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한국의 ‘국가채무 및 재정건전성’ 심각한 수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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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한국의 ‘국가채무 및 재정건전성’ 심각한 수준인가
  • 이강진
  • 승인 2021.09.16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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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홍남기 부총리는, “나라 곳간이 비어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고민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지만, 정작 필요할 때는 쓸 수 있어야 하는데 곳간에 곡식을 쌓아두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질문한 것에 대한 대답이었습니다. 이날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4:03), “국민 통장은 텅텅 빈 ‘텅장’이 되고, 나라 곳간은 부실한 헛간이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논란이 뜨거워지자 다음날 예결위에서 김한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재정 상황을 ‘곳간이 비어간다’라고 표현해 국민들이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홍남기 부총리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수준은 어느 나라보다도 양호한 수준”이라고 말해 '말 바꾸기’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및 재정건전성은 실제로 어떤 상태일까요?

출처: 유튜브 채널 '일요서울TV' (자막 추가)
출처: 유튜브 채널 '일요서울TV' (자막 추가)

①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지출 규모는 큰 편인가?

지난달 31일 매일경제는 <"차기 정부 어떡하라고…" 나랏빚 5년간 400조 늘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확장 재정 운용이라는 명목으로 현 정부에선 대선을 앞두고 재정을 펑펑 썼다”고 보도했습니다. 정말 현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에 막대한 규모의 재정을 썼을까요? 한국의 지출 수준을 알기 위해서는, 다른 선진국들이 코로나19 대응에 얼마나, 어떻게 지출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지난 2월, IMF의 ‘COVID-19 대유행 국가 재정 조치의 재정 모니터 데이터베이스’(2020년 12월 말 기준)를 번역·분석한 연구자료를 발표했습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G20 중에서도 경제선진국 10개국을 비교했기에 이 기사에서도 10개국(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호주·스페인·한국) 을 비교 분석했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지출 규모는 GDP의 13.6%로, G20 경제선진국 10개 중 10위를 기록했습니다. 이웃 국가인 일본은 'GDP 대비 코로나19 대응 지출'이 44.0%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G20으로 범위를 넓혀도 한국보다 재정을 쓰지 않은 나라는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뿐입니다. 

출처: 나라살림연구소
출처: 나라살림연구소
국제통화기금 IMF의 국가별 코로나19 추가 재정 지출 상황. 한국은 소위 선진국 G20국가중에 추가 재정지출에서 16위를 기록했다. 출처: IMF
국제통화기금 IMF의 국가별 코로나19 추가 재정 지출 상황. 한국은 소위 선진국 G20국가중에 추가 재정지출에서 16위를 기록했다. 출처: IMF

 

특히 한국은 지출 항목 중 ‘추가지출 및 기존 세액감면’에 들인 비용이 다른 경제 선진국에 비해 매우 적은 편입니다. GDP 대비 ‘추가지출 및 기존 세액감면’의 비중은 정부가 ‘얼마나 직접적인 예산을 투입해 재정 지원을 했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지표입니다. G20의 10개 경제선진국은 GDP의 11.3%(평균값)를 이 항목에 사용했지만, 한국은 GDP의 3.4%를 사용해 10개국 중 10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수치들을 봤을 때, 한국은 경제 수준 대비 코로나19 대응에 비교적 적은 재정을 투입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나라살림연구소
출처: 나라살림연구소

②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40%’ 국가 재정 건전성 마지노선?

지난달 30일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이 재정건전성 마지노선인 40% 돌파하고 50% 선에 임박했다며, 엄격하고 체계적인 재정건전성 관리가 시급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에 각종 언론들도 이 내용을 인용하여 국가 재정건전성에 대한 걱정 섞인 목소리를 보도했습니다. 그렇다면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 40%가 국가 재정 건전성의 마지노선일까요?

한국법제연구원이 작년 7월 공개한 <재정건전성의 법적 개념과 기준>에 따르면, 주요 국제기구의 경우에도 재정건전성을 나타내는 일반적이고 명확한 지표가 없습니다. 다만, 여러 국제기구들과 서구 주요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60%/3% 준칙'을 재정건전성의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즉,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60%를 초과해서는 안 되고, 재정수지적자가 GDP의 3%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파악하는 데에는 한 가지 기준을 적용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도 재정건전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재정수지 적자 비율'뿐만 아니라, ‘총자산 대비 차입부채의 비율’을 재정건전성을 파악하는 보완적 수단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출처: 한국법제연구원
출처: 한국법제연구원

그렇다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의 마지노선이라고 불리는 ‘40%’는 어떤 기준일까요? 한국경제연구원은 40%를 ‘재정건전성 기준’으로 삼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바로 ‘국가신용등급 AA국가들 대부분이 국가채무비율 40% 이하’라는 것과, ‘EU 재정준칙기준인 국가채무비율 60%에, 한국적 특수성인 향후 연금적자 및 통일 비용(각 10%)을 감안해 20% 완충 영역을 확보하는 것’이 '40%'의 근거입니다. ‘AA국가들 대부분’, ‘한국적 특수성’, ‘통일 비용 완충 영역’이라는 표현들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기준은 다소 주관적입니다. 실제로 한경원도 이 수치를 ‘암묵적인 기준’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따라서 '국가채무비율 40%'라는 수치는 절대적인 마지노선이 아니며, 이 수치를 넘어섰다고 재정건전성이 바로 위태로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출처: 한국경제연구원
출처: 한국경제연구원

③ 한국은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높은 편?

네이버 뉴스에서 갈무리
네이버 뉴스에서 갈무리

야권 인사들과 수많은 언론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가 ‘사상 처음’ 900조를 돌파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국가채무의 규모가 같이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이전부터 국가채무는 증가 추세였습니다. 코로나19 상황 이후 정부가 확장 재정정책을 펼쳐 국가채무 증가세가 더 가팔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지출은 GDP 대비 적은 편입니다.

출처: e-나라지표
출처: e-나라지표

2020년 기준 ‘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은 앞서 비교했던 G20 경제 선진국들 중에서 한국이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홍남기 부총리가 예결위에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수준은 어느 나라보다도 양호한 수준”이라고 발언한 내용이 사실인 것입니다.

나라살림연구소 브리핑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
나라살림연구소 브리핑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

④국민의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국가채무는?

하지만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기축통화국들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가채무의 구성 항목을 분석해서 실질적으로 국민들의 부담으로 작용하는 채무는 무엇인지, 또 비중은 얼마나 되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우선 국가채무는 ‘적자성 채무’와 ‘금융성 채무’로 나뉩니다. 금융성 채무는 바로 빚을 상환할 수 있는 ‘대응 자산’이 있는 채무입니다. 우리나라 국채의 약 40%가 이 ‘금융성 채무’입니다. 대표적인 금융성 채무에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발행하는 국채가 있습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나라 곳간에 외화를 쌓아두기 위해 발행한 국채’로서, ‘언제든지 갚을 수 있는 채무’인 것입니다. 또한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을 지을 때도 금융성 채무는 증가합니다. 정부는 국민주택채권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공공임대주택을 짓습니다. 이 국채 또한 임대주택을 팔면 갚을 수 있는 빚입니다. 즉, 대응 자산이 있는 ‘금융성 자산’은 국민에게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지는 않습니다.

KOSIS국가통계포털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
KOSIS국가통계포털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

따라서 '순부채 비율'을 살펴봐야 합니다. 국가부채 중, 대응 자산이 있는 금융부채를 제외한 ‘순부채'가 국민에게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는 부채이기 때문입니다. 2020년 한국의 순부채 비율은 18.0%로, 이 역시도 OECD 경제 선진국 10개 국 중 낮은 비율로 10위입니다.

출처: 나라살림연구소 브리핑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
출처: 나라살림연구소 브리핑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

또한 우리나라의 내/외국인 국고채 보유 비율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획재정부의 <2020~2024년 국가채무관리계획>을 보면, 국채 채권자의 85.9%가 내국인, 14.1%가 외국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자국민이 국채를 구입해 국채가 국내에 머물러 있으면, 상환을 받는 사람 역시 자국민입니다. 즉, 86%에 달하는 자국민·금융기관이 일시 상환을 요구하지 않는 이상, 내국인 보유 채권의 위험성은 심각하지 않습니다. 또한 외국인들이 한국 경제 전망에 대해 신뢰가 떨어져 국채를 팔더라도, 비율 자체가 적기 때문에 국가 경제에 미치는 부담은 제한적입니다.

출처:기획재정부 '2020~2024년 국가채무관리계획'
출처:기획재정부 '2020~2024년 국가채무관리계획'

⑤ 그럼에도 한국이 '국가채무 증가 속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

현시점 한국의 국가채무 및 재정건전성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하더라도, 빠르게 증가하는 국가부채 비율을 경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이유는 한국의 낮은 출산율 때문입니다. 2020년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역대 최저이며, OECD 국가 중에서도 최저입니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 미래 세대가 짊어지게 될 국가 채무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경연은 “올해 태어난 신생아가 18세가 되면, 1억 원이 넘는 나랏빚을 짊어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출처: 한국경제연구원
출처: 한국경제연구원

정리하자면,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대응 지출에 비교적 적은 재정을 투입했고, OECD 국가 중에서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낮은 편입니다. 또한 한국의 ‘금융성 채무 비율'과 '외국인이 소유한 국고채 비율' 등을 고려했을 때, 국가채무가 지금 당장 국민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을 수준입니다. 하지만 가파른 인구절벽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매년 증가하는 국가 채무는 미래의 국민들이 짊어져야 할 무거운 짐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 채무를 적절히 관리해, 증가 폭을 점차 줄여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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