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투석형 직전에 물 한모금 입에 문, 이란 여인?

  • 기자명 김동문
  • 기사승인 2019.01.0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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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개한 무슬림 문명 증거로 조작된 2003년 콜롬비아 여인

"안녕하세요? 이ㅇㅇ 목사가 이슬람 혐오 관련(글을) 공유했는데, 과연 사실일까요?”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이란의 사하라 악법에 의하여 돌맹이로 맞아죽을 여인에게 마지막 물 한모금을 먹입니다. 죽어가는 여인의 인권은 아랑곳없이 저런 미개한 무슬림 문명을 우리가 함께 해야한다구요??”

 

이 글과 사진에 담긴 주장은 어느만큼 사실일까? 글과 사진이 주장하는 내용의 참과 거짓 판단에는 최소한 세 가지 이상의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사진이 실제 그대로의 것인가? 사진이 편집된 것인가? 편집되었건 실제 사진이건 사진을 설명하는 내용이 적절한가? 등이 그것이다. 사진이 실제라고 해도 왜곡된 사진 설명으로 거짓을 퍼뜨리는 경우가 많다. 아예 포토샵 등으로 가공한 사진도 적지 않다. 가짜(조작된 이미지) 사진에 왜곡된 정보를 담은 가짜뉴스도 만만치 않게 많다.

이 주장을 살펴보면서, 사진에 대해 짚어본다. 과연 이 사진은 편집되지 않은 그대로일까? 맞다. 사진은 진짜이다. 그렇다면 이제 이 사진 설명이 적절한지를 짚어볼 단계이다. 사진을 설명하고 있는 내용을 보자. 설명에 담긴 검색어는 ‘이란’, ‘투석형’, ‘여인의 인권‘, ’무슬림 문명‘ 등이다.

먼저, 사진 속 여인은 이란 여인이 맞는가?? 아니다. 콜롬비아 여인이다. 사진 속 주인공을 찾았다. 이 사진이 담긴 주장이 가짜라는 것을 밝히고 있는 다양한 사이트를 볼 수 있다. 그런데 가짜뉴스 판별 사이트의 내용도 참고 자료여야 한다. 사진 속 주인공을 찾아 나섰다. 로이터 통신과 AFP 통신 자료 사진에서 해당 사진을 찾았다.

로이터 통신의 사진에는 아래와 같은 사진 설명이 담겨 있다.

Colombian Maria Gabriela Ruiz, 66, who is buried up to her neck in the ground, is consoled by her grandchild during a protest in a popular sector of Cali, July 4, 2003. Three people, two men and a woman, buried themselves three days ago in protest against the government because 150 displaced persons have not been relocated to a safe sector of Cali. Pictures of the Year 2003 REUTERS/Eduardo Munoz

또 AFP 통신의 사진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A boy caresses his grandmother's head, one of the three displaced who buried themselves to demonstrate in Aguablanca, Cali, Colombia, 04 July 2003. The displaced protest against the administration of the city which didn't give a place to live in.

 

이 두 매체의 사진 확인을 통해, 사진 속 주인공과 사진에 담긴 사연을 정리할 수 있다. 이들 사진이 촬영된 것으로 표시된 2003년 7월 4일 기준으로 그 사흘 전(즉 7월 1일경)에, 남미 콜롬비아의 서부 바예델카우카(Valle del Cauca) 주의 주도인 칼리(Santiago de Cali)에 속한 서민 지역인 아구아블랑카(Aguablanca)가 사진 촬영 장소이다. 사진 설명에 따르면, 이재민 150명이 안전하게 머물 장소를 제공하지 않는 당국에 항의 시위를 하면서, 사진 속 Maria Gabriela Ruiz(66) 여인을 비롯한 3인이 스스로 목만 내놓은 채 땅에 묻힌 것이다.

이러한 사실 확인을 통해 앞서서 언급한 사진이 담긴 주장은 가짜뉴스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속 여인이 투석형 직전이라는 설명은 완전히 거짓이다. 이슬람과 무관하다. 이란과 전혀 관련이 없다. 투석형에 처해지기 직전이라는 설명도 완전히 거짓이다. 2003년 7월 초, 콜롬비아에서 찍힌 사진이, 2018년에 이란 여인으로 둔갑한 것이다. 엉뚱한 사진을 투석형에 처해지기 직전의 이란 여인으로 왜곡한, 전형적인 이 가짜뉴스는 누가, 언제 만들고 유포한 것일까? 왜 그랬을까?

정확하게 그 출처를 거슬러 올라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온라인 검색을 통해 대략 지난 2014년 4월 하순에 올려진 블로그 글로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갈 수는 있다. 물론 사진 설명은 지금과 조금 달랐다." Photograph from Youtube video of Iranian woman about to be stoned to  death"였다.

Stop the Mosques Australia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지금과 같은 완성본(?)으로 퍼뜨려진 것은 지난 2월 초였다. 그런데 묘한 것은 같은 사진을 활용하여 만든 다양한 이미지가 있다는 점이다. 그중 하나는 앞서 언급한 지난 2월 이후에 사용되었다. 'Stop the Mosques Australia'페이지에는 아래와 같은 글과 이미지가 올려져 있다.

 

 

"Stop the Mosques Australia" 페이스북 페이지 갈무리

 

THE "RELIGION OF PEACE" AT WORK in Iran defending it's moral standards under sharia law...defending them from such clearly dangerous reprobates as this woman, about to be stoned to death, and allowed the generous luxury of a spoonful of water before her agonising death.

 

 

다른 하나는 지난 4월 무렵에 만들어진 아래와 같은 내용이 담긴 이미지이다. 이 이미지는 또 두 갈래로 나뉜다. 같은 내용을 담았지만 글자 배치를 다르게 했다. 아래 두번째에 있는, 4월 말에 만들어진 이미지가 더 넓게 공유되고 있다.

A woman just before being stoned to death in Iran under Shariah laws. At some places on this earth, women’s right limited to getting a spoonful of water before stoning. Still want to tell me that Islam is worthy of being part of our civilization?

 

 

나라별로, 같은 나라일지라도 시대별로, 정권별로 다른 것이 이슬람 세계의 여성인권이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정보는 시간과 공간, 사람에 제한적으로 진실일 수 있다. 이런 까닭에 일반화시키는 것은 조심스럽다. 그래도 평균적으로 이슬람세계의 무슬림 여성의 인권이나 남녀평등지수 측면에서 유럽 사회보다 뒤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이미지를 조작하여 거짓을 퍼뜨리는 것은 악일뿐이다

그런데, 15년도 더 된 엉뚱한 이미지를 이렇게까지 악의적으로 왜곡하면서까지 이런 내용을 퍼뜨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가 한 것일까? 한국인 사이에서는 언제 누가 퍼뜨린 것일까?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이들 가운데는 가짜인 것을 알고서도 그렇게 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이런 주장을 공유하고 퍼뜨리는 이들의 대부분은, ‘이슬람은 이런 짓을 하고도 남아!’ 하는 같은 생각을 이미 심증으로 갖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나쁜 일상은 스스로 깨달은 것이기 보다 학습된 것이고 주임된 것이다.

스스로 확신하고 있는 것조차도 ‘과연 이것은 사실인가?’, ‘지금도 사실인가?’ 다시 질문할 수 있는 지혜, 그것은 또 다른 용기이다. 그 용기와 지혜를 갈망한다.

*이 기사는 김동문 팩트체커가 운영하는 홈페이지 드림투게더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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