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코로나백신 맞기전에 삼겹살 먹어라?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5.28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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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74세 어르신 대상 코로나19 예방접종이 27일부터 시작됐다. 30세 이상 희망자에 대해 '노쇼 백신'이라고도 불리는 잔여백신을 안내해주는 예약 시스템도 이날부터 가동됐다. 

이날 현재 방역 당국이 집계한 70~74세 어르신의 접종 예약률은 70.1%, 65~69세는 65.2%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접종 전후 유의사항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다.

출처: 질병관리청
출처: 질병관리청

 

팩트체크 뉴스톱은 백신 접종 전후의 유의사항과 관련된 정보를 팩트체크한다.

기자는 이날 접종 대상자인 어머님의 보호자 격으로 동네 의원을 찾았다. 약속 시간보다 늦게 도착했는데 이미 어머님은 접종을 마치고 15분으로 정해진 경과 관찰 대기 중이었다. 예상대로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의원 소파에 앉아 계셨다. 오래도록 기다리던 접종을 마쳐 홀가분해진 것 외에는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고 말씀하셨다.

기자는 일말의 기대감도 없이 접수대에 앉은 간호사께 "남는 백신은 없어요?" 라고 물었다. 그 간호사분과 마주본 상태로 10여분을 더 기다려야 했으므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할 목적의 농담일 뿐이었다. 그러자 간호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있어요. 지금 접종 가능하세요?"라고 되물었다. 이런 횡재가 있나...

간단한 예진표를 작성하고 곧바로 진료실로 들어가 의사와 문진을 거쳤다. 예방접종 알러지가 있었는지, 오늘 몸 상태는 어떤지 등을 묻고 접종실로 옮겨 주사를 맞았다. 그리고는 다시 소파에 앉았다. 간호사분은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안내'라고 적혀있는 전단지(위 사진)와 함께 15분으로 설정된 타이머를 건네줬다.

이상반응이 나타나는지 관찰하기 위해 15분을 기다리는 동안 전단지에 적혀있는 주의사항을 꼼꼼히 읽었다. 그리고 시간이 남아 휴대폰으로 예방접종 후 유의사항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①접종 후 샤워 금지 - 세균 감염 우려 관행

출처: 질병관리청
출처: 질병관리청

 

질병관리청이 지난 2월 배포한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안내' 홍보지이다. "접종 당일은 목욕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음"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유를 놓고 크게 두 가지 설이 제기된다. 주사를 맞은 뒤 아물지 않은 상처부위로 샤워할 때  세균이 침입해 감염될 우려가 있다는 게 하나다. 다른 설은 목욕 또는 샤워 시 체온에 변화가 생겨 면역 기능에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엉덩이 주사의 경우 특별히 샤워 또는 목욕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세균 감염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목욕 또는 샤워로 인한 체온 변화는 체구가 작은 영유아에게는 가능한 일이지만 성인은 샤워 정도로는 체온 변화의 폭이 면역 기능에 혼란을 줄 정도에 이르지 못한다.

그렇지만 의료계에선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예방접종 후 샤워 또는 목욕을 자제하라고 당부한다. 

이는 천연두 백신(우두), BCG처럼 접종 과정에서 피부 표면의 손상이 동반되는 경우 2차 감염을 우려했던 것이 오늘날까지 관습처럼 내려오는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이동훈 서울새로운내과 원장은 "해외에선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에도 접종 전과 마찬가지로 샤워를 해도 된다는 안내가 많다"며 "국내에서 접종 후 샤워 자제를 권고하는 것은 샤워 과정에서 피부를 문지르다가 상처를 낼 것을 우려한 관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②전삼(겹살)후타(이레놀) = 근거 없음

전삼후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전후 주의사항과 관련돼 만들어진 신조어이다. 접종 전에는 삼겹살을 먹어야 하고 접종 후에는 (아프지 않더라도) 타이레놀을 먹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접종 전에 삼겹살을 먹는 이유로는 삼겹살이 찬 성질을 지닌 음식이라 백신 접종 후 발열 증상을 막아주고, 항체 형성 과정에서 필요한 단백질을 대량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우리보다 먼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미국에서는 백신 접종 부작용을 우려해 미리 진통제를 복용해야 한다는 루머가 퍼졌다. 백신 접종 이후 근육통과 두통 등 통증이 발생하는 사례가 잦아지면서 루머가 확산됐다. 그러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부작용을 예방하려고 백신 접종 전에 이러한 약(해열제 등: 편집자 주)을 복용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 방역당국도 발열, 전신 통증 등 증상이 발현되기 전에는 해열, 진통제를 복용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③음주 운동 금지 = 면역력 약화로 접종 효과 떨어뜨려

지난해 12월 러시아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시 얼마 동안 금주를 해야하나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러시아 보건·위생·검역 당국인 '소비자 권리보호·복지 감독청'(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 청장 안나 포포바는 전날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으려는 사람은 접종 2주 전부터 술을 마셔서는 안 되며, 1차 접종 후 42일 동안에도 금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러시아의 코로나19 백신인 스푸트니크 V는 첫 번째 접종 3주 뒤 두 번째 접종을 받고, 그로부터 3주가 지나야 제대로 면역력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포바는 알코올 섭취가 인체의 독성 제거 시스템을 활성화해 면역력 형성을 저해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스푸트니크 V를 개발한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 소장 알렉산드르 긴츠부르크는 8주 동안 음주를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에 대해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그는 "매회 접종 후 3일 동안 금주할 것을 강하게 권고한다"면서 "완전한 금주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인체에 면역력이 형성될 때까지 제한적인 금주가 필요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스푸트니크 V 백신뿐 아니라 모든 백신에 해당하는 것"이라면서 백신 접종기에 하는 과도한 음주는 인체 면역력을 크게 약화시키고, 이에 따라 접종 효과를 떨어뜨리거나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소개했다. 

우리나라 방역당국은 접종 당일과 다음날에는 음주 및 과격한 운동을 삼가라고 권고한다. 이상 반응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백신 접종 후에 발생할 수 있는 이상반응과 이에 대한 적절한 대처방법 등을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선 매우 드물게 발생하더라도 아나필락시스와 같은 이상반응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백신 접종 후에는 적어도 20-30분 정도 의료기관에 머물다가 귀가하도록 안내해야 합니다. 비교적 드물지 않게 발생하는 국소 부위 이상반응(통증, 발적, 가려움, 붓기 등)과 전신 이상반응(발열, 두통, 근육통, 피곤 등)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대처방안을 설명해야 합니다. 또한 이러한 이상반응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백신 접종 당일은 목욕이나 과격한 운동, 음주와 같이 무리한 행동은 하지 않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습니다. ('의료인을 위한 안전한 성인예방접종 FAQ' ,대한감염학회 성인예방접종위원회)

④ 열 안 나면 효과 없음? = 0.4%만 이상반응 신고

일각에선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발열, 전신 통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면역 형성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난 24일 기준 전체 예방접종 553만 건 중 이상반응 신고 비율은 0.44%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신고율은 접종 초기에 비해서 계속 낮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정 청장은 “신고된 사례의 대부분인 95.3%는 근육통·두통 등의 일반 이상반응 사례였으며 나머지 4.6%는 사망, 아나필락시스 의심사례 등 중대한 이상반응 사례”라고 전했다.

미국 CDC는 "COVID-19 백신접종은 COVID-19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이는 몸에서 보호 체계를 만드는 정상적인 신호입니다. 이러한 부작용은 일상 활동을 하는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며칠 이내에 없어질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부작용이 없습니다."라고 밝힌다.

 

⑤ 잔여백신 예약 어떻게? - 현장 방문이 지름길 

27일 카카오와 네이버를 통해 잔여백신 조회와 예약 신청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개통됐다. 그러나 하루종일 새로고침을 눌러봐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잔여백신은 '없음'으로 표시됐다. 

개통 첫날이라 백신 접종이 절실한 사람들이 몰렸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위탁접종기관인 병·의원이 잔여 물량을 입력해야 시스템을 통해 표출되는 방식이다. 일부 병·의원은 이전부터 관리해오던 잔여 물량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을 우선 순위로 두고 연락을 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잔여 물량 산정 방식도 개별 기관마다 다르다. 기자가 잔여 물량을 접종했던 곳에선 시간대별로 10명씩 예약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소잔여형(LDS)주사기를 사용해 12명 분량을 추출해 낼 수 있었다고 한다. 때문에 시간대별로 최소 2명분의 잔여물량이 발생하는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바이알을 개봉하면 최대 6시간 이내로 접종을 마쳐야 하므로 오전 9시대 개봉한 바이알은 늦어도 오후 3시 이전엔 소진해야 한다. 때문에 이 기관은 잔여물량을 남기지 않기 위해 시간대별로 2명 이상의 추가 인원에게 접종을 해주는 방침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기관마다 잔여물량 배분이 제각각이다보니 빠른 접종을 위해서는 1시간 이내로 도착할 수 있는 위탁접종기관을 일일이 방문해 어떤 기준으로 잔여물량을 배분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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