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이슈
'미국 최저임금 44% 인상' 오보는 어떻게 나오게 됐나

연초에 '미국 최저임금이 44%가 올랐다'는 기사가 나왔다. 대다수 언론이 보도를 안하자 인터넷에선 언론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왔다. 한국이 최저임금을 올릴 땐 나라 망할 것처럼 보도하다가, 미국이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자 침묵한다는 주장이었다. 1월 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은 "미국언론이 44%나 인상되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나라망한다며 꽥꽥거리는 기사가 있나 찾아보세요"라며 한국 언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오마이뉴스는 배우 문성근씨 트위터를 소개하며 "미 최저임금 최대 44% 올라... 1700만명 웃는다. 미국, 참 과격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미국 최저임금 44% 인상은 오보였다. 연합뉴스가 팩트체크 기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틀렸음을 밝혔다. 그러면 왜 이런 오보가 나왔을까. 그 이유를 살펴보고 미국의 최저임금 인상폭은 실제 어느 정도인지 살펴본다.

'미국 최저임금이 44%가 올랐다'는 기사를 처음 내보낸 곳은 민영통신사인 뉴스1이다. 12월 31일 오전 11시 52분 '새해 美20개주 최저임금 15弗로 인상…1700만명 수혜'라는 기사에서 뉴스1은 "인상 폭이 가장 큰 곳은 뉴욕주 북부로, 10.40달러에서 15달러로 44% 넘게 오른다"고 밝혔다. 뉴스1이 인용한 외신뉴스는 NBC뉴스 'Millions of U.S. workers to see higher pay from minimum-wage hikes in 2019' 기사다. 그런데 원본 기사 어디에도 최저임금이 44%가 오른다는 내용은 없다. 뉴욕주 북부 최저임금이 10.40달러에서 15달러로 오른다는 내용도 없다. 뉴스1 기자가 착각을 했거나 계산을 잘못한 것이다. 게다가 20개주의 최저임금이 15달러로 오른 것도 아니다. 8개주에서 최저임금이 12~15달러로 인상되고 13개 시에서 15달러로 인상된다는 내용이다.

'44%'가 제목으로 나온 것은 같은 날 오후 1시 56분에 발행된 '미 최저임금 새해 최대 44% 오른다'란 머니투데이 기사다. 내용은 뉴스1과 거의 동일하다. 머니투데이 기자는 뉴스1이 제대로 해석했으리라 생각하고 검증없이 보도했다. 잘못된 정보가 널리 알려진 것은 서울신문이 1월 3일 '美최저임금 최대 44% 올라… 1700만명 웃는다'는 기사를 내보내면서다. MLB파크, 클리앙, 루리웹, 에펨 등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 기사가 공유됐다. 댓글에는 '기레기'에 대한 욕이 넘쳐났다.

그러면 실제 미국은 얼마나 올랐을까. 미국은 주별로 최저임금이 다르고 같은 주에서도 지역별로 다를 수 있다. 뉴욕주정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뉴욕주의 경우 4개의 최저임금이 있다.

미국 뉴욕주 최저임금 인상 계획. 미국 뉴욕 주정부 웹사이트 캡처.

뉴욕시(직원 11명 이상)의 경우 13달러에서 15달러로 최저임금이 인상됐다. 직원 10명 이하는 12달러에서 13.5달러로 인상됐으며 롱아일랜드와 웨스트체스터는 11달러에서 12달러로, 나머지(뉴욕주 북부)는 10.4달러에서 11.1달러로 인상됐다. 그런데 뉴스1은 뉴욕주 북부 최저임금이 10.4달러에서 15달러로 인상됐다고 보도했다. 착각할 이유가 별로 없는데 왜 이렇게 보도했는지 의문이다. 어찌됐든 연합뉴스 오보사태와 마찬가지로 민영통신사 오보를 다수의 언론이 검증없이 보도했으며 문성근, 김어준 같은 유명인이 낚이게 됐다. 미국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7% 안팎이다. 그리고 수년치 인상 계획이 미리 발표된다. 고용주가 대비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19년 미국 주별 최저임금. 출처:비즈니스인사이더
2019년 미국 주별 최저임금 인상폭. 출처: 비즈니스인사이더

미국 최저임금 수준은 한국보다 높을까. 뉴욕시 최저임금 15달러는 한국(2019년 8350원)보다 분명 높다. 하지만 다른 지역은 10달러 안팎이다. 캘리포니아주 25인 이하 사업장의 2019년 최저임금은 11달러며 2023년이 되어야 15달러에 도달한다(25인 초과 사업장은 2022년). 미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의 두배인 점을 감안하면 최저임금은 오히려 한국이 높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1인당 국민총소득(GNI) 기준 2018년 최저임금 순위는 프랑스, 뉴질랜드, 호주에 이어 한국이 4위였다. 한국의 최저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미국은 50.5로 21위에 그쳤다.

1년에 최저임금 44% 인상은 상식을 벗어난 매우 높은 수치다. 의심을 했어야 했다. 기자가 고의로 정보를 왜곡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오보를 양산해 언론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통신사 기사를 받아쓰는 기자들도 최소한의 팩트체크는 해야 한다. 상식에 벗어나는 수치가 나온다면 재차 검증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가 어려운 것이 모두 최저임금 때문이라는 '기승전 최저임금'식 보도는 지양해야 하지만 부정확한 정보로 사실관계를 왜곡해서도 안된다.

김준일 팩트체커  ope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1년부터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주로 사회, 정치, 미디어 분야의 글을 썼다. 현재 뉴스톱 대표를 맡고 있다.

김준일 팩트체커  open@newstof.com

<저작권자 © 뉴스톱,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준일 팩트체커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