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송영길, 지구온도 1.5도 오르면 불지옥?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6.1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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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인천 계양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돼 의정생활을 시작한 5선(16~18, 20~21대) 국회의원이다. 중간에 비는 기간은 인천시장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2021년 4월 재보궐 참패 이후 쇄신 요구가 빗발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5대 당대표로 선출됐다.

송영길(58) 민주당 대표 이야기다. 수차례 돌출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이력이 있지만 여당의 당대표가 되고 나서도 그의 발언은 끊임없이 논란을 빚고 있다.

출처: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출처: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1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나선 송 대표는 기후변화와 관련해 일천한 인식을 표출하며 다시 한번 논란을 빚었다. 뉴스톱이 팩트체크한다.

인류문명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지구 온도가 지금보다 1.5도 이상 오르면 지구는 불지옥인 금성처럼 변해갈 것입니다. 사람이라면, 평균체온 36.5도에서 38도의 고열에 시달리는 셈입니다. 요즘 같은 코로나 재난상황에서는 외부출입이 금지되고 자가격리 조치될 것입니다. 현재 우리의 지구가 그런 상황입니다.

2050년까지 지구의 평균 온도를 지금보다 1.5도 낮추지 못하면 인류문명은 파국을 맞습니다. 더욱 아프고 두려운 사실은 또 있습니다. 2050년이면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이 30세 전후가 되며, 현재의 10대, 20대가 우리사회의 중추가 되어있을 때라는 것입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즉 NDC는 2017년을 기준으로 2030년까지 24.4%를 감축하는 것입니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절대적으로 낮은 수치입니다. 최소한 40%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8년 이내에 관철시켜야 합니다. 지금부터 총력을 다해 탈탄소 경제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우리산업의 경쟁력은 급속히 약화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산업구조는 제조업 비중이 높고 철강 석유화학을 비롯한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많은 석탄화력 발전이 전체 전력생산의 40.4%에 달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20년 이상 준비가 뒤쳐진 우리에게 2030년은 이제 8년, 2050년은 28년이 남았을 뿐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기후위기가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인류문명의 생존방식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것처럼, 대한민국의 생존과 번영이라는 목표는 정치권에도 강력한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닌 우리가 반드시 가야 할 길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충을 주요 국정목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남북과 울산에서 각각 10.6기가와트와 6기가와트 규모로 조성 중인 해상풍력 단지가 대표적입니다. 'RE300'으로 통칭되는 호남 초광역 에너지경제공동체 프로젝트 또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야심찬 구상입니다.

민주당은 해상풍력과 태양광 발전 뿐만 아니라 다른 재생에너지 기자재 산업 발전도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완전한 탄소중립을 이루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상당 기간 수소, 원자력, 재생에너지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한 에너지 믹스 정책이 불가피합니다.

이 때문에 저는 대통령님과 당 지도부 간의 첫 청와대 회동에서 SMR 등의 분야에서 한미 원자력 산업의 전략적 협력 필요성을 건의했습니다.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은 ‘해외 원전시장 공동 참여’ 원칙에 합의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는 작년 12월 '제9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혁신형 모듈 원자로, 즉 SMR 개발 계획을 확정했습니다. SMR이 사막이 많은 중동국가나 지형적 한계가 큰 국가들에게 효과적인 에너지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북핵문제 해결을 전제로, 산악지대가 많고 송배전망이 부실한 북한에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유용한 방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탄소중립 목표가 달성되는 2050년 이후, 대한민국이 꿈의 에너지라 불리는 핵융합발전 상용화를 세계적으로 선도하는 것입니다. 그 핵심은 '한국형 인공태양 프로젝트'입니다.

'한국형 인공태양 프로젝트'는 김영삼 정부 때 구상됐으나 IMF로 무산될 뻔했습니다. 김대중 정부 시기인 2001년 사업이 재개됐고 노무현 정부 시기인 2007년 시작 6년 만에 KSTAR가 한국형 인공태양이 완공됐습니다. 문재인 정부에 이르러 우리의 핵융합기술은 세계 7개국이 참여하는 ITER(국제핵융합실험로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수준까지 도달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11월, 핵융합현상이 발생하는 1억℃의 온도를 20초 이상 유지하는 실험에도 성공했습니다.

영국은 이미 2040년 핵융합발전 상용화를 목표로 뛰고 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핵융합발전의 상용화 목표를 2050년으로 감히 제시하고자 합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공태양 기술을 바탕으로 꿈의 에너지 시대를 우리가 선도해야 합니다.

1903년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는 12초간 비행했습니다. 그로부터 34년 후인 1937년 세계 최초의 제트비행기 엔진이 등장했습니다. 핵융합발전, 불가능하지도 멀리 있는 일도 아닙니다. 앞으로 28년 뒤면 핵융합발전 상용화가 현실이 될 것입니다. 저와 민주당이 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당 대표인 제가 직접 탄소중립특위 위원장을 맡아 한국형 인공태양 상용화를 적극 뒷받침하겠습니다.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도태될 것인가? 기후 위기가 인류문명에 대한 도전이자 민주당은 물론, 저 개인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직면한 화두이기도 합니다. 민주당은 시대적 소명과 국민의 열망을 받들겠습니다. 끊임없이 변화·발전하겠습니다.

(2021년 6월 16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중에서 발췌)

◈지구 온도 1.5℃ 이상 오르면 불지옥? = 사실 아님

송 대표는 기후위기 문제를 언급하면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인류문명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지구 온도가 지금보다 1.5℃ 이상 오르면 지구는 불지옥인 금성처럼 변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10월 인천에서 개최된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총회는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채택했다. 이 보고서는 기후변화와 관련해 현재까지 세계 과학계에서 합의된 가장 신뢰성 있는 자료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런데 이 보고서에서 언급하고 있는 1.5℃ 온난화의 영향은 송 대표의 발언과는 다르다.

보고서는 1.5℃ 온난화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지역에서 평균 온도 상승, 거주지역 대부분에서 극한 고온 발생, 일부지역에서 호우 및 가뭄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구온난화는 일반적으로 해양보다 육지에서 더 크게 나타나며, 빈곤계층과 사회적 약자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출처: 기후변화홍보포털
출처: 기후변화홍보포털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축소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그러나 과학자들의 합의된 전망은 송 대표의 언급처럼 "불지옥인 금성"과는 거리가 멀다. '정치적 수사'를 감안하더라도 지나친 비유였다는 것이다.

 

◈2050년까지 1.5도 낮추지 못하면 인류문명은 파국? = 사실 아님

송 대표는 "2050년까지 지구의 평균 온도를 지금보다 1.5도 낮추지 못하면 인류문명은 파국을 맞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역시 세계 과학자들의 합의된 연구 결과와 파리 기후변화 협약의 내용과는 다르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UNFCCC)은 2015년 11월에 개최된 제21차 당사국총회에서 파리협정을 채택했다. 협정서는 "기후변화의 위험 및 영향을 상당히 감소시킬 것이라는 인식하에, 산업화 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섭씨 2도 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 및 산업화 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섭씨 1.5℃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의 추구"를 목표로 삼았다.

지구평균 온도를 1.5℃ 낮추자는 것이 아니다. 산업화 전과 비교해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2℃이내로 유지하고, 1.5℃로 제한하려고 노력한다는 뜻이다.

1.5℃특별보고서로 다시 돌아가보자. 보고서는 "인간활동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현재 약 1℃(0.8~1.2℃)의 온난화를 유발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밝히고 있다. 송 대표의 말 대로 1.5도를 낮추면 산업화 이전 보다 0.5℃ 기온을 낮춰야 한다는 뜻이 된다. 합의된 연구 결과와는 다르다.

 

◈재생에너지 만으로 탄소 중립 한계 = 탄소중립 계획에 원전 없음

송 대표는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완전한 탄소중립을 이루는데 한계가 있다"며 "상당 기간 수소, 원자력, 재생에너지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한 에너지 믹스 정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탈탄소'와 '탈원전'의 양대 축으로 구성돼 있다. 탈원전은 노후원전의 수명을 연장하지 않고,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문 대통령은 집권 초기인 2017년 7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어제 오늘 논의한 의제는 아닌데, 탈원전, 신고리 5,6호기 중단, 공론조사 등을 군사작전처럼 밀어붙인다는 비판이 있다. 산업부 장관이 임명됐으니 제대로 설명됐으면 한다. 이미 가동에 들어간 신고리 3호기 설계 수명이 60년이다. 지금 건설중인 신고리 4호기, 신한울 1,2호기 모두 수명이 60년이다. 이것만으로도 원전은 2079년, 62년 후까지 가동된다"고 밝혔다.

이런 맥락이라면 송 대표의 말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는 송 대표가 언급한 SMR 등 신규 원전은 포함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2020년 10월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 탄소중립 계획을 처음 천명했다. 11월 3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세계적 흐름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며 “기후위기 대응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후 11월 22일,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복원력 있는 미래’를 주제로 열린 G20 정상회의 제2세션에서 “2050 탄소중립은 산업과 에너지 구조를 바꾸는 담대한 도전이며,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서만 해결 가능한 과제”라면서 “한국은 탄소중립을 향해 나아가는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고자 한다”고 2050 탄소중립에 대한 한국의 의지를 밝혔다.

12월 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제2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를 개최하여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확정·발표했고, 15일 국무회의에서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과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정부안이 확정됐다. 이 계획들 중 어디에도 원자력 발전은 언급되지 않는다.

 

◈SMR, 핵융합 = 당론 아닌 자기 정치

송 대표는 "저는 대통령님과 당 지도부 간의 첫 청와대 회동에서 SMR(소형 모듈 원전) 등의 분야에서 한미 원자력 산업의 전략적 협력 필요성을 건의했다"며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은 ‘해외 원전시장 공동 참여’ 원칙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문재인 정부는 작년 12월 '제9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혁신형 모듈 원자로, 즉 SMR 개발 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히며 "SMR이 사막이 많은 중동국가나 지형적 한계가 큰 국가들에게 효과적인 에너지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북핵문제 해결을 전제로, 산악지대가 많고 송배전망이 부실한 북한에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유용한 방안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탄소중립 목표가 달성되는 2050년 이후, 대한민국이 꿈의 에너지라 불리는 핵융합발전 상용화를 세계적으로 선도하는 것"이라며 "그 핵심은 '한국형 인공태양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이다. 세부 과제로는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 폐기 ▲단계적 원전 감축으로 원전 제로시대로 이행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원전, 석탄발전소 인근 주민 전기료 차등요금 시행 확대 를 제시했다.

탈원전 공약 중 하나로는 '국내원자력발전 진흥정책 폐지'가 포함돼 있다. 

 

◈당 안팎에서 쏟아진 비판

송 대표는 최근 SMR 등 원전 산업 진흥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선 이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제기된다. 

양이원영 의원은 16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소형 모듈 원자로(SMR) 도입을 내세우자 “탄소중립에 닿기 위한 해결책의 초점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양 의원은 "지난 5월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는 ‘2050년 이내 글로벌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 달성 및 2020년대 내 온실가스 배출량 대폭 감축 달성’이라는 문구가 들어있다"며 "실질적으로 인류생존을 위해 남은 시간은 10년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양 의원은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SMR, 2050년대 상용화가 목표인 핵융합의 기후변화 대응효과는 아직 검증된 내용이 없다"며 "이들 기술들은 안전문제와 핵폐기물 문제는 물론 현실적인 실현가능성도 불분명하며, 온실가스 감축 및 지구 평균기온 상승 1.5℃ 제한의 골든타임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 에너지전환포럼도 송 의원의 인식을 비판했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송 대표의 연설에서 기후변화와 에너지전환은 SMR과 핵융합 주창을 위한 곁가지 소재였을 뿐 에너지전환에 대한 절박감과 진정성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평가절하했다.

포럼은 "이번 연설은 오히려 대통령 임기말 시기를 틈타 본인의 존재감 부각과 정부와의 차별화를 위한 ‘던지기식’ 시도로 보여진다"며 "송대표는 지금이라도 여당 대표로서 제 역할을 위해 에너지전환에 대한 체계적인 학습을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송 대표는 부동산정책에서도 보여준 중고교 동문 같은 좁은 인맥에 의존한 폐쇄적 정책결정 관행을 중단하고, 폭넓은 에너지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받으며 개방적이고 투명한 정책결정 관행을 확립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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