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청정원, 중국산 비빔밥과 협업했다?

  • 기자명 이승우 기자
  • 기사승인 2021.03.1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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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tvN 드라마 <빈센조>에 중국의 즉석식품 브랜드 '즈하이궈' 비빔밥이 등장했다. 중국의 문화공정을 고려할때 부적절한 PPL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드라마를 본 사람들이 비빔밥을 중국음식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드라마에 등장한 즈하이궈 비빔밥이 대상그룹의 '청정원'과 연관되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즈하이궈 비빔밥에 중국어와 한국어 표기가 병기되어 있고, 표지에 "청정원과 협업"이라는 문구가 표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해당 제품이 청정원에서 중국 수출용으로 만든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청정원과 즈하이궈 비빔밥이 관련이 있는지 뉴스톱이 확인했다. 

지난 14일 방영된 '빈센조' 8회, 작중 58분 57초부터 약 1분 30초간 '즈하이궈' 비빔밥이 등장했다.
지난 14일 방영된 '빈센조' 8회, 작중 58분 57초부터 약 1분 30초간 '즈하이궈' 비빔밥이 등장했다.

 

◈ 즈하이궈 비빔밥, 청정원과 협업 제품인가? → 사실 아님

뉴스톱이 확인한 결과, G마켓위메프 등 국내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는 즈하이궈 비빔밥은 "청정원 한국 브랜드와 협업"하고 있음을 명시하고 있었다. 상품 설명란에는 "청정원과 만든 진짜 한국 김치 비빔밥"이라며 한국 전통의 맛을 그대로 구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G마켓에서 판매중인 '즈하이궈 비빔밥' 상품 설명. '청정원 한국브랜드와 협업 전통의 맛 드대로~!'라고 적혀 있다.
G마켓에서 판매중인 '즈하이궈 비빔밥' 상품 설명. '청정원 한국브랜드와 협업 전통의 맛 드대로~!'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뉴스톱과의 전화 통화에서 청정원은 즈하이궈의 상품 설명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담당자는 현재 즈하이궈 제품에 청정원과의 협업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는 말에 "청정원과 즈하이궈는 공식 협업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청정원 홈페이지에 명시된 바와 같이, 청정원이 중국 현지에 제품을 납품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즈하이궈 회사와 협업하여 제품 연구 및 제작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즈하이궈 측에서 국내외 쇼핑몰에 청정원과 협업 관계로 제품을 제작했다고 명시한 것에 대해 회사 자체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뉴스톱은 한국에서 '즈하이궈 비빔밥' 해외 직배송 업무를 담당하는 '해외직구는라이라이'를 통해 판매자의 입장을 물었다. 즈하이궈는 제품 상세페이지를 한국어버전으로 제작하는 과정에서 번역 착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청정원과 협업" 했다는 상품 설명 부분은 본래 "한국 전통식품브랜드인 청정원에 입각해 한국 전통적인 맛과 향, 형태를 살렸다."라는 의미이며, 실제 청정원과 제조과정에서 협업 된 사항은 없다는 것이다. 또한, 해당 상품 설명에 오해의 소지가 있음을 인정하고 이른 시일 내에 내용을 변경할 것이라 말했다.

 

중국 '경동' 쇼핑몰, 즈하이궈 비빔밥 상품 설명에 '청정원'에 입각하여 제품을 만들었다고 명시되어 있다.

실제로 현재 중국 '경동(京东)'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는 중국 현지 즈하이궈 제품에는 "정통 한국 브랜드 청정원에서 유래(源自正宗韓式品牌 청정원)"라고 표기되어 있을 뿐 '협업'이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다만 "청정원에 유래했다."라는 언급 자체만으로 청정원과 모종의 협력 관계에 있었다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인터넷에 논란이 불거지자 청정원은 지난 16일, 즈하이궈 비빔밥과 협업하지 않았다는 성명을 밝혔다. 청정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들은 단순히 중국에 원료를 납품할 뿐, 제품을 공동 개발한 적도 없고 국내 마케팅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청정원 홈페이지 갈무리
청정원 홈페이지 갈무리

 

◈ 한국 김치를 파오차이(泡菜)라고 적는 이유는?

즈하이궈 비빔밥 상품에는 청정원과 협업했다는 문구 외에도 김치를 '파오차이'로 표기하여 논란이 되었다. 한국과 중국에서 판매하는 즈하이궈 비빔밥 모두 한국식 김치를 '파오차이'로 표기했다. 그런데 파오차이는 중국식 절임채소로 중국 고유 음식이다. '한국식 파오차이'라는 표현은 중국에게는 익숙할 수 있어도 한국인에게는 모순되게 보일 수밖에 없다. 

국내 외에서 판매하는 즈하이궈 비빔밥에는 모두 '청정원'과 중국식 절임채소 '파오차이'가 명시되어 있다.

'한국식 파오차이'라는 기묘한 표현의 배경에는 중국의 김치 표기 방침이 있다. 중국은 현지에서 판매하는 김치를 옌차이(腌菜ㆍ절임채소)로 표기하고 있다. '중국 식품안전국가표준 GB 2714-2015 절임채소(食品安全国家标准 酱腌菜)'는 소금, 설탕절임 또는 장류절임 가공으로 만들어진 채소를 의미한다. 김치를 포함해 소금에 절인 채소류를 모두 지칭하는 대분류로서 '옌차이'라는 용어가 쓰이는 것이다. 

해당 분류에 해당하는 절임채소 음식에는 '둥차이(冬菜)', '쏸차이(酸菜)'가 있고 한국인들에게 중식당 '짜사이'로 알려진 '자차이(榨菜)', 그리고 '파오차이(泡菜)' 등이 있다. 파오차이는 쓰촨 파오차이가 유명하며 서양의 피클이나 일본의 스케모노와 같은 중국 고유의 음식이다. 그런데 중국에서 한국 김치를 파오차이로 표기하면서 혼란이 생기고 있다. 

왼쪽부터 '둥차이', '쏸차이',
중국의 옌차이(절임채소). 왼쪽부터 '둥차이', '쏸차이', '자차이', '파오차이'

김치가 파오차이 등 다른 절임채소와 명확히 다른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김치를 파오차이와 동일어로 간주하는 인식은 여전히 팽배하다. 네이버 중국어 사전도 파오차이를 '김치'로 번역하고 있다. 검색창에 파오차이를 검색한 결과, 연관 검색어로 '김치찌개', '김치전', '김치볶음밥'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중국정부가 자국에서 판매되는 한국의 김치에 대해 ‘파오차이’(泡菜)라는 표기를 강제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실제 청정원과 종가집 등 한국업체는 중국 현지에서 생산하거나 수출하는 김치의 제품명을 '파오차이'라고 적고 있으며 작게 영어로 김치(kimchi)라고 표기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 국가표준 GB는 한국 뿐 아니라 독일 등 다른 국가의 절임류 채소식품로 파오차이로 표기하도록 분류하고 있다. 다만 중국업체들이 한국식 김치를 파오차이라고 적어서 전세계에 판매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중국이 김치까지 빼앗으려 한다는 인식이 강해진 것이다.

한국 김치는 중국의 파오차이와는 엄연히 다른 음식이다. 원칙적으로 한국에서 스파게티를 '이탈리아 국수'라고 부르지 않듯이 김치도 '한국식 파오차이'라고 부르기보다는 '김치'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다만 중국의 한자는 표음문자가 아니라 문자 하나하나에 뜻이 있는 표의문자다. 새로운 한자를 조합해서 '김치'란 단어를 만들어 내야하는 불편함이 있다보니 그냥 익숙한 파오차이를 쓰는 측면도 있다. 2010년대 초 농림축산식품주는 김치의 중국식 이름을 ‘신치’(辛奇)로 지정해 중국과 타이완, 홍콩에 상표권을 출원한 적이 있으나 잘 쓰이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 정부 차원에서 김치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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