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팩트체커의 [‘문재인의 망상’ 타임지 기사는 고강도 비판인가] 기사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고자 한다. 7월호 타임지에 게재된 문재인 대통령 인터뷰 기사는 국내적으로 커다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타임지 표지 사진을 홍보 대상으로 삼았지만 막상 커버 스토리의 내용을 읽어 보니 의외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7월 발간 타임지의 문재인 대통령 인터뷰 기사 원문: Moon Jae-in's Final Attempt to Heal South Korea | Time (기사 링크)
이에 대해 필자를 비롯해 여러 논자들이 사진보다 기사의 내용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타임지 기사의 비판 내용에 주의를 환기하였다.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을 역임한 이성현 박사는 이 기사가 “부드러운 사진과 달리 가시 돋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반면, 다른 논자들은 타임지 기사에서 거론한 비판들은 타임지의 의견이라기보다는 인용된 전문가들의 의견에 불과하다면서 전체적인 맥락에서 봤을 때 타임지 기사는 객관적, 중립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평가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필자는 한국경제신문 및 오마이뉴스 지면을 통해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타임지의 문재인 대통령 인터뷰 기사를 상세 분석한 이성현 박사의 유튜브 동영상
한국경제신문 칼럼: 문 대통령이 타임지의 쓴소리를 경청해야 하는 이유 기고
오마이뉴스 기고문: '타임'은 문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왜냐면
이 문제 관련 뉴스톱 이승우 팩트체커가 7월 2일자 뉴스톱 기사에서 팩트체크를 시도했다. 이승우 팩트체커의 결론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타임지 기사가 “고강도 비판”이라는 것은 “절반의 사실”이라는 것이다. “망상” 등과 같은 개별적 단어보다는 전체적인 맥락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이승우 팩트체커는 타임지 기사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비추어 볼 때, ‘고강도 비판’은 “절반의 사실”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이승우 팩트체커는 크게 두 가지 근거를 내세운다. 첫째, 타임지의 문재인 대통령 기사를 트럼프 대통령을 다룬 타임지의 기사들과 비교해 보니 문재인 대통령 인터뷰 기사는 상대적으로 비판의 강도가 약하다는 것이다. 둘째, 타임지 기사는 문 대통령에 대한 전적인 비판이라고 보기 힘들며 오히려 전체 구성을 볼 때 타임지 기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관계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반대 목소리”와 “국제정세의 변화”로 인해 “대북관계 개선이 쉽지 않음을 지적”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첫번째 근거는 비교의 준거점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어느 나라 언론이나 외국 국가지도자에 비해 자국 정치인들에게 보다 비판적이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에게 비판의 날을 세우는 국내 언론사라도 만약 외국의 민주 국가 지도자와 모처럼 인터뷰를 한다면 강도 높은 비판을 날릴까? 어느 나라나 자국 문제와 외국 문제에 대한 관심의 온도차가 있기 마련이다.
더욱이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미국의 기성언론들과 각을 세운 인물이다. 타임지 뿐 아니라 대부분의 미국 기성언론들이 트럼프를 격렬히 비판하고 조롱했다. 과거 미국 국가 지도자들을 다룬 타임지의 기사들과 비교해 보아도 트럼프를 다룬 타임지 기사들은 매우 강도 높게 조롱섞인 비판을 날리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를 비판한 타임지 기사와 이번 문재인 대통령을 인터뷰한 타임지 기사를 비교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했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적절한 비교라 하기 어렵다. 자국 대통령인 트럼프에 대한 미국 언론의 비판이라고 하는 극단적인 사례를 비교의 준거점으로 삼을 경우, 타임지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판 강도의 인식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절한 비교를 위해서는 오히려 타임지가 여타 미국의 동맹국이면서 민주국가인 나라의 정치지도자를 인터뷰했을 때는 어떻게 접근했는지 혹은 타임지 이외의 미국 언론이 문재인 대통령과 인터뷰했을 때는 보도가 어떻게 나갔는지를 파악하여 이를 이번 타임지의 문재인 대통령 인터뷰 기사와 비교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타임지가 최근에 미국의 동맹국이자 민주국가의 지도자를 표지 인물로 싣고 인터뷰 기사를 내보낸 한 사례로 2019년 7월 11일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인터뷰 기사를 들 수 있다. 총 3,432단어를 사용한 이 장문의 기사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은 11회 인용된다. 네타냐후 총리를 비판하는 제3자 발언의 인용은 9회 나온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타임지 기사에서는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을 일일이 반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기자가 직접 논평(editorializing) 형식으로 네타냐후 총리를 옹호하기도 하고, 제3자의 비판에 대한 네타냐후 총리의 반박을 그대로 따옴표 처리하여 실어 주기도 한다.
타임지 말고 다른 미국 언론사가 문재인 대통령과 인터뷰를 한 경우에는 어떨까? 올해 4월 21일 뉴욕타임즈는 방미를 앞둔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실었다. 총 1,514단어로 이루어진 이 기사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은 16회 인용된다. 문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언급도 물론 있지만 5회에 불과하다. 그 중 기자가 논평 형식으로 직접 개입하여 언급하는 것은 2회이다. 이 두 기사의 논평 형식의 특징에 대해 필자는 오마이뉴스 7월 7일자 기고문에서 이미 상세히 밝힌 바 있다.
미국의 유명 언론사들이 해외 국가 지도자와의 인터뷰 기사를 내보낼 경우, 보통 해당 국가 지도자의 발언 인용이 기사의 중심축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국가원수의 발언은 그 발언 자체만으로도 뉴스 가치를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해외 지도자라 해도 악명높은 독재자라든가 국제적 평판이 좋지 않은 인물일 경우, 비판이 주가 될 수 있다. 리비아의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는 무려 4번이나 타임지 표지에 등장하지만 그에 대한 타임지의 논조가 우호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민주국가이며 미국의 동맹국인 나라의 최고 지도자를 인터뷰한 기사에서 비판이 중심축이 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이번 7월 발간 타임지의 문 대통령 인터뷰 기사는 어떨까? 총 2,624단어로 구성된 이 기사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은 9회 인용된다. 제3자의 발언은 17회 인용되는데, 이 중 무려 14회가 비판적 맥락에서 언급된다. 그 중 일부 발언들은 비판의 수위가 매우 높다. 이외에도 기자는 5회 정도에 걸쳐 논평 형식으로 직접 개입하여 비판적 언급을 한다. 더욱이 주목할 만한 점은 문 대통령의 발언 인용 9회 중에 7회의 경우,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립되거나 비판적인 언급, 인용이 여러 차례에 걸쳐 기사에 나온다는 점이다.
보다 정밀한 분석을 위해 타임지 기사에 나오는 문 대통령의 발언 인용, 제3자 발언의 인용, 논평 형식을 통한 기자의 비판적 언급을 모두 열거해 보겠다. 그리고 이러한 여러 인용과 논평들이 타임지 기사 속에서 어떤 식으로 구조화되어 있는지 살펴보겠다.
편의상 문 대통령의 발언은 영어 약자 ‘Q’, 제3자의 발언 인용은 ‘C’, 기자의 논평은 ‘E’를 약호로 사용하겠다. 타임지 원문의 번역은 원칙적으로 우리 정부가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참고자료에 담긴 비공식 번역문을 사용하되 일부 번역이 정확하지 못한 부분은 필자가 적절히 번역하여 사용하였음을 밝혀 둔다.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을 역임한 이성현 박사가 이미 지적한 바 있지만, 타임지 기사는 앞부분만 읽으면 자칫 문 대통령을 칭찬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그러나, 타임지 기사의 핵심은 문 대통령을 칭찬하거나 어려운 국제정세에도 불구하고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문 대통령의 노고를 높이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문 대통령의 현실 인식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렇게 현실과 동떨어진 문 대통령의 현실 인식으로 인해 그의 남북대화와 북미대화 주선 노력이 결실을 보기 어려울 것 같다는 진한 회의를 제기하는 데 있다. 이것이 이번 타임지 기사가 문 대통령에 대한 ‘고강도’ 비판인 이유이다. 이를 위해 타임지 기사는 앞부분과 뒷부분이 마치 대구 혹은 대비를 이루는 것처럼 문 대통령의 발언들이 일일이 반박되도록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
첫 머리에서 타임지 기사는 문 대통령이 직접 경험한 북한집단체조에 대한 감동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뒤에 보면 기자는 인권운동단체들을 인용하여 이를 “아동 강제노동”이라 부른다(C11). 문 대통령이 “아동 강제노동”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는 것이 된다.
서두에서 기자는 문 대통령 발언을 인용하여 북한이 평화를 열망하고, 북한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Q1). 그런데 뒤에 보면 기자는 북한의 무기 증강 현황을 자세히 언급하고, 전문가를 인용하여 북한이 군비 증강에서 놀랄만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C1). 평화를 열망하는 북한이 어마어마한 무기들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 된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남북대화와 화해, 협력을 분명히 지지하고 있다고 한다(Q4). 그런데 기자는 수미 테리를 인용하여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을 “행동 보류”로 요약한다(C6). 바이든은 북한과 뭔가 새로운 것을 해볼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기자는 바이든 대통령을 직접 인용하여 북한을 깎아 내린다(C7). 한미 정상회담 직후 한미 정상 기자회견에서 바이든이 김정은과 만나면 김정은의 국제적 정통성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김정은과의 조건없는 만남 가능성을 깎아 내렸다고 한다. 바이든이 공개석상에서 김정은에게 “정통성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바이든이 쉽사리 김정은과 만날까? 더욱이 기자는 로버트 킹 특사의 입을 빌려 바이든의 관심이 중국에 가 있다고 한다(C8). 역시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왜 문재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를 지지한다고 타임지 기자에게 강조했을까? 그 이유에 대해 기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혼란스러운 메시지는 놀라운 것이 아니다. 워싱턴의 공통된 인식은 바이든은, 문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노력을 흔쾌히 지지하겠다는 것이다. 어차피 북한이 (문재인의) 전화를 받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Mixed messages aren't so surprising. The common perception in Washington is that Biden is happy to support Moon's efforts to restart North Korean negotiations, given that Kim is not picking up the phone.)
그리고 나서 기자는 이번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바이든이 남북대화를 지지해준 대가로 한국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전리품을 얻어냈는지를 길게 나열한다. 쉽게 말해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 대화를 정말로 지지해서가 아니라, 어차피 남북대화가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 하에 문 대통령이 요청한 남북대화 지지를 표명해주면서, 대신 한국으로부터 막대한 실리를 챙겼다는 것이다.
사실 이번 5월 한미정상회담 이후 많은 국내외 외교 전문가들이 문재인 정부의 대중국 노선이 왜 이리 급격히 변화되었는지에 대해 많은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타임지 기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서 남북대화에 대한 지지 표명을 얻어내는 데 골몰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에는 별 관심도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기자는 미국의 민주, 공화 양당을 아우르는 전직 고위 관료들을 인용하여 문 대통령이 북한 인권 운동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미국내 비판을 전한다(C12). 또한 로버트 킹 전 북한인권특사를 인용하여 미국 정부내에 문 대통령에 대해 매우 강한 비판 분위기가 있음을 전한다(C13). 바이든 정부가 자신의 구상을 분명히 지지하고 있다는 문 대통령의 주장에 배치되는 내용들이다.
기자는 나아가 문 대통령 주장의 핵심(pitch)을 인용한다(Q5). 즉, 미국과 북한 간에 비핵화 조치와 제재 완화 조치를 조금씩 주고받다 보면 결국에는 핵탄두와 대륙간탄도탄(ICBM)과 같이 북한이 보유한 가장 위협적인 전략자산(무기)들도 협상 테이블에 올라오게 될 것이고 결국 협상을 통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자는 브룩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을 인용하여 협상을 위해 곧바로 제재를 완화하는 것은 “실수”라고 한다(C4). 더욱이 기자는 직접 논평 형식을 통해 “북한이 계속 합의를 어겨 왔기 때문에” 미국으로 하여금 미국이 가진 가장 중요한 정책수단인 대북 제재를 포기하도록 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주장한다(E1). 문 대통령 주장의 핵심을 대놓고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서 문 대통령은 중국의 대북제재 이행을 높이 평가하고, 중국 역시 비핵화에 대해서는 우리와 생각이 같다고 주장한다(Q6). 그러나, 이 문장 바로 앞에서 기자는 중국이 북한을 확고히 지지하고 있다고 하면서 중국의 북한 지지와 문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평가를 극명히 대조시킨다. 문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인식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실제로 북한을 확고히 지지하고 있는데, 문 대통령은 중국이 ‘우리와 생각이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 문장에 바로 이어서 기자의 논평이 나온다. 남북이 아무리 긴밀해진다 해도 이들의 후원자들인 미국과 중국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E2). 이 역시 문 대통령의 남북대화를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이라는 세계관에 대해 기자의 회의적인 시선이 감지되는 지점이다.
또한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자기에게 했다는 말을 전하면서 마치 북한이 핵을 포기한 것처럼 말한다(Q7). 이에 대해 뒤에서 기자는 미 국가정보장실장의 보고서를 언급하며(C5), 북한이 원하는 것은 파키스탄처럼 핵보유국으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문 대통령의 인식에 어깃장을 놓는 말이다.
뒤로 가면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극찬을 보낸다(Q8). 타임지 기자는 이에 대해 바로 다수의 북한 관측통을 인용하여 문 대통령의 김정은에 대한 인식을 “망상”에 가깝다고 혹평한다(C10). 게다가 기자는 자신의 논평과 유엔 보고서 인용을 섞어 가며(E3), 김정은은 형제와 친지도 잔혹하게 죽이는 사람이며, 유엔이 공인한 집단학살, 고문, 강간, 장기 기근 초래 등 “반인륜범죄”를 주도한 인물이라 평가한다. 문 대통령의 김정은에 대한 극찬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평가이다.
더욱이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자신 간에는 상호 신뢰가 있다(Q9)면서 앞으로도 백신외교를 매개로 해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겠다고 포부를 밝힌다. 이에 대해 기자는 수미 테리 연구원을 다시 인용하여(C17), 이 문제에는 “해결책이 없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백신외교’를 새로운 돌파구로 제시했는데도 바로 이렇게 인용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기자는 논평 형식을 통해 앞으로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무슨 성과가 가능하겠느냐(E4)며 심각한 회의감을 표한다. 이 역시 문 대통령의 포부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북한과의 대화가 성과를 낳을 기미가 없어 보이는데, 문 대통령은 왜 그토록 북한과의 대화에 집중하는 것일까? 기자는 전문가를 인용하여 문 대통령이 북한으로부터 무언가 얻어내지 못하면, “실패한 대통령”으로 간주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쓰고 있다(C14). 북한 문제 이외 다른 분야에서 내세울만한 성과가 없기 때문이다. 기자는 부동산, 성희롱, 일련의 자살, 서울과 부산 시장 선거 대패, 백신 접종 실적 저조 등 문 대통령의 여러 실정 사례 등을 언급하며 이로 인해 당초 문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마저 등을 돌렸다고 쓰고 있다(E5). 끝으로 연세대 교수를 인용하여(C15), 국민들은 국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문 대통령은 북한에만 집중한다고 일침을 놓는다.
그런데 그 북한 문제에서마저 진전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 기자의 판단이다. 바로 문 대통령 자기 자신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기자는 이렇게 쓰고 있다.
“On that score too, Moon may be part of the problem.” (북한 문제에서마저, 문 대통령 스스로가 문제의 일부일 수 있다.)
그리고 나서 기자는 북한 고위관료 출신 탈북자를 인용한다(C16). 이 고위 탈북자에 따르면 김정은은 문 대통령에게 강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임기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문 대통령과의 대화에 관심도 없다는 것이다. 김정은과 “상호신뢰”를 갖고 있다는 문 대통령의 주장에 배치되는 증언이다. 앞으로 남북대화의 전망은 어둡다. 왜냐하면, 다른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가 김정은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성현 박사는 이 대목을 “신랄한 비판”이라고 평가했다.
전체적인 구조를 톺아 보건대, 이 기사 전체가 문재인 대통령의 주장에 대한 거대한 반박이자 냉소이다. 그 점에서 이 기사는 문재인의 대북정책에 대한 강도높은 비판이다. 일각에서 제3자 발언의 인용은 타임지의 의견이라 보기 어렵다거나, 국내 언론의 문 대통령 비판에 비하면 타임지의 비판은 상당히 점잖은 비판이라 옹호하기도 한다.
동의할 수 없다. 만약 타임지가 문 대통령의 발언들에 대해 중립적인 시선을 유지하고자 했다면, 문 대통령의 발언과 그에 대한 비판적 인용을 비슷한 비중으로 배치하거나 혹은 문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인용과 옹호적 인용 간에 어느 정도 균형을 취해야 했다. 혹은 뉴욕타임즈가 그랬던 것처럼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충실하게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었을 것이다. 미국의 동맹국이자 세계가 인정하는 민주국가의 지도자를 인터뷰하고 나서 이번 타임지 기사처럼 비판적 인용을 압도적으로 많이 배치하고, 그것도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들을 일일이 반박하는 제3자의 인용을 꼼꼼히 배치하는 식의 기사는 그 유례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직접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는 식의 기사에 익숙한 국내 언론 소비자들에게 타임지의 이번 기사가 ‘점잖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서방 세계의 주요 언론들은 정치 지도자를 비판할 때, 강도 높은 표현에 집중하지 않는다. 트럼프에 대한 조롱섞인 기사들이 외국 유명 언론들의 보도 방식의 기본이라고 착각해선 곤란하다. 정치지도자의 주장에 대해 다양한 전문가 발언을 인용하거나 혹은 기자의 논평 형식으로 촘촘히 반론을 제기한다면 이미 강도 높은 비판이라 볼 수 있다. 게다가 이번 타임지 기사에서는 외국 지도자를 다루는 서방 언론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강도 높은 표현들이 다수 등장한다. “망상”(delusion)이라든가 “실패한 대통령” 같은 표현들은 아무리 인용이라 해도 타임지가 민주국가인 미국의 동맹국 지도자들을 다루는 기사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고강도 표현들이다.
이승우 팩트체커가 이번 타임지 기사가 문 대통령을 강도높게 비판했다는 주장에 대해 “절반의 사실”이라는 평가를 내린 것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추정하긴 어렵다. 그러나 그것이 이번 타임지 기사가 문 대통령에 대해 중립적인 톤으로 보도하고 있다는 의미라면, 동의하기 어렵다. 전체적인 맥락을 볼 때, 이번 타임지 기사는 문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고강도 비판이 맞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정책을 놓고 인터뷰를 통해 타임지 기자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그것이 이번 타임지 기사 논란에 대한 정확한 팩트체크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승우 팩트체커의 기사를 정독한 뉴스톱 독자들을 위해 그 기사 말미에 첨부된 타임지 기사 번역본 중 일부 번역이 정확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언급해 두고자 한다. 향후 유사한 팩트체크 보도가 있을 경우 보다 정확한 번역이 보도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