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문재인 정부 들어 해외이민 급증'은 '가짜뉴스 재탕'?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1.05.06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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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셜미디어에서 관심을 모은 게시물이 있습니다. 페이스북에 게시된 해당 글은 “2019년에 거짓으로 밝혀진 가짜 뉴스를 2021년에 똑같이 써먹습니다.”라며, 중앙일보가 2년 전에 이미 거짓으로 밝혀진 내용을 최근 다시 보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뉴스톱>에서 확인했습니다.

 

페이스북 게시글 갈무리
페이스북 게시글 갈무리

해당 기사는 『중앙일보』가 4월 23일 단독이라며 보도한 <文정부 들어 해외이민 2배 급증…野 “소문이 사실로”> 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해외 이주 신고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3년 반 동안 해외 이민자 숫자가 박근혜 정부 4년의 두 배에 달했다는 내용입니다.

이를 기사화한 곳은 더 있습니다. 『뉴스1』이 <“문재인 정부서 해외 이주자 급증…박근혜 정부比 2배”>라는 제목으로, 『머니투데이』는 <‘文정부 들어’ 해외이민 3000여명…朴정부 대비 ‘2배’>라는 제목으로 같은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중앙일보』의 자매지인 『중앙선데이』도 다음 날 <현 정부 들어 해외 이민 2배로 급증…미국 등 선진국 위주>라는 제목으로 같은 내용의 기사를 발행했습니다. 한국경제는 <이민 2배로 급증…기업도 가계도 해외로 떠나는 나라>라는 사설로 해당 내용을 전하며,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페이스북 게시글의 주장처럼 2019년 비슷한 내용을 보도한 기사들이 있습니다. 한국경제의 2019년 5월 19일 <[단독] ‘상속세 폭탄’ 무서워…부자들이 떠난다>, 조선일보의 2019년 7월 6일 <한국 떠나는 국민, 금융위기 후 최다>등입니다. 두 기사 모두 해외이주 신고자가 급등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지난해 외교부에 해외 이주를 신고한 사람은 2200명으로 2017년(825명)의 2.7배로 늘었다. 2008년(2293명) 후 10년 만의 최대치다.” (한국경제)

“외교부에 따르면 작년 해외 이주 신고자 수는 2200명. 2016년 455명에서 2년 만에 약 5배가 됐다. 2008년 이후 최대치이고, 네 자릿수 인원을 기록한 것도 9년 만에 처음이다.” (조선일보)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 같은 내용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하면서 논란이 일자,뉴스톱을 비롯해 프레시안, 머니투데이 등이 팩트체크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팩트체크의 결과는 모두 같았습니다. ‘해외이주’는 크게 ‘해외이주자(해외이주 목적으로 출국 전에 외교부에 해외이주를 신고한 자)’와 ‘현지이주자(외국 거주 중 현지에서 영주권 또는 장기체류사증을 취득하고 재외공관에 현지이주 신고한 자)’로 구분되는데, 2017년 12월 해외이주법이 개정되고 외교부가 다른 목적으로 출국했다가 현지에서 해외 이주를 하는 ‘현지 이주’ 사례도 따로 집계하기 시작하면서 이미 외국에 사는 현지이주자들이 국민연금 수령 등을 위해 뒤늦게 신고를 해 숫자가 늘었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제도가 바뀌면서 일시적으로 증가한 ‘착시’라는 것입니다.

출처: e-나라지표
출처: e-나라지표

논란이 된 페이스북 게시글도 이 같은 내용을 근거로 2019년 팩트체크 결과 ‘거짓’으로 드러난 것을 다시 보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중앙일보 기사를 잘못 이해한 것입니다. 중앙일보는 기사에서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해외 이주 신고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뒤인 2017년 6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해외 이주를 위해 출국한 사례는 모두 2510명이다.”라고 보도했습니다. 해외이주신고자 가운데 현지이주자 신고 수치를 제외한 것입니다. 2019년 보도내용과 2021년 보도내용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이는 통계청이 제공하는 <e-나라지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02년부터 매년 2만명대를 기록하던 해외이주신고자는 2012년 1만5323명을 기록한 후 2013년 8718명, 2014년 7367명, 2015년 7131명, 2016년 4784명, 2017년 1443명(2017.1.1.~12.20.간 이주목적 거주여권 발급자 수치(3,220명)는 포함되지 않음), 2018년 6330명, 2019년 4037명, 2020년 1729명을 기록했습니다. 2017년 12월 해외이주법이 바뀌면서 2018년에 신고가 일시적으로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전체 해외이주신고자 수는 꾸준하게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현지이주자 신고 수치를 제외한 수치, 즉 국내에서 해외로 이주를 위해 외교부에 이주 출국을 신청한 수치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2010년 처음으로 1000명 이하인 881명을 기록한 후 2011년 749명, 2012년 538명, 2013년 302명, 2014년 247명, 2015년 263명, 2016년 455명, 2017년 825명, 2018년 879명, 2019년 978명, 2020년 246명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해 코로나19 확산여파로 해외이주가 어려웠던 것을 감안하면 2014년까지 감소하던 수치가 2015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2017~2019년 3년동안에는 두 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결국 중앙일보가 2019년 ‘가짜뉴스’를 2021년에 재탕했다는 소셜미디어의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중앙일보 기사에도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해외 이주를 위해 출국한 사례는 모두 2510명이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1267명이었던 데 비해 98.1% 증가한 것이다.”라며 <文정부 들어 해외이민 2배 급증>이라는 제목을 뽑았지만, 두 배라는 수치를 맞추기 위해서인지 2017년 1월부터 5월까지의 기간을 뺐습니다. 해당 기간 신고자 수는 418명입니다.

외교부 영사서비스과 담당자는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2017~2019년 동안 해외이주 출국신고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며, 이 같은 원인에 대한 별도의 통계나 조사연구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해외이민 증가의 원인을 상속세나 소득세, 종부세 등 과도한 세금 때문이라고 해석하거나 추측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근거를 내놓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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