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포퓰리즘'과 '선거 지상주의'로 타격받은 인도

  • 기자명 이광수
  • 기사승인 2021.09.13 15:4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이나 미국 그리고 유럽의 여러 나라에 엄청난 재난을 가하던 코로나19 재난 초기에 인도는 비교적 큰 재난이 일어나지 않았다. 세계 최대 백신 생산국인 인도는 20211월 다보스 연례 회의에서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는 많은 백신을 전 세계에 인도가 제공할 것이라면서 백신 공급을 통해 외교적 영향력을 높일 것을 국가적 아젠다로 추진하기로 했다. 그리고 UN 지원 COVAX 프로그램에 따라 백신 마이뜨리(Vaccine Maitri)라고 명명한 COVID-19 백신 제공 추진 프로그램을 통해 2021120일부터 몽골, 오만, 미얀마, 필리핀, 바레인, 몰디브, 모리셔스, 부탄, 아프가니스탄, 네팔, 방글라데시, 세이셸 등 저소득 국가에 20억 도즈의 백신을 제공하였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길게 가지 못했다. 4월 초 인도에서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이 12천만 명에 불과할 무렵, 코로나19는 인도 국내에서 엄청나게 확산하였다. 20214월이 되면서 2차 유행이 시작되면서 일일 확진자 수가 40만 명, 사망자 수가 5천 명에 육박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하였다.

 

순식간에 인도는 세계의 약국으로서의 위상을 순식간에 잃어버렸다. 이러한 역할의 역전은 인도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인도는 과연 코로나19 재난을 통제할 수 없었는가? 과연 왜 인도는 1차 방역을 비교적 잘 이끌어오다가 갑자기 이 지경으로 나락에 빠지게 되었는가? 이 문제는 모디 정부의 성격과 관련을 맺는 것이고, 궁극적으로 인도의 민주주의 문제와 연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모디의 정치 이념은 널리 알려진 바대로 왜곡된 힌두 파시스트 이데올로기인 힌두뜨와(Hindutva)이다. 그것은 힌두 라슈뜨라(Hindu Rashtra)라는 힌두 신정국가의 수립을 이념으로 한다. 그 위에서 모디는 전형적인 포퓰리스트 정치인이다. 그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힌두교의 신화를 대중들에게 이야기하면서 위대한 힌두의 레토릭으로 역사를 왜곡하여 전파하고 그를 통해 힌두 민족주의에 열광하는 지지자를 확보해왔다. 이러한 그의 대중 이야기 정치 전술은 코로나19 위기 시에도 변함없이 작동하였다. 2020년 처음 코로나19가 유행했을 때 그는 여러 차례 낙관론을 폈는데, 모두 위대한 힌두의 종교적 신념에 기댄 것이었다. 방역에 대한 아무런 근거도 없었고, 어떠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었다. 1차 유행 때 내린 신속한 봉쇄 명령 덕에 국내 이주 노동자들의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으나 결국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신속하게 차단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런데, 2021년에는 인도 정치의 중간평가라 할 수 있는 인도 주의회(Vidhan Sabha) 선거가 서벵갈, 아삼, 께랄라, 뿌두쩨리, 따밀나두의 5개 주에서 실시되었다. 이 시기에 모디는 힌두교를 적극적으로 종교에 끌어들였다. 1차 유행 2020년에는 하리드와르 꿈브멜라(Kumbh Mela) 개최지를 봉쇄했는데도, 2차 유행 때는 세계 최대 규모의 힌두교 축제인 꿈브멜라를 기간만 줄이고, 집회를 허용해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그것은 선거를 의식한 결과였다. 2차 대유행이 한창 진행되는 동안 327일부터 429일까지 인도의 주요 5개 주에서 주 의회 선거를 치르게 되어 있었다. 인도국민당은 특히 인도 최대 주 가운데 하나이면서 자신들의 세력이 약한 서벵골 주에 당력을 집중 투자했다. 모디는 상대적으로 대중 연설에 강하고, 그의 힌두뜨와 이념은 대중을 자극하는 데 큰 강점을 지녔다. 그래서 그들은 선거 유세를 하기 위해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였다. 그리고 대규모 선거 유세장마다 대규모의 방계 조직에 속한 엄청난 인파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집회에 참여했고, 이후 코로나19 2차 유행의 결과가 나왔다.

 

그 결과 인도국민당은 5개 지역 주의회 선거에서 참패하고, 코로나19는 세계 최악의 상황으로 전락하였다. 꿈브멜라와 대규모 선거 집회 때문에 코로나19 2차 유행은 심각하게 전개되어, 이전과 달리 중산층에까지 확산하였다. 이로써 모디의 지지 기반은 매우 심하게 침식되었고, 그 결과 모디는 선거에서 참패하였다. 가장 주요한 주인 서뱅갈에서 뜨리나물콩그레스가 압승을 거두어 주수상 마마따 바네르지는 재선에 들어갔고, 전통적으로 공산당 세력이 강세를 보인 께랄라의 인도공산당(맑스주의자)의 삐나라이 비자얀(Pinarayi Vijayan)도 재선에 성공함으로써 모디 정부에 상당한 타격을 주었다. 모디는 자신의 권력 기반은 오로지 선거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승리로 이끌기에는 전적으로 힌두 근본주의가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였지만, 결과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선거에서 참패하였다. 특히 인구 1억 명의 서벵갈주에서 팬데믹 확산 우려를 안고서 대규모 유세를 벌였는데 힌두뜨와의 종교공동체주의 자극이 더는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고, 대규모 유세로 인해 코로나가 확산하여 중산층이 이탈하면서 지지층이 붕괴하였다. 이번 주 의회 선거에서 드러난 결과를 보면 인도국민당이 수년간 이용해 온 힌두민족주의라는 정체성 정치가 크게 퇴조했음이 드러났다.

코로나19 재난 2년 동안 모디 정부는 무엇보다도 거버넌스의 투명성 부재가 두드러졌다. 우선, 2020324일 저녁 모디 수상은 4시간 이후 21일간의 국가 봉쇄가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봉쇄는 매우 가혹하여 모든 교통편이 완전히 금지되었다. 해외 및 국내 여행, 학교, 비필수 상점, 집회, 행사 등이 모두 아무런 사전 조치도 없이 완전히 폐쇄되었다. 국가는 폐쇄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했고,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떠넘겨졌을 뿐이다. 폐쇄로 인해 이동의 자유와 자원에 대한 접근이 갑자기 중단되었는데, 이는 특히 학생, 여성, 일용노동자, 장애인, 빈곤층, 노숙자 등 취약계층에 극심한 타격을 미쳤다. 특히 가난한 이주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고,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는데도, 그들이 타고 갈 모든 운송 수단이 폐쇄됨으로써 그들은 수백 수천 킬로미터를 걸어가는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기아와 피로로 인한 사망 사고가 잇달아 보고되었으나 정부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못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모디 정부의 두 번째 특징은 행정부의 집행 독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인도 헌법은 전쟁이나 반란을 이유로는 긴급 사태를 인정하지만, 보건 문제로 인한 긴급 사태는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법적으로는 정부가 현행법 위에서 언론을 통제할 수는 없다. 그러니 코로나19와 같은 치명적인 팬데믹에는 지속 가능한 입법이 필요하다. 그런데 모디 정부는 이러한 입법 절차를 밟지 않고 행정부가 독점적으로 권력을 행사했다. 결국, 인도가 오랫동안 지켜온 삼권분립 체계가 흔들렸다. 입법부와 사법부는 팬데믹 기간에 행정부에 밀려나고, 행정부가 의사결정에서 우위에 서서 권력을 행사하였다. 더불어 행정부에 의한 지침, 조례, 명령을 통한 과다한 시민권 제한 행사 또한 행정부 권한의 과도한 집행이라 할 수 있다. 모디 행정부는 시민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그 과정에서 전례 없는 경찰 폭력을 자행했다. 그 과정에서 주 정부 행정과 연방 정부 행정이 충돌하면서, 그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 정부의 자율성이 허용되지 않았다.

 

코로나19 재난과 관련한 모디 정부의 권위주의 통치 가운데 세 번 째 특징이자 가장 심각한 것은 언론의 통제다. 모디 정부는 저명한 신문사의 편집자들에게 사임을 강요하고, 정권에 도전하는 기사를 실은 언론사 사무실을 급습하거나 폐쇄하기도 했다. 언론인에 대한 물리적 공격은 일상화되었으니, 일부는 대낮에 집 밖에서 총에 맞아 사망하기도 했다. 20203월 모디 총리 정부는 언론인들이 정권이 승인하지 않은 코로나19 정보를 보도하지 못하도록 대법원에 요청했다. 대법원은 요청을 기각했지만, 모디는 언론에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정부에서 발행하는 공식 버전만을 기사화하라고 했다.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에 대한 정부의 부실 관리를 보도하는 수십 명의 언론인을 기소하고 체포하기까지 했다. 정부는 디지털 언론에 관한 새로운 규칙을 발표하여 공무원에게 기사를 차단하거나 전체 웹사이트를 폐쇄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정부는 Facebook, Instagram, Twitter와 같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정부를 비판하는 게시물을 삭제하도록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그 결과 해시태그 ‘#ResignModi’를 포함한 많은 게시물이 사라졌다.

 

그 결과 오늘날 인도 전역에서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 재난 규모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사망자 수가 정부가 발표한 공식 보고서의 몇 배가 될 것으로 본다. 그것은 모디 정부가 언론을 통제해서 생긴 일이다. 언론의 자유가 전염병을 막을 수는 없었지만, 바이러스 감염의 2차 유행에 대한 중요한 초기 정보를 제공하고 정부가 합당한 조치를 취하도록 압력을 가할 수는 있었다. 언론이 자유롭게 보도를 할 수 있었다면, 일일 40만 명 확진자와 5천 명 피해자라는 비극을 줄일 수도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모디는 언론을 탄압했고, 그를 통해 정부가 전염병이 어떻게 현장에서 전개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막아, 결국, 시민들의 공공 책임 의식은 감소하고 팬데믹이 확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런 점에서 모디는 일종의 슈퍼 전파자인 셈이다. 모디는 대중의 힌두교 근본주의 정서를 자극하면서 정치를 하는 전형적인 포퓰리스트다. 정치 집회가 열리면 그의 얼굴이 등장하는 깃발과 현수막을 들고 그 지지자들이 대규모 집회를 여는 것은 팬데믹 안에서 일상이 되었다. 포퓰리스트 정치인의 선거 지상주의에 따른 대규모 정치 집회가 '슈퍼 전파 행사'가 된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