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미터]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 공약은 '파기'

  • 기자명 이고은 기자
  • 기사승인 2019.01.07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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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당시 대통령이 되면 청와대에 있는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로 이전해 ‘광화문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약했다. 원래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청와대를 비롯해 인근인 북악산은 시민휴식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공약에 담았다. “365일 국민과 소통하는 열린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은 촛불 민심 위에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약속이었다. 이는 문 대통령의 대표 공약 중 하나였다.

문 대통령은 당선 전 대선 후보로서 2017년 4월 24일 서울역사문화벨트조성공약 기획위원회와 광화문대통령공약 기획위원회를 동시 출범시키고 ‘광화문 대통령 시대’ 구상을 구체화해왔다. 문 대통령은 “퇴근길에 남대문 시장에 들러 시민들과 소주 한잔 나누며 소통할 수 있는 대통령, 친구 같고 이웃 같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대선 직후 쏟아져 나온 언론 보도를 보면 광화문 대통령 시대’는 임기 2년차인 2018년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곤 했다. 대통령 관저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소재 국무총리 공관으로 옮기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됐다. 취임 초, 권위적인 대통령의 모습이 아니라 시민 속으로 파고드는 대통령의 모습을 강조하며 큰 화제를 모아온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12일부터 대통령 비서동인 여민관 집무실에서 일상 업무를 소화하기 시작했다.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은 본관, 여민관, 관저 등 3곳으로 이뤄지는데, 본관은 참모들이 머무는 여민관과 500m 가량 거리가 있어 상시적인 소통이 어렵다는 단점이 거론되어 왔다. 여민관(與民館)은 ‘국민과 함께 하는 곳’이라는 뜻으로, 참여정부 시절의 이름이지만 이명박 정부 때 ‘국민을 위하는 장소’라는 뜻의 위민관(爲民館)으로 바뀌었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이름을 바꿨다. 위민관이라는 이름은 “정부가 주체이고 국민은 객체”로 해석할 수 있어, 국민을 주체로 소환하는 이름이자 참여정부의 정신을 계승해 여민관으로 교체한 것이다.

그러나 ‘광화문 대통령 시대’의 이면으로 안전과 경호의 한계와 문제점이 줄곧 거론되어왔다.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건물의 유리를 방탄으로 바꾸는 등 외부 공격이나 침입에 대비한 추가 시설 공사가 필요하고, 인근에 고층 건물이 많아 경호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때문에 대통령 경호실 내부에서는 신중론도 제기되어왔다.

또한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된다면, 촛불집회의 심장이었다 할 수 있는 광화문 광장 북쪽과 경복궁역 일대가 집회 금지 구역이 된다는 의미여서 오히려 시민 참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통령 관저와 국회의사당, 국무총리공관 등 청사 또는 저택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에서는 옥외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광화문 대통령 시대’가 오히려 광화문의 정치적 자유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아이러니가 나타나는 것이다.

 

'광화문 대통령' 개헌 이후로 미뤄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19일 여야 5당 원내대표들과의 오찬회동에서 “행정수도는 개헌을 통해 세종시로 이전했으면 좋겠다”면서 “그렇게 되면 광화문 청와대는 추진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 개헌안과 광화문 대통령 공약을 연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후 광화문 대통령 시대는 조금씩 진척이 미뤄지는 듯한 모양새였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 직속 경호실을 폐지하고 경찰청 산하 경호국 설립 방안이 부대 공약으로써 논의되어왔지만 결국 보류되었다. 2017년 5월 31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경호체계를 유지하는 대신 경호실을 차관급인 경호처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광화문 대통령 공약은 2017년 6월 19일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즉각 시행’에서 ‘추진 계획 마련’으로 수정됐다.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가칭)’를 구성해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을 수립하기로 했지만, 경호와 안전 등 고려할 사항이 많기 때문에 즉각 결정을 유보한 것이다.

집권 초기에 떠들썩하게 '소통'을 강조한 것에 비하면 상당히 대조적으로, 문재인 정부는 집권 2년차인 2018년 예산안에 관련 항목을 배정하지 않는 등 이렇다 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2017년 11월 10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이와 관련한 질의를 했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집무실 이전은 내년에 발표될 개헌안에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어느 정도 규모로 담기는지 보고 복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공약 이행을 개헌 이후로 미룬 것이다.

 

관심 높았지만 번번이 '불투명'...결국 공약 '파기'

'광화문 대통령 시대'는 관련 소식이 들릴 때마다 기대와 관심을 모았지만, 이내 뚜렷한 청사진이 제시되지 않아 사그러들었다. 청와대가 구체적인 계획이나 진전된 안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8년 2월 2일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19년말 세종시로 이전할 계획이 발표되면서 다시 ‘광화문 대통령 시대’에 기대가 모아졌다. 정부종합청사 내에 자리하고 있던 행안부가 비게 되면 이곳이 대통령 집무실로 활용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2018년 2월 18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당시 광화문 대통령 공약기획위원회 총괄위원장을 맡았던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을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임명한 것으로 알려져, 공약 이행의 본격적인 신호탄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2018년 4월 10일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을 확장하는 공사를 하겠다는 계획을 담은 ‘새로운 광화문 광장 조성 기본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 공약의 유보 및 철회 가능성이 거론됐다. 서울시 측은 “청와대 이전이 공론화되고 별도 요청이 오면 향후 협의해나가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으며, 청와대 측 역시 공약 철회는 아님을 확인했다.

그러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던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옮기는 내용을 담아 6·13 지방선거에 맞춘 대통령 개헌안이 불발되자, 광화문 대통령 공약 역시 지지부진하게 미뤄졌다. 점차 공약 불이행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자, 2018년 7월 31일 유홍준 전 청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본격적으로 위원회를 가동하고 이르면 2020년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청와대가 개헌 무산으로 수도 이전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보고, 서울 내 집무실 이전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도 확산됐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2019년도 예산안에도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 예산은 포함되지 않았다.

2018년 11월까지만 해도 연말까지 광화문 대통령 시대 위원회가 출범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막상 연말이 되자 다시 보류 방안이 또 다시 보도되었다.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서 공간 확보 및 경호·경비의 어려움을 제기하며 반대하는 의견이 많고, 지지율 하락 등의 정치적 이유로 경제 및 민생 문제에 더욱 집중할 필요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졌기 때문이다.

결국 2019년 1월 4일 청와대는 광화문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보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유홍준 자문위원은 “집무실을 현 단계에서 광화문 청사로 이전하면 청와대 영빈관·본관·헬기장 등 집무실 이외 주요기능 대체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사실상 이행 불가라는 결론을 알렸다. 그러면서 이 공약이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추진 중인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마무리된 후 “장기적 사업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2021년 5월을 목표로 한다. 해당 사업 완료 후에는 문 대통령의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기에, 사실상 임기 내 집무실 이전을 재추진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이에 <뉴스톱>은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 공약에 대해 최종 '파기'로 판단했다.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와 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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