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교수형?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1.04.29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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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에 ‘놀라운’ 제목의 기사가 공유됐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GITMO에서 교수형>라는 제목입니다. 보도한 매체는 『서울시정일보』라는 곳입니다. 기사를 공유한 소셜미디어의 댓글에는 가짜뉴스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포털사이트 검색 결과는 사실로 믿는 게시물들도 많았습니다. <뉴스톱>에서 확인했습니다.

 

서울시정일보 웹사이트 갈무리
서울시정일보 웹사이트 갈무리

해당 기사를 보도한 서울시정일보는 서울시에 등록된 정식 매체였고 기사는 4월 28일 오후 1시에 출고했습니다. 당일 오후 8시 경에는 <힐러리 교수형. 그녀의 마지막 식사. 할라피뇨 고추를 곁들인 스크램블 달걀과 딸기 밀크 쉐이크...탐욕의 영욕의 시간의 마감>이라는 다소 낯설고 긴 제목의 후속기사도 출고했습니다.

두 기사의 전문을 읽어보면 단어나 문법이 틀린 곳이 많고 문장이나 문맥도 어색한 곳이 많습니다. 게다가 “힐러리는 딥스테이트의 리더격인 인물이었다.”, “그녀는 세기의 마녀다. 여러 가지 부정행위 중 피자게이트로 소아성애자의 한 명으로 천사같은 고통의 절규의 어린이들의 피를 빨아 먹고 자신의 불로불사를 추구했다.”, “전 세계는 딥스테이트(카발. 그림자 정부) 일루미나티, 프리메이슨, 제수이트, 예수회들은 전 세계 171개국의 지도자급14,144명이 사임 또는 체포 사망(자살)이 되었다. 이들의 조직수는 9.949개로 전 세계인들을 어둠으로 몰고 가고 있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딥스테이트’, ‘일루미나티’, ‘프리메이슨’ 등은 전형적인 ‘음모론 가짜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입니다. 음모론을 믿는 이들이 자주 인용하지만 공식적으로 실체가 증명된 사례는 아직 없습니다.

서울시정일보 ‘힐러리 교수형’ 두 번째 기사의 하단에 “본 기사는 美 리얼 라 뉴스의 보도와 에포크타임스와 본지 미국 정보원에 의한 뉴스로 작성되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언급한 리얼 라 뉴스는 미국 매체인 『Real Raw News』입니다. 미국 시간으로 4월 26일 <Hillary Clinton Hanged at GITMO>라는 제목으로 서울시정일보와 같은 내용의 기사를 발행했습니다. ‘Real Raw News’의 기사는 국내 유튜브와 온라인커뮤니티 ‘일베’에도 소개되거나 공유됐습니다.

Lead Stories 웹사이트 갈무리
Lead Stories 웹사이트 갈무리

하지만, 미국의 팩트체크 전문매체인 『Lead Stories』는 해당 기사를 팩트체크하고 사실이 아니라고 판정했습니다. 이어 ‘Real Raw News’는 허위 주장을 게시한 이력이 있으며, 그 중 상당수는 전 국무장관이자 대통령 후보였던 클린턴에 대한 내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Real Raw News’의 기사가 팩트체크 결과 허위 혹은 가짜로 판정된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힐러리가 체포되어 GITMO(Guantanamo Bay Naval Base: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용되었다는 기사는 유력 매체인 『로이터(Reuters)』와 『USA투데이(USA TODAY)』가 팩트체크를 해 거짓으로 판정했고, 거짓으로 판명된 다른 기사사례도 여럿 있습니다.

인터넷 뉴스에 대한 신뢰도 평가 시스템을 만든 <NewsGuard>는 ‘Real Raw News’에 대해 ‘COVID-19 및 미국 정치에 대한 근거 없는 음모론을 근거로 폭로하는 익명의 웹 사이트’라고 평가했습니다.

미국의 팩트체크 전문 사이트인 <mediabiasfactcheck>도 ‘Real Raw News’에 대해 “전반적으로 음모론과 선동, 부적절한 근거, 투명성 부족, 가짜 뉴스를 기반으로 한 극우 편향 및 의심스러운 매체”로 평가했습니다.

‘서울시정일보’가 해당 기사작성에 ‘Real Raw News’와 함께 언급한 ‘에포크타임즈’는 반중단체인 파륜궁과 관련된 매체입니다. 하지만 에포크타임즈에서는 힐러리 전 국무장관이 사망했다는 기사를 찾을 수 없습니다.

결국 ‘서울시정일보’의 <힐러리 클린턴, GITMO에서 교수형> 기사는 신뢰할 수 없는 해외 웹사이트(혹은 매체)의 글을 ‘퍼오기’ 혹은 ‘단순 복제’한 것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같이 작성했다는 에포크타임즈에는 해당 기사가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최초 기사는 이미 현지 매체의 팩트체크 결과 거짓으로 판정됐습니다.

기사의 댓글을 보면 많은 독자들이 이미 거짓으로 인지하고 있지만, 진실이라고 믿는 독자가 상당수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나치게 음모론을 신봉하거나 확증편향에 빠진 독자들도 일부 책임이 있겠지만 이런 '가짜뉴스'를 기사라고 보도하는 매체에도 큰 책임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함량 미달의 ‘가짜뉴스’를 언론보도라고 분류한 포털사이트도 책임을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국내 양대 포털사이트인 ‘다음’에서 해당 기사는 버젓이 ‘언론보도기사’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포털사이트 다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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