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서울시 '원전하나줄이기' 홈페이지·조직 사라졌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3.3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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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선거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원자력 발전을 지지하는 단체들의 공세도 거세진다. 박원순 전 시장의 대표적 에너지 정책인 '원전하나줄이기'가 공략대상이다. 서울시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서울의 전력자립률을 높이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012년부터 '원전하나줄이기'사업을 시작했다. 친환경재생에너지 생산 확대와 에너지 이용 효율화, 에너지 절약 등을 통해 원전 1기가 연간 생산하는 전기를 절감하자는 취지의 사업이었다. 정책의 입안부터 시행 평가까지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추진한다는 시민주도형 정책이다. 

원전 지지 단체들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에게 공개질의를 통해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을 어떻게 평가하냐고 물었다. 이어 이들은 "박원순 전임시장이 성범죄로 유고한 후 원전하나줄이기 홈페이지도 사라졌고 조직도 사라졌다"며 "이렇게 바뀐 이유는 서울시가 스스로 판단할 때에도 원전하나줄이기가 부끄러운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출처: 데일리안 홈페이지
출처: 데일리안 홈페이지

 

①원전하나줄이기 홈페이지와 조직이 사라졌나?

 

그런데 원전 지지 단체들은 박 전 시장 유고후 원전하나줄이기 홈페이지와 조직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2021년 3월30일 현재 구글에 '원전하나줄이기'를 검색하면 해당 페이지로 연결된다.

서울시에서 원전하나줄이기 업무를 담당하는 곳은 기후환경본부이다. 원전하나줄이기 관련 업무 담당자 연락처도 소개된다.

출처: 서울시청 홈페이지
출처: 서울시청 홈페이지

서울시가 추진한 정책을 모아놓는 '서울 정책아카이브'에서 원전하나줄이기를 찾아봤다.

서울시는 2012년 4월 26일 시민들에게 ‘원전하나줄이기’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에너지 생산·효율화·절약을 통해 2014년까지원전 1기 생산량에 해당하는 200만 TOE(석유환산톤, 석유 1톤을 연소시킬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표준화한 단위)를 절감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담조직을 개설하고 관련조례를 개정했다.

2014년 원전하나줄이기 1단계가 마무리되고 '에너지 살림 도시'라는 이름으로 원전하나줄이기 2단계가 시작된다. 에너지 살림 도시는 2020년 마무리됐다.

서울시는 지난 1월 조직개편을 실시하면서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을 담당했던 부서들의 이름을 바꿨다. 정순규 서울시 기후에너지전략팀장은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은 당초 여러 부서에 기능이 나눠져 있었다"면서 "현재도 후속 조치 등 계속해야 하는 사업들은 해당 부서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②원전하나줄이기 시민 속이고 권한 넘어섰나?

원자력 단체들은 "서울시나 수도권에 원전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서울시가 원전을 줄일 수 있는 것처럼 '원전 하나 줄이기'라는 문구를 시내버스에도 부착하고 관련 이름을 가진 조직을 구성해 시민들을 속이며 권한을 넘어서는 일을 벌였다"고 주장한다.

서울 정책아카이브는 "서울시는 에너지 위기와 기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에너지 수요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늘리기 위한 종합대책을 시민과 함께 수립하고 추진함으로써 2014년까지 최소한원전 1기(1GW급)에서 생산되는 양만큼의 전력을 절감하고, 장기적으로는 2020년까지 전력 자급률 20%를 달성하고자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을 펼치게 되었다."고 적었다.

원전하나줄이기는 정책 구상단계부터 에너지 수요 감축과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늘리기 위한 대책으로 시작됐다. 원자력 단체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을 수 있지만 시민을 속이거나 권한을 넘어서는 일과는 관련이 없어보인다.

 

③원전하나줄이기 에너지소비 얼마나 줄였나?

원자력 단체들은 "원전 1기가 생산하는 전력과 같은 정도의 전력 소비를 줄이는 것이 사업의 목적이라 해도 서울시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서울 시민을 얼마나 속이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의 성과를 생산, 효율화, 절약 분야에서 367만TOE(석유환산톤)의 에너지소비를 감축했고, 이것은 발전소 1기당 평균 에너지생산량 92만TOE/년의 4배가 돼 당진석탄발전소 400만kW에 해당한다고 발표했다"며 "정부의 지역에너지통계연보에 의하면 서울시 에너지소비는 사업시작 전년도인 2011년 1550만TOE에서 2016년 1540만TOE로 10만TOE(0.6%) 감소했을 뿐이며 같은 기간 서울시 인구가 1007만명에서 985만명(2.2%)으로 감소한 점을 감안한다면 서울시의 성과 발표는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출처: 지역에너지통계연보(2020)
출처: 지역에너지통계연보(2020)

 

지역에너지통계연보에 따르면 2011년 서울시의 최종에너지 소비량은 1549만1000TOE(석유환산톤)이다.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이 시작됐던 2012년엔 1520만3000TOE였고 2014년엔 1468만TOE로 줄었다. 2014년 원전하나줄이기 1단계가 종료될 당시 2011년과 비교하면 에너지소비량은 81만1000TOE 줄어든 셈이다.

통계 수치만 놓고 보면 당초 목표치로 제시한 200만TOE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원자력 단체들의 비판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순규 서울시 기후에너지전략팀장은 "당초 목표는 2012년 기준 에너지사용량의 10분의1을 줄이는 것이었다"며 "2012년에 100을 사용했다면 90이 돼야하는 것이지만 전체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에너지 사용 총량이 늘었다.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성과는 있었지만 총 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성과가 제대로 부각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 팀장은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이 시민 기업 지자체가 동참하는 캠페인 이런 것을 통해 시민의 인식이 개선되고 정책에 반영되고 에너지를 줄이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일어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며 "기후위기의 파국을 막기 위한 시민들의 즉각적 동참을 이끌어낸 것이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뉴스톱은 검증 결과 박원순 시장 유고 이후 원전하나줄이기 홈페이지와 조직이 사라졌다는 원자력 단체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정했다.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이 시민을 속이고 권한을 넘어섰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었다.

다만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이 출범당시 내걸었던 에너지 사용량 감축 목표에는 미달한 것으로 판단된다. 지역에너지통계연보를 분석한 결과 당초 서울시가 내세웠던 감축 목표와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에너지 절감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에 대해 '시민을 속인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여전히 타당하지 않다. 원전하나줄이기 정책은 시작부터 에너지 수요 줄이기와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목표로 한 시민참여 정책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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