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태양광 폐기물 탓에 원전으로 '유턴'하자는 환경영웅?
상태바
[팩트체크] 태양광 폐기물 탓에 원전으로 '유턴'하자는 환경영웅?
  • 선정수 팩트체커
  • 승인 2021.07.01 17: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8년 '환경영웅'에서 지금은 '찬핵 에너지 로비그룹' 일원
셸런버거 주장도 이미 팩트체크된 내용

조선비즈는 24일 <美 환경영웅 셸런버거 "태양광 유해 폐기물, 원전의 300배.. 韓, 원전으로 돌아가야">라는 제목의 기사를 발행했다.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출처: 조선비즈 홈페이지
출처: 조선비즈 홈페이지

 

◈원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조선비즈

해당 매체는 마이클 쉘렌버거와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며 기사를 그의 말로 기사를 시작한다. 

조선비즈 기사에 따르면 마이클 쉘렌버거는 “사람들은 원전으로 핵폐기물이 많아진다는 점을 걱정하지만, 핵폐기물은 그 누구도 해치지 않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오히려 태양광 발전이 심각합니다. 각 태양광 패널엔 독성 중금속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절대 분해되지 않습니다. 풍력 발전기는 동물들의 서식지를 줄이고 많은 조류를 멸종 위기에 몰아넣고 있죠. 환경성과 경제성, 탄소 감축 효과 등 모든 면에서 원자력이 신재생에너지보다 우수합니다.”라고 말했다.

조선비즈는 원전의 필요성 강조하며 원전업계를 대변하는 논조를 유지하고 있다. 2019년에는 원전 필요성을 역설하는 '미래에너지포럼’을 주최했고 이 행사에 마이클 쉘렌버거가 패널로 참여하기도 했다.

 

◈마이클 쉘렌버거는 누구?

미국의 시사잡지 타임지가 선정한 2008년 환경영웅(Heroes of the Environment 2008)이다. '환경주의의 죽음'이라는 책을 써내 유명세를 얻었다. 지구온난화는 산성비 또는 지역 단위의 수질오염 등 규제로 해결할 수 있는 환경문제가 아니라는 시각을 제시한다. 

그가 설립한 '환경진보(Environmental Progress, 이하 EP)'는 미국에 기반을 둔 찬핵 비영리 단체이다. 이 단체는 "우리의 가장 큰 승리는 미국의 가장 큰 청정 에너지원인 원자력을 일리노이, 뉴욕, 코네티컷, 프랑스, 대한민국, 대만, 뉴저지에서 지켜낸 것"이라고 설명한다.

마이클 쉘런버거는 수 차례 한국을 방문해 원자력 발전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신고리 5, 6호기 건설재개 공론화 과정이 진행되던 기간에도 한국을 방문해 원전 재개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마이클 쉘렌버거는 한때 환경주의자였지만 지금은 원전 재개를 부르짖는다. 영국의 기후운동 조직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은 쉘렌버거와 그의 단체에 대해 "찬핵 에너지 로비그룹"이라고 설명한다.

출처: 타임지 홈페이지
출처: 타임지 홈페이지

 

◈MB도 환경영웅

보수 매체들은 '타임지가 선정한 환경영웅'에 주목한다. 2008년 9월 24일 '타임'은 쉘렌버거와 테드 노드하우스(Ted Nordhaus)를 '환경영웅 2008' 리더와 비전제시자(Leaders & Visionaries) 부문에 선정했다. 

당시 타임지는 이들의 선정 이유에 대해 "녹색운동의 한계는 생활양식과 에너지 사용, 경제에 규제를 가하는 방식으로 기후변화에 접근했던 것"이라며 "대신, 그들은 화석 연료에 대한 그들의 장점으로 재생 에너지를 경제적으로 가능하게 만들 에너지 기술에 대한 정부의 서사적인 투자에 의해 채워지는 "가능성의 정치"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고 밝혔다.

환경운동 진영이 쉘렌버거와 그의 단체를 '기술 만능주의'에 의존한다고 비판하는 바로 그 지점을 타임지는 높이 평가한 셈이다.

이런 타임지의 접근은 놀랍지 않다. 환경영웅 2007엔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선정됐다. 청계천 복원, 버스전용차로제 확대 등 서울시장 재직시 시행했던 정책을 높이 평가했다. 타임지는 "그의 지속적인 업적은 환경주의가 발전과 함께 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아시아의 정치적 역동성을 변화시킨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대통령 재직 당시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강행했고 현재까지 많은 논란을 빚고 있다. 타임지가 선정한 환경영웅이 환경을 지키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일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태양광 폐기물 원전 300배? = 사실 아님

조선비즈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쉘렌버거는 "태양광 패널이 독성이 있는 중금속으로 만들어졌다보니, 원전보다 300배 더 많은 유해 폐기물을 배출한다"고 주장한다. 사실 이 주장은 이미 오래전 팩트체크된 허위정보에 불과하다.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는 2018년 5월 프레시안에 <태양광 패널에서 독성 폐기물이?>라는 제목의 기고를 통해 쉘렌버거의 주장을 반박했다.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는 EP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연구 결과와 연구에 사용된 가정을 살펴보았다. 연구의 주요 결과는 같은 양의 에너지를 생산할 때 태양광 패널에서 나오는 독성 폐기물이 원전의 300배 이상이라는 것이다.(Solar panels create 300 times more toxic waste per unit of energy than do nuclear power plants.).

연구소는 "(EP가) 원전과 태양광에서 나온 폐기물의 부피를 비교하여 태양광 폐기물의 부피가 300배 이상 많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태양광과 원전 폐기물의 독성을 기준으로 비교하지 않고 부피로 비교한 것이다. 아무리 부피를 비교했다고 하더라도 태양광 패널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많은 독성폐기물이 나온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운 내용"이라고 밝힌다.

연구소는 EP가 어떤 물질을 폐기물로 가정했는지 살펴보았다. EP가 정의한 폐기물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The study defines as toxic waste the spent fuel assemblies from nuclear plants and the solar panels themselves, which contain similar heavy metals and toxins as other electronics, such as computers and smartphones."
 
즉, 원전에서는 사용후핵연료만을 폐기물로 가정하고 태양광에서는 태양광 패널 전체를 폐기물로 간주했다. 다시 말해 원전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와 태양광 패널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한 것이다.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는 "태양광 패널 전체를 독성 폐기물로 가정하였는데 태양광 패널 전체가 10만 년 이상 방사능 독성을 내뿜는 사용후핵연료와 같은 수준의 독성 폐기물이라는 주장은 상식적인 주장이라고 볼 수 없다"고 결론 지었다.  

게다가 우리나라 정부는 올해 9월 태양광재활용센터를 완공하고  매년 3600톤 규모로 폐 태양광 패널을 재활용할 방침이다. 폐패널 발생량의 70%를 재사용할 경우, 연간 발생량이 1만톤 미만인 2027년 까지는 이 센터로 국내 발생 폐 태양광 패널을 적절히 처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출처: wnn 홈페이지
출처: wnn 홈페이지

 

◈핵 폐기물은 무해? = 말이라고?

쉘렌버거는 조선비즈에 "사람들은 핵무기, 핵폐기물, 안전 사고 때문에 원전을 두려워한다”며 “핵무기로 인한 전쟁은 억제력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고, 핵 폐기물은 무해한데다 깊은 지하에 묻을 수 있어 관리하기 쉽다”고 말했다.

"핵무기로 인한 전쟁은 억제력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그의 말은 핵 비확산을 위해 국제사회가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만 봐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미국은 사우디의 핵무장 야욕을 제어하기 위해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당시 해외 원전 수주 협력을 선언하며 '상대국의 IAEA 부속서 가입'을 의무화했다. 사용후 핵연료는 언제든 핵무기로 전용될 우려가 큰  물질이다.

"핵 폐기물은 무해하다"는 그의 주장은 넌센스에 가깝다. "핵 폐기물은 깊은 지하에 묻을 수 있어 관리하기 쉽다"는 주장도 상식적이지 않다. 세계적으로 지하 심층 처분 방식의 핵 폐기장을 운영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현재 핀란드가 심지층 처분장을 건설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는 부지 선정도 하지 못한 상태다. 심지층 처분 방식은 10만년 이상 핵 폐기물을 인간과 격리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10만년 동안 안전을 담보할 부지를 찾는 일도 어렵지만, 10만년 뒤의 인류가 현재의 언어 등 의사소통 방식을 이해할 수 있을지를 둘러싸고도 논란이 빚어지는 상황이다.

게다가 쉘렌버거는 2019년 4월 러시아에서 열린 원자력엑스포에 참여해 "핵폐기물은 에너지 생산에서 나오는 안전하게 저장되는 유일한 폐기물”이라며 "이를 땅 속에 처분하는 핵산업계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대체 왜 이걸 묻어야 하는가? 이는 악령을 땅 속으로 되돌려 보내려는 심리적 또는 영성적 강박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선비즈 인터뷰와는 전혀 다른 맥락이다.

그는 원자력엑스포에서 "미국의 모든 핵폐기물은 50피트(15.24m) 높이로 쌓으면 축구장 하나면 족하다”고 말했다. 핵폐기물의 방사능은 줄어들지만, 가전제품의 중금속 독성 물질은 결코 줄어들지 않으며, 핵발전보다 태양광 발전에서 단위당 200~300 배의 폐기물이 나온다고도 주장했다.


뉴스톱은 이상과 같이 미국의 찬핵 원전 로비스트 마이클 쉘렌버거의 주장을 인용보도한 조선비즈의 기사를 팩트체크했다. 태양광 발전이 원전보다 200~300배의 폐기물을 배출하고, 핵 폐기물은 무해하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쉘렌버거는 사용 연한이 끝난 폐 패널 전체를 폐기물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70% 이상이 재활용 가능한 태양광 모듈의 특성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결과다. 핵 폐기물이 무해하다는 주장은 핵 폐기물이 직접 사인이 된 사망자가 없음을 끌어다 댄 주장으로 보인다. 하지만 핵 폐기물을 10만년 이상 인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현재의 심지층 처분 방식을 고려하면 전혀 근거없는 주장으로 읽힌다.

 

선정수   su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3년 국민일보 입사후 여러 부서에서 일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 이달의 좋은 기사상', 서울 언론인클럽 '서울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야생동물을 사랑해 생물분류기사 국가자격증도 획득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뉴스톱 댓글달기는 회원으로 가입한 분만 가능합니다)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