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 속 금붕어 바다를 만나다

  • 기자명 홍상현
  • 기사승인 2021.06.2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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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금붕어」는 4년 전 「열다섯의 순수」의 히로인으로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았던 오가와 사라 배우의 장편상업영화 감독 데뷔작이다. (C)2021 Toei Video Co., Ltd.
「해변의 금붕어」는 4년 전 「열다섯의 순수」의 히로인으로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았던 오가와 사라 배우의 장편상업영화 감독 데뷔작이다. (C)2021 Toei Video Co., Ltd.

법률이 정한 교육제도에 따라 전일제수업을 받으며 두 개의 학위를 취득하기 까지 꽤 오랜 기간을 학교에서 보냈다.

하지만 이 모든 근거를 기념사진으로 찾는다면 학력위조 논란에 휩싸이기 십상이다. 초등학교 졸업식 이후 그 어떤 세레모니(ceremony)에도 가족이 온 적 없으니까. 작년 이맘때쯤 부친의 장례식장에서 두어 살 터울의 형님과 친구처럼 대화하던 《뉴스톱동업자(그는 원래 성격이 좋기로 유명하지만)의 모습이 홈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의 가정환경 때문이었다고 해두자.

하지만 이런 ‘다름’이, 입 밖에 내는 순간 좌중의 분위기를 바꿀만한 ‘불행’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건 성인이 되고도 한참이 지나서다. 필자의 술회를 듣던 한 선배의 반응은 당황스러웠다.

“자식을 낳았으면 책임을 져야지!”

물론 이내 “내가 너희 집 사정을 다 아는 것도 아닌데”라며 머쓱해했다. 그 와중에 다른 선배는 “힘든 환경이었지만 참 밝게, 잘 자랐네. 장하다”라고 말했다. 칭찬까지 들을 일이었나? 두 사람의 반응을 무덤덤하게 지켜보았다. 필자로서는 그저 주어진 현실, 혹은 팩트의 문제였을 따름이니까.

“글쎄 저한텐 별로 대단한 이슈가 아니에요. ‘인생 A 코스’랑 ‘인생 B 코스’가 있어서 비교라도 할 수 있으면 모르겠는데, 사람은 한번만 사니까.”

오가와 사라 감독은 영상제작을 연기보다 먼저 시작했다. 그런 까닭에 활동초기부터 필름메이커인 동시에 연기자로서의 길을 걸어왔다. (C)2021 Toei Video Co., Ltd.
오가와 사라 감독은 영상제작을 연기보다 먼저 시작했다. 그런 까닭에 활동초기부터 필름메이커인 동시에 연기자로서의 길을 걸어왔다. (C)2021 Toei Video Co., Ltd.

당시로서는 최선의 대답이었다고 자평한다. 화제도 자연스레 바꿀 수 있었고, 여하튼 그 일 이후 타인을 접할 때 좀 더 조심하게 되었다. 측은지심이나 인간애를 문제 삼는 게 아니다. 일방적으로 감정을 이입하는 ‘불쌍한 아이 프레임’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음을 의식해서다.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 오가와 사라 감독 또한 바로 이런 ‘불쌍한 아이 프레임’을 벗어나는데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고교시절 잡지모델로 데뷔한 이래 배우로 활약해온 그의 장편상업영화 데뷔작 <해변의 금붕어>의 내용은 이렇다.

그룹 홈에 살다 열여덟 살이 되어 독립을 준비하던 하나(오가와 미유 분). 어느 날 그 앞에 여덟 살 소녀 하루미(하나다 루나 분)가 나타난다. 학대로 마음을 닫아버린 하루미에게서 자신의 옛 모습을 보며, 하나는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감정에 휩싸인다.

첫 주연 작품 <열다섯의 순수> 이후 4년 만에 국제경쟁부문 초청작 감독으로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은 오가와 감독을 만났다.

함께 나눈 이야기를 풀어놓기 전에 하나 더. 그룹 홈을 “위탁 시설”이니 “유사가정” 등으로 바꿔 쓴 <해변의 금붕어> 관련 글들이 눈에 띄던데, 부정확한 표현이다. 그룹 홈이란 수십 명 단위의 단체생활이 기본이 되는 보육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아이들을 소수의 그룹으로 묶어 가족적인 보호를 제공하는 프로그램ㆍ제도를 일컫는다.

「해변의 금붕어」의 로케지인 가고시마 현 아쿠네 시는 오가와 사라 감독 모친의 고향. 작품 구상 초기부터 이곳을 이야기의 배경으로 점찍었다고 한다. (C)2021 Toei Video Co., Ltd.
「해변의 금붕어」의 로케지인 가고시마 현 아쿠네 시는 오가와 사라 감독 모친의 고향. 작품 구상 초기부터 이곳을 이야기의 배경으로 점찍었다고 한다. (C)2021 Toei Video Co., Ltd.

홍상현

전주국제영화제와 인연이 깊으십니다. 첫 주연 작품 <열다섯의 순수>가 초청된 지 4년 만에 국제경쟁부문 감독으로 돌아오셨는데요.

오가와 사라

전주국제영화제는 제가 배우로 처음 방문했던 해외영화제입니다. 당시 한국 관객 여러분의 열기와 공연장의 화려함에 영화라는 ‘문화’가 사랑받고 있음을 실감했지요. 그런 영화제에 이번에는 감독으로 참가하게 되어, 너무나 감회가 새롭습니다. 코로나 19 때문에 상영관에서 함께하지 못해 슬펐지만 그래도 온라인 GV를 통해 여전한 열기를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홍상현

“홍상현의 인터뷰”에서 만나는 분들께 매번 드리는 질문인데요. 평소 한국영화를 즐겨 보십니까? 또, 평소 한국영화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요.

오가와 사라

그럼요! 한국 영화, 정말 좋아해요.

최근 김보라 감독의 <벌새>와 윤단비 감독의 <남매의 여름밤>을 보면서 멋진 여성 감독들의 약진을 확인했습니다. 이전 작품들 중에서는 정주리 감독의 <도희야>나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를 무척 좋아하고요. 한국 영화는 사회문제를 날카롭고 심도 있는 시선으로 다루는 한편, <부산행>, <기생충>처럼 엔터테인먼트성까지 양립시키고 있는 작품이 많아, 예술적 레벨이 정말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밖에도 국가적으로 영화문화를 소중히 하는 점이나 훌륭한 예술학교들이 차세대 육성에 매진하고 있는 점, 그리고 흥행수입이 크리에이터에게 제대로 환원되고 있다는 점 등이 참으로 부럽습니다.

주인공 「하나」로 분한 오가와 미유 배우는 오가와 사라 감독이 대학시절 연출한 단편영화 「최후의 별」의 히로인이었다. (C)2021 Toei Video Co., Ltd.
주인공 「하나」로 분한 오가와 미유 배우는 오가와 사라 감독이 대학시절 연출한 단편영화 「최후의 별」의 히로인이었다. (C)2021 Toei Video Co., Ltd.

홍상현

일단 배우로서의 커리어에 관한 질문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첫 주연 작품으로 전주에 오셨고, 세 번째 주연 작품인 <성스러운 것>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었습니다. 게다가 이번엔 심지어 감독 데뷔까지 하셨어요. 물론 그만큼 재능이 뛰어나시다는 것의 반증이지만, 너무 유능하시다 보니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웃음)

오가와 사라

아니에요.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웃음)

실은 영상제작을 연기보다 먼저 시작했어요. 고등학생 시절 학교 행사를 다큐멘터리를 찍기 시작한 게 계기였지요. 소속사에서 배우로 활동하게 된 건 그 이후고요. 그렇다 보니 활동 초기부터 필름메이커인 동시에 연기자로서의 길을 걸으며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여전히 모든 것을 배워나가는 과정이지만요.

 

홍상현

이번 장편 데뷔작 <해변의 금붕어>의 시나리오를 직접 쓰시고, 동명 소설까지 내셨습니다. 하지만 영상작가, 그리고 스토리텔러(storyteller)로서의 재능은 금방 말씀하신 것처럼 이미 다큐멘터리를 제작하셨던 고교시절부터 발휘되고 있었던 거라고 봐도 되겠지요?

오가와 사라

고교시절에는 어쨌든 가까운 친구에게 제가 만든 것을 보여주고 싶다, 즐겁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뒤부터 언어나 문화를 넘어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해질 수 있는 ‘보편성’을 의식하기 시작했지요. 작품 속에서 사회문제나 음식문화 같은 걸 그리면서 말이죠.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사람을 의식하면 작품의 초점도 흐릿해질 수 있는 까닭에, 작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스스로에게 우선 ‘이 작품을 누구에게 전하고 싶은 것인가’라는 명확한 물음을 던지고 있습니다.

“현대에는 여러 가지 기술이나 정보가 넘쳐나고, 영상 또한 누구나 찍을 수 있게 되었지만, 그러한 가운데서도 굳이 손으로 더듬어가며 정성스레 작품을 만드는 걸 중시합니다.” 오가와 사라 감독의 말이다. 사진출처: 영화 「해변의 금붕어」 공식 트위터(@UmibeKingyo)
“현대에는 여러 가지 기술이나 정보가 넘쳐나고, 영상 또한 누구나 찍을 수 있게 되었지만, 그러한 가운데서도 굳이 손으로 더듬어가며 정성스레 작품을 만드는 걸 중시합니다.” 오가와 사라 감독의 말이다. 사진출처: 영화 「해변의 금붕어」 공식 트위터(@UmibeKingyo)

홍상현

작품의 소구력에 대해 언급하시는 걸 들으니 개인적으로 어떤 영화작가로부터 영향을 받으셨는지 궁금해지는데요.

오가와 사라

대만 뉴시네마, 특히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동동의 여름방학>이나 에드워드 양 감독의 <하나 그리고 둘>을 좋아합니다. 여유로운 시간 속에 떠오르는 가족감과 함께 시대성을 느낄 수 있는 지점에 매력을 느끼거든요. 담담한 대화 속에 이질감을 담아내는 에릭 로메르 감독의 <해변의 폴린느>나 <녹색 광선> 같은 작품들도 좋고요.

그밖에 대학시절의 은사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에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해변의 금붕어>의 촬영감독도 <아무도 모른다>에서 고레에다 감독과 함께했던 야마사키 유타카 씨가 맡아주셨습니다.

 

홍상현

<해변의 금붕어>의 구상 계기와 시나리오 집필의 과정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오가와 사라

주연을 맡은 오가와 미유 배우가 제가 대학시절 만든 단편영화의 주연이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만나 대화를 나누던 중 다시 한 번 같이 영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해변의 금붕어>를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제목도, 내용도 다르고, 분량도 단편이었어요. ‘그룹 홈에서 자란 18세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설정과 가고시마 현 아쿠네 시를 로케지로 한다는 정도만 변함이 없었고요. 그렇게 시나리오를 써 가다 보니 분량이 장편으로 늘어나고 <해변의 금붕어>라는 제목이 나오면서 작품의 방향도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오가와 미유 배우와 멋진 케미스트리를 보여준 하나다 루나 배우는 로케지인 가고시마 현 아쿠네 시에서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신인이다. (C)2021 Toei Video Co., Ltd.
오가와 미유 배우와 멋진 케미스트리를 보여준 하나다 루나 배우는 로케지인 가고시마 현 아쿠네 시에서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신인이다. (C)2021 Toei Video Co., Ltd.

홍상현

특히 <해변의 금붕어>는 특히 ‘상징’을 대단히 잘 활용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가와 사라

처음엔 저도 모르게 작품에 금붕어를 끼워 넣었다 싶었는데 <해변의 금붕어>라는 제목이 정해지니 어항 속에서만 살 수 있는 금붕어를 바다에 풀어놓고 싶다는 모순된 욕망이 작품이 축이 될 것 같았어요. 이 지점부터 영화에서 ‘금붕어’라는 존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와 그 의미에 대한 고민이 심화되어 갔습니다.

 

홍상현

여기서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해변의 금붕어>는 개인의 고뇌를 다루는 동시에, 소외된 아이들의 현실을 조망하는 대단히 사회적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주제를 소구하는 방식이 밸런스를 잘 유지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는데요.

특히, 자칫 작품에 등장하는 아이들을 가둘 수 있는 ‘불쌍한 아이 프레임’을 피해가신 점이 훌륭했습니다.

오가와 사라

영화에서 현실에 존재하는 사회 문제라든가 사건을 다루기 위해 무엇보다 책임감과 균형감이 필요하다는 건, 제 소신이기도 한데요. <해변의 금붕어>에서는 의지할 데 없는 아이들의 현실에 대해 주시하면서도, 결코 거기에 ‘불쌍하다’는 레테르를 붙이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물론 살아가는 데 있어 남들과 다른 고뇌나 어려움은 있겠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평범한 일상이나 스스로의 의지에 대해 접근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현실의 문제를 그릴 때는 일단 저자신이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인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해변의 금붕어>는 복잡한 상황 속에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지만, 그들에게도 나름의 평범한 일상이 있는 까닭에, 말씀하시는 이른바 ‘불쌍한 아이 프레임’에 가두지 말자는 생각을 일관되게 가지고 있었던 겁니다.

오가와 감독은 ‘프로’인 캐스트와 아역 출연진이 촬영과 상관없이 가급적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함으로써 자연스러운 현장의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사진출처: 오가와 사라 감독 트위터(@iam_ogawasara)
오가와 감독은 ‘프로’인 캐스트와 아이들이 촬영과 상관없이 가급적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함으로써 자연스러운 현장의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사진출처: 오가와 사라 감독 트위터(@iam_ogawasara)

홍상현

서사적으로도 견고한 작품이지만 <해변의 금붕어>의 매력은 특유의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도 엿보이고 있지 않나 합니다. 어쩌면 방금 전 말씀드린 것과도 연관되는 화제일지도 모르겠는데요. 신파적이거나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전혀 없잖아요.

오가와 사라

<해변의 금붕어>에 출연해준 아역배우들은 로케지인 가고시마 현 아쿠시 시의 평범한 아이들입니다. 주인공(하나)의 상대역인 ‘하루미’로 분한 친구도 그 동네에 살고 있는 초등학생이고요. ‘아역연기자’가 아닌 ‘아이들’과 촬영을 진행한다는 게 만만찮은 도전이기는 했지만, 로케지의 자연에 친숙한 느긋한 아이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다들 연기 경험이 없다는 특성에 맞게 카메라 앞에서도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촬영 전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 어울려 놀거나, 같이 의상을 가러 가는 등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가지고 있던 고민도 저절로 해결되더군요. 하나 역의 오가와 미유 배우나 그룹 홈 보육사 ‘타카 형’으로 분한 세리자와 타테토 배우가 ‘프로’인 까닭에, 어떻게 아이들 사이에서 ‘연기’ 없이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거든요.

오가와 사라 감독은 「해변의 금붕어」의 현지개봉을 15일 앞둔 지난 6월 10일, 동명소설을 출판해 작가로 데뷔했다. 사진출처: 영화 「해변의 금붕어」 공식 트위터(@UmibeKingyo)
오가와 사라 감독은 「해변의 금붕어」의 현지개봉을 15일 앞둔 지난 6월 10일, 동명소설을 출판해 작가로 데뷔했다. 사진출처: 영화 「해변의 금붕어」 공식 트위터(@UmibeKingyo)

홍상현

제작현장의 분위기가 무척 좋았겠는데요? (웃음) 혹시 그렇게 촬영한 것들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가는 신이 있다면 소개해주시겠습니까?

오가와 사라

한 장면을 콕 짚어드리기가 쉽지는 않은데요. (웃음)

그래도 꼽아 보라면 오이와 가지가 보이는 정원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가, 그 중 한 아이가 갑자기 주변에 있던 소품을 가지고 노는 신입니다. 엉겁결에 제작진이 말리려는 걸 제지하면서 그대로 찍어 달라고 했어요. 굳이 연출을 하지 않아도 독특한 발상으로 예상 밖의 모습을 보여주니까요. 그래서 재미있고요.

 

홍상현

주연을 맡은 오가와 미유 배우의 연기가 훌륭한데요. 감독의 페르소나이기도 하니 많은 내용을 의논하셨을 것 같습니다.

오가와 사라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연기를 한다는 게 워낙 어려운 일이다 보니 오가와 배우도 여러 가지를 고민하면서 연기를 해주었습니다. 촬영 전에 따로 아쿠네 시를 방문해서 로케지의 공기를 접하는가 하면 아이들과도 미리 만나 얼굴을 익혀두었기 때문에 촬영이 진행될 때도 카메라가 돌고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아이들과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어요. 오가와 배우로서도 ‘연기’가 아닌 ‘일상’의 느낌으로 아이들과 자연스레 친숙해진다는 전제를 의식하고 있었던 겁니다.

「해변의 금붕어」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는 자칫 작품에 등장하는 그룹 홈 아이들을 가둘 수 있는 ‘불쌍한 아이 프레임’을 철저히 배제했다는 점이다. (C)2021 Toei Video Co., Ltd.
「해변의 금붕어」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는 자칫 작품에 등장하는 그룹 홈 아이들을 가둘 수 있는 ‘불쌍한 아이 프레임’을 철저히 배제했다는 점이다. (C)2021 Toei Video Co., Ltd.

홍상현

청소년기부터 재즈부에서 트럼펫을 불었고, 작곡도 하는 등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신데요. 그래서인지 <해변의 금붕어>의 OST도 대단히 훌륭합니다.

오가와 사라

취미 정도의 수준이지만,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고등학교 시절에도 동아리에서 트럼펫을 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음악에는 전부터 친밀감이 느껴져서 <해변의 금붕어>를 만들면서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저는 영화음악이 너무 전면에 도드라지지 않고, 작품의 세계관을 살짝 감싸주는 느낌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방향을 음악감독에게 말씀드렸더니 제 요구 이상으로 멋진 OST를 만들어 주셨어요.

 

홍상현

<해변의 금붕어>는 전반적으로 아날로그 감성이 느껴지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역시 동세대들 중에 이례적으로 라디오라는 매체를 좋아할 정도의 감성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가요?

오가와 사라

현대에는 여러 가지 기술이나 정보가 넘쳐나고, 영상 또한 누구나 찍을 수 있게 되었지만, 그러한 가운데서도 굳이 손으로 더듬어가며 정성스레 작품을 만드는 걸 중시합니다. 라디오도 그렇지만, 제가 상상의 여백이 있거나 ‘편리함이 다가 아닌 풍부함’을 좋아하거든요. 영화 만들기의 스타일도 따라가는 거 아닐까 싶어요.

전주국제영화제의 온라인 GV에서 오가와 사라 감독은“안녕하세요. 오가와 사라입니다. 저는 4년 전에 전주국제영화제에 배우로 참가했었습니다. 그 영화제에 이번에는 감독으로 돌아온 것이 너무 기쁩니다.”라고 인사해 갈채를 받았다. 사진출처: 영화 「해변의 금붕어」 공식 트위터(@UmibeKingyo)
전주국제영화제의 온라인 GV에서 오가와 사라 감독은“안녕하세요. 오가와 사라입니다. 저는 4년 전에 전주국제영화제에 배우로 참가했었습니다. 그 영화제에 이번에는 감독으로 돌아온 것이 너무 기쁩니다.”라고 인사해 갈채를 받았다. 사진출처: 영화 「해변의 금붕어」 공식 트위터(@UmibeKingyo)

관상어인 까닭에 바다에서 살 수 없는 금붕어를, 다시 한 번 바다로 끌어내보고 싶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이, 제가, 그리고 당신이, 자기 앞의 삶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한 여성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순간을 그리고 싶었어요.

영화작가로서의 제 첫걸음이 되는 이 작품이, 앞으로 봐주실 분들께도 의미 있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아울러, 코로나 19로 좀처럼 멀리 갈 수 없는 이 시기에, 먼 곳의 경치나 사람의 온기를 전해드릴 수 있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한국영화뿐만 아니라 한국의 음식, 음악, 패션 등 다양한 문화를 좋아합니다. 그런 이유로 <해변의 금붕어>의 첫 관객이 한국 분들이시라는 게 너무 기뻤어요. 아무쪼록 앞으로도 바다 건너의 많은 분들이 봐 주셨으면 좋겠고, 한국에서의 극장 개봉도 이루어 졌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그 때가 오면 꼭 다시 한국에 가고 싶어요.”

2017년 히로인으로 분한 <열다섯의 순수>가 월드 시네마스케이프 부문에 초청되었던 추억을 상기하듯 ‘다시 한국에 가고 싶다’는 부분에 힘을 싣는 오가와 감독의 말에서 진심이 전해져왔다. 하긴, 동명 소설(영화 개봉 15일 전 출간)을 집필하면서는 “영화를 만들면서 접한 아이들의 심리ㆍ발달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어졌다”면서 보육사 국자자격까지 취득한 ‘진정성의 화신’ 아니던가.

작품 초청 사실이 공개된 직후부터 4년 전 전주 곳곳에서 찍은 사진들을 업데이트하더니, 온라인으로 진행된 감독과의 대화에서는 유창한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오가와 사라입니다. 저는 4년 전에 전주국제영화제에 배우로 참가했었습니다. 그 영화제에 이번에는 감독으로 돌아온 것이 너무 기쁩니다.”라며 인사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분명 ‘영화감독 오가와 사라’와 전주에서 다시 만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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