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촉법소년, 매년 증가 혹은 감소?

  • 기자명 이강진
  • 기사승인 2021.09.0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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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법소년’ 문제가 다시 화두에 올랐습니다. 촉법소년은 범행 당시 만 14세가 되지 않은 소년범을 뜻합니다. 소년법에 따라 형사처벌받지 않고 보호처분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14세 미만의 강력범죄가 늘어나면서 연령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8월 27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촉법소년에 의한 성추행 피해학생의 엄마가 합당한 처벌을 위해 촉법소년에 관한 법을 폐지 혹은 강화해야한다고 주장해 많은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촉법소년의 숫자와 관련해 주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한 쪽에서는 촉법소년이 증가한다고 주장하는데 다른 쪽에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누구의 주장이 사실인지 뉴스톱이 팩트체크했습니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아 8월 31일 공개한 ‘최근 5년간 촉법소년 소년부 송치현황’ 자료에 따르면, 촉법소년의 수는 2016년 6576명, 2017년 7533명, 2018년 7364명, 2019년 8615명, 2020년 9606명으로 증가 추세입니다. 이는 4년 동안 약 46% 늘어난 수치이며, 5년간 합계는 3만9694명에 달합니다. 김 의원은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나이가 면죄부가 되는 것은 형사 정의에 안 맞다”며 "범죄의 경중에 따른 처벌과 교화를 구분할 법 개정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촉법소년의 수가 증가하고 있지 않다’는 주장이 뒤따라 나왔습니다. 지난 1일, TBS <신장개업>에 출연한 이필우 변호사는 김 의원이 제시한 통계자료에 대해, “경찰에서 송치한 건이 늘었다는 취지지, 전체적인 촉법소년에 관한 사건이 저랬다(늘었다)는 건 아닙니다. 소년보호사건 통계를 보면요. 점진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가 최근에는 보합세, 거의 유지되는 추세지, 뭐 그렇게 막 급증한 내용은 존재하지 않고 오히려 줄고 있고….”라고 언급했습니다.

이필우 변호사는 이어 “우리가 그들에게 보호주의를 통해서 다시는 재범에 이르지 않게 하고, 미성숙한 소년에게 성숙함을 가르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되는데 이것에 대해서 과연 우리 교육부와 법무부 등이 법 교육과 사후 관리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지(...) 그리고 국회에 계신 의원님들께서 강화법만 18개 내지 마시고 이 처분에 대해서 어떻게 할지에 대한 법들도 좀 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즉, 촉법소년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기에 정부 각 부처와 국회의원들은 ‘법 강화’ 보다는 ‘교육’에 더 치중해야 한다는 것이 이 변호사의 주장입니다.

 

실제로 촉법소년 범죄 건수는 줄었나? 

지난 5년 동안 촉법소년의 수는 확실히 '증가세'입니다. 법원의 통계도 경찰청의 통계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촉법소년으로 처리된 건수는 2016년 6834건, 2017년 7665건, 2018년 9334건, 2019년 9376건, 2020년에는 1만112건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해 왔습니다.

출처: 법원통계월보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
출처: 법원통계월보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

그렇다면 ‘촉법소년의 수가 감소 및 보합세’라는 주장의 근거는 무엇일까요? 이는 촉법소년이 아닌 ‘소년 사범’에 해당하는 내용인 것으로 보입니다. ‘소년 사범’이란 ‘법률을 위반하여 수사기관에 입건된 만 19세 미만인 자’로, 촉법소년의 대상(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은 아니지만, 만 14세 이상인 미성년자도 포함됩니다. 실제로 ‘소년 사건 보호 송치’ 건수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감소하다가 그 이후로 보합세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필우 변호사가 언급한 추세와 맞아떨어지는 수치입니다. 실제로 이 변호사는 인터뷰 내내 ‘소년보호사건’, ‘소년범죄’, ‘소년범’ 등을 언급하며 ‘촉법소년’에 대한 질문에도 ‘소년 사범’과 관련된 내용을 말한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대검찰청(검찰통계시스템)
출처: 대검찰청(검찰통계시스템)

언론도 ‘촉법소년’과 ‘소년 사범’을 혼용해서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난 1일, 아주경제의 <김용판 의원, 촉법소년…“범죄의 경중에 처벌‧교화 구분돼야”>라는 제목의 기사는 촉법소년에 대한 김용판 의원의 의견과 주장을 다뤘습니다. 하지만 기사의 서론에는 자신의 할머니를 살해한 ‘고등학생’ 형제와, 60대 노인에게 폭력을 행사한 ‘고등학생’들의 이야기가 등장했습니다. 이들은 전부 14세 이상의 청소년으로 촉법소년의 대상이 아닙니다. 촉법소년과 소년사범을 구분하지 않으면 촉법소년에 대한 정확한 동향을 파악하기 힘듭니다. 14세 이상의 청소년들은 이미 형사 처벌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형사 처벌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촉법소년의 연령을 문제 삼는 주장에, 14세 이상 고등학생들의 범죄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출처: 아주경제
출처: 아주경제

‘형법’과 ‘소년법’을 구별해야

‘형법 제 9조(형사 미성년자)’는 ‘14세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년법 제 2조’는 ‘소년’을 ‘19세 미만인 자’로 정의하고, ‘제 4조’는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은 소년부의 보호사건으로 심리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소년법의 대상은 되지만,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 촉법소년은 형사처벌의 대상은 아니더라도, 소년법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이 법에 따라 ‘보호 조치’를 받게 됩니다. 즉, 형법에서 10세 이상 14세 미만 청소년에 대한 형사 처벌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범죄를 저지르면 소년법에 의해 ‘보호 조치’ 처분이라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소년법마저 없으면 이들을 제재할 근거가 없습니다.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그런데 유승민 의원이 ‘소년법 폐지’를 주장했습니다. 지난달 31일, 유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현행 형법 제9조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14세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12세 미만으로 개정하겠다”며, “소년법을 폐지하고 형사 미성년자의 연령을 현실화해서 피해자들의 고통을 덜어드리겠다”고 말했습니다. 형법과 소년법을 혼용해서 쓰고 있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을 형사 처벌하기 위해서는 ‘형법’을 개정해야 하고, 만 19세 미만의 ‘소년 범죄’에 대한 ‘보호 조치 처분 규정’이나 ‘형 감경 규정’을 손보고 싶다면 ‘소년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출처: 유튜브 '유승민TV'
출처: 유튜브 '유승민TV'

촉법소년 연령 조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 필요

촉법소년의 수가 증가하고 있고, 범죄의 양상이 심각한 것은 사실입니다. 지난해 4월, 대전에서는 승용차를 훔쳐 무면허 운전을 한 중학생들이 경찰의 추격을 피해 달아나다 오토바이와 충돌해 운전자를 사망하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또한 지난달에는 또래 여학생을 성추행하고, 몰카 유포 협박을 한 남자 중학생이 촉법소년 규정 때문에 약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라왔습니다. 초·중학생이 저질렀다고는 믿기 힘든 수준의 범죄입니다. 이에 촉법소년에 대한 논의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8월 31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는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와 박인숙 변호사(전 소년보호혁신위원)가 출연해 ‘촉법소년 연령 조정’에 대한 토론을 벌였습니다. 이 교수는 “피해자는 고생하고 있는데 촉법소년은 아무 일이 없는 것처럼 일상생활하는 것이 문제”라며, “1954년도에 14세 기준이 정해져 2021년도에는 연령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아이들이 이른바 ‘촉법소년 찬스’를 쓰고 있다… 나이만 어렸지 실제 범죄는 성인 범죄 못지않은 만성적 소년 범죄자들에게는 우리 사회가 일정한 엄벌을 가하는 것이 정의에 맞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국회에는 촉법소년 연령을 각각 12세, 13세로 하향 조정하자는 법안이 2건 발의돼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유승민, 최재형 등의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도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출처: 최재형 전 감사원장 페이스북
출처: 최재형 전 감사원장 페이스북

하지만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추는 데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2019년 개정된 ‘UN아동권리협약’은 우리나라에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14세로 유지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박 변호사는 “12~13세 아이들은 발달과정 상 전두엽이 자라는 나이고, 그때는 실제로 형사 절차를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며, “(우리 사회는) 가정교육과 학교에서 윤리교육이 실제로 잘 되지 않는 사회이다. 누구도 어떤 행동을 하면 안 되는지 그 행동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제대로 교육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해외 사례를 보면, 국가별 형사 책임 최소 연령이 만 7세부터 18세까지 아주 다양합니다. 이는 촉법소년의 연령에 대해서 세계적으로도 큰 시각 차이가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촉법소년에 대한 전문가들의 상이한 의견들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촉법소년이 사회적으로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되기 전에 하루 빨리 해결책을 구상해야 합니다.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하향 조정’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인지, 아니면 촉법소년의 발생 및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체계적인 ‘교육/교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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