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한국 공휴일 다른 나라에 비해 적지 않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6.17 14: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는 광복절부터 대체공휴일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여당의 입법 시도를 정부가 막아섰다. 정부는 대체공휴일 제도를 법률로 정하면 기존 제도와 충돌하는 부분이 있어 법체계를 전반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계는 “한국의 공휴일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적지않다”며 공휴일 확대 자체를 반대한다. 과연 한국의 공휴일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적지 않을까? 뉴스톱이 팩트체크 했다.

출처: 국회입법조사처
출처: 국회입법조사처

 

◈우리나라 관공서 공휴일 15일, 올해 평일 빨간 날 9일

일요일과 선거일을 제외한 우리나라의 공휴일은 15일이다. ‘관공서의 휴일에 관한 규정’은 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1월1일, 설날 3일, 부처님오신날, 어린이날, 현충일, 추석3일, 기독탄신일(크리스마스)이다. 이 규정은 대통령령으로 이름 그대로 ‘관공서’의 ‘휴일’을 정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러나 2018년 개정된 근로기준법과 시행령에서 이 규정에서 정하는 휴일을 유급으로 보장하도록 정했다. 상시 근로자 30명 이상 사업장은 올해부터 적용됐고 내년부터는 5인 이상 사업장에도 적용된다.

여기에 근로자의날법에 따라 노동절로도 불리는 5월1일 근로자의날은 유급휴일로 정해졌다. 다만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들은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 규정들도 적용되지 않는다. 5인 이상 사업장 종사 근로자들은 일요일과 선거일을 제외하면 모두 16일의 공휴일이 부여되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설날∙추석 명절과 어린이날에 한해 대체공휴일 제도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공휴일이 토요일 또는 일요일과 겹칠 경우 ‘쉬는 날’이 줄어들게 된다. 올해 평일인 ‘빨간 날’은 1월1일, 설 연휴(2월11~12일), 3∙1절, 어린이날, 부처님오신날, 추석연휴 (9월20~22일) 등 9일에 불과하다.

올해는 설연휴 마지막날이 토요일과 겹쳤고, 근로자의날, 현충일,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크리스마스까지 토요일 또는 일요일과 겹친다. 5월19일 부처님오신날 이후로 추석 연휴를 제외하면 연말까지 평일에 ‘빨간 날’이 단 하루도 없다.

출처: 국회입법조사처
출처: 국회입법조사처

 

◈해외 주요국 공휴일 대체휴일+요일지정제의 위력

ⓛ미국= 연방공휴일 10일, 토·일 겹침 없음, 모두 연휴

미국의 연방 공휴일은 10일이다. 이 가운데 6일은 요일이 지정돼 있다. 마틴루터킹 탄생일(1월 세번째 월요일), 워싱턴 탄생일(2월 세번째 월요일), 메모리얼 데이(5월 마지막 월요일), 노동절(9월 첫번째 월요일), 콜럼버스의 날(10월 두번째 월요일), 추수감사절(11월 네번째 목요일)이다.

나머지 4일은 날짜가 지정돼 있지만 토요일과 겹칠 경우에는 직전 금요일을, 일요일과 겹칠 경우에는 직후 월요일을 휴일로 정하는 대체 휴일제가 실시되고 있다. 때문에 휴일이 토∙일요일과 겹쳐 날아가버리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출처: 국회입법조사처
출처: 국회입법조사처

 

②일본= 일개미? 국민축일+국가기관 휴일=21일

일본은 ‘국민의 축일에 관한 법률’에서 모두 16일의 국민 축일을 정하고 휴일로 명시했다. 여기에 12월29일부터 1월3일까지를 연말연시 휴일로 규정하고 있다. 모두 21일을 국민축일 또는 국가기관의 휴일로 지정해 놓고 있다.

국민 축일이 일요일과 겹치면 다음 평일을 축일로 정하는 대체축일제가 실시되고 있으며 휴일과 휴일 사이에 놓인 평일을 휴일로 지정하는 징검다리 휴일제도 도입됐다. 성년의날(1월 두번째 월요일), 바다의날(7월 세번째 월요일), 경로의날(9월 세번째 월요일), 스포츠의날(10월 두번째 월요일)은 ‘해피 먼데이 제도’ 도입으로 월요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일본은 6월을 제외하고는 매월 3일 연휴가 실시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직장인이 징검다리 휴일 사이에 휴가를 끼워쓰는 5월의 '골든위크'와 9월의 '실버위크' 기간에는 짧게는 5일, 길게는 10일의 연휴도 가능하다.

 

③영국= G7 중 가장 적은 8~10일, 토·일 겹침 없음

영국은 지역국가마다 휴일 수가 다르다. 은행휴일을 기준으로 공휴일 제도가 확립됐다. 잉글랜드는 8일, 스코틀랜드와 웨일즈는 9일, 북아일랜드는 10일의 은행휴일이 지정돼 있다. 잉글랜드의 경우 은행휴일 중 4일은 월요일로 지정돼 있고, 나머지 날짜로 지정된 휴일은 토∙일요일과 겹칠 경우 다음 월요일을 휴일로 쉰다.

공휴일로 지정된 날짜 수는 적지만 요일지정제와 대체휴일제를 실시하고 있어 '빨간 날'이 토·일요일과 겹쳐 쉬지 못하는 일은 없다. 

 

④프랑스= 대체공휴일제 X, 징검다리 휴일+휴가 전 휴일 관행 

프랑스는 노동법에 따라 11일의 축일이 휴일로 지정돼 있다. 11일 중 4일은 요일이 지정돼 있다. 프랑스는 대체공휴일제를 도입하지 않는 등 연간 공휴일수 편차를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대신 법정 공휴일은 아니지만 사업장의 관행에 따라 공휴일과 주휴일 사이에 놓인 하루나 이틀의 평일과 연차 휴가 전 1일이 휴일로 주어진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휴일 외에 노동자 중심의 휴가 제도가 발달돼 있어 휴일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휴가를 통해 휴식권을 충분히 보장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독일은 주별로 공휴일법을 정하고 있다. 대체공휴일은 적용하지 않으며, 임시공휴일 지정은 개정의 효력기간을 당해로 제한하는 형태로 법 개정을 통해 실시한 사례가 있다.

출처: 코트라
출처: 코트라

 

⑤중국= 7대 명절 31일 휴뮤, 대체 근무일 존재

올해 중국 정부가 정한 공휴일은 모두 31일이다. 중국 국무원 판공청은 매년 연말에 이듬해 쉴 공휴일 기간을 발표한다. 2021년은 원단, 춘절, 청명절, 노동절, 단오절, 중추절, 국경절 등 7개 명절의 총 31일을 휴일로 정했다.

땅덩어리가 크고 인구가 많다보니 국민들의 동선을 고려해 연휴 기간도 길다. 다만 긴 연휴에는 앞 뒤로 대체 근무일이 지정된다. 5월1~5일로 지정된 노동절 연휴 기간은 4월25일 일요일과 5월8일 토요일이 대체 근무일로 지정됐다. 


우리나라의 공휴일은 근로자의날까지 포함해 모두 16일이다. 재계는 우리나라의 공휴일이  주요국에 비해 적지 않다고 주장하며 대체휴일제 도입에 반대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설·명절 연휴와 어린이날을 제외하면 대체공휴일 제도를 실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토·일요일과 겹칠 경우 실질적으로 휴일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올해 토·일요일과 겹치지 않는 '빨간 날'은 9일에 불과하다. 

뉴스톱이 확인한 결과 일본은 모두 21일의 국민축일 또는 국가기관 휴일을 정해놓고 있다. 일부 휴일은 월요일로 정해져있고, 일요일과 휴일이 겹칠 경우 다음 평일을 대체 휴일로 지정한다. 휴일과 휴일 사이에 낀 평일은 휴일로 지정하는 징검다리 휴일제도 실시하고 있다. 

미국, 영국 등도 대체휴일제와 요일지정제를 실시하고 있어 주말과 휴일이 겹쳐 쉬지 못하는 날이 생기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미국의 연방 지정 휴일은 10일, 영국은 지역국가에 따라 8~10일의 휴일을 지정하고 있지만 모든 휴일을 연휴로 쉴 수 있다.

중국의 올해 휴일 기간은 31일로 정해졌다. 대체 근무일 7일을 상계해도 24일 수준이어서 우리나라보다 많다. 뉴스톱은 이런 근거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휴일은 주요국과 비교해 적지 않은 수준"이라는 재계의 주장을 '대체로 사실 아님'으로 판정한다.


대체휴일제 도입으로 인해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할 '휴일 수당'이 늘어나는 등 경영 애로가 가중된다는 재계의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들이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적절한 휴일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 등을 감안하면 공휴일을 법률로 정해야 할 필요성도 커 보인다.

장시간 근로 관행을 바꾸고 노동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우리 노사가 당면한 과제이다. 휴일, 특히 연휴 보장을 통해 근로 의욕을 재충전하고, 내수 경제를 진작시킬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