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페미니즘때문에 민주당이 졌다고?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21.04.2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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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페미니즘'이라는 유령이 한국 사회를 배회하고 있다. 4월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참패에 대한 원인으로 페미니즘이 꼽히면서다. '이남자(20대남성) 쇼크'는 방송사 출구조사에서 시작됐다. 20대 남성이 심지어 60대 이상 남성보다도 민주당에 표를 덜 준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전통적으로 2030세대는 민주당 지지성향이라고 믿었던 지지자들의 충격은 컸다. 처음에는 20대가 역사의식이 부족하다고 비난하다가 최근엔 20대 남성의 마음이 돌아선 것에 대한 분석이 이어졌다. "선거 패배는 페미니즘 탓"이라는 민주당의 자가진단이 내려졌다.

20대 남성에 대한 분석은 이미 문재인 정부 들어서 수차례 이뤄졌다. KBS의 <문 대통령 지지율, 유독 ‘20대 男’이 등 돌렸다? 그래프 겹쳐보니> (2018.12.17), 한국일보 <20대 남ㆍ녀 ‘文 지지율’ 격차, 최근 아니라 정권 초부터 드러났다> (2019.1.19), 한겨레 <문 대통령 핵심 지지층? 20대남성 ‘이대남’은 부동층!> (2019.1.24), 동아일보 <文 정부 지지율에서 20, 30대 남녀 격차가 심한 이유> (2019.10.12), 한겨레21 <바보야, 문제는 '이남자'가 아니야> (2021.4.16) 등 기사가 나왔다. 이들 기사의 공통분모는 '페미니즘'이 아니라 '공정'이었다. 

안티페미니즘 진영에서는 이번 선거가 현 정부와 민주당이 추구하는 페미니즘에 대한 응징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준석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이다. 페미니즘에 비판적인 진보너머, 김용민 시사평론가 및 이선옥 작가를 비롯해 일부 민주당 정치인이 뒤따르고 있다. 이들은 현 정부의 페미니즘 정책이 애초에 잘못된 방향이었거나 실패했다고 진단한다. 그런데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정말 페미니즘 정부일까?

이 기사에선 문재인 정부에 대한 20대 남성과 여성의 지지율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살펴보고 민주당의 패인을 분석한다.  물론 패인이 한가지만은 아닐 것이다. 원래 선거는 수백만개의 욕망과 감정이 서로 부딪히는 현장이다. 이번 선거에서 누군가는 집값을 올리고자, 누군가는 오만함을 응징하고자, 누군가는 대선 전에 경고를 주고자, 누군가는 적폐를 청산하고자 투표를 했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페미니즘이 싫어서 안티페미니즘 진영에 투표를 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부수적인 원인과 결정적인 원인은 구분해야 한다는 거다.

우선 20대 남녀 및 주요 성별 연령대의 선거시 민주당 지지율이 어떻게 변했는지 분석한다. 이어서 20대 남성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어떤 사건으로 영향을 받았는지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20대의 투표 성향 분석 및 문재인 정부의 페미니즘 정책에 대해 정리하고자 한다.

 

① 20대 남성은 원래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았다

우선 20대 남성과 여성의 투표 성향을 데이터를 통해 살펴보자. 정권 초기 지지율은 기대감이 크게 반영되기 때문에 착시가 발생할 수 있다. 2017년 대선 성별-연령별 문재인 지지율을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2017년 5월 7~8일 한국갤럽이 실시한 대선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표1> 참고) 19~29세 남성(이하 20대남성)은 문재인 후보에게 37% 지지를 보였다. 반면 19~29세 여성(이하 20대 여성)은 56% 지지를 보였다. 20대 남녀의 차이는 19%p다. 현 정부 시작 전부터 이미 20대 남녀는 민주당 지지에서 차이를 보인 것이다. 같은 조사에서 30대 남녀는 각각 59%-59%, 40대 남녀 59%-50%, 50대 남녀 39%-41%, 60대 이상 남녀는 22%-25%를 기록했다. 40대 남녀의 9%p차이가 제일 컸고 대체로 성별 차이가 없었다.  

표1. 한국갤럽이 2017년 5월 7~8일에 조사한 연령별 성별 대선후보 지지도.
표1. 한국갤럽이 2017년 5월 7~8일에 조사한 연령별 성별 대선후보 지지도.

이 여론조사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문재인 후보가 40대를 제외하곤 모든 연령대에서 남성보다 여성유권자로부터 표를 더 얻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3040 남성과 2030 여성의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가 탄탄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20대 남성과 5060세대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가 애초에 낮은 수준이었다. 

아래 <표2>는 2021년 4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의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다. 20대 남성의 박영선 후보(민주당) 지지율은 22.2%로 모든 성별-연령대에서 가장 낮았다. 심지어 60대 이상 남성 28.3%보다 낮았다. 시각적으로 매우 충격적인 결과다. 반면 20대 여성은 44.0%가 박영선을 지지해 20대 남성과 두배 차이가 났다. 많은 언론과 정치인이 20대 남성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는 착시효과다. 

표2.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연령별 성별 방송사 지지율 출구조사.
표2.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연령별 성별 방송사 지지율 출구조사.

아래 <표3>은 2017년 문재인 후보 지지율과 2021년 박영선 후보 지지율 차이를 계산한 것이다. 20대 남성 지지는 14.8%p 감소했고 20대 여성도 12.0%p 줄어들어 감소 폭에 큰 차이가 없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30대 남성이다. 무려 26.4%포인트나 빠졌다. 30대 여성도 15.3%p 줄어 전체 성별 연령대 중 두번째로 많이 빠졌다. 세번째가 20대 남성, 네번째가 20대 여성이다. 2030의 지지가 많이 빠진 것이다. 반면 5060 남성의 경우 오히려 2017년 대선과 비교해 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증가했다. 2030의 민주당 지지율이 유의미하게 빠진 것은 이들이 민주당에 대해 극히 실망을 했기 때문이다. 반면 5060의 지지가 2017년에 비해 늘어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해 호감을 느낀 사람이 증가한 것으로 봐야 한다. 

물론 주의해서 봐야할 점이 있다. 2017년 대선은 다자구도였고 유의미한 득표를 한 후보가 5명(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이나 나왔기 때문에 지지율이 후보별로 분산되어 있었다. 민주당에 대한 최초 지지율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선 좋지만 양자구도 선거와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양자구도로 치러졌기 때문에 선호하지 않는 후보를 차악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지지율은 민주당과 정부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바로 비교하면 안된다. 2017년에는 다자구도였던 선거판이 지금은 사실상 양당구도로 재편되면서 다른 정당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상당수가 국민의힘 혹은 민주당으로 이동해 양당의 지지가 증가했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에서 2030의 지지가 2017년 대선보다 감소한 것은 더욱 민주당에게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 

표3. 2017년 대선과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민주당 후보 지지율과 그 차이.
표3. 2017년 대선과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민주당 후보 지지율과 그 차이.

그럼 1년전인 2020년 총선 민주당 지지율은 어땠을까. 당시 방송사 출구조사(<표4>)에 따르면 20대 남성은 47.4%, 20대 여성은 63.6%가 민주당을 지지했다. 2017년 대선과 비교해 전체적으로 20대의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올라갔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20대 남녀 차이는 16.2%p다. 2017년 대선(19%p)에 비해서 20대 남녀 차이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다른 나이대에 비해선 차이가 크다. 30대 남녀는 57.8%-64.3%, 40대 남녀 65.0%-64.2%, 50대 남녀 50.8%-47.5% 60대 이상 남녀는 31.8%-33.5%다. 20대 다음으로 남녀의 차이가 큰 것은 30대다(6.5%p). 2017년 대선에서 30대 남녀가 모두 59% 민주당 지지율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30대 남성은 소폭 빠졌고 30대 여성 지지가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표4. 2020년 총선 연령별-성별 정당 지지율 방송사 출구조사.
표4. 2020년 총선 연령별-성별 정당 지지율 방송사 출구조사.

2017년 대선과 비교하면 2020년 총선때 민주당 지지율은 모든 성별 연령대에서 다 증가했다. 가장 많이 오른 성별 연령대는 50대 남성(39%->50.8%)과 60대 이상 남성(22%->31.8%)다. 이는 당시 총선 아젠다 때문이다. 2020년 4월 총선은 '코로나 선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 국내 발병 뒤 정부는 초기대응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선거에 즈음해서는 확진자수가 크게 줄었다. 3월 30일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결정됐다. 정부에 대한 호감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황교안 대표가 당권을 잡으며 여전히 '박근혜 잔당'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선거 막판 각종 막말은 통합당에 대한 비호감도를 높였다. 통합당은 대안 제시없이 방역에 대한 이의제기만 해서 '발목잡기 정당'으로 낙인 찍혔으며 재난지원금도 찬반을 오락가락했다. 코로나19 방역에 가장 민감한 연령이 5060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민주당 지지로 돌아선 것이다. 

아래 <표5>는 2020년 총선과 2021년 서울시장 선거의 민주당 지지율 차이를 계산한 것이다. 2017년 대선과의 비교가 성별 연령대 민주당 지지율의 출발점을 확인한다는데서 의미가 있다면 2020년 총선과의 비교는 최근 어떤 계층이 돌아섰는지 확인하는데 의미가 있다. 1년 전과 비교해 민주당 지지에서 가장 많이 빠진 성별 연령대는 20대 남성(25.5%p)과 30대 남성(25.2%p)이다. 하지만 30대 여성(20.6%p)과 20대 여성(19.6%p)도 이에 못지 않게 빠졌다. 40대도 2030보다는 덜하지만 15%p 가량 감소했다. 5060에서 상대적으로 선방을 했다. 원래 나이가 들수록 정당 고착화 현상이 나타나 웬만해서는 지지하는 정당을 바꾸지 않기 때문이다.  

 

표5. 2020년 총선과 20201년 서울시장 보궐선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표5. 2020년 총선과 20201년 서울시장 보궐선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위의 표는 민주당 지지율 감소가 20대 남성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지금 20대 남성에게서 민주당 패배의 원인을 찾는 것은 잘못된 방향인 것이다. 모든 연령대에서 이렇게 지지율이 많이 빠졌는데 승리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수도권 지역구 득표율은 대략 55% 대 45%였다. 그런데 이 추세가 수도권 거의 모든 지역구에서 나타나면서 민주당 180석이라는 압승으로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양자대결시 수도권에서 5%p만 상대정당으로 이동하더라도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연령대별로 많게는 25%에서 적게는 5% 지지율을 잃었다.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는 52.9%를 득표한 바 있다. 민주당이 양자구도에서 2018년 박원순이 받은 정도의 지지율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내년 대선에서도 어려운 승부를 할 수밖에 없다. 

 

② 20대 남자는 어떤 이슈에 영향을 받았나

다음으로는 20대 남녀의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을 살펴본다. 일반적으로 대통령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은 동조화 경향이 있다. 대통령 지지율이 높아지면 여당이 승리하고 낮아지면 여당이 패배하는 그림은 익숙하다. 4월 재보궐 선거 즈음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역대 최저를 갱신하고 있었기에 민주당의 참패는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물론 후보 경쟁력과 구도, 이슈 등에 따라 선거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은 있지만 중간평가 성격이 강한 선거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여당 성적의 바로비터다. 

아래 <그림1>은 20대 남녀의 문재인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부정 평가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한국갤럽이 매달 한번씩 발표하는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조사를 참고했다. 그 조사에서만 성별과 연령별 지지율을 다 공개하기 때문이다. 이 그림에서 주목해야하는 것은 20대 남녀의 긍부정 차이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긍정평가는 남녀 모두 90% 안팎을 기록했고 부정평가는 한자리수였다. 하지만 몇차례 변곡점을 지나며 남녀간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2017년 대선 지지율에서 봤듯이 20대 남녀간 지지율은 20%p 차이가 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림1. 20대 남녀의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추이.
그림1. 20대 남녀의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추이.

문재인 정부에 긍정적인 요인이 있으면 상대적으로 20대 남성의 긍정평가 증가폭이 여성보다 컸다. 이에 따라 남녀 지지율 격차 폭이 줄어들었다. 반면에 부정적인 요인이 생기면 20대 남성의 부정평가가 더 증가해 지지율 남녀 격차가 늘어나는 양상을 보인다. 이슈에 따라 지지율이 등락이 심한 것은 전형적인 스윙보터의 특징이다. 즉 20대 남성은 스윙보터의 특성을 띠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20대 여성의 경우 민주당 지지 정도가 상대적으로 단단했다. 그러니 안 좋은 이슈가 나와도 지지율 낙폭이 크지 않은 것이다. 20대 여성의 민주당 고착화 현상은 이미 2017년 대선 이전부터 나타난 것이다.  

<그림2>에서는 대통령 부정평가만 따로 떼어냈다. 어떤 이슈에서 20대 남녀의 부정평가가 증가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만약 '젠더 이슈' 때문에 남성의 부정평가가 증가했다면 '페미니즘 귀인론'이 설득력이 있겠지만 '공정 이슈'때문이라면 페미니즘과 상관없이 그냥 20대 남성들이 공정성에 민감하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림2. 20대 남녀 문재인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평가 추이. 출처: 한국갤럽
그림2. 20대 남녀 문재인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평가 추이. 출처: 한국갤럽

 

이 기사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부정평가 증가에 영향을 준 이슈를 세 종류로 분류했다. 첫번째는 '공정 이슈'다. 평창올림픽 남북단일팀 문제(2018.1), 조국사태 (2019.8~10), 윤미향 사태 (2020. 5~6), 인천국제공항 사태 (2020.6), 추미애 아들 휴가 논란(2020.8~9)이 꼽혔다. 두번째는 '젠더 이슈'다. 워마드 논란(2017.11 2018.5), 유시민의 20대 남성 비하 논란(2018.12), 진선미 장관 민간 고위직 여성 확대 논란 (2019.1), 여경 체력기준 논란(2019.5), 82년생 김지영 남녀대결(2019.10) 등이다. 세번째는 '성폭력 이슈'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 (2018.3~4), 오거돈 성추행 사건 (2020.4), 박원순 성추행 사건 (2020.7~8), 박원순 피해자 2차가해 논란(2021.2~3) 등이다. 

아래에서는 각 사건이 발생했을 때 20대 남녀의 지지율이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보고 3가지 이슈 중 어떤 것이 부정평가에 결정적이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사건이 발생한 시점에 따라 바로 지지율로 반영되기도 하지만 다음달에 반영되기도 하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또 위에 제기된 사건보다 더 큰 사건이 있을수도 있기에 부정평가 상승하락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힘들수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경향성을 보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A. 공정 이슈

2018년 1월 평창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이 공정하지 않다는 여론이 불거졌을 때, 20대 남성의 부정평가는 급등(12%→22%)했다. 반면 20대 여성은 소폭 증가(6%→9%)했다.

2019년 8월 조국 사태로 입시공정성 문제가 불거졌을 20대 남성 부정평가는 증가세(7월부터 44%→51%→53%→53%)를 보였다. 20대 여성은 26%→28%→31%→27%로 등락을 보였다. 

2020년 5월엔 재난지원금과 방역성공으로 대통령 부정평가가 크게 하락한 상태였다. 하지만 윤미향 사태가 터지면서 20대 남성의 부정평가는 큰 폭(5월 37%→6월 48%)으로 증가했다. 20대 여성 부정평가도 중폭(18%→26%)으로 증가했다. 

2020년 6~7월엔 소위 인국공 사태가 벌어진다. 20대 남성 부정평가는 중폭(7월 51%→8월 57%)로 뛰었다. 같은 기간 여성 부정평가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29%→ 30%). 

2020년 7~9월에는 추미애 아들 휴가복귀 논란까지 겹쳐진다. 20대 남성 부정평가는 8~9월 57%를 기록했다. 여성 부정평가는 소폭 증가(30%→32%)했다. 이때 20대 남녀간 부정평가 격차는 25%p로 가장 많이 벌어진 기간 중 하나다. 이슈 자체가 군복무를 한 남성에게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종합하면 공정이슈가 불거지면 남녀 모두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부정평가가 올라갔다. 다만 20대 남성들이 여성들에 비해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특징이 있다.

 

B. 젠더 이슈

문재인 후보는 2017년 2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하면서 안티페미니스트들로부터 비난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 기간 내내 젠더이슈가 불거졌다. 정부와 관련된 이슈도 있었고 정부와 무관하게 젠더 대결로 비화된 이슈도 있었다. 여기서는 두 유형을 모두 포함했다. 

워마드와 미러링 논란은 문재인 정부 시작 이전부터 존재했다. 정부 출범 후 논란이 된 대표적 워마드 사건은 2017년 11월 워마드 호주국자의 아동성범죄다. 20대 남성 부정평가는 소폭 증가(11월 9%→12월 12%)했으며 여성(4%→6%)도 비슷했다. 

2018년 5월에는 워마드 회원의 홍익대 수업 남자 누드모델 사진 유출 사건이 있었다. 20대 남성 부정평가는 감소(4월 15%→5월 13%)했으며 여성(9%→ 4%)도 마찬가지였다. 정부와 직접 관련된 이슈가 아니다보니 지지율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추정할 수 있다. 

2018년 12월에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20대 비하 발언 논란이 있었다. 20대 남성 부정평가는 중폭(11월 39%→45%)으로 증가했으며 여성은 소폭 증가(20%→23%)했다. 

2019년 1월에는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민간 고위직 여성을 확대시키기 위해 연기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언급해 남성들의 반발을 샀다. 20대 남성 부정평가는 12월과 1월  45%로 동일했으며 여성 부정평가는 오히려 증가(23%→ 29%)했다. 이 사건이 대통령 부정평가에 별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증거다. 

2019년 5월에는 여경의 체력테스트 기준이 불합리하게 낮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남성 부정평가는 소폭 증가(4월 49%→5월 53%)했으며 여성 부정평가는 반대로 소폭 하락(25%→23%)했다. 이 시기 20대 남녀의 대통령 부정평가 격차는 현 정부 들어 최고인 30%p를 기록했다. 

2019년 10월엔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놓고 남녀가 논쟁을 벌이던 시기다. 안티페미니즘 진영이 영화에 '별점테러'를 하자 여성계의 반발이 있었다. 20대 남성 부정평가는 동일(9~10월 53%)했다. 여성 부정평가는 소폭 하락(31%→ 27%)했다. 

젠더 이슈를 종합하면, 정부와 관련 없는 젠더 이슈는 대통령 부정평가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다. 정부발 젠더이슈는 남성의 부정평가에 약간 영향을 줬다.

 

C. 성폭력 이슈

2018년 3~4월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김지은 비서 성폭행 문제는 당시 미투 운동과 더불어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남성 부정평가는 오히려 감소(2월 27%→20%→15%)했으며, 여성 부정평가도 감소(12%→10%→9%)했다. 당시 활발했던 미투운동에 대해 남녀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보이며 안희정 지사 성폭력 문제를 문재인 정권 차원의 문제로 인식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2020년 4월 오거돈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의 경우 총선과 정확히 겹친다. 당시 대통령 및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올라가는 추세였기 때문에 이 사건이 대통령 부정평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2020년 7~8월 박원순 시장 사망 및 성추행 사건은 양상이 다르다. 남성 부정평가는 점증(6월 48%→51%→57%)했으며 여성 부정평가도 소폭 증가(26%→29%→30%)했다. 

문제는 2021년 1~2월에 크게 불거진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 논란이다. 남성 부정평가는 급증(12월 54%→64%→70%)했으며 여성 부정평가는 등락(38%→45%→40%)을 기록했다. 이때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문제로 정권과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커진 시기였다. 2차가해 논란만으로 지지율 요인을 분석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성폭력 이슈를 종합하면 민주당 지자체장의 성폭력/성추행 사건이 불거졌어도 20대 남녀에게 즉각적인 영향을 주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사건이 누적되고 2차가해 논란이 커지면서 정권에 대한 비호감도가 상승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림3. 20대 남성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평가 추이와 주요 사건들.
그림3. 20대 남성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평가 추이와 주요 사건들.

 

전체를 정리하면 20대의 대통령 부정평가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공정이슈다. 젠더이슈와 성추행 이슈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줬거나 거의 영향이 없었다. 그리고 20대 남성이 공정 이슈에 상대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국 사태, 윤미향 사태, 추미애 아들 사건 등이 20대 남성이 민주당 지지에서 이탈하게 만든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20대 남성은 이슈에 따라 출렁이는 전형적인 스윙보터의 특징을 갖고 있다.

중요한 것은 20대 남성은 페미니즘 이슈 역시 공정 프레임에서 바라본다는 점이다. 사회적 불평등을 바로잡기 위해 여성에게 특혜나 가산점을 주는 것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주장이다. 이런 경향은 미국에서 나타난 소수자 적극우대 정책(어퍼머티브 액션)에 대한 반대 움직임과 유사하다. 백인들은 대학입시에서 소수인종에게 가산점을 주는 행동이 불공정한 일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다. 하지만 같은 공정 이슈라 하더라도 젠더 이슈에 대해서 20대 남성은 덜 민감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③ 20대 남성은 언제부터 스윙보터가 됐나 

전통적으로 여성의 투표율은 남성보다 낮았다. 하지만 이같은 추세는 2012년 대선을 기점으로 역전된다. 2002년 대선 이후 처음으로 여성투표율(76.4%)이 남성투표율(74.8%)을 앞서게 된 것이다(표6 참고). 2016년 총선에선 남성 투표율이 여성을 앞섰지만 2017년 대선 투표율에서는 여성(77.3%)이 남성(76.2%)을 다시 앞서게 된다. 여성의 정치참여가 증가하게 된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아래 표를 보면 20대 전반의 경우 여성 투표율이 남성보다 낮지만 20대 후반에서는 유의미하게 여성(69.2%)이 남성(62.5%)을 앞서게 된다. 30~50대도 여성 투표율이 남성보다 높게 나타나며 60세 이상에서만 여성 투표율이 더 낮았다. 그리고 당시 2030세대는 현재 3040 세대가 되었다. 

표6. 2012년 대선까지 역대 선거의 성별 연령대별 투표율 현황.
표6. 2012년 대선까지 역대 선거의 성별 연령대별 투표율 현황.

<여성 유권자의 정치 성향과 투표행태 추이에 대한 고찰: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중심으로> 논문에는 여성 투표성향과 관련된 흥미로운 내용이 담겨 있다. 박근혜 후보가 승리한 원인으로 여성유권자의 적극적 지지가 첫번째 원인으로 꼽혔다. 아래 <표7>을 보면 박근혜는 남성으로부터 48.3% 지지(문재인은 50.5%)를 받았으나, 여성에게는 더 많은 53.8% 지지(문재인은 45.4%)를 받아 문재인을 이길 수 있었다. 

당시 20대(지금의 30대) 투표 성향을 보면 20대 남성은 박근혜를 32%, 문재인을 66% 지지했으며 20대 여성은 박근혜를 23.7% 문재인을 70.9% 지지했다. 박근혜가 여성후보임에도 불구하고 20대 여성은 문재인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준 것이다. 만약 새누리당에서 여성후보가 아니었다면 이 차이는 더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2017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는 40대를 제외하곤 모든 연령대에서 남성보다 여성들의 지지를 더 받았다. 

 

표7. 성별-연령별 2012년 대선 후보 지지율
표7. 성별-연령별 2012년 대선 후보 지지율

2030 남성의 변화를 살펴보자. 2017년 대선에서 30대는 남녀 모두 59%가 문재인을 지지했다. 20대는 남성 37%, 여성 56% 지지였다. 2017년 대선때는 2012년 대선 당시 20대의 절반이 30대로 이동한 상황이었다. 2012년 당시 민주당에 일체감을 느낀 20대 중후반 남성은 30대 초중반이 된 2017년 대선에서도 민주당에 표를 줬다고 추론할 수 있다. 반면 2012년 당시 10대와 20대 초중반은 투표 성향이 약간 다름을 알 수 있다. 이들은 민주당에 정당일체감을 느끼지 못하는 세대라고 추론 가능하다.  

앞서 소개한 한국일보 기사에 따르면 2007년 대선 이후 20대 여성은 각종 선거에서 진보성향 정당 및 민주당을 지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동아시아연구원과 한국리서치가 시행한 2017년 대선 패널 조사에서 20대 여성의 문재인·심상정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무려 88%에 달했다. 반면 20대 남성의 경우 2007년 대선에서는 정동영 문국현 권영길 등 소위 진보계열에 표를 준 사람은 37%에 불과했으나 2012년에는 문재인에게 66.2% 표를 몰아줬고 2016년 총선에서는 국민의당에게 힘을 실어줬고 2017년 대선에서는 문재인 후보에게 74.5% 표를 몰아줬다. 이미 15년전부터 당시 20대 남성, 지금의 30~40대 초반은 중도진보보수를 오가며 상황에 따라 표를 주고 있는 것이다. 

선거를 분석하려면 코호트 효과(동시대 경험 세대효과)와 연령효과(나이대별 효과)를 같이 봐야 한다. 20대 남성이 항상 진보적이란 것은 이미 잘못된 신화였으며 이들은 상황과 이슈에 따라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에게 표를 주는 성향이 있었다. 즉 정당일체감이 약한 전형적인 스윙보터라는 의미다. 이번에도 다른 성별 연령대보다 약간 더 많이 민주당 지지에서 이탈한 것은 민주당이 자신들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일보 기사 <"왜 오세훈 찍었냐고? 그럼 박영선 찍어야 할 이유는 뭔데?"> 제목은 이런 20대의 성향을 한마디로 압축하는 표현이다. 

 

⑤ 결론: 민주당이 '페미'라서 진게 아니다

민주당은 이번 보궐선거에서 왜 졌는가. 복합적인 원인이 있을 것이다. 페미니즘 이슈가 약간의 영향을 줬을 수는 있다. 하지만 모든 연령층에서 유의미하게 지지가 빠졌으며 2030 세대에서 남여 불문 두자리수퍼센트가 빠졌다.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실망이 전방위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질문은 정말 현 정부가 페미니즘 정부냐는 것이다. 페미니즘 대통령이 되겠다고 문재인 대통령이 선언했지만 실제로 지표상으로 개선된 것은 거의 없다. <문재인정부는 '페미 정부일까?> <문재인의 말뿐인 페미니즘> <대통령만 ‘페미니스트’ 주창…성평등 정책 의지는 안 보여> <'경력' '단절'에 주목한 文정부 여성 정책... 경제ㆍ사회활동 보장에 방점> 등 기사에서 볼 수 있듯이 말만 앞세운 문재인 정부의 성평등 정책에 불만도 많다. 그나마 국민의힘 계열보다는 이미지가 나아보이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민주당을 지지한 여성들이 많았는데 박원순 성추행 사건과 2차가해로 허상이 깨져버렸다. 그 와중에 오세훈 서울시장은 박원순 성추행 피해여성에게 진솔하게 사과했고 피해자는 "눈물이 난다"고 답했다. 여성들이 민주당 지지에서 이탈한다면 민주당이 선거에서 승리하기는 더 힘들어질 것이다. 

물론 페미니즘 이슈 자체는 복잡하다. 누군가는 페미니즘을 양성평등으로 읽지만, 다른 쪽에서는 여성우월주의, 래펨(래디컬 페미니즘), 워마드, 꼴페미로 읽는다. 젊은 남성들 중 상당수가 페미니스트를 자기 할 일은 하지 않고 권리만 주장하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인식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인식의 차는 미러링 논란과 워마드 사태를 거치면서 확산됐다. 페미니즘 이슈는 이슈대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정말 여성들의 미러링은 정당한 것이고 남성들의 미러링만 문제가 있는지는 소위 여성계가 진지하게 고민을 해봐야 할 문제다. 하지만 이는 선거와 직접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이 페미니즘 때문에 패배했다는 분석은 틀렸다. 일부 안티페미니스트들의 욕망이 투사된 분석일 뿐이다. 다음 기사에서는 민주당의 진짜 패배 원인에 대해 데이터로 분석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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