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왈과 경상대 수학자는 어떻게 '세계 1%'가 됐나

  • 기자명 지윤성 기자
  • 기사승인 2018.12.26 07: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3회 기사에서는 오픈 액세스 운동의 부작용으로 등장한 약탈적 저널의 문제점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다. 4회 기사에서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상위 1% 연구자'인 경상대 수학자와 아가왈이 어떻게 상호 연결됐는지 밝히고 학계와 학술출판계의 '저널 비즈니스'가 그 배경임을 확인한다. 

뉴스톱 <약탈적 저널과 학계 연구윤리> 시리즈

논문인용 세계 1% 과학자? '학계 퇴출' 저널에 실렸다
'상위 1% 연구자' 논란의 이면 '오픈 액세스' 운동 
'사기 논문'과 '가짜 편집자'...약탈적 저널이 심각하다
④‘아가왈과 경상대 수학자는 어떻게 '세계 1%'가 됐나
가짜 학회와 약탈적 저널 배경엔 정부의 '정량적 평가'

 

 

① 아가왈과 경상대 수학자들의 '상호인용 카르텔' 

약탈적 저널을 이용한 무분별한 인용으로 '상위 1% 연구자(Highly Cited ResearcherㆍHCR)'에 등극한 래비 아가왈 교수가 국내 학계에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은 2002년이다. 국내 가장 큰 수학학회인 대한수학회와 한국전산응용수학회에 논문을 게재하면서 본격적으로 국내 수학계와 인연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영남수학회장전수학회 학술지에도 꾸준히 논문을 게재했는데 이들은 모두 경상대가 있는 영남지역을 기반으로 한 학회다. 

아가왈이 국내에 발간한 논문들과 발행기관. 출처: 한국학술지인용색인
아가왈의 논문이 게재된 국내 학술지 목록 부분 확대

영남지역 수학계 인사들과의 인연으로 아가왈은 대한전산응용수학회 등 국내 수학관련 학술지의 편집위원(Associate Editor)으로 활동했으며 현재도 명예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학술지가 있다. 경상대 수학자들과 같이 참석한 학회 및 학술연구 논문 모음집(프로시딩)의 감사의 말(Acknowledgement)을 보면 아가왈과 한국 수학계는 밀접한 협력관계를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아가왈이 활동했던 국내 학술지들

해외 학자와의 교류 자체는 문제가 없다. 그런데 경상대 수학자들이 주로 투고했던 저널, 저널에 실린 논문을 인용한 저자, 그리고 아가왈이 만들거나 편집위원으로 있는 저널 데이터를 교차분석해 보면 감동근 교수가 지적했듯이 심각한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아래는 경상대 '상위 1% 연구자(HCR)'로 선정된 수학자들이 2009년 이후 논문을 주로 투고했던 저널들의 상위 리스트다.

경상대 수학자들이 투고했던 저널의 편집위원에는 어김없이 아가왈이 들어가 있다.

아가왈과 논문을 같이 쓴 경상대 상위 1% 수학자들은 위 표처럼 아가왈이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널에 주로 논문을 투고했다. 상위 1% 연구자 선정 기준이 되는 '상위 1% 피인용 논문(Highly Cited PaperㆍHCP)' 역시 해당 저널들에 투고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면 아가왈이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일명 '아가왈 저널'의 상호인용, 즉 인용 카르텔이 존재하는지 사례로 분석해보자.

 

위 사진의 논문(이하 1번 논문)은 2010년 아가왈이 편집위원으로 있던 <Applied Mathematics and Computation>에 실린 경상대학교 조선영 박사(SY CHo), 강신민 교수 (SM Kang) 그리고  늘 같이 등장하는 대만의 친 샤오롱(X. Qin, Xiaolong Qin, 국립윈린과학기술대 교수)의 공저 논문이다. 88회가 인용되었다. 수학계에서 88회 인용은 적은 수치가 아니다. 그럼 어떤 저널이 '1번 논문'을 인용했는지 확인해보자. 

 

1번 논문을 인용한 논문이 게재된 저널은 <Fixed point theory and application> <Computers & Mathematics with Application> <Journal of Inequalities and Applications> <Applied Mathematics and Compuation> 등이다. 대부분 아가왈이 편집위원으로 있는 저널이다. 1번 논문은 3명 저자(SM Kang, SY Cho, X Qin)가 쓴 다른 논문에 인용된 경우도 많다. 자기 인용 빈도가 매우 높은 것이다.

한 단계 더 들어가보자. 1번 논문을 인용한 논문 중에서 가장 인용횟수(52회)가 많은 논문(이하 2번 논문)을 인용한 저널과 저자를 확인했다. 

친 샤오롱, 조선영, 강신민이 공저자인 <1번 논문>을 인용한 논문 중 가장 인용횟수가 많은 논문. 3명 중 저자 2명(조선영, 강신민)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 출처: 구글 학술검색

1번 논문 인용을 확인했을 때와 거의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2번 논문의 저자는 조선영 박사와 강신민 교수다. 2번 논문을 인용한 논문 리스트를 보면 소위 '아가왈 저널'의 이름이 계속 나오고 있으며 1번 논문의 저자 이름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즉, 1ㆍ2번 논문은 '아가왈 저널'에서 인용하거나 저자 본인이 다른 저널에 게재한 논문에서 인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전형적인 인용실적 부풀리기로 의심된다.

1번 논문을 인용한 2번 논문을 누가 인용했는지 확인한 결과, 역시 아가왈 저널 이름이 나왔다. 출처: 구글 학술검색

다른 저널의 논문을 통한 자기인용 현황은 HCR에 선정된 3명의 경상대 수학자(SY ChoYJ ChoSM Kang)가 모두 동일한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방식을 통해 저널은 과도한 자기인용을 피하면서 임팩트 팩터를 올릴 수 있다. 연구자는 비슷한 논문을 가지고 여러 저널에 논문을 게재해 실적을 올린다. 또 시간차를 두고 자기 논문인용을 통해 피인용수도 올린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각 저널과 편집위원회가 카르텔을 형성해야 한다. 아가왈의 '약탈적 저널 카르텔'의 한 축을 경상대 수학자들이 맡은 것이다. 간단히 그림으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아가왈 저널' 카르텔 단면도. 연구자는 아가왈이 운영하는 저널 여러곳에 논문을 싣고 자기인용을 한다. 이렇게 되면 저널의 임팩트 팩터도 올라가고, 연구자 본인의 연구실적도 올라가게 된다. 논문이 얼마나 검증됐는지, 얼마나 가치있는지는 소수의 전공자 아니면 확인할 길이 없다.

이제 남은 것은 피어리뷰 써클의 존재다. 아가왈의 통제하에 있는 저널들에 투고된 논문들의 피어리뷰를 진행하는 그룹이 아가왈과 이해관계가 깊은 사람들이라면 리뷰어 역시 카르텔의 한 축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그래야 아가왈 저널에 투고한 이해관계인의 논문을 빨리 통과시켜줄 수 있다. 

답은 비교적 쉽게 나왔다. 필자는 웹 스크래핑(Web Scraping)을 통해 대표적인 오픈 액세스 저널 출판사인 '힌다위' 소속의 저널 피어리뷰어 명단을 확보했다. 그 안에는 경상대 HCR 수학자 4명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경상대 수학자들은 논문의 저자이면서 피어리뷰어로 활동하고 있다. 

아가왈이 한국 연구자만 피어리뷰어로 이용했을리 없다. 그는 새롭게 저널을 출범시키면서 개발도상국이나 제 3세계 연구자들을 끌어들여 왔다. 아가왈 저널에 투고하는 저자들의 국적은 주로 중국, 대만, 아랍, 그리고 한국이다. 그렇다면 이제 경상대 수학자 4명을 중심으로 한 '아가왈 저널' 논문 공저자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이들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살펴본다.

 

②'상위 1%' 연구자와 아가왈의 공저자 연결망

필자는 구글 학술검색을 활용해서 2009년 이후 '상위 1% 연구자'로 선정된 경상대 수학자 4명(전영배, 조열제, 강신민, 조선영)의 논문 공저자 리스트를 스크래핑한 뒤 공저자 연결망 분석을 진행하였다. 여러 분석 방식이 있지만 간편하게 고유벡터 중심성(Eigenvector Centrality)을 통해 영향력 있는 공저자들을 추출하여 시각화 해보았다. 아래에 나오는 그림에서 선의 두께는 공저 횟수다. 선이 두꺼울수록 논문을 여러번 같이 썼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원의 크기는 고유벡터 중심성이다. 원의 크기가 클수록 이 네트워크에서 많은 사람들(노드)과 연결되어 있고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1차 네트워크 분석. 경상대 HCR 수학자의 공저자 그룹은 두 그룹으로 나뉜다. 조열제, 강신민, 조선영이 한 그룹이고, 전영배가 다른 그룹이다.
상단그룹을 확대한 이미지. 조열제 교수(YJ Cho)가 네트워크의 중심에 있고 강신민 교수(SM Kang)와 조선영 박사(SY Cho)가 다음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단 그룹을 확대한 이미지. 전영배 교수(YB Jun) 이 그룹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임을 확인할 수 있다.

1차 연결망 분석 결과를 보면 상단 그룹에선 조열제, 강신민, 조선영, 친 샤오롱 4명이 공동작업을 했음을 알 수 있다. 같은 학교라 하더라도 눈에 띌 정도로 공저 활동이 많은 편이다. 아래 그림은 1차 분석 자료를 다차원 척도 그림(MDS layout)으로 재분석한 것이다. 2차원으로 표현된 MDS 레이아웃에서는 개체간 구조와 관계가 보기 쉽게 드러난다. 

 

MDS Layout으로 변경하고 고유벡터 중심성을 2차원에 두면 주요 공저자 그룹이 보인다. 조열제, 강신민, 조선영, 친 샤오롱, 그리고 아가왈의 협력관계가 드러났다.

 

2차 분석을 확대한 이미지.

위 그림을 보면 2016년 정년퇴임한 전영배 교수를 제외하고 나머지 3명의 수학자들은 주요 공동저자들을 공유하고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세계 상위 1% 연구자'다. 수년동안 계속해서 HCR에 오른 YJ Cho, SM Kang, SY Cho(경상대 수학자들), 아가왈, X Qin, H Zou(2018년 HCR), S Chang(2015년 HCR)  등이 주로 논문을 같이 써서 아가왈 저널에 게재하고 있다. 

친 샤오롱(X. Qin)을 포함해 빨간 글씨의 공동 저자들은 모두 세계 최대 오픈 액세스 저널 출판사인 힌다위 출판사의 피어리뷰어로도 등록되어 있고 일부는 아가왈 저널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아가왈 피어리뷰써클의 구성원은 결국 아가왈의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는 연구자 그룹과 동일하다. 경상대 수학자들과 국제 동료들은 주요 논문들을 같이 쓴 뒤, 아가왈의 여러 저널에 출판하고, 다른 저널에 실린 상대방의 논문을 서로 인용해준다. 이들은 여러 저널의 피어리뷰어로 활동하거나 편집자로 등록되어 있다. 거대한 인용 카르텔의 실체이다.

감동근 교수가 블로그를 통해 지적했던 것처럼 유독 수학부문 HCR에 대만 중의대(China medical University) 와 사우디아라비아의 킹압둘아지즈 대학(King Abdulaziz University) 소속 연구자가 많은데 주요공저자들 역시 이들 대학이나 이들 지역 대학들이 유독 많다.
참고로 아가왈은 킹압둘아지즈 대학 수학 교수도 겸직했으며 경상대 수학자들 역시 초빙 연구원을 지낸 적이 있다. 경상대 수학자들은 또한 대만 중의대 초빙 연구원도 지냈다.
친 샤오롱(X. Qin) 역시 킹압둘아지즈 대학 출신 연구자들의 논문에 교신저자로 많은 참여를 했다.

특히 킹압둘아지즈 대학은 오일달러를 앞세워 무차별적으로 외국의 수학자들을 초빙하고 있다. 킹압둘아지즈 대학 출신 연구원들과 논문을 공저하고 SCI급 저널에 게재하면 1년에 7만5000 달러를 보장해주겠다는 조건이다. 초빙이지만 1년 계약에 3주만 킹압둘아지즈 대학에 방문하면 되는 조건이다. 1회 피인용에 연간 3달러 수준의 보상이라며 해당 대학을 비웃는 학계의 모습을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왜 이런 인용 카르텔이 존재하고 학계는 왜 방치하고 있을까. 이유는 학자들과 학술출판계가 사실상 공범이기 때문이다. 학계의 다수는 내 일이 아니라고 침묵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수만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사기를 벌이고 있다. 그 배경을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한다.

 

③논문 출판 과정과 피어리뷰 방식의 장단점

다음 도표는 저널의 일반적인 논문 게재 의사결정 과정이다.

출처: 에디티지

일반적으로 저널은 학회에서 시작한다. 뜻이 맞는 연구자들이 저널을 만들기로 결정하면 본인들이 직접 출판인(Publisher)이 되거나 외부 출판사(Commercial Publisher)의 도움을 받는다.
학계 인지도가 높지 않은 이상, 처음부터 스프링어나 엘스비어 같은 외부 유명 출판사가 신생 저널의 출판사로 나서주지 않는다. 그래서 초기엔 저널 출판을 쉽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오픈 액세스 출판을 주로 이용한다. 최근엔 기존 구독형 저널들도 좀더 빠르고 쉬운 논문 게재를 위하여 오픈 액세스 옵션을 같이 제공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유명한 생화학 저널인 <Journal of Biological Inorganic Chemistry>도 구독기반이지만 오픈 액세스 게재 옵션이 있다.

한 해(8회 발행) 구독료만 850만원이 넘는 유명 생화학 저널인 <Journal of Biological Inorganic Chemistry>도 오픈 액세스 게재 옵션이 있다. 논문을 온라인으로 게재하기 위해서는 논문 투고시 논문진행비(Article Processing Charge)를 내야 하는데 몇십만원에서 몇백만원 까지 다양하다. APC는 출판사의 수익원이자 저널의 운영비가 된다. 이러한 비용은 편집자 그룹과 피어리뷰어들에게 일부가 지불된다. 

저널 발기인들은 편집 위원회(Editorial Board)를 구성하여 제출된 논문에 대한 최초 스크리닝 권한, 피어리뷰어(Peer Reviewer)를 선정하는 권한과 최종적인 게재 여부 권한을 가진다. 유명 과학 저널인 <네이처>의 경우 제출된 논문의 60%가 초기 스크리닝 과정에서 제외되며 약 40%만이 다음 단계인 피어리뷰 과정으로 넘어가고 그 중 25% 정도만이 실제 논문으로 저널에 실린다. 피어리뷰어 선정은 저널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며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 같은 연구윤리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막기 위해 편집자 그룹이 내부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피어리뷰어 선정시 익명성과 공정성을 위하여 다음 3가지 방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일장일단이 있다.

-Single Blind Review(단일맹검) : 논문 투고자는 리뷰어의 정보를 알 수 없으나 리뷰어는 해당 논문의 저자에 관한 정보를 알고 있다. 연구자 풀이 작거나 특정 환경(지역적, 인종적)에 국한되어 있는 경우 혹은 새로운 신생 학문 분야여서 리뷰어들을 찾기 어려울 경우 적합하나 유착 가능성이 가장 높다. 대부분의 신생저널이나 오픈 액세스 저널들은 이 방식을 사용한다.
-Double Blind Review(이중맹검) : 논문의 저자와 리뷰어들이 서로 완벽히 모르는 상태로서 익명성과 공정성이 상대적으로 높아 유명 저널들은 이 방식을 선호하는 추세다. 그러나 이것도 문제는 존재한다. 서로 익명이다 보니 리뷰어가 자신의 연구와 비슷한 미발표 주제일 경우 연구 테마나 아이디어를 훔칠 수도 있으며 의도적으로 검토시간을 끌 수도 있다. 또한 학문분야가 신생이거나 우리나라처럼 연구자 풀이 넓지 않고 연구자간의 관계망이 촘촘하고 좁게 연결되어 있는 경우 익명성은 쉽게 무너지기도 한다.  
-Open Peer Review(논문공개심사) : 미국 코넬대에서 운영하는 무료 논문저장소인 arXiv(오픈 액세스 아카이브)의 경우 누구나 리뷰어가 될 수 있다. 

 

 

④ '공격적 영업'으로 세계 1위 오픈액세스 저널 출판사로 등극한 힌다위

저널 출판도 상업출판이다. 비지니스 모델이 필요하다. 저널 출판사 입장에서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자들이 논문을 많이 투고해야 한다. 저자들이 오픈 액세스에 논문을 제출하려면 최종 게재여부와 상관 없이 기본적으로 몇십만원에서 많게는 몇백만원까지 논문진행비(APC)를 지불해야 심사에 들어갈 수 있다. APC는 오픈 액세스 저널 비지니스 모델의 근간이다.

오픈 액세스 저널 출판사 입장에서는 일단 전세계로부터 많은 논문을 받는 것이 돈벌이가 된다. 그리고 그런 저널들을 분야별로 많이 가지고 있으면 산업이 된다. 특히 이들 출판사는 주류학계와는 거리가 먼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 그리고 제 3세계의 연구자들을 고객으로 유인하는 영업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이 방식을 사용하여 최대의 오픈 액세스 저널 출판사가 된 회사가 바로 문제의 힌다위(Hindawi)다.

1997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아미드 힌다위(Ahmed Hindawi)가 잘 알려지지 않은 수학 저널 한 곳을 인수하면서 힌다위 출판이 시작됐다. 이후 공격적인 저널 인수 합병을 통하여 2007년 2월 100% 오픈 액세스 저널 출판사로 전환하고 급성장하게 된다. 본사는 지금은 영국에 있으며 이집트, 뉴욕 등에 사무소를 가지고 있다.  힌다위는 대표적인 약탈적 오픈 액세스 저널들의 본거지로 알려져 있으며 APC를 통한 영업마진율이 50%에 육박한다고 한다. 무차별적으로 논문을 심사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들의 영업 방식은 아래의 광고성 스팸 메일을 통해서도 유추할 수 있다.
 

"논문 한 개 가격으로 두 개의 논문을 게재할 수 있습니다"는 힌다위 영업광고. 출처: The Research Whisperer

국내에서는 2016년 동아일보가 이 문제를 한 번 보도한 적이 있다(동아일보는 인도 온라인 출판사라고 했지만 이집트 출판사다). 당시 한양대 배영찬 교수팀이 힌다위의 공개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을 했다. 대학별로는 경희대, 서울대, 연세대 순으로 힌다위의 오픈 액세스 저널에 논문이 많이 실렸으며 경상대는 4위였다. 당시 힌다위 광고에는 아래와 같은 문구가 들어있었다. 논문 실적에 늘 쫓기는 교수나 연구자들은 이런 광고 메일을 받으면 넘어 갈 수밖에 없다. 

‘친애하는 ○○○교수님, 단돈 99달러로 세계적인 권위의 학술지에 논문을 실어 보세요. 논문을 투고하고 송금하시면 온라인 출판사 ‘글로벌 사이언티픽’에서 내는 나노과학 온라인 학술지에 15일 내로 등재됩니다.’ 

 

필자가 웹 스크래핑(Web Scraping) 기술을 통해 전체 명단 데이터를  확보하여 분석 하였는데 2018년 12월 23일 현재 우리나라 연구자들의 힌다위 오픈 액세스 저널을 통한 이용 현황은 다음과 같다.

힌다위의 논문 게재 과정을 살펴보자. 힌다위는 홈페이지에 총 4단계를 걸쳐 논문을 출판한다고 밝히고 있다. 힌다위가 보유한 오픈 엑세스 저널들은 대부분 편집장(Editor-In-Chief)이 없고 편집위원회(Editorial Board)가 있다. 그 과정은 아래와 같다.

A. 1차 필터링 : 저자가 원고를 제출하면 편집자 그룹에서 일차 스크리닝을 하기 전에 내부 스크리닝팀이 먼저 스크리닝 작업을 한다.
B. 2차 필터링 : 일차 스크리닝을 통과하면 해당 저널의 편집 위원회에서 저자의 원고를 책임지고 다루게 될 담당 편집자(Handling Editor)를 지정한다. (이해상충문제를 고려하여 힌다위 스크리닝팀에서 지정한다고는 광고하고 있다.)  
C. 3차 필터링 : 담당 편집자가 원고를 심사할 피어리뷰어들을 2명 이상 지정한다. (단일맹검기반)
D. 출고 : 내부 프로덕션팀이 최종적으로 논문을 온라인에 게재한다.

 

문제는 1차 필터링을 하는 내부팀이 모든 학문분야를 평가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게다가 내부 스크리닝팀의 프로필이 공개되지 않는 이상 투명한 평가라고 볼 수 없다. . 제프리 빌의 리스트 선정 기준으로 보면 약탈적 저널 출판사의 전형적인 사례다. 힌다위의 오픈액세스 저널들은 대부분 적게는 5명에서 많게는 50명이 넘는 전세계 연구자들이 편집 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이들이 투고된 논문을 피어리뷰 단계로 보낼지 말지를 회의를 통해 결정하지 않는다. 1차 스크리닝을 통과하게 되면 내부팀이 논문마다 담당 편집인을 할당하는 시스템이다

왜 이런 방식을 택할까. 출판사가 돈을 많이 벌려면 투고되는 논문이 많아야 한다. 문제는 투고되는 논문이 늘어나면 한 명의 편집장이 모든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저널들의 논문 평가 방식으로는 많은 논문들을 빠르게 대응할 수가 없다. 힌다위는 새로 저널을 만들면 편집자 그룹을 구성하기 위하여 전세계의 해당 분야 연구자들에게 광고 메일을 무작위로 보내고 있다. 그렇게 모인 편집 그룹의 수준이 충분히 정제되고 높을 것이라고 판단하기 쉽지 않다.

가장 큰 문제요소는 3차 필터링을 진행할 피어리뷰어의 선정 과정이다. 담당 편집자가 논문 투고자의 정보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그 논문을 심사할 피어리뷰어를 선정한다. 원활한 논문 통과를 위해 투고자와 친분이 있는 사람을 피어리뷰어로 내세우는 일이 잦다. 결국 피어리뷰써클(Peer Review Circle, Peer Review Ring)이라고 불리는 비윤리적 카르텔이 등장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의미다. 앞에서 봤듯이 경상대 수학자들도 이해상충 문제가 있는 아가왈 저널의 피어리뷰어로 들어갔다. 

세이지 출판사(SAGE)의 <Journal of Vibration and Control>은 임팩트 팩터가 2를 넘는 SCI저널이다. 세이지는 2014년 논문 60편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일부가 동료끼리 피어리뷰서클을 구성한 뒤 제대로 된 심사 없이 논문을 통과시킨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시 대만 교육부 장관이 이 사건에 연루됐고 결국 논문비리 의혹으로 사퇴를 했다.

가짜 피어리뷰 스캔들로 사임했던 대만 교육부 장관 장웨이닝과 해당 저널. 출처: IEEE Spectrum

 

⑤약탈적 저널 '인용 카르텔'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세이지는 피어리뷰 부정을 출판사 스스로 장기간 추적하고 감사했다. 이미 SCI급인 해당 저널의 명성과 품질을 위해서라도 연구윤리를 벗어난 논문을 철회하는 자정 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저널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그런데 이제 막 생겨난 저널이나 유명하지 않은 저널은 어떻게 이 문제를 처리할까. 

다시 힌다위의 논문 게재 과정으로 돌아가보자. 일단 저널 초기에 기본 인력 구성이 끝났다면 이제 전세계 연구자들의 논문들을 끌어모아야 한다. 저널의 영향력을 보여 주는 임팩트 팩터, 즉 인용수를 끌어올려야 많은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고 논문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 초기에는 자기저널인용(Self Citation)을 통해 임팩트 팩터를 높일 수 있으나 너무 높으면 감점요인으로 작용한다. 

SCI는 자기저널 인용비율이 20%를 넘기는 경우, SCOPUS는 전체인용 중에서 자기인용비율이 3분의 1을 넘기는 경우 요주의 저널로 간주하고 IF에서 자기인용수를 빼거나 지정을 철회한다. (이 비율도 공식적인 기준은 아니다. 사안마다 내부 논의와 기준에 따른다.) 결국 저널의 자기인용비율을 장기적으로 계속 높이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 

그래서 논문 투고를 많이 받으려면 IF가 높아야하고 자기인용비율은 낮아야 한다. 즉, 자기 저널이 아닌 다른 저널의 인용을 많이 받아야 한다. 다른 저널의 인용을 받으려면 당연히 해당 저널에 자기 저널의 논문을 인용하고 있는 논문이 통과되어야 한다. 논문 출판사와 저널, 그리고 연구자 사이에 이해관계가 성립되었다. 이를 뒷받침할 시스템상의 헛점만 찾으면 된다.

여러 저널을 운영하고 싶으면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 국가의 해당 분야 사람들을 모아 비슷한 내용을 다루는 저널을 만들면 된다. 그리고 해당 저널의 편집자 그룹으로 들어가거나 편집자 주요 인물과 친분관계를 만들면 된다. 선진국(미국) 대학 교수라는 직함과 몇편의 논문 성과는 이런 관계를 만들 때에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그 다음은 피어리뷰어들을 본인이나 본인의 지인들로 구성하거나 직접 선정하면 된다. 이미 논문 투고자의 프로파일 정보를 스크리닝팀으로부터 넘겨 받았으니 투고자와 이해관계가 있는 리뷰어들을 통해 논문심사를 진행하면 된다. 저널간 상호인용을 조건으로 논문을 통과시켜주면 된다. 실적이 급한 투고자 입장에서는 본인의 연구실적이 늘어나는데다 본인 연구가 추후 다른 저널에서 인용될 것이기 때문에 이런 '거래'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위에서 본 경상대와 아가왈의 피어리뷰서클은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다.

피어리뷰어들이 곧 논문 투고자들이고 논문 투고자들이 피어리뷰어가 되는 피어리뷰써클을 만들고 유사한 복수의 저널을 통해 인용 카르텔을 만들면 임팩트 팩터는 자연스럽게 올라가게 된다. 저널 영향력은 증가하고 출판사는 돈을 벌게 된다. 온라인으로만 진행되는 특성상 이해상충문제는 바깥으로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 그 다음은? 오픈 액세스 출판사는 임팩트 팩터가 높아진 저널을 거대 학술 출판사에 팔아넘긴다. '저널 비즈니스'의 탄생이다. 

 

⑥ 거대 학술 출판사가 개입한 '저널 인큐베이팅 비지니스'

2011년 3월 네이처를 소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학술저널 출판사중 하나인 스프링어가 보도자료를 뿌린다. 스프링어가 세계 최대의 오픈 액세스 출판사인 힌다위로부터 12개의 저널을 인수했다는 내용이다. 스프링어는 SCI급 저널들과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오픈 액세스 저널들을 그 이후 꾸준히 사모으고 있다.

2011년 3월 힌다위로 부터 인수한 오픈 액세스 저널 목록. 아가왈이 만든 저널이 여러개 들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11년 인수목록의 하단에 눈에 띄는 저널들(JIAFPTABVPADE)이 보인다. 바로 문제의 아가왈이 운영하는 '약탈적 저널'들이다. 소위 '아가왈 저널'이 세계 최대 학술출판사인 스프링어에 팔린 것이다. 거대 학술 출판사가 윤리성을 도외시하고 돈벌이에 매달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들이 만든 '저널 인큐베이션 비지니스' 프로세스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스프링어로 팔려간 '아가왈 저널'은 여전히 아가왈이 대부분 편집장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피어리뷰는 동일하게 단일맹검 방식을 택하고 있다. 오픈 액세스 저널 성격도 유지하고 있다. 피어리뷰어 그룹만 힌다위 출판사 시절처럼 통제한다면 계속 '상호 인용'으로 저널 명성을 지키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2011년 이후 판은 커졌어도 여전히 인용 카르텔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아가왈은 2011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저널들을 발굴하거나 새로 만들고 있고 힌다위를 거쳐 스프링어에 팔고 있다.

 

2009년 NFAA 국제학회를 기념하기 위해 작성된 논문의 감사의 말에서 경상대 조열제 교수가 아가왈과 힌다위 출판사에 감사를 표하고 있다.

 

⑦ 학계는 계속 침묵할 것인가

정황 증거는 넘친다. 비정상적으로 상호인용을 하며 저널의 임팩트 팩터를 부풀렸고 일부 연구자는 세계 상위 1% 연구자에 올랐다. 남은 것은 학계의 검증이다. 필자는 수학전공자가 아니어서 논문의 내용과 질 분석까지 할 수는 없다. 데이비드 멈포드와 리차드 팔라이스 같은 유명 수학자들이 직접 나서서 아가왈의 문제가 드러나긴 했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큰 반향이 없다.

감동근 교수가 블로그를 통해 지적한 내용과 필자가 분석한 내용들 이외에도 정황 증거는 차고 넘친다. 이런 사례를 적발하고 검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SAGE처럼 출판사가 문제를 인식하고 직접 검증해야 하는데 이미 고도로 상업화된 출판사가 직접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MBC <PD수첩>에서 국내 소리공학자로 많이 알려진 배명진 교수의 실체를 밝혔던 적이 있다.
여기서도 국내에서 만들어진 '약탈적 저널' 사례가 나온다(39분 30초부터). 배명진 교수가 만든 GESTS라는 저널이 국내외 학자들을 대상으로 250달러를 내면 저널에 실어주겠다는 광고 메일을 뿌렸다. 컴퓨터 공학분야 권위자인 표트르 트리토노프 교수가 싸이젠(SCIgen, MIT에서 인공지능을 전공한 학생들이 만든, 가짜 공학논문을 자동으로 생성해주는 서비스로 약탈적 저널을 확인하는데 사용된다)으로 만든 가짜 논문을 해당 학회에 보냈는데 통과가 된 바 있다. 배명진 교수는 저명한 학자여서 논문을 통과시켜줬다는 궁색한 변명을 했다. 해당 방송 이후에 음향 및 음성공학 관련 국내 학자들과 전문가 174명이 단체로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이제는 학계가 나서야 한다. 학자들이 스스로 검증하고 문제점을 지적해야 한다. 이게 경상대 수학과만의 문제일까. 다른 학문 분야에선 이런 문제가 없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의 SCI-IF 같은 지수만 믿고 정책을 실행하고 연구비를 배분하는 학교와 정부도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마지막 4회차에서는 연구 및 연구자 성과 평가관련 대안적인 방법론과 함께 연구윤리의 가치에 대해서 다루고자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