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신재민ㆍ보수 유착설' 누가 퍼뜨리고 있나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01.04 16:0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가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신재민씨를 공격하는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메신저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메시지를 부정하려는 의도다. 신재민씨를 둘러싼 몇가지 음모론에 대해 확인했다.

1. 신재민ㆍ조선일보 자살 공모?

일부 네티즌은 신재민씨가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과 공모를 하고 '자살쇼'를 벌였다고 주장한다. 그 증거로 조선일보의 신재민씨 자살 기사 속보가 올라온 시간이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고파스'에 신재민씨가 올린 유서 시간보다 앞선 사실이 제시됐다.

조선일보의 신재민씨 자살 암시 후 잠적 기사는 1월 3일 오전 10시 50분에 작성됐고, 신씨의 고파스 유서는 오전 11시 19분에 올라왔다. 조선일보가 신씨와 미리 공모하고 자살쇼를 벌였다는 증거로 활용되고 있다.

이는 잘못된 추론이다. 신씨가 자살 암시를 한 것은 오전 8시 19분이며 고파스에 글을 올리기 전 친구에게 해당 내용을 문자로 보냈다. 친구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으며 경찰이 신씨 소재 파악에 나섰다. 필자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언론사 정보보고를 카카오톡으로 오전 10시 44분에 받았다. 언론사와 경찰에 확인한 결과, 이 내용은 사실이었다. 조선일보 뿐 아니라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많은 언론이 10시 50분을 전후로 이같은 기사를 올렸다. 신재민씨가 이 모든 언론과 공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필자는 1월 3일 오전 10시 44분에 신재민씨가 자살을 암시하고 잠적했다는 정보보고 메시지를 받았다. 조선일보 기사 게재보다 6분 빠르다.

이런 음모론은 신재민씨의 폭로가 보수진영의 사주를 받아서 행해진 것이라는 강력한 프레임을 바탕으로 필요한 정보만 모아서 임의대로 가공해 발생한 일이다. 

2. 신재민은 뉴라이트였다?

최근 카카오톡 및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신재민씨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루머(찌라시)가 돌고 있다. 신재민씨가 뉴라이트 활동을 해서 박근혜 정부 기획재정부 내에서 중요 부처에 근무를 했으며 총애를 받았는데, 정권이 바뀌면서 이런 활동이 막히자 폭로전에 나섰다는 것이다. 모두 사실확인이 안된 내용이다. 이 내용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시사플러스의 신재민 의혹제기 기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내용의 출처로 시사플러스라는 언론사를 지목하고 있다. 현재 시사플러스 기사는 삭제된 상태다. 아카이브 확인 결과, 시사플러스는 신재민씨 지인과의 통화에서 아래와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시사플러스의 해당 기사 작성 시간은 3일 오후 3시 9분이다.

신재민은 고대 학생당시 뉴라이트 쪽 우파보수 학생 활동을 하다가, 행정고시로 기재부에 들어갔다.
보수우파 활동을 한 덕분에 기재부 내에서, 중요부처에 근무했다.
대학 재학 당시 뉴라이트 학생회 활동 덕분에 청와대 행사에 선발되어 청와대에도 들어가고, 503하고 대화도 하면서 거기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환율쟁이나 기자 등에게 카톡을 통해 ‘정보장사’하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정보장사가 막혔다.
과거 정보장사 의혹 건으로 감찰 당하기 전, 신재민 상관과 고대출신 상관들의 구명 덕분에 신재민을 불쌍히 여겨 정상 퇴직하게 해줬다.

그런데 시사플러스가 지인에게서 취재했다는 내용은 이미 필자가 같은 날 오후 12시 23분에 받은 카카오톡 찌라시와 동일한 내용이다. 시사플러스는 시중 루머를 본인들이 취재한 것처럼 가공해 기사를 올린 것이다. 언론이 찌라시를 기사화하고, 대중들은 이 기사를 근거로 신재민씨가 보수진영과 연결된 것처럼 기정사실화했다. 팩트체크없이 찌라시를 마구 가져다 쓰는 언론의 보도행태가 현 사태를 불러왔다.

'503'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 등을 감안하면 당연히 확인이 필요한 내용이다. 찌라시 내용 중에 현재 확인된 것은 고려대 출신이고, 행정고시로 기재부에 들어갔다는 것 뿐이다.

 

필자가 카카오톡으로 받은 내용. 이미 대중에 널리 퍼졌고 사실로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에 공개한다. 전혀 사실확인이 안된 내용이다.

3. 신재민 비트코인 샀다가 돈이 부족해 학원행?

신재민씨가 암호화폐 비트코인에 투자를 했는데 가치가 하락하면서 큰 손해를 입었고 공무원 월급으로 감당이 안돼서 학원행을 선택했다는 찌라시도 있다. 물론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다. 신재민씨가 폭로한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다. 신재민씨가 공익제보자 요건에 해당되는지 논란이 있지만 이런 찌라시는 내부고발자 개인을 비난해 메시지 신뢰성을 떨어뜨리려는 시도다. 과거 삼성 뇌물 사건을 폭로했던 김용철 변호사 등 숱한 내부고발자들이 이런 악의적 루머에 시달렸다. 

그러면 이런 주장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최초 발화자는 확인할 수 없지만(수사기관이 조사해야 밝힐 수 있다) 공인 중에 이런 주장을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한 사람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다. 손 의원은 1월 2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신재민씨가 공무원 봉급으로 큰 돈을 만들기에 어림이 없어서 학원행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4개월동안 잠적한 동안 무엇을 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의원의 주장은 신씨가 돈을 벌기 위해 이런 폭로를 감행했다는 주장이다. 손 의원은 "의인인 척 위장하는게 가증스럽다"며 신재민씨를 비난했다. 그런데 손 의원은 제기한 의혹의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선동렬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 뒤를 봐주는 누군가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한 바 있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재민씨에 대해 제기한 음모론을 담은 페이스북 페이지.

손 의원은 페이스북 포스팅이 문제가 되자 삭제를 했다. 손 의원에 대한 비난이 가중된데다 신씨에 대한 음모론이 널리 퍼져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자 더이상 포스팅을 유지할 필요성을 못 느낀 것으로 보인다. 페북 글을 내린 뒤 손 의원은 "신재민씨 관련 글을 내린 이유는 더이상 거론할 필요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라며 "본인의 행동을 책임질만한 강단이 없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여론이 신재민씨를 불순한 동기때문에 내부 폭로를 한 부도덕한 사람으로 몰아가자 신재민씨 지인들이 호소를 하기에 이르렀다. 신재민씨의 대학 동아리 지인들은 '호소문'을 발표하고 악성 찌라시 및 가짜뉴스 유포에 유감을 표했다. 정부는 싸움을 하지 말고 신재민씨에게 설명을 해달라는 요청도 했다. 현재 기획재정부는 내부 문건 유출 혐의로 신씨를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신재민씨에 대한 루머ㆍ찌라시는 내부폭로자의 신뢰도를 낮추고 그 의도에 의구심을 갖게 하려는 시도다. 신씨의 행동이 마뜩치 않은 특정 세력이 유포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오히려 강한 반발을 부르거니와 문재인 정부 반대자들이 뭉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신씨의 폭로가 설 익었다면 정부는 내용을 반박하면 되고 주장 중 경청할 내용이 있다면 수용하면 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