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 ‘의료붕괴’ 로 비롯된 비극들

  • 기자명 윤재언
  • 기사승인 2021.09.0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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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지난 8월은 올림픽과 의료붕괴가 공존하는 기이한 시기였다. TV에선 올림픽 중계가 이어지는 가운데 코로나 환자수가 급증하고 수용할 병상은 나날이 부족해져갔다. 스가 정부는 ‘백신이 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론에 사로잡혀 대책다운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이 상황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번 글에서는 ‘코로나 환자 급증에 의한 의료붕괴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한국 독자분들께 전해드릴까 한다. 고령층을 중심으로는 대략 86.8%(9월 1일 기준)가 2차 백신을 접종했지만, 그 밑 세대, 특히 40-50대에게는 백신 보급이 제 때 이뤄지지 못하면서 위중증 환자가 크게 늘고 그 중 일부는 제때 치료받지 못한 채 집에서 숨져가고 있다. 일본의 의료 붕괴는 코로나가 결코 감기나 독감이 아님을 일깨워준다.

또한 일본 사례는 ‘방역 체제를 유지하면서’ 백신 접종을 늘려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되새기게 한다. 한국에도 참고가 될 듯싶어, 어떻게 일본 각지에서 의료 붕괴가 일어났고, 어떤 피해자가 발생했는지 구체적으로 정리해본다.

도쿄 내 한 병원의 출입구
도쿄 내 한 병원의 출입구

 

일본에서 의료 붕괴가 일어난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①델타변이와 미약한 방역 조치, 올림픽으로 인한 해이로 환자수가 순식간에 급증(현재는 하루 평균 2만명 안팎)

②대다수는 자연히 낫지만 미접종자를 중심으로 상태 악화

③절대숫자가 늘어 입원조치 필요환자도 급증

④병상 / 호텔요양시설이 한정된 상황에 젊거나 기저질환이 없다는 이유로 자택대기판정(‘자택요양’이라 하지만 세간에선 '방치'로 바꿔부른다. 보건소가 관리 주체지만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

⑤상태가 악화돼도 수용할 시설이 없고 가족 외에 상황 파악할 행정력 부재

⑥발열 등이 있는 다른 구급환자도 병실을 찾지 못해 도로에서 시간 허비

대략 이런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실제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보자. 지바현에선 지난달 30일 자택요양중이던 확진자 2명이 사망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20대 남성과 60대 여성이었다. 20대 남성은 40도가 넘는 고열이 있었지만 산소포화도가 93%라는 이유로 경증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그 뒤 가족과 연락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60대 여성도 당초 경증이었다. 남편이 있었지만 외출 나갔다가 쓰러져 입원한 상황(대화가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한다)에 홀로 있던 여성의 상태가 악화돼 사망했다. 남성 직장에서 연락이 안된다는 연락이 발견의 계기였다(아사히신문 보도).

일가족 전체가 감염된 상황에 기저질환이 있음에도 입원하지 못한 40대 여성이 집에서 숨진 일도 있었다. 3명 가족이 모두 자택요양 중에 전염됐고, 해당 여성은 당뇨병이 있었음에도 백신을 접종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마저도 도쿄도내 병상 부족으로 입원하지 못했다(NHK 보도). 감염된 임산부를 수용할 병원을 찾지 못해, 집에서 출산한 신생아가 숨졌다(NHK 보도). 9월 1일에는 자택요양하다 상태가 악화돼 구급차에 실려가던 20대 남성이 그대로 차안에서 숨졌다. 역시 당초 판정은 경증이었다(NHK 보도). 

이같은 자택요양자 숫자는 지난달 25일 기준 전국 11만8035명(집계 문제로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으로, 수도권 내에서 자택요양중 숨진 사람들은 8월에만 31명이었다고 한다(도쿄신문 보도). 이런 상황에 구급차에 실려 30곳 이상의 병원에서 거절당하는 환자가 나오는 등 상황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치료만 제 때 받았다면 숨지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었을 수 있다.

TBS 방송이 전하는 자택요양환자의 심각한 상황.
TBS 방송이 전하는 자택요양환자의 심각한 상황.

TBS 방송국은 자택요양환자들을 담당하는 병원 의사를 동행취재해 현장 상황이 얼마나 급박한지를 전한다. 거의 방치된 채 있는 환자들에게 겨우겨우 산소공급장치를 구해서 투여하고, 대형병원에 수차례 입원을 간청한다. 겉으로 보기에 도쿄는 그저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코로나 감염 상황이 정말로 ‘거대한 자연재해’급임을 새삼 실감케 하는 영상이다.

각 지자체에서는 ‘야전병원’이니, ‘산소 스테이션’이니 부산스러운 대책을 제시하지만 실제로 실행에 옮겨지는 건 별로 없다. 올림픽 선수촌을 확진자 격리시설로 쓰라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패럴림픽중”이라는 한마디로 정리된다. 지난 1년반 동안 코로나 대책에서 일본 정부나 지자체가 학습한 건 과연 무엇일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이 같은 상황이 한국에 조금이라도 전해져 충분히 대책이 세워진 ‘위드코로나’를 맞이했으면 하는 마음에 몇 자 적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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