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그 후] 대통령 백신 접종 CCTV 공개 않는 종로구 보건소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4.2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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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톱은 지난달 24일 <[팩트체크] 대통령 코로나19 백신 바꿔치기?>라는 기사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코로나19 백신 공개 접종에 대해 쏟아진 의혹을 팩트체크했다. 일부 유튜버들은 문 대통령이 접종한 백신 주사기가 바꿔치기 됐다는 등 근거없는 의혹을 쏟아냈고 뉴스톱은 다각도로 의혹을 검증해 사실과 다르다고 판정했다.

해당 기사를 작성하며 뉴스톱은 종로구와 보건소측에 접종 장소의 CCTV 녹화장면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종로구 홍보 담당자는 "적절한 절차를 거쳐 요청하면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종로구 보건소는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이의신청까지 해봤지만 20일 이의신청도 기각됐다.

종로구 보건소
종로구 보건소

뉴스톱은 지난달 24일 "대통령이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실시했는데 이와 관련한 의혹이 일고 있으므로 CCTV 동영상을 공개해달라"는 취지로 요청했다. 종로구보건소는 지난 5일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당시 종로구보건소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제1항제6호 및 개인정보보호법 제2조제1호에 근거해 CCTV 영상에 포함되어 있는 타인의 얼굴 등은 개인정보에 해당되어 공개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출처: YTN 뉴스 동영상
붉은 원 부분이 종로구보건소 접종실에 설치된 CCTV 카메라이다. 출처: YTN 뉴스 동영상

뉴스톱은 종로구보건소의 이같은 조치를 수긍하기 어려웠다. 문 대통령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공개행사로 진행됐고, 공개행사의 접종 대상인 대통령 내외 및 청와대 참모진과 주사를 놓은 종로구보건소 소속 간호사 등의 얼굴이 방송 뉴스를 통해 이미 공개돼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통령 백신 공개 접종이라는 행사 자체가 공적 성격을 띄고 있고, 주사를 놓은 간호사도 보건소 소속 공무원이다. 공무원들이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가 아닌가?  그럼에도 개인정보보호법을 끌어다 대면서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종로구청 홍보 담당자도 공개를 약속한 상황이었다.

뉴스톱은 정보 비공개 조치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방송 뉴스를 통해 전국적으로 접종 장면이 방영된 마당에 도대체 누가 얼굴 공개를 거부한단 말인가? 납득이 가지 않았지만 뉴스톱은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얼굴 부분을 모자이크 처리해서라도 공개해 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그러나 종로구보건소 정보공개 심의회를 열어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비공개 사유는 달라지지 않았다. 종로구는 "CCTV 영상에 포함되어 있는 타인의 얼굴 등은 개인정보에 해당되며 정보주체의 동의가 있거나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유에 해당되지 않으면 제3자에게 공개할 수 없음(처리부서 의견 수용)"이라고 밝혔다. 모자이크 요청에 대해선 별다른 의견도 내놓지 않았다.

뉴스톱은 종로구보건소 측에 이의신청 기각 이유에 대해 문의했다.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보건소 관계자는 "CCTV는 AZ 백신 도착 무렵에 냉장고를 감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됐기 때문에 냉장고 주변만 찍히도록 설치됐다"고 밝혔다. 혹시 모를 분실·도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CCTV를 신설했다는 설명이다. 직원이 상주하는 공간이 촬영되면 또다른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애초 각도를 냉장고 쪽으로 설정했다는 이야기다.

뉴스톱은 확인을 위해 종로구보건소를 찾아갔다.

출처: 뉴스톱
출처: 뉴스톱

종로구보건소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접종실로 안내했다. 뉴스 영상을 통해 공개된 그대로였다. 문 대통령 접종 당시 접종실 천정에 부착돼있던 CCTV도 그대로였다.

뉴스톱은 실시간으로 촬영 중인 CCTV 영상을 확인했다. 보건소측 설명대로 냉장고 쪽만 촬영되고 있었다. 대통령 접종 당시 간호사가 주사기 트레이를 놓아뒀던 책상은 극히 일부만 찍히고 있었다. 당시 영상이 공개된다고 해도 조작 여부 등을 판별하기 어려워보였다. 보건소측은 모니터로 송출되는 CCTV 동영상을 촬영해도 되겠냐는 뉴스톱의 요청을 거절했다. CCTV 설치각도대로 냉장고 쪽만 촬영해도 되겠냐는 요청도 거부했다.

보건소 관계자는 "대통령 접종 이후 보건소 직원들이 악성 댓글과 전화 응대 등으로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보건소는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할 뿐"이라며 "어떤 논란에도 더 이상 휘말리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왜 종로구보건소는 처음부터 "CCTV 카메라 각도 상 접종 장면은 촬영되지 않는다"고 설명하지 않았을까? 발품만 팔고 소득은 별로 없었다. 속 시원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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