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는 ‘친문’인가 ‘비문’인가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1.04.16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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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차기 정무수석비서관으로 이철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이 전 의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주로 언론들을 중심으로 현재 ‘친문’주류와는 다르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소셜미디어 일부에서는 이 전 의원도 ‘친조국인사’였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이 전 의원의 과거 발언들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KBS 유튜브 영상 갈무리
KBS 유튜브 영상 갈무리

21대 총선 불출마 ‘비문’ vs 조국에 죄책감 가진 ‘친문·조빠’

JTBC 시사교양프로그램인 <썰전>에 출연하며 시사평론가로 유명해진 이철희 전 의원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 8번 후보로 당선되며 의정활동을 시작해, 국방위원회 간사, 정치발전특별위원회, 2017 대선 민주당 전략기획부본부장 등으로 활동했습니다. 21대 총선을 6개월 여 앞둔 2019년 10월 15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화제가 됐습니다.

“의원생활을 하면서 많이 지쳤고, 정치의 한심한 꼴 때문에 많이 부끄럽다. 그래서 저는 다음 총선에 불출마하고자 한다”, “조국 얘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감하는 국면이 67일 만에 끝났다. 그동안 우리 정치, 지독하게 모질고 매정했다”, “야당만을 탓할 생각은 없다. 정치권 전체의 책임이고, 당연히 저의 책임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불출마 입장문 전문)

이를 반영한 듯 이철희 전 의원의 청와대 정무수석 내정을 보도한 중앙일보는 “이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이 직접 영입한 인사이긴 하지만 ‘친문’과는 거리가 먼 ‘비문’인사로 분류된다. 그는 이른바 ‘조국 사태’에 대해 “정치권 전체의 책임”이라고 지적하는 등 검찰을 공격했던 친문 정치인과 결이 다른 발언을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중앙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정무수석비서관으로 ‘비문’ 이철희 전 의원을 내정했다는 뉴스가 반갑습니다.”며, ‘쇄신의 신호탄’이길 바란다는 칼럼도 실었습니다.

조선일보도 “이철희 전 의원은 2016년 총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영입돼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하지만 국회의원 시절에도 당의 주류였던 친문에 쓴소리를 하며 대표적 비문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국민일보는 “이 전 의원은 4·7 재보선 여당 참패 이후 “이 정도 격차면 어떤 변명이나 핑계 댈 것이 없다. 국민들이 따끔한 회초리를 들었다”고 평했다.“며 ‘쓴소리’라는 제목을 달앗습니다.

대체로 총선 불출마 당시 밝힌 이 전 의원의 소회를 기반으로 평가한 기사가 많았지만 이번 보궐선거에 대한 평가를 기반으로 한 보도도 많았습니다.

페이스북 이미지 갈무리
페이스북 이미지 갈무리

 

이에 반해 “이철희 전 의원이 언제 조국방어를 비판했다는 건지”, “조국씨 인사청문회 때 닭살 극치의 퍼포먼스를 보이신 분인데, 지금은 "탈조국"의 깃발이 되어 있네요”(댓글), “이철희가 한말중에 제일 히트는 나라도 조국을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불출마 선언한다고 했어요 ㅋㅋㅋ 사람들 착각하는데 이철희가 친문이 아닌줄 아는데... 오히려 조빠였음.”(댓글) 등 이 전 의원이 ‘친문’, ‘조빠’라는 소셜미디어 주장들은 과거 인터뷰를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언론 인터뷰에서는 주로 여야 모두에 ‘쓴소리’

실제로 이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10월 15일 당일 출고한 오마이뉴스 기사의 제목은 <불출마 선언한 이철희 “조국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였습니다. 이 전 의원은 해당 인터뷰에서, “조국 장관의 사퇴가 영향을 준 건가?”라는 질문에 “조국 국면이 시작되고, 정치에 대한 환멸이 생기기 시작했다. 조 전 장관이 책임질 일도, 해명할 일도 당연히 있다. '꼭 조국이어야 하느냐'는 반론도 가능하다. 그러나 마치 나라 팔아먹은 놈을 쫓아내듯 하는 건 지나치다. 이런 정치에 누가 배겨나겠나.”라고 답했습니다.

같은 날 KBS 인터뷰에서도 “조국 장관도 혼자 보내기 좀 짠한 마음도 있고, 조국 장관이 책임질 일이 분명히 있습니다만 무려 70일 가까이 저렇게 사람과 가족을 난도질할 일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10월 25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지금 민주당 내에선 총선(2020년) 전망을 어떻게 보나.”는 질문에 “유권자들이 설마 지질한 야당에 표를 주겠느냐고 생각해온 게 사실이다. 이제는 심리적 저지선이 무너졌다. 당에서도 위기의식이 생겼다. 과거 선거를 보면, 우리 국민이 심판할 때는 회초리를 무섭게 든다. 적당히 드는 게 아니고. ‘앵그리 보터(angry voter·성난 투표자)’가 많아서, 어디로 화를 분출해야겠다 생각하면 무섭게 한다.”며, “이번 사태를 예방주사로 생각하고 심기일전하지 않으면 심각한 상황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번 보궐선거 결과를 조금 일찍 예견한 셈입니다.

이후 11월 1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는 “조국 전 장관이 사퇴한 다음날 불출마 선언을 했는데, 조국 혼자 책임질 일은 아니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386세대의 마지막 정치적 임무는 새로운 세대가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촉진자 역할”이 되기를 희망한다고도 했습니다.

11월 1일 ‘프렌체의 식탁’ 11월 13일 YTN 인터뷰에서는 여야 모두에 ‘쓴소리’를 하기도 했고, 11월 1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는 ‘86세대 기득권론과 퇴진론’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최근인 2020년 12월 31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충돌 사태와 관련해 “이낙연 대표가 이번 사태에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하는 사태에 이른 것은 무능하고 무책임한 내각과 청와대 참모들이 사태를 방관한 책임이 크다”며 “총사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언론과의 인터뷰들을 근거로 이 전 의원의 입장을 살펴보면, ‘조국 사태’ 당시는 초기 옹호에서 양비론으로, 이후에는 여야 모두에 쓴소리를 했고, 86세대 기득권론과 퇴진론을 주로 이야기했습니다. 이를 두고도 '인터뷰하는 매체에 듣기 좋은 말만 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 전 의원이 '친문'인지 '비문'인지 여부를 과거의 단편적인 발언과 사실만으로 예단하기에는 조금 이른감이 있습니다.

끝으로 한 가지 더 참고할만한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이 전 의원은 2019년 10월 25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청와대에서 참모로 일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우리 문 대통령이 좋은 대통령,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데 제 역할이 필요하다면 할 것이다. 또,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도 좋은 사람이 대통령 되는 데 역할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을 거다.”라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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