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코로나 백신 도입 지연' 한 건도 없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4.2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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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총리대행은 26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기존에 계약된 백신 1억 5200만회분 즉 7900만명분에 더하여 지난 주말 화이자측과 백신 2000만명분을 추가계약했다. 그 결과 우리는 총 1억 9200만회분 즉 9900만명분의 백신물량을 확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일각에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토대로 백신가뭄 등을 지적하며 국민께 과도한 불안감을 초래하기도 하였는바,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홍 총리대행은 또 "다시 말씀 드리지만 4.25일 현재, 정부가 제약사와 계약한 백신 도입 예정물량이 지연된 사례는 한 건도 없음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과연 지연은 없었을까?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정은경, "AZ 당초 계획보다 지연"(2021. 3. 29. 방대본브리핑)

정은경 질병관리청은 3월29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코백스를 통해서 공급받기로 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당초의 계획보다 좀 더 지연돼서 4월 3주경에 43만 회분이 1차로 도입될 예정으로 일부 변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국제적인 공급 상황의 어려움이 반영된 것으로, 모든 참여국에게 상반기에 백신을 공급하기 위해서 코백스에서 접종 물량과 시기에 대해서 조정을 하여 통보를 한 바가 있다"고 언급했다.

정 청장은 명확히 "백신 공급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기자 질의응답 과정에선 이유에 대해서도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저희가 지난번에 한 번 코백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서 도입 시기에 대해서 코백스로부터 통보받은 내용을 안내를 드린 바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안내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변경통보를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인도에서 지금 코백스에 아스트라제네카 물량은 인도에 있는 실험연구소(편집자주: '세럼연구소'의 오기로 보임)와 또 한국의 SK바이오에서 만든 두 가지 물량들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인도 물량이 좀 문제가 생겼고 그리고 또 모든 국가에 조금씩이라도 다 배분을 하기 위해서 시기와 물량에 대한 것을 재조정한 바가 있습니다.

저희가 통지 받은 것은 당초 계획하고는 다르게 당초에는 3월 31일에 받기로 했던 물량을 4월 3주에 43만 회분을 1차 받을 예정이고 구체적인 날짜는 아직 조율 중에 있습니다. 현재는 4월 셋째 주 정도로 통보를 받은 상황이고요.

나머지 물량에 대해서도 가능하면 5월 중에 공급하는 것으로 그렇게 통지는 하고 있는데, 그 부분도 조금 변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정이 확정되면 또 확정되는 대로 안내를 드리겠습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방대본 브리핑. 2021. 3. 29)

정 청장의 발언을 요약하면 AZ백신 인도 생산분에 문제가 생겨서 도입 일자가 3주 정도 미뤄졌다는 내용이다.

이후 코백스 퍼실리티 측이 일정을 앞당겨 4월 셋째주가 아닌 4월3일에 43만2000회 분이 도착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추진단 양동교 자원관리반장은 이에 대해 "당초 코백스 측에서는 4월 중순경에 우리나라에 도착할 것으로 통보해왔으나, 조달계약, 조달 관련한 행정절차 등이 조속히 마무리됨에 따라서 당초보다 앞당겨서 도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초 통보됐던 3주 지연 예정이 3일 지연으로 줄어든 것이다.
 

◈왜 홍남기 총리대행은 지연 없다고 하나?

홍 총리대행의 대국민담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과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2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지금 단계에서 백신 문제를 지나치게 정치화해 백신 수급과 접종에 막연한 불안감을 부추기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 계획대로 4월말 300만명, 상반기 1200만명 이상의 접종이 시행될지 여부는 조금만 지켜보면 알 수 있는 일이고 정부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충분히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백신 보릿고개'라는 야권과 세간의 비판이 부당하다고 느낀다. 일정에 따라 백신이 도입되고 있고, 정부가 설정한 일정에 따라 접종이 추진되고 있음에도 불필요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는 스탠스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홍 총리 대행은 "정부가 제약사와 계약한 백신 도입 예정물량이 지연된 사례는 한건도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행간은 이렇다.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도입하기로 했던 물량은 지연됐지만 개별 제약사들과 맺은 계약 물량은 차질 없이 들어오고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개별제약사(AZ, 화이자, 모더나, 얀센, 노바백스)와 백신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와는 별도로 세계 백신 공동 분배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에 참여해 백신을 도입하고 있다. '투 트랙' 도입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다. 

출처: 질병관리청
출처: 질병관리청

 

◈제약사 개별 계약 물량은 차질 없나?

정부는 제약사와 개별적으로 맺은 계약에 대해서는 도입이 확정될 때까지 구체적인 일시를 밝히지는 않고 있다. 다만, 분기별로 도입 일정을 밝히고 있다. 

정부는 현재까지 국내에 도입되고 있는 AZ와 화이자 개별 계약 물량은 일정대로 순조롭게 도입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세부 도입 일정에 관한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검증할 방법은 없다. 정부는 제약사와의 계약 조건에 따라 세부 도입 일정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코로나19 백신 2000만회분을 계약을 맺은 모더나는 지난해 말 계약 당시 "2021년 5월에 공급을 시작할 예정"(Under the terms of the proposed agreement, deliveries would begin in May 2021.)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4월27일 현재 우리 보건 당국이 허가한 코로나19 백신은 AZ(2월10일), 화이자(3월5일), 얀센(4월7일) 뿐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 12일 ㈜녹십자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의 수입품목허가를 신청해 당국이 심사에 착수했다. 식약처는 통상 180일이 소요되는 허가·심사 기간을 40일 내로 단축해 검토하기 위해 허가전담심사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 12월 설명자료를 통해 "정부는 모더나社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도입을 당초 내년 3분기에서 2분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계약을 추진 중에 있다"며 "따라서 2분기 중 가장 빠른 4월을 예상하더라도 1~2월에 허가신청(사전검토)할 경우 국내 허가·심사 및 공급에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식약처가 내놨던 1~2월 허가신청 전망과는 달리 모더나는 4월에야 허가 신청을 제출했고 심사·검토에 40일이 걸린다고 해도 5월 중순에나 허가를 받을 전망이다.

정부는 "4월 마지막주 부터 5월말까지 484만회분, 6월에는 938만회분이 순차적으로 공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모더나와 얀센 백신 도 일부 상반기 중 도입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 계획대로 진행되면 상반기 중 1200만명 이상이 접종을 받게 될 전망이다. 

출처: 질병관리청
출처: 질병관리청

뉴스톱은 "정부가 제약사와 계약한 백신 도입 예정물량이 지연된 사례는 한건도 없다"는 홍남기 총리 대행의 발언을 팩트체크했다. 코백스퍼실리티를 통해 도입 예정이었던 AZ백신은 지난 3월 한 차례 도입 지연이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홍 총리대행의 발언에는 '제약사와 계약한' 이라는 단서가 달려있다. 정부는 제약사 계약분에 대해 도입 일정이 최종 확정될 때까지는 '계약 상 비밀유지 조항' 등을 들어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계약한 일정에 따라 도입이 진행되는지는 검증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계약된 백신의 도입 지연'이 아니라 백신 계약 자체가 뒤쳐져 전체적으로 물량 도입이 늦다는 점이다. 야당과 언론은 정부의 판단미스로 백신 도입이 늦어지면서 영국이나 미국, 이스라엘 같이 빠르게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당초 11월 집단면역을 목표로 했고, 현재는 큰 차질 없이 일정대로 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 기사를 읽는 독자도 입장에 따라 언론의 조급증을 비판할 수도 있고, 정부의 안이했던 첫 대응을 비판할 수도 있다. 

지금은 감염병 재난 상황이다. 컨트롤 타워인 정부에 대한, 그리고 정부의 방역 대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무턱대고 믿어달라고 하면서 교묘하게 단서를 달아 이야기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신뢰를 구축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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