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문대통령 홍보 잡음' 반복...공무원은 엑스맨?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6.1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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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공보 라인이 지속적으로 잡음을 생산하고 있다. 번번이 '실무자의 실수'라며 넘어가고 있지만 끊이지 않는 공보 라인의 실수는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진정성마저 의심받게 만드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뉴스톱이 분석해봤다.

출처: YTN 홈페이지
출처: YTN 홈페이지

 

①'센터' 욕심? 남아공 대통령 삭제한 G7 사진

13일 문화체육관광부가 관리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대한민국 정부'에는 '사진 한 장으로 보는 대한민국의 위상'이라는 게시물이 게재됐다. G7 정상회담 확대회의에 참가한 각국 정상과 국제기구 수장들이 기념촬영을 한 사진에 "이 자리 이 모습이 대한민국의 위상입니다"라는 설명을 달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G7 회의에 초청됐고, 한국의 방역 성과가 주목받았으며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의장국인 영국 총리 바로 옆자리에서 사진을 찍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최초 올린 이미지가 원본 사진과는 달리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삭제됐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이에 문체부는 원본 사진으로 이미지를 대체하고 "이미지 제작 과정에 실수가 있어 수정됐다. 콘텐츠 제작에 있어 보다 신중을 기하겠다"는 해명을 덧붙였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세계 강대국 정상이 모인 자리의 가운뎃 자리에서 주목을 받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남의 나라 대통령을 잘라내면서까지 우리나라 대통령을 조금이라도 더 가운데 놓은 홍보물을 봐야할 이유는 찾기 어렵다. 어차피 문 대통령의 자리는 남아공 대통령을 잘라내지 않더라도 확연히 가운데다. 정책 홍보 담당자의 판단 미스다. '제작 과정의 실수'라고 어물쩍 넘어가기엔 몹시 찜찜하다.

게다가 가운뎃 자리에 배치된 것이 그렇게 크게 의미를 부여할만한 사안이었는지도 의문이다. 정상회담의 포토세션 자리 배치에는 통상적으로 몇가지 기준이 적용된다. 

출처: 정책 브리핑
출처: 정책 브리핑

정부의 정책 홍보 사이트인 정책브리핑을 살펴보자. 정상회담에선 참석자들의 의전서열을 정한다. 기념촬영, 회의장 좌석 배치 등의 참고 기준이 된다. 일반적으로 의전서열은 국왕 등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수반, 대통령 등 정부수반, IMF 등 국제기구 대표 순으로 매겨진다. 정상들의 경우 동일 그룹 내에선 취임일자 순으로 의전서열을 정한다. 취임일자가 같다면 연장자를 우선한다. 국제기구는 유엔이 다른 기구들보다 높은 의전서열을 가지며 나머지 기구들은 설립연도 순으로 의전서열을 정한다.

출처: EU
출처: EU

2017년 7월 독일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 사진(위)을 살펴보자. 주최국인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가운데 섰고 아르헨티나의 마우리시오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양 옆에 섰다. 중국은 2016년 G20 개최국이고, 아르헨티나는 2018년 개최국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첫줄의 가장 오른쪽에 섰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왼쪽 두번째에 위치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했고 왼쪽 가장 끝자리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그해 5월에 취임했다. 이 해 1월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짧은 재임 기간으로 인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바로 옆에 섰다. 기념촬영에서 한 정상이 '센터'에 자리잡는 것이 꼭 해당국의 국제적 위상과는 일치하지 않는 걸 보여준다.

이번 G7 정상회담엔 G7회원국(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외에 우리나라와 호주, 인도,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초청됐다. 논란을 일으킨 기념촬영은 확대정상 회담 세션의 기념촬영으로 원격으로 참여한 인도 모디 총리를 제외하고 G7 회원국 정상과, 초대국 3국 정상, EU 집행위원장, EU정상회의 상임의장 등 12명이 기념촬영을 했다. 이 촬영에서도 앞서 언급한 의전서열대로, 주최국과 국가를 대표하는 정상이 앞줄에 섰고, 국가 수반이 따로 있는 국가의 총리는 뒷줄에 섰다. 역시 '센터'라고 크게 의미를 부여할 성격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정부 홍보 담당자는 문재인 대통령을 '센터'에 조금이라도 가깝게 놓으려고 남아공 대통령을 구도에서 제외시키는 어리석음을 범했다. 별 의미없는 '센터' 자리에 '대한민국의 위상' 운운하면서 말이다. 

 

②P4G 서울 대신 평양 위성사진 송출

지난 5월엔 서울에서 2021 P4G 서울녹색미래정상회의가 열렸다. 정부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최초의 환경 분야 다자 정상회의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런데 개회식 영상에 평양 지도가 등장해 논란을 빚었다. 영상은 남산, 광화문, 한강을 차례로 비춘 후 대한민국 지도를 '줌 아웃(zoom out)'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줌 아웃' 시작 지점으로 서울이 아닌 평양의 모습을 사용했다. 개최지인 서울을 소개하면서 평양 지도를 사용한 것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1일 행사 폐막 후 기자회견에서 “행사 직전까지 영상물을 편집하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를 받았다”며 “준비기획단에서 끝까지 세밀하게 챙기지 못하며 실수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련자 징계 등 납득할만한 후속 조치에 관한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출처: 연합뉴스/뉴스핌 홈페이지
출처: 연합뉴스/뉴스핌 홈페이지

③백신 바꿔치기 논란

문재인 대통령의 코로나19 백신 공개 접종도 불필요한 잡음을 낳은 사례로 꼽힌다. 뉴스톱은 지난 3월 문 대통령의 1차 접종 이후 백신 바꿔치기 논란이 일자 <[팩트체크] 대통령 코로나19 백신 바꿔치기?> 제하의 기사로 일부 네티즌과 유튜버들이 제기한 백신 바꿔치기 음모론을 검증한 바 있다. 

4월 30일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받았다. 1차 접종을 받을 때와 같은 장소에서, 같은 간호사가 주사를 놨다. 1차 접종과 달라진 점은 간호사가 접종 준비용 트레이를 칸막이 뒤에 놓은 것이 아닌 카메라 프레임에 들어오는 앞쪽으로 배치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가 못마땅하고 음모론에 재미를 들린 사람들은 어떻게 해도 의혹을 제기할테지만 상식 선에서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애초부터 2차 접종처럼 준비장면을 공개했으면 불필요한 논란이 줄어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④의사-간호사 갈라치기 논란

지난해 9월에는 문 대통령 명의로 작성된 페이스북 글이 논란을 빚었다. 논란의 핵심은 문 대통령이 '간호사와 의사를 이간질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당시 야당과 의료계를 중심으로 '의사와 간호사를 이간질하려는 의도'라는 비난이 일고 있는 반면, 여당은 '트집잡기를 위한 트집'이라고 맞대응했다. 뉴스톱은 <[분석] 문 대통령 페북글, '갈라치기'인가 아닌가> 제목의 기사로 문 대통령의 페이스북 글을 분석해봤다.

출처: 뉴스톱 홈페이지
출처: 뉴스톱 홈페이지

뉴스톱은 당시 보도에서 "순수히 간호사를 응원하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다는 다분히 집단 진료 거부를 펼치고 있는 의사들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의사집단과 정부의 힘겨루기가 감정 싸움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언급이었다. 

일각에선 대통령이 직접 페이스북 글을 작성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좀 더 정제되고 배려하는 표현을 사용했으면 아무런 잡음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다. 직접 작성했든지 실무자가 대필을 했든지 국정 최고 책임자의 이름으로 노출되는 게시물은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청와대, 문체부, 외교부 등 다양한 기관에서 대통령 행사(또는 언급)에 관한 홍보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무리한 홍보 욕심이 일을 그르치는 사례가 눈에 띈다. 번번이 해당 기관은 '실무자의 실수'였다거나 '진의를 왜곡한 반응'이라며 발등의 불끄기에만 급급한 실정이다.

실수를 되풀이 하는 것은 무능한 것이다. 실무자의 실수를 잡아내지 못하는 것은 책임자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더 경계해야 할 것은 홍보 책임자들이 '홍보 성과'에만 연연해 기본을 무시하는 일이다. 역대 정권은 임기 마지막 해에 기강 해이를 노출해왔다. 문재인 정부, 특히 공보/홍보 라인에 몸담고 있는 어공/늘공들은 기본을 다하고 있는지 철저히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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