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분석] 안티백서는 '지구평면설' 음모론을 더 믿는다

  • 기자명 이승우 기자
  • 기사승인 2021.03.1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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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일 백신 접종에 부정적인 '백신접종 반대자(안티백서)'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 논문이 발표됐다. 스위스 취리히 대학교 <생명윤리 및 의학역사 연구소(Institute of Biomedical Ethics and History of Medicine)>의 페데리코 게르마니(Federico Germani), 니콜라 빌러-안도르노(Nikola Biller-Andorno)는 트위터에서 무작위로 추출한 일반인(통제) 집단, 백신접종 반대 집단, 백신접종 찬성 집단을 분류한 뒤 이들의 트위터 활동을 분석했다. 분석결과 안티백서들의 SNS(트위터) 활동은 일반인 및 백신 찬성자와 뚜렷하게 대비되는 특징이 있었다. 이들은 다른 집단보다 더 열심히 트위터 활동을 했고, 음모론을 잘 믿었으며, 정치와 백신을 결부시키는 성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을 아래에서 하나씩 소개한다. 

연구진은 일반인 집단은 '회색'으로, 백신 접종 반대 집단은 '붉은색'으로, 백신 접종 찬성 집단은 '푸른색'으로 표기했다. 

 

특징①: 안티백서는 트윗은 별로 안하고 리트윗을 주로 한다

트위터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집단은 안티백서였다. 일반인이 한 달 평균 277건, 접종 찬성자는 평균 144건의 기록을 남기지만 접종 반대자는 536건의 기록을 남겼다. 찬성자 대비 3.7배 트위터 활동을 더 한 것이다.  그런데 트윗 횟수를 보면 오히려 안티백서는 한 달 평균 42건으로 다른 집단에 비해 가장 적었다.  하지만 접종 반대자는 접종 찬성자 집단보다 7.4배 더 많은 댓글을 남겼으며, 일반인보다 31.3배 더 많은 리트윗을 남겼다. 즉, 안티백서는 정보를 직접 생산하는 집단이 아니라, 특정 정보를 빠르게 유통하고 확산하는 집단이었다.  물론 안티백서 중 소수는 적극적으로 부정적 백신 정보를 생산하고 있다. 

백신 접종 반대자는 접종 찬성자나 일반인에 비해 더 적은 트윗을 남겼지만, 댓글과 리트윗에서 월등하게 많은 활동을 보였다. (논문 14쪽 중 3쪽)

 

특징②: 안티백서는 자신의 전공을 덜 드러낸다

트위터에서 백신과 관련한 논쟁이 벌어지는 경우, 안티백서는 자신의 교육 수준이나 전문성을 잘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인 집단의 평균 10%가 자신의 입장을 강화하기 위해 자신의 전공분야나 교육 수준을 드러내지만 안티백서 중 6% 만이 자신의 정체성을 피력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접종 찬성자 중 32%가 자신의 전문성을 드러냈다. 안티백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통해 정보를 생산하거나, 전달하는 이슈의 신빙성을 뒷받침하지 않고, 기존에 생산된 정보에 단순히 동조하는 역할만 수행하고 있었다.

논문 부록 발췌 (8쪽 중 7쪽)

 

특징③: 안티백서는 음모론을 잘 믿는다

안티백서는 "코로나19 빌게이츠 연관설" 등 코로나 음모론이나 "지구 평면설"과 같은 음모론적 허위정보(가짜뉴스)를 공유하는 유일한 집단이었다. 연구진은 안티백서가 정서적 표현과 관련된 트위터 내용을 주로 이용한다고 밝혔다. 상황 분석이나 팩트체크 같은 이성적 표현이 아니라 자극적인 감정 표현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의 분석 결과, 코로나19 및 기타 음모론과 관련된 내용을 이용하는 집단은 접종 거부자가 유일했다. 정서적 표현 역시, 접종 찬성자 집단보다 월등히 높은 이용률을 보였다. (논문 14쪽 중 4쪽)

 

특징④: 안티백서는 백신과 정치를 연관 짓는다.

백신과 관련한 트위터 내 단어 사용을 분석한 결과, 안티백서는 백신을 정치적 요인과 연관 지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인 집단과 비교했을 때 안티백서는 '대통령(president)'이나 '트럼프(Trump)'와 같은 정치적 용어, 혹은 '신(god)'같은 종교적 용어를 백신과 함께 사용하고 있었다. 반면 접종 찬성자는 '연구(research)' '의사(doctor)',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등 보건/의학 계열 용어를 연관지어 사용했다. 

트위터에서 백신 접종 거부자와 접종 찬성자의 용어 사용 비교 (논문 14쪽 중 6쪽)

 

◈ 안티백서는 소수의 정보를 '퍼 나른다.'

안티백서의 정보 확산은 소수의 정보 생산자를 기반을 두고 있었다. 안티백서의 트윗을 분석한 결과, '트럼프'를 중심으로 정보가 확산하는 형태의 네트워크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트럼프 트윗이 허브가 되어 백신 반대주장이 확산됐다는 의미다. 반면 백신 찬성자의 정보 네트워크에는 트럼프와 같이 극단적으로 중심적인 노드는 존재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WHO(세계보건기구)가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정보는 균일하게 확산되는 경향을 보였다. 백신 접종 거부자가 자체적으로 정보를 사실검증하거나 생산하지 않고, '퍼 나르기' 식으로 자극적인 정보를 확산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백신 접종 반대자 트위터 네트워크(좌)와 백신 접종 찬성자 트위터 네트워크 (우) 비교

 


 

◈ 백신 접종 반대자, 지나친 부정적 편향은 경계해야

연구진의 논문 내용을 종합하면, 백신에 부정적인 여론을 확산하는 접종 반대자는 SNS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집단이다. 이들은 백신과 관련하여 의학이나 보건 관련 용어보다 자극적인 정치적 용어를 함께 사용하며, 정보 분석보다 '퍼 나르기' 식의 정보 확산에 주력한다. 정치성향이 백신접종에 영향을 준다는 의미다.

이는 한국에도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지지층에 안티백서가 많듯 한국에서도 보수진영에 안티백서가 많다. 결국 백신 접종과 관련해 정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스크를 쓰지 않자 민주당 지지자와 공화당 지자자의 마스크 착용 비율이 크게 차이가 난 적이 있다. 한국에서도 정치인, 특히 보수정치인이 적극적으로 백신 접종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 요인을 제외하면 안티백서가 SNS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정보를 빠르게 확산시키는 것은 "부정 편향(Negativity Bias)"의 결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Roy F.Baumeister)'는 2001년, "나쁜 것이 좋은 것보다 강하다."라는 논문을 통해 인간이 부정적 감정에 더욱 쉽고 빠르게 영향을 받으며, 자신의 부정적 고정관념을 남에게 전파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사회학자 '에릭 앤더슨(Eric Anderson)'은 2011년, "소문의 시각적 효과"라는 논문을 통해 인간의 시각은 부정적인 소문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밝혔다. 2018년 MIT 연구진은 허위정보(가짜뉴스)가 진실보다 6배 빠르게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는 발표를 한 바 있다. 

백신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것이다. 안티백서들이 감정적 언어를 사용하는 것도 정서적으로 흔들리기 때문이다. 백신 팩트체크가 일종의 '감정 방역'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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