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모기는 고층아파트 못 온다? 해충 관련 잘못된 정보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9.07 10:4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미 소리가 줄어들고 귀뚜라미 소리가 커진다. 가을이 오는 것 같지만 비도 많이 오고 습하다. 새벽 출근이 잦은 필자는 아침마다 마주치는 꼽등이에 깜짝깜짝 놀란다. 찬바람이 부는 9월이 됐지만 여전히 모기에 물리는 일이 잦다.  낡은 아파트 1층집으로 이사 오고 나서 일년 내내 온갖 벌레들을 마주치며 깨달음을 얻었다. 곤충의 세계에 인간이 잠시 세 들어 사는 것뿐이라고… 뉴스톱은 해충 퇴치 분야 전문회사인 세스코와 함께 생활 속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해충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들을 팩트체크 한다.

이미지 제공: 세스코
이미지 제공: 세스코

 

①모기 고층 아파트에 못 올라간다?→사실 아님

“모기는 날개 힘이 없어 아파트 고층까지 올라갈 수 없다.” 모기와 관련돼 널리 알려진 말이다. 그러나 필자는 41층에도 살아본 적이 있지만 그 때도 모기에 물린 경험이 있다. 모기가 날아서 41층까지 올라올 수 있나?

이에 대해 세스코는 “모기는 7~8미터 정도 높이까지 비행할 수 있지만 바람을 타면 그보다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고, 엘리베이터나 비상계단 등을 통해서도 고층까지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 주둥이가 꼬부라진다’는 유서 깊은 말이 전해져 온다. 여름에 기승을 부렸던 모기가 가을이 되고 기온이 낮아지면서 힘을 쓰지 못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기후위기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날엔 점차 이 말이 부정확해지고 있다.

세스코는 “올해 여름은 고온과 폭우, 짧은 장마 등으로 인해 모기 활동이 크게 감소했다”며 “폭염이 물러가고 가을 장마로 물 웅덩이가 생기는 등 원인으로 인해 하수, 정화시설 등에서 모기 발생이 급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늦여름에서 초가을 사이 유독 모기에 많이 물린다. 이때부터는 모기의 주요 산란 시기로 암컷이 에너지를 얻기 위해 흡혈 활동을 활발히 하기 때문이다.

세스코는 “모기의 경우 하수, 정화시설, 지하실 물고임 등에서 알, 유충, 성충 모든 상태로 월동한다”며 “다음해 모기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겨울철에도 모기가 월동 가능한 장소를 관리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시적으로 온도가 올라 갈 경우, 겨울에도 활동하는 개체가 생길 수 있으므로 상시 관리하는 게 좋다고 한다.

처서가 훌쩍 지난 9월이지만 모기의 왕성한 활동을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모기는 26℃ 내외의 기온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인다. 외부 기온이 낮아지면 모기는 따뜻한 곳을 찾아 몸을 피한다. 일부 개체는 사람이 거주하는 실내 또는 지하실 등에서 겨울을 나기도 한다.

 

②들어올 구멍 없는데…해충은 저절로 생겨난다? →사실 아님

40년된 아파트에 살면서 베란다 창틀에서 청개구리를 발견하는 등 온갖 생물들을 만났다. 청개구리는 귀엽기라도 하지만 모기, 개미에 물려 가렵고, 바퀴벌레, 그리마(돈벌레), 좀벌레와 마주쳐 끔찍함을 느끼면서 가장 먼저 취한 조치는 “모든 틈새를 막는다”였다.

실리콘을 구매해 욕실의 눈에 보이는 모든 틈새를 막고, 하수구도 트랩형으로 바꿨다. 환풍기도 댐퍼가 부착돼 가동되지 않을 땐 틈새가 막히는 것으로 교체했다. 세면기에 달린 오버플로우 홀(물넘침방지 배수구)도 방충망 보수 스티커로 막았다. 욕조 배수구는 사용하지 않을 때는 마개로 꼭 막아놨다.

이 조치 이후 자주 보이던 나방파리는 사라졌다. 나방파리와 함께 자주 보였던 또다른 날벌레 한 종류도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가끔씩 출몰하는 꼽등이는 막지 못했다.

꼽등이는 저절로 생겨나는 걸까? 왜 자꾸 나타나는 걸까?

세스코 과학연구소 해충담당 연구원은 “아무리 철저히 막아도 빈틈은 있다”며 “현관문 하단 틈새나 베란다 창문 틈새 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꼽등이에게는 훨씬 넓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관 앞에 두았던 택배박스 등을 통해 실내로 침입하기 쉽다. 세스코는 “꼽등이가 주로 출몰하는 장소마다 끈끈이 등의 추가 트랩을 설치해 실내 침입을 차단하라”고 조언했다.

사진 제공: 세스코
싱크대 밑이나 가구 아래 등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곳이 가정 내 해충들의 주요 은신처이다. 사진 제공: 세스코

 

③집에 돈벌레 살면 바퀴벌레 없다? → 사실 아님

바퀴벌레 한 마리만 보여도 집엔 500마리 이상 바퀴벌레가 산다. 세스코 과학연구소에 따르면, 바퀴벌레 암컷은 한번의 교미만으로도 약 5~7개의 알집을 생산할 수 있다. 1개의 알집 속에는 약 40여개의 알이 들어있다. 암컷 1마리가 침입했다면 최대 약 280여 마리로 번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세스코는 “암컷 1마리가 낳은 알들은 성충이 되어 또다시 세대를 이어가기에 때문에 눈에 보이는 1마리는 500마리 그 이상이 될 수 있다”면서 “바퀴벌레 종류에 따라 집 안이 아닌, 집 밖에 서식하는 종류일 수도 있고 대응 방법도 다르므로 바퀴가 발견되면 해충 전문가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스코는 또한 “눈에 보이는 한 마리를 잡기 위해 에어로졸 살충제 등을 마구 뿌릴 경우, 사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바퀴가 생명에 위협을 느낄 경우, 본능적으로 개체를 늘리기 위해 산란활동을 하고 집안 곳곳으로 서식처를 옮기기 때문에 바퀴벌레 박멸은 점점 어려워 진다는 것이다. 세스코는 “그렇기 때문에 집안에 바퀴벌레가 나타났다면 에어로졸 보다는 전문 먹이약제를 통해 서식처에 있는 개체까지 잡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잡식성인 바퀴벌레는 먹이약제를 먹고 죽은 동료의 사체까지도 먹기 때문에 먹이약제를 먹은 1마리만으로도 연쇄 살충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집에 그리마(속칭 돈벌레)가 있으면 바퀴벌레가 살지 않는다는 말도 널리 퍼졌다. 그리마가 바퀴벌레 알을 잡아먹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뒤따른다.

세스코는 “그리마의 경우, 잡식성이라 바퀴벌레의 알을 먹기도 한다”면서도 “하지만 그리마는 주로 외곽에 서식하면서 집안 내부로 침입하기 때문에, 집안 곳곳에 숨어 있는 모든 바퀴벌레의 알을 잡아먹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 세스코 해충방제 전문가가 가정집에 출동했을 때, 그리마와 바퀴벌레가 동시에 모니터링되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비슷한 맥락으로 개미가 있는 집은 바퀴벌레가 없다는 루머도 있다. 이에 대해 세스코는 “안타깝게도 개미와 바퀴벌레가 한집에서 같이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며 “개미와 바퀴벌레는 주요 서식처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천적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도시 외곽 지역에선 개미와 바퀴벌레가 함께 발견되는 사례가 더 많이 모니터링되고 있다.

 

④과자 봉지 뜯었더니 꿈틀대는 애벌레, 공장 책임→대체로 사실 아님

과자봉지를 뜯었더니 나방 또는 애벌레가 나왔다는 뉴스를 가끔 접하게 된다. 기사 속 주인공은 매우 화를 내며 제조사를 탓한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큰 제과회사들이 어떻게 공정관리를 하길래 제품에서 벌레가 나올 수 있냐는 분노이다. 그러나 제조 과정에서 벌레가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비밀은 나방 애벌레가 갖고 있다. 화랑곡나방 애벌레는 매우 강력한 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비닐봉지를 뚫고 들어간다. 비닐봉지를 뚫고 들어가 마음껏 과자 등을 먹은 뒤 비닐 봉지 속에서 변태 과정을 거쳐 나방이 되는 것이다.

실제 세스코 이물분석센터에 의뢰되는 ‘나방 애벌레에 의한 식품 혼입 사고’를 살펴보면, 수개월 전에 제조된 제품에서 살아있는 애벌레가 발견되는 경우가 다수를 차지한다. 화랑곡나방이 대표적이다. 화랑곡나방의 여름철 유충기간은 불과 20~30일 이내로, 제품이 제조되던 수개월 전 단계에서 혼입되었다면 발견 당시 생존해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세스코는 “마트 등 유통과정에서 애벌레가 포장을 뚫고 들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소비자 보관 단계에서도 충분히 혼입될 수 있으므로 장기간 보관하는 가공식품에 대해서는 소비자의 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방파리와 관련된 물음도 많다. 화장실 벽면 등에서 자주 관찰되는 날개가 뒤집힌 하트 모양인 벌레가 과연 무엇이냐는 물음이다. 혹자는 하루살이라고 하고, 나방이다, 파리다 설이 분분하다. 이 생물은 파리목에 속하는 나방파리이다. 배수구 또는 어디라도 틈새 안의 퇴적된 유기물 덩어리(슬러지) 안에 알을 낳는다. 부화한 유충은 슬러지와 조류(algae), 세균, 곰팡이 등을 먹고 자란다. 암컷은 30~100개의 알을 낳는데 이틀이면 부화하고 성충이 되기까지 약 2주 정도 걸린다. 배수구와 트렌치를 주기적으로 청소해 유기물 찌꺼기를 제거하면 발생을 제어할 수 있다.

세스코는 “나방파리 유충의 경우, 유기물 찌꺼기 속에 숨어 있기 때문에 단순히 뜨거운 물을 붓거나 락스 등을 붓는 것 만으로는 제거하기 어렵다”면서 “세면대 배관 또는 씽크대 배수구 등에는 배수구 전용 클리너를 사용해 유기물이 완전히 제거될 수 있도록 하며, 화장실 배수구 또는 거름망 등은 뚜껑을 열어 뚜껑 안쪽에 있는 유기물까지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⑤꼽등이 몸 속에서 연가시가 나온다? → 절반의 사실

몇 년 전 죽은 꼽등이 몸에서 기생생물인 연가시가 빠져나오는 장면이 크게 확산된 적이 있다. 이와 함께 “꼽등이를 때려 잡으면 터진 꼽등이 사체에서 연가시가 나온다”는 말이 떠돌았다. 이후 꼽등이는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모든 꼽등이가 연가시에 감염되는 것은 아니다. 연가시는 사람을 숙주로 삼지도 않는다.

꼽등이는 살충제를 뿌려도 죽지 않는다는 말도 회자됐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꼽등이는 바퀴벌레, 개미 등 집에서 주로 출몰하는 곤충보다 덩치가 크다. 그래서 이들을 잡을 때 사용하는 양으로 뿌리면 죽지 않는다. 더 독한 것을 뿌리거나 더 많이 뿌리면 죽는다.

세스코는 “인체에 직접적인 유해 수준은 아니지만 살충제 자체가 화학약품이기에 꼽등이를 죽이기 위해 과량 사용하는 것보다는 출입문 하단 또는 베란다 창문 틈새 등을 철저히 막는 시설 보완을 실시하고 꼽등이가 주로 나타나는 장소에 끈끈이 트랩 등을 설치하는 물리적 방법을 통해 제어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⑥콧물나면 가습기 틀어라? → 알러지성 비염엔 ⅹ

아침마다 콧물과 재채기로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어린이들이 많은데 알러지성 비염 환자들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우리나라 알러지성 비염 환자의 대부분은 집먼지진드기가 증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집안에 기침을 하는 어린이가 있으면 가습기를 틀어 습도를 높게 유지하는 경우가 있는데. 원인 별로 처방을 달리해야 한다. 만일 감기가 아닌 집먼지진드기로 인한 알러지성 비염이라면 습도를 높이는 것보다는 오히려 습도를 낮추는 것이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

집먼지진드기는 체중의 70~80%가 수분인데 물을 직접 섭취할 수 없고 대기 중의 수분을 피부를 통해 흡수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공기 중의 습기가 수분 공급원이기 때문이다. 습도를 낮게 유지하면 집먼지진드기가 번식할 수 없다. 침구를 주기적으로 세탁하거나 어렵다면 햇볕에 말리고 탈탈 털어주는 것도 집먼지진드기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