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미래를 교차해 현재를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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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미래를 교차해 현재를 그리다
  • 홍상현
  • 승인 2021.09.3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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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현의 인터뷰] 전주국제영화제 초청작 <과거는 항상 새롭고, 미래는 늘 그립다: 사진가 모리야마 다이도> 이와마 겐 감독
「과거는 항상 새롭고, 미래는 늘 그립다: 사진가 모리야마 다이도」는 “사진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핫셀블라드상을 받은 거장 모리야마 다이도 작가를 주인공으로, 그가 1968년 펴낸 첫 사진집의 발간 50주년 기념 프로젝트를 보여주는 한편, 여든이 넘은 현재에도 변함없이 카메라를 들고 거리를 누비는 일상을 따라간다. 그리고 여기 다시 반세기 넘는 세월동안 내놓은 수많은 노작의 영상이 뒤섞이는 가운데 이미지의 바다가 펼쳐진다. (C)2020 The Past is Always New, The Future is Always Nostalgic Photographer Daido Moriyama Film Partners
「과거는 항상 새롭고, 미래는 늘 그립다: 사진가 모리야마 다이도」는 “사진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핫셀블라드상을 받은 거장 모리야마 다이도 작가를 주인공으로, 그가 1968년 펴낸 첫 사진집의 발간 50주년 기념 프로젝트를 보여주는 한편, 여든이 넘은 현재에도 변함없이 카메라를 들고 거리를 누비는 일상을 따라간다. 그리고 여기 다시 반세기 넘는 세월동안 내놓은 수많은 노작의 영상이 뒤섞이는 가운데 이미지의 바다가 펼쳐진다. (C)2020 The Past is Always New, The Future is Always Nostalgic Photographer Daido Moriyama Film Partners

“Sous les pavés, la plage!”

너무 강한 느낌의 의역이라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인용해보면 “보도블록을 들추어라, 해변이 나타날 것이다!”정도의 의미인 68혁명의 구호가 떠올랐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로케지라는 명성에 로열패밀리의 거처로 쓰일 만큼 화려한 외관, 무엇보다 백만 여 점의 판화와 6만 5천 여 점의 드로잉, 6만 여 점의 현대미술작품이라는 컬렉션이 방문객을 압도하는 알베르티나 박물관에서 낯선 아시아 작가의 흑백사진을 접한 순간이었다.

도로위에서 정면충돌한 두 대의 자동차, 연기인지 빛의 번짐인지 알 수 없는 잔상, 불안해하거나 경악하는, 겁에 질린, 아니, 어쩌면 이상한 경이로움을 느끼는 듯 보이는 주변사람들. 동서냉전의 위협을 강조하지만 실은 물질적인 풍요 외에 아무것도 안중에 없는 기성세대를 앞세워 자유로운 개인을 옥죄던 산업화시대의 ‘새로운 과거 풍경’이 거기 있었다. 촬영자가 현대예술을 대표하는 인물이자 2019년 ‘사진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핫셀블라드상까지 받은 거장 모리야마 다이도라는 것을 알게 된 건 당시로부터 몇 년이 지나서다.

대학(와세다대 제1문학부) 졸업 후 방송국에 입사, 20년 이상 「르네상스, 시공의 여행」, 「루브르, 미의 미궁」 같은 기념비적 다큐멘터리로 시청자에게 사랑받아온 이와마 겐 감독은 스무 살 시절부터의 우상인 모리야마를 타이틀 롤로 내세운  「과거는 항상 새롭고, 미래는 늘 그립다: 사진가 모리야마 다이도」로 장편다큐멘터리영화 감독에 데뷔했다. (C)2020 The Past is Always New, The Future is Always Nostalgic Photographer Daido Moriyama Film Partners
대학(와세다대 제1문학부) 졸업 후 방송국에 입사, 20년 이상 「르네상스, 시공의 여행」, 「루브르, 미의 미궁」 같은 기념비적 다큐멘터리로 시청자에게 사랑받아온 이와마 겐 감독은 스무 살 시절부터의 우상인 모리야마를 타이틀 롤로 내세운 「과거는 항상 새롭고, 미래는 늘 그립다: 사진가 모리야마 다이도」로 장편다큐멘터리영화 감독에 데뷔했다. (C)2020 The Past is Always New, The Future is Always Nostalgic Photographer Daido Moriyama Film Partners

전근이 잦은 부친을 따라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자란 모리야마 작가는 고교를 중퇴하고 광야로 나갔다. 첫 스승도 사진 전공자가 아닌 프로야구선수 출신이었지만 일단 현장으로 달라간다는 원칙을 가진 그에게는 중요치 않은 일이었다. 프리선언 후에는 본격적으로 전후의 혼란기를 거쳐 고도 성장기로 진입, 물화(Verdinglichung)의 첨단을 달리는 도시가 뿜어내던 불온한 공기를 35밀리 포켓용 카메라로 잡아냈다. 상이 흔들리거나 입자가 거칠어도 상관없었다. 즉흥적이며 일시적인 모습에야말로 진실이 담겨 있다고 믿었으니까. 그렇게 모나드와도 같은 현대인의 영혼을 사로잡았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초청작 <과거는 항상 새롭고, 미래는 늘 그립다: 사진가 모리야마 다이도>은 바로 이 모리야마 작가를 주인공으로, 그가 1968년 펴낸 첫 사진집의 발간 50주년 기념 프로젝트를 보여주는 한편, 여든이 넘은 현재에도 변함없이 카메라를 들고 거리를 누비는 일상을 따라간다. 그리고 여기 다시 반세기 넘는 세월동안 내놓은 수많은 노작의 영상이 뒤섞이면서 이미지의 바다가 펼쳐진다.

대학(와세다대 제1문학부) 졸업 후 방송국에 입사, 20년 이상 <르네상스, 시공의 여행>, <루브르, 미의 미궁> 같은 기념비적 교양프로그램으로 시청자에게 사랑받아온 이와마 겐 감독은 스무 살 시절부터의 우상인 모리야마 작가를 타이틀 롤로 내세운 <과거는 항상 새롭고, 미래는 늘 그립다: 사진가 모리야마 다이도>로 장편다큐멘터리영화 감독에 데뷔했다.

영국 레인댄스영화제를 거쳐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은 그를 만났다.

「과거는 항상 새롭고, 미래는 늘 그립다: 사진가 모리야마 다이도」에서 복간 프로젝트가 소개되는 모리야마 다이도 작가의 첫 사진집 『일본 극장 사진첩』의 발간년도는 1968년. 이후 모리야마 작가는 2007년의 『기록 7호』에 이르기까지 총 마흔 권 이상의 사진집을 펴냈다. (C)2020 The Past is Always New, The Future is Always Nostalgic Photographer Daido Moriyama Film Partners
「과거는 항상 새롭고, 미래는 늘 그립다: 사진가 모리야마 다이도」에서 복간 프로젝트가 소개되는 모리야마 다이도 작가의 첫 사진집 『일본 극장 사진첩』의 발간년도는 1968년. 이후 모리야마 작가는 2007년의 『기록 7호』에 이르기까지 총 마흔 권 이상의 사진집을 펴냈다. (C)2020 The Past is Always New, The Future is Always Nostalgic Photographer Daido Moriyama Film Partners

홍상현

세계의 인디영화가 표현과 실험정신을 뽐내며 경합하는 영국 레인댄스영화제에서 호평받은 <과거는 항상 새롭고, 미래는 늘 그립다: 사진가 모리야마 다이도>로 전주국제영화제에 오셨습니다. 아직 코로나 19로 전 세계 영화인들이 고통 받고 있는 시기라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은데요.

이와마 겐

본래는 직접 찾아뵙고 현지에 계신 관객 여러분과 교류하며 다양하게 의견을 교환하고 친분을 쌓는 게 국제영화제의 큰 역할이자 목적일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하지만 코로나 19 때문에 해외출국도 현지교류도 어렵게 되어버렸지요. 그렇다고 국제영화제가 나름의 역할이나 목적마저 상실하게 된 걸까요?

아뇨,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세계가 미증유의 재난을 경험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사람들이 ‘영화’를 통해 연결되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아울러, 이런 의지를 세계 각국의 영화제 관계자 여러분들에게서 느끼며 감동하고 있습니다. 레인댄스영화제 초청 당시는 런던이 두 번째로 봉쇄에 들어간 상황이었고요. 전주국제영화제 상영 당시에도 한국과 일본에서 다시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할 즈음이었어요. 도쿄에도 몇 번째인지조차 모를 비상사태가 선포됐었습니다.

서로 이토록 힘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바다 건너에서 전주국제영화제를 성사시키기 위해 열심히 조정을 거듭하는 한국의 스태프 여러분들의 분투를 보고 얼마나 감동했는지 모릅니다. 또, 상영이 끝난 뒤 관객과의 대화에서 뜨거운 질문이 쏟아진 일도 감격스러웠고요.

‘이런 때일수록 영화를 다 함께 나누자. 온라인이든 뭐든 상관없다. 다같이 한 편의 영화를 같은 시간에 보자.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자. 영화를 통해 어딘가의 누군가와 연결되자.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다시 한 번 그 점을 상기해보자. 이건 그런 자랑스러운 싸움인지도 몰라’같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전주에 가지 못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영화제의 또 다른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나 할까요.

초청해주신 전주국제영화제의 모든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어린 감사의 말씀을 올림과 더불어,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과거는 항상 새롭고, 미래는 늘 그립다: 사진가 모리야마 다이도」는 역사 속 인물이 아니라  현존하는 작가의 영혼과 진지하게 마주한다는 점에서 이와마 겐 감독의 전작들과 차별화된다. (C)2020 The Past is Always New, The Future is Always Nostalgic Photographer Daido Moriyama Film Partners
「과거는 항상 새롭고, 미래는 늘 그립다: 사진가 모리야마 다이도」는 역사 속 인물이 아니라 현존하는 작가의 영혼과 진지하게 마주한다는 점에서 이와마 겐 감독의 전작들과 차별화된다. (C)2020 The Past is Always New, The Future is Always Nostalgic Photographer Daido Moriyama Film Partners

홍상현

다음은 “홍상현의 인터뷰”를 통해 뵙는 분들께 매번 드리는 질문인데요. 평소 한국 영화를 즐겨 보십니까? 한국영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와마 겐

한국영화는 즐겨보기도 할뿐더러 아주 좋아합니다. 그 베리에이션의 풍부함, 층의 두께, 스케일의 크기에 항상 놀라요. 그리고 한국 영화인 여러분의 열정과 사랑의 깊이, 그리고 기술의 높이에 늘 눈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한 영화 만들기를 둘러싼 훌륭한 제작환경에 좀 부러움도 느끼고 있고요. 한국영화를 깊이 사랑하는 일본인이 아주 많은데 저도 그 중 한 명이죠. 뼈대가 굵고 아티스틱(artistic)한 작품부터 가볍고 산뜻한 작품까지 뛰어난 한국영화를 볼 때마다 영화의 무한한 가능성을 느낍니다. 지금 세계 영화제작의 중심은 한국에 있지 않을까요? 저도 언젠가 한국에서 영화를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꾸곤 한답니다. (웃음)

 

홍상현

특별히 좋아하는 작품이나 감독, 배우가 있으신지요.

이와마 겐

봉준호 감독의 작품은 물론 예전부터 꼭 챙겨보고 있습니다. 물론 <기생충>도 훌륭합니다만, 저는 초ㆍ중기의 작품군도 좋아해요. <프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등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박찬욱 감독의 작품도 좋아하는데요. 특히 <친절한 금자씨>,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는 풍부한 시정(a poetic state of mind)을 간직하고 있어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최근 제 마음을 강하게 움직인 분은 이창동 감독이에요. <버닝>을 보면서 그 엄청난 아름다움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영상이 이렇게 조용히, 그러나 웅변적으로 시를 말할 수 있다는 것을 이창동 감독의 작품을 통해 새삼 실감하는 한편, 큰 용기를 얻었지요. 감독께서 보여주시는 한국영화의 엄청난 저력에 살짝 질투도 나지만요. (웃음) 연기자로는 이영애 배우, 배두나 배우, 그리고 <버닝>에서 혜성처럼 나타난 전종서 배우를 좋아합니다.

“과거는 항상 새롭고, 미래는 늘 그립다”라는 작품의 타이틀 대로 모리야마 다이도 작가의 과거 작품군은 지금 보더라도 대단히 신선하고 새로운 표현들로 가득 차 있다. 아울러 요즘 발표하는 작품들에서는 마치 수십 년 전부터 접해왔던 던 것 같은 그리움이 물씬 배어나온다. (C)2020 The Past is Always New, The Future is Always Nostalgic Photographer Daido Moriyama Film Partners
“과거는 항상 새롭고, 미래는 늘 그립다”라는 작품의 타이틀 대로 모리야마 다이도 작가의 과거 작품군은 지금 보더라도 대단히 신선하고 새로운 표현들로 가득 차 있다. 아울러 요즘 발표하는 작품들에서는 마치 수십 년 전부터 접해왔던 던 것 같은 그리움이 물씬 배어나온다. (C)2020 The Past is Always New, The Future is Always Nostalgic Photographer Daido Moriyama Film Partners

홍상현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시고 방송국에 입사한 이래 드라마 등 다양한 방송프로의 연출자로 활약해 오셨는데, 영화감독으로 선택한 장르가 하필이면 다큐멘터리였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었을까요?

이와마 겐

모리야마 다이도라고 하는 희대의 사진가의 영혼을 전하는 작품의 포맷으로는 절대로 작위적인 드라마가 아니라 생생한 다큐멘터리가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현재진행형의 존재, 그리고 시대의 생생한 숨결을 영상의 힘을 통해 순간적으로 잡아내기 위해서는 다큐멘터리의 수법이 제일 좋으니까요.

사람이란 누구나 인생이라는 극장 안에서 있는 힘껏 자신의 인생을 살고 연기하는 배우에 다름 아니라고 생각해요. 영화의 신이 모든 사람들을 위한 대본을 준비해서 각각의 역할을 주고 있는 거죠. 다큐멘터리영화란 이 보이지 않는 대본을 응시하는 가운데 아직 이름이 없었던 캐릭터를 찾아내고, 알려지지 않은 드라마를 발굴, 빛을 더해 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울러 눈을 맞추는 방법과 부각시키고 조명하는 스타일에 따라 만들어지는 서사가 전혀 다르죠. 물론 만드는 방법도 백인백양일 텐데요. 제 경우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 전개에 대한 놀라움, 감동, 주의 깊게 단편을 조립해 나가는 스릴 있는 작업이 다큐멘터리 제작의 묘미라고 생각합니다.

 

홍상현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눈에 띄는 것은 역시 풍부한 미학적 소양아 유감없이 발휘되는 보석 같은 다큐멘터리들이었는데요. 이번 작품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건가요.

이와마 겐

아니요, 연장선상에 있지는 않아요. (웃음) 제가 지금까지 다루어 온 정통 미술 프로그램은 르네상스나 바로크, 인상파, 일본의 건축미술, 고전회화, 고전조각 등을 주제로 다루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즉, 다루는 작가들이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역사상의 인물일 때가 많았지요. 하지만 이번 작품의 주인공인 사진가 모리야마 다이도는 과거가 아니라 바로 21세기의 오늘을 살고 있는 현재진행형 작가입니다.

고인이 된 작가의 전기를 그리는 것과 현역의 작가를 현대 속에서 비비드(vivid)하게 그리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어요. 현역 작가의 경우는 그리는 방법에 있어서 교과서나 견본 같은 ‘정답’이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진행형으로 살아가며 표현하고 있는 작가와 그 작품을 ‘현대’라는 시대 속에서 어떻게 그려야할 것인가. 어떻게 포작해서,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그려내는 게 맞을까, 교과서도 견본도 정답도 없는 가운데, 지금ㆍ현재의 사진가 모리야마 다이도를 표현하는 일은, 더듬거리며 현존하는 작가의 영혼과 진지하게 마주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저의 필모그래피와 차별화되는 것이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생물학적 연령이나 환경, 혹은 시대ㆍ시간의 변화에 따라 변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모리야마 작가의 경우는 경이롭게도 외형이나 표현에너지는 물론 창작욕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쇠약해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와마 겐 감독의 술회다. (C)2020 The Past is Always New, The Future is Always Nostalgic Photographer Daido Moriyama Film Partners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생물학적 연령이나 환경, 혹은 시대ㆍ시간의 변화에 따라 변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모리야마 작가의 경우는 경이롭게도 외형이나 표현에너지는 물론 창작욕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쇠약해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와마 겐 감독의 술회다. (C)2020 The Past is Always New, The Future is Always Nostalgic Photographer Daido Moriyama Film Partners

홍상현

작품의 주인공인 모리야마 작가와의 첫 만남에 대해 들려주시겠습니까.

이와마 겐

스무 살 때 그의 대표작인 검은 개의 사진(통칭, “미사와의 개”)을 접하고 강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후 방송국에 입사했는데 몇 년이나 사고가 필요한 업무를 맡을 수가 없어 내내 고민이 이어졌죠. 결국 꼭 만나고 싶었던 사람을 만나 그에 대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만든 뒤에 사표를 던지기로 결심하고 20대의 마지막 가을에 모리야마 작가를 찾아가 45분짜리 TV프로그램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다소 거친 느낌의 사진에서 받는 인상과는 별개로 대단히 온화하고 섬세하며, 신사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고지식한, 실로 다양한 면모를 가진 인물이라는 데 무척 놀랐습니다.

 

홍상현

<과거는 항상 새롭고, 미래는 늘 그립다: 사진가 모리야마 다이도> 는, 촬영 당시 80세셨던 모리야마 작가 본인의 모습, 지금껏 발표해 오신 수많은 작품들, 그리고 『일본 극장 사진첩』결정판 프로젝트의 모습이라고 하는 세 종류의 영상으로 구성, 각각의 커트가 뒤섞이는 형태로 전혀 다른 다큐멘터리의 미학적인 지평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이와마 겐

모리야마 작가의 ‘과거’와‘미래’를 교차시키는 것으로, 모리야마 다이도라는 단순한 전설·전기가 아니라, 현재적 존재(이야기)로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과거는 항상 새롭고, 미래는 늘 그립다”라는 작품의 타이틀 대로 그의 과거 작품군은 지금 보더라도 대단히 신선하고 새로운 표현들로 가득 차 있다. 아울러 요즘 발표하는 작품들은 마치 수십 년 전부터 접해왔던 것 같은 그리움이 물씬 배어나온다. 모리야마 다이도라는 인물과 그의 표현에는 ‘과거’와 ‘미래’가 복잡하게 얽혀, 때로는 역전반전하면서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다는 거지요. 이를 최대한 표현하기 위해 몇 개의 시간 축을 교차시킨 겁니다.

모리야마 다이도 작가는 프리선언 이후, 본격적으로 전후의 혼란기를 거쳐 고도 성장기로 진입, 물화의 첨단을 달리는 도시가 뿜어내던 불온한 공기를 35밀리 포켓용 카메라로 잡아냈다. 상이 흔들리거나 입자가 거칠어도 상관없었다. 즉흥적이며 일시적인 모습에야말로 진실이 담겨 있다고 믿었으니까. (C)2020 The Past is Always New, The Future is Always Nostalgic Photographer Daido Moriyama Film Partners
모리야마 다이도 작가는 프리선언 이후, 본격적으로 전후의 혼란기를 거쳐 고도 성장기로 진입, 물화의 첨단을 달리는 도시가 뿜어내던 불온한 공기를 35밀리 포켓용 카메라로 잡아냈다. 상이 흔들리거나 입자가 거칠어도 상관없었다. 즉흥적이며 일시적인 모습에야말로 진실이 담겨 있다고 믿었으니까. (C)2020 The Past is Always New, The Future is Always Nostalgic Photographer Daido Moriyama Film Partners

홍상현

조금 전에도 살짝 언급해드렸습니다만, <과거는 항상 새롭고, 미래는 늘 그립다: 사진가 모리야마 다이도>를 촬영할 당시 모리야마 작가는 80세셨는데, 도저히 그 연세로는 보이지 않을 만큼 정정하십니다.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어떤 연출 포인트를 잡으셨는지요.

이와마 겐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생물학적 연령이나 환경, 혹은 시대ㆍ시간의 변화에 따라 변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모리야마 작가의 경우는 경이롭게도 외형이나 표현에너지는 물론 창작욕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쇠약해보이지 않았습니다. 스냅을 잡아내는 기법도, 고갈되지 않는 소재도, 하루의 촬영 분량이나 심이어는 걷는 속도조차도 전혀 바뀌지 않더라고요. 뿐만 아니라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변화도 모리야마 작가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가 가진 최대의 강점은 조금도 싫증을 내지 않고, 매일매일 사진을 계속 찍는 것 아닐까 해요. 이런 일상이 무려 반세기 동안이나 유지되어 왔습니다. 꾸준함의 힘이 모리야마 작가의 젊음을 지탱해주고 있는 거지요. 청년시절의 그와 80대인 지금의 그는 ‘오늘도 멈추지 않고 사진을 찍는다’는 점에서 완벽하게 동일합니다. 저는 바로 이 지점에서 커다란 감동을 느껴요. 변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보면 무척 터프하고 에너지가 필요로 하는 일이니까요. 저는 감독으로서 이 ‘불변의 힘’을 기록하고 구성하는데 힘을 기울였습니다.

 

홍상현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을 새삼 입증하는 것도 <과거는 항상 새롭고, 미래는 늘 그립다: 사진가 모리야마 다이도>라는 작품이 만들어진 의도와 무관하지 않다는 말씀이시군요.

이와마 겐

그렇습니다. 생물학적인 차원의 혹은 예술가 자신의 수명보다 사진이라는 매체가 가진 시간의 초월성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거죠.

모리야마 작가는 자주 말합니다. “사진은, 각각의 시대에서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난다”고. 한번 셔터를 눌러 찍은 사진에는 그 당시밖에 존재할 수 없었던 빛ㆍ공기ㆍ풍경ㆍ사물이 각인됩니다. 아울러 이는 이후 인쇄물이나 디지털 데이터로 몇 번이나 복제ㆍ재생되면서 그때마다 다른 의미와 메시지를 담아 되살아나지요.

모리야마 작가는 사진이라는 미디어가 갖는 영원성을 구현하는 존재입니다. 실로 수명이 아니라 사진의 불변성과 영원성이 깃들어 있는 인물이라 하겠습니다.

모리야마 다이도 작가는 자주 말한다. “사진은, 각각의 시대에서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난다”고. 한번 셔터를 눌러 찍은 사진에는 그 당시밖에 존재할 수 없었던 빛ㆍ공기ㆍ풍경ㆍ사물이 각인된다. 아울러 이는 이후 인쇄물이나 디지털 데이터로 몇 번이나 복제ㆍ재생되면서 그때마다 다른 의미와 메시지를 담아 되살아난다. (C)2020 The Past is Always New, The Future is Always Nostalgic Photographer Daido Moriyama Film Partners
모리야마 다이도 작가는 자주 말한다. “사진은, 각각의 시대에서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난다”고. 한번 셔터를 눌러 찍은 사진에는 그 당시밖에 존재할 수 없었던 빛ㆍ공기ㆍ풍경ㆍ사물이 각인된다. 아울러 이는 이후 인쇄물이나 디지털 데이터로 몇 번이나 복제ㆍ재생되면서 그때마다 다른 의미와 메시지를 담아 되살아난다. (C)2020 The Past is Always New, The Future is Always Nostalgic Photographer Daido Moriyama Film Partners

홍상현

모리야마 작가가 처음으로 사진집을 출판한 1968년은 인류문화사가 말 그대로 ‘대전환’을 맞이하는 역사적 시기였습니다. <과거는 항상 새롭고, 미래는 늘 그립다: 사진가 모리야마 다이도>을 보노라면 당시의 혁명적 분위기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느낌인데요. 감독의 의도가 반영된 건가요?

이와마 겐

의도했다기보다 ‘필연’ 아니었나 싶은데요. 프라하의 봄, 베트남 전쟁, 킹 목사 암살, 68혁명, 케네디 대통령 암살, 아폴로 7호 발사, 비틀즈의 화이트 앨범 발표... 소란과 혼돈의 시대에 모리야마 작가는 첫 사진집을 냈습니다. 그 사진집이 50년 만에 복간된다는 결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세계는 그때 못지않은 기세로 변혁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씀드린 대로 모리야마 작가는 50년 전과 다름없이 사진을 계속 찍고 계시고요. 변해가는 시대의 위태로움과 그래도 변하지 않는 개인의 힘, 이 모두를 영화에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홍상현

감독의 영상과 미야케 가즈노리 음악감독의 OST가 마치 모리야마 작가의 인생과 더불어 존재해 온 것처럼 멋지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요. 특히 <과거는 항상 새롭고, 미래는 늘 그립다: 사진가 모리야마 다이도>가 미야케 음악감독의 첫 장편다큐멘터리영화였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이와마 겐

미야케 음악감독은 소화할 수 있는 장르도, 표현의 영역도, 무척 다양한 작곡가입니다. 하나하나의 영역에서 보여주는 깊이도 상당하죠. 그래서 복잡하고 중층적인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 크리에이터고요. 헌데, 모리야마 작가의 사진도 수용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와 아름다움을 발산하거든요. 이런 두 사람의 궁합이니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웃음)

 

홍상현

마치 장엄한 오페라 한 편이 막을 내린 듯한 느낌입니다. 차기작 계획은 있으신가요?

이와마 겐

감독으로서 너무도 기쁜 소감을 말씀해주셨어요! 감사합니다.

<과거는 항상 새롭고, 미래는 늘 그립다: 사진가 모리야마 다이도>는 모리야마 작가에 대한 제 길고 긴 러브레터 같은 작품입니다. 기쁨과 고통이 교차하는 창작의 과정을 거치고 나니 지금은 머릿속이 온통 새하얘져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상태인데요. 아마 모리야마 작가처럼 깊이 사랑하고, 존경하며, 그 훌륭함을 전하고 싶다는 또 다른 주인공과 만날 수 있다면, 바로 그 순간 차기작 프로덕션이 시작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리야마 다이도 작가는 스튜디오도, 조명장비도, 삼각대도 없고, 어시스트도 고용하지 않는다. 그저 조그만 소형카메라와 네 다리로 골목을 누비며 매일 사진을 찍을 뿐이다. 원할 때도, 원치 않을 때도, 칭찬받을 때도, 헐뜯길 때도 멈추지 않고 사진을 찍어왔다. 그렇게 50년 이상. (C)2020 The Past is Always New, The Future is Always Nostalgic Photographer Daido Moriyama Film Partners
모리야마 다이도 작가는 스튜디오도, 조명장비도, 삼각대도 없고, 어시스트도 고용하지 않는다. 그저 조그만 소형카메라와 네 다리로 골목을 누비며 매일 사진을 찍을 뿐이다. 원할 때도, 원치 않을 때도, 칭찬받을 때도, 헐뜯길 때도 멈추지 않고 사진을 찍어왔다. 그렇게 50년 이상. (C)2020 The Past is Always New, The Future is Always Nostalgic Photographer Daido Moriyama Film Partners

“<과거는 항상 새롭고, 미래는 늘 그립다: 사진가 모리야마 다이도>는 한 사진가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스튜디오도, 조명장비도, 삼각대도 없고, 어시스트도 고용하지 않죠. 그저 조그만 소형카메라와 네 다리로 골목을 누비며 매일 사진을 찍을 뿐입니다. 원할 때도, 원치 않을 때도, 칭찬받을 때도, 헐뜯길 때도 멈추지 않고 사진을 찍어왔지요. 그렇게 50년 이상 매일 똑같은 일을 해왔습니다.

이 모습은, 단지 그 자체로 우리에게 큰 용기와 감동을 주지요. 난해한 아트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보고 나면 뭔가 힘이 나고, 재미있고, 즐거운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저는 한국에 계신 여러분께서 만들어내는 문화를 깊이 사랑하며, 존경합니다. 아무쪼록 이 작품이 바다를 건너, 좀 더 많은 분의 마음에 닿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어요. 영화는 물론이거니와 문화에 국경 같은 건 없지요. 우리는 늘 함께할 겁니다. 코로나 19가 물러가면 꼭 일본에 놀러오세요. 저도 다음번엔 꼭 한국에 갈 수 있기를 온 마음으로 고대하고 있습니다.

다함께 손잡고 이 난국을 극복해나갑시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전주국제영화제 폐막 후 한 달 쯤 되어갈 무렵 <과거는 항상 새롭고, 미래는 늘 그립다: 사진가 모리야마 다이도>가 프랑스에서 열리는 국제 아트북 & 필름 페스티벌(FILAF)의 경쟁부문에 초청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개최지는 스페인 국경 인근 동(東)피레네의 작은 도시, 페르피냥. 올해로 11회째를 맞는, 작지만 소중한 문화축제. 작품의 중심축이 발간 50주년을 맞는 사진집의 복간프로젝트에 관한 내용이니 프로그램 취지에 이보다 더 어울리는 작품도 없으리라.

문득 코로나의 상처를 딛고 지구촌 이곳저곳에서 조심스레 새순을 틔우는 희망을 생각한다. 아울러 이 긴 터널 가운데서도 모리야마 작가가 매순간 쉼 없이 셔터를 눌러 왔으리라는 것도.

아무쪼록 스러지지 않는 거장의 예술혼과 에너지로 가득한 이 놀라운 작품을 서울의 영화관에서 다시 만나게 되기를 희망한다. 그리운, 미래의 어느 날에.

홍상현 팩트체커  contact@newstof.com  최근글보기
정치학과 영상예술학 두 분야의 학위를 소지. 사회과학과 영화이론을 넘나드는 전문적 식견으로 한ㆍ일 양국 매체에 분석 기사를 쓴다. 파리경제대 토마 피케티와 『21세기 자본』 프로젝트를 진행한 도쿄대 시미즈 연구실 출신. 같은 학교 이미지인류학랩(IAL)의 네트워크 멤버였다.
2013년부터 월간 《게이자이》에서 담당하는 경제평론 지면은 에히메대 와다 제미나르의 교재로 쓰인다.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어쨌거나 괜찮아』 등 다수의 스테디셀러를 국내에 소개해 온 번역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비상근 어드바이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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