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20대 남성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유 이사장은 지난 21일 저녁 서울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열린 <유시민 작가와의 만남-나는 왜 역사를 공부하는가>행사에 참석했다. 20분 여의 짧은 강연 후 참석자들과의 질의응답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20대 남성의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매우 낮아 20대 여성과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논란이 된 발언은 답변 중에 나왔다.
“20대 남성들은 축구도 봐야 하고 ‘롤’도 해야 하는데, (그 시간에) 여성들은 공부를 하기 때문에 불리하다고 생각한다”는 유 이사장의 일부 발언은 다음 날 유튜브 영상을 통해 알려졌고,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퍼지며 논란이 됐다. 특히 남성 중심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유시민이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에 불을 질렀다” “20대 남성의 분노를 어리광 취급했다”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급기야 바른미래당 김현동 청년대변인은 지난 25일 “20대 청년의 아우성은 철없는 질투 따위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20대 성별 지지율 격차의 원인을 ‘본인들이 군대, 축구, 게임으로 시간을 빼앗길 때 공부하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질투’로 이야기한 유시민 작가의 발언이 있었다. 유시민 특유의 해학을 섞은 이야기였다 한들, 이 발언은 분명한 반성과 사과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어 26일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이 “유시민 이사장은 청년에게 석고대죄하라”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그러면 유 이사장의 발언이 20대 남성을 폄하한 것이 맞을까? 유 이사장의 전체 발언을 자세히 살펴보자. 당일 행사장에서 이 질문을 한 사람은 필자다(인터뷰 섭외를 위해 참석했는데 실패했다). 당시 유이사장이 답변할 때 다수의 20대 남녀를 포함한 120명의 참석자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기사가 아닌 영상을 통해 직접 확인해보자.
전체 발언 가운데 20대 남성과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유 이사장은 20대 남성이 분노하는 이유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20대 남성은 남자만 군대에 가는 상황에 분노하고 있으며 학창시절 여자애들만 이뻐해주는 여자선생님으로부터 남녀차별을 겪었다고 인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자들은 커오면서 특별히 받은 것도 없는데 군대도 가야해서 불리하다고 느끼고 성차별이 자기들 잘못도 아닌데 모두가 여성들만 감싸고 돌아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게임과 축구' 얘기는 발언의 본질과는 상관없는, 재미를 위한 발언이다. 이는 참석자들의 유쾌한 반응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3분 30초간 발언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20대 남성들의 박탈감을 전제로 “20대 남성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 (지지율이 낮은 것은) 욕망보다는 이성적으로 가려는 현 정부의 흐름 때문에 빚어진 현상”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지엽적인 내용을 보면 오히려 여성이나 다른 그룹이 화를 낼만한 내용이 많다. 유 이사장이 볼 때 ‘아닌데’하는 여성장관도 있고, 여자아이들만 예뻐하는 여선생님들도, 양심상 군에 못가라는 말로 군에 안간다는 ‘양심적병역거부자’, 결국 혜택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20대 여성도 있다.
그러면 이 사안을 언론이 어떻게 다뤘는지 보자. 대부분 언론은 유시민 발언 맥락을 소개하기 보다는 '게임'과 '축구'를 강조하며 발언 취지를 왜곡하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보수언론은 유시민의 발언을 '20대 남성을 이해못하는 정부' 프레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중앙일보는 25~26일 이틀간 무려 4건의 기사를 쏟아냈다. 유시민 발언이 이 정도로 집중보도해야할 사안인지 의문이다.
유시민은 이미 정치은퇴를 선언했고 공식적으로 수차례 정치복귀를 부인한 바 있다. 그런데 언론은 끊임없이 유시민을 정치권으로 불러들인다. 1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저자와의 대담' 자리에서 나온 발언을 자세히 소개하고, 그것도 전체 맥락을 무시하고 한두 단어에 집중해 일부 계층의 분노를 이끌어내 소기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언론의 모습은 오히려 왜 언론개혁이 필요한지를 역설한다. 기사를 쓴 기자 중 발언 동영상을 제대로 본 기자가 있을지 의문이다.
해당 질문을 했던 필자가 그날 가장 공감했던 유 이사장의 발언은 해당 동영상의 후반부에 나온다. '무지막지한' 언론계 일원으로서 독자들께 사과를 드리고 싶다.
“대중의 그런 욕망을 무제한적이고 파괴적인 형태로 표출시키고 있는 게 언론이죠. 우리나라의 주류 언론 뭐 비주류 언론 말할 것 없이 언론사의 기자들이 보여주고 있는 반지성주의 어마어마합니다. 무서워요. 정말 무지막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