, 중국 정부 역시 이와 관련하여 한국의 역사적 인물을 의도적으로 편입하려는 의견표명을 하지 않았다. 중국 위키는 조선족(한국인)과 중국 조선족을 구분해서 정리하고 있다. 다만 윤동주 시인의 경우는 약간 다르다. 바이두는 김연아를 포함해 한국 사람의 경우 한국인이라고 명확히 쓰고 있다. 윤동주 고향이 간도, 현재의 중국땅이기 때문에 바이두가 조선족이라고 표기하며 자국인으로 취급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인 것과 사실이 아닌 것을 우리가 명확히 구분해서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 김연아를 중국 사람 취급했다고 주장을 하는 것은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며 한국의 정당한 주장도 잘못된 것으로 여겨질 우려가 있다. '김연아 중국인 국적 논란'은 사실이 아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