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WHO, 18세 미만 코로나백신 금지?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6.25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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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조금 있지만 미국엔 모든 종류의 백신 접종을 기피하는 안티백서(Anti-Vaxxer) 들이 활발히 활동한다. 이들이 최근 "WHO가 아동에게 당분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금지했다"고 주장했다. 뉴스톱이 팩트체크 했다.

출처: 안티백신 성향의 미국 매체, 더 디펜더
출처: 안티백신 성향의 미국 매체, 더 디펜더

 

◈WHO가 아이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금지했다? = 대체로 거짓

케네디 대통령의 조카이자, 안티백서로 유명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안티백서 매체인 '더 디펜더'를 인용한 트윗을 전송했다. 이 매체는 <WHO: '아이들은 당분간 예방 접종을 하면 안된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는 "누가 코로나19 백신을 맞아야하는지에 대한 WHO의 최신 지침에는 '어린이는 당분간 예방 접종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더 디펜더는 "WHO 웹 사이트에 따르면 “아동에게 COVID-19 예방 접종을 권장 할만한 COVID-19 백신 사용에 대한 증거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성인에 비해 질병이 약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비영리 팩트체크 기관 퍼스트드래프트는 <아동 예방 접종과 관련한 오해 유발 정보는 예전 정보와 연관돼 있다>는 제목으로 더 디펜더의 기사를 팩트체크했다. 요약하자면 WHO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백신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감염 위험도와 치명률이 높은 집단을 우선으로 백신 접종을 권고했다. 18세 미만의 아동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지 않고 감염되더라도 중증으로 이행되는 확률이 낮기 때문에 우선 순위에서 밀려난 것이다. 

하지만 백신 부족 상황을 고려한 오래된 지침이 WHO 홈페이지에 남아있었고 이를 백신 반대 단체들이 어린이에게 백신을 맞추지 말아야 하는 근거로 오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WHO는 지난 11일 이 지침을 현 상황에 맞춰 업데이트했다.

◈WHO 지침= 시급하진 않지만 고위험군은 접종 가능

WHO는 어린이들의 백신 접종에 "시급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에 걸려도 성인에 비해 약한 증상을 나타내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WHO는 "코로나19에 걸려 중증으로 이환될 위험이 높지 않은 경우 외에는 노인, 만성 질환자, 의료종사자보다 예방 접종을 받는 것이 시급하지 않다"고 밝힌다. 

그렇지만 어린이들의 접종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WHO는 "WHO의 전략 자문 그룹(SAGE)은 화이자 백신이 12세 이상 아이들이 사용하기에 적합하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고위험군인 12~15세 아이들은 다른 연령대의 고위험군과 마찬가지로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도 현재 모든 12세 이상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CDC는 "청소년 및 청년들 사이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심근염 및 심낭염이 발생했다는 보고 접수가 늘었다"면서도 "백신의 혜택(알려진 혜택과 잠재적 혜택)은 심근염 및 심낭염 발생 위험을 포함한 위험(알려진 위험과 잠재적 위험)보다 훨씬 크다. CDC는 계속해서 12세 이상의 사람들에게 코로나19 예방 접종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에서 접종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 모두 3종이다. 모더나와 얀센은 18세 이상을 대상으로 접종하고 있다. 12~17세를 대상으로 접종 가능한 백신은 화이자 뿐이다.

 

출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홈페이지
출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홈페이지

 

◈우리나라 18세 이하 백신 접종은? = 수능 수험생만 가능

2021년 6월24일 현재 우리나라에서 12~15세가 코로나19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우리나라에서 접종 중인 백신은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등 모두 4종이다. 이 가운데 12~15세를 대상으로 허가를 받은 품목이 없기 때문이다.

화이자 백신은 16세 이상으로 품목 허가를 받았고, 나머지는 18세 이상을 대상으로 허가됐다. 게다가 얀센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희귀혈전증에 대한 우려 탓에 접종 연령을 30세 이상으로 제한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10대 청소년 중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은 18세 이상으로 이들은 모두 화이자 백신을 맞아야 한다. 방역 당국은 18세 이상의 접종 일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 그리고 고등학교 교직원은 관할 교육청과 시·군·구 예방접종센터 간에 사전 조율된 일정에 따라 예방접종 동의자에 대해 7월 19일 주부터 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백신으로 접종을 실시하도록 하겠습니다. 고3 이외의 대입 수험생의 경우는 7월 중에 대상자 명단을 확보· 등록하고 온라인 사전예약을 거쳐 8월 중에 접종을 실시하겠습니다.(2021.6.17. 14:10,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중대본 정례브리핑) 

전면등교를 위한 백신접종이 차질 없이 시행되도록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8월 하순까지 학교에서 종사하는 모든 교직원과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 대한 백신접종을 계획대로 진행하겠습니다. 특히, 고3 이외의 수험생은 이번 9월 모의평가를 접수하는 수험생을 기준으로 8월 초순부터 백신접종에 들어가게 됩니다. 초·중·고등학교의 방과후 강사도 8월 하순까지 접종되도록 할 것입니다. 입시를 담당하는 대학 관계자와 입시 관련 예체능 학원강사의 우선접종을 질병청과 협의하고 있으며, 접종시기가 확정되도록 구체화 하겠습니다.

-2021.6.20. 16:40,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중대본 정례브리핑

고3 학생은 7월19일 주부터 접종이 실시되고, 고3 이외의 수험생은 9월 모의평가를 접수하는 수험생을 기준으로 8월 초순부터 백신접종이 실시된다. 국내 최대의 집합 시험인 수능 시험장의 특성에 따라 감염 위험을 낮추기 위한 조치이다. 수험생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응시 기회를 잃게 될 우려를 낮추자는 취지이기도 하다. 지난해 수능 시험은 확진자와 자가격리자 모두에게 응시 기회가 부여됐지만 일부 대입 실기시험 등은 대학 정책에 따라 확진자의 응시를 제한하기도 했다.

출처: 질병관리청
출처: 질병관리청

 

◈10대 이하의 감염 위험 매우 낮아

고3을 제외한 16~18세에 대한 접종 계획은 아직 고려되지 않고 있다. 16세 이상을 대상으로 접종이 가능한 화이자 백신이 있음에도 이들에 대한 접종 계획을 짜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10대의 감염 위험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10대(10~19세) 코로나19 확진자는 1만969명으로 전체 감염자의 7.19%를 차지한다. 10세 미만(0~9세)은 6862명으로 4.5%에 그친다. 100만명당 감염자수로 비교하면 더 확연히 눈에 들어온다. 0~9세는 1771.2명 10대는 2311.2명 수준이다. 

사망자를 비교하면 방역 당국의 입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코로나19 국내 발병 이후 현재까지 10대 이하 사망자는 단 한 명도 없다. 게다가 나이가 어릴 수록 중증으로 이행되는 확률이 극히 낮아지기 때문에 방역 당국은 10대 이하의 백신 접종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미국 등 서구 국가와 달리 백신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고위험군(고령자, 기저질환자, 보건의료 종사자)을 우선 순위로 놓고 백신 접종 정책을 펴고 있다.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매우 낮은 10대를 위한 백신 접종 계획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뉴스톱은 'WHO가 아동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을 금지했다'는 미국의 안티 백서들의 주장을 검증한 결과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했다. WHO는 팬데믹 초기 백신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고위험군을 우선시한 백신 접종 정책을 권고했다. 그러나 현재는 고위험군인 10대도 다른 연령대의 고위험군과 마찬가지로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백신 공급이 원활한 미국은 12세 이상의 10대에 대해서 화이자 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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