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다음 대통령은 개식용 금지?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09.29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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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개 식용 금지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여야 대선주자들은 대체로 호응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다음 대통령 임기 중엔 해묵은 개 식용 논란이 정리될 수 있을까? 뉴스톱이 20대 대선 후보들의 개식용 금지 관련 입장을 정리해봤다.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①文 대통령, "이제는 개 식용금지 검토할 때"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에서 김부겸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을 하던 중 “이제는 개 식용 금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라고 말했다. 뭐 하다가 임기 마지막 해인 이제 와서야 이 문제를 꺼내는지는 모르겠다는 비판도 있다. 반면 각종 이슈가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한가하게 개식용 문제에만 관심을 가진다는 비판도 있다. 이날 문 대통령, 김 총리의 대화 주제는 코로나 확진자 급증 대응 및 단계적 일상회복 방안, 그리고 유기 반려동물 관리체계 개선과 연관된 개식용 금지였다. 

어찌됐든 청와대의 설명은 이렇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김 총리로부터 유기 반려동물 관리체계 개선과 관련한 보고를 받은 뒤 해당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한국의 개 식용 논란은 서구 사회의 흥밋거리이다. 미국의 USA투데이는 "한국 대통령이 개 식용을 멈출 때가 됐다고 언급"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이 매체는 "한국에는 개와 고양이의 잔인한 도살을 방지하기 위한 동물 보호법이 있다. 그러나 식당과 시설에서의 소비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는다"고 짚었다. 이어 "한국 문화에서 개고기는 회복력을 높이고 정력을 증가시키는 신화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전통주의자들의 반발을 두려워한 한국 정부는 법을 개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②개 식용은 합법인가? - 사실 아님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고기를 먹는 것은 불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식품관련 법체계는 식품공전(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에 관한 기준 및 규격)에 기재된 것들만 조리, 판매, 진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식품공전에 개 또는 개고기는 포함되지 않는다.

축산물 위생관리법에서 정하고 있는 가축은 소, 말, 양(염소 등 산양 포함), 돼지(사육하는 멧돼지 포함), 닭, 오리이다. 이 법 시행령에서 정한 사슴, 토끼, 칠면조, 거위, 메추리, 꿩, 당나귀도 포함된다. 개는 현행법상 도축 대상 가축도 아니다.

그런데 왜 버젓이 개고기를 판매하는 식당이 영업을 하고, 식용 개 농장이 운영되고 있을까? 식약처 관계자는 "식품위생법은 위해 식품으로부터 발생하는 피해를 막기 위해 시행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개고기는 오래 전부터 먹어왔던 전통이 있는데, 개의 근육을 섭취한다고 해서 위해가 생기지는 않는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즉각적인 단속 대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개고기 산업 종사자들은 축산물 위생관리법 또는 식품공전에 개고기를 추가해 합법화 해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사육과 도축, 유통 등 전 과정을 위생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달라는 요구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개고기 식용을 허용하는 나라가 드물고, 개고기 식용을 반대하는 여론이 높아지는 마당에 개고기 식용을 합법화하기도 어렵다는 게 식약처의 입장이다.

③20대 대선 여당 후보 입장 - 민주당 후보군, 금지에 찬성

출처: 이재명 후보 페이스북
출처: 이재명 후보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은 대체로 개식용 금지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이재명 후보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님의 ‘개 식용 금지 검토 지시’, 크게 환영합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6월 ‘경기도 개 식용 및 반려동물 매매 제도 개선’ 토론회에 참석해 개 식용 금지 공론화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당시 이재명 후보는 "오늘 토론회에 참석하며 육견협회의 항의 집회를 보고 들어왔다. 쉬운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럼에도 우리 사회 의식 수준도 상당하고, (개고기 섭취를 통한) 영양을 고민하는 단계는 지났기 때문에 개식용 금지에 대한 법률을 사회적 공론에 부치고 논의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남시장 재임시 모란시장 개고기 상가 철폐를 예로 들며 "개고기 문제는 비법적 영역에 있어 문제 해결이 어려웠지만, 모란시장도 5년 동안 노력한 결과 지금은 깨끗이 정리됐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는 당시 개고기 관련 상가의 적극적인 업종 전환 등을 통해 관련 시설을 철폐한 바 있다.

이낙연 후보도 개식용 금지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이낙연 후보 캠프는 8월 31일 직능총괄본부 동물복지본부 간담회에서 개 식용 금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낙연 후보 캠프 정책총괄본부장인 홍익표 의원은 "이낙연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1년 이내에 육견 산업은 금지하면서 전업을 지원하는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미애 후보도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개식용, 이제 그만 해야 합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추 후보는 "여의도에서도 심심찮게 보신탕을 먹으러 몰려다니는 사람들을 불편한 심정으로 목격하곤 했다"며 "요즘은 많이 뜸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개 식용’ 문제는 우리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는데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라고 밝혔다. 

 

④20대 대선 야당 후보 입장 - 尹·劉 금지, 洪 위생 강화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도 대체로 개식용 금지에 관해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지난 12일 국민의힘이 주최한 '올데이 라방'(라이브방송) 토크쇼에 나와 개 식용 문제와 관련한 질문을 받았다. 윤 후보는 "다른 사람의 선택과 관련한 문제라 제가 함부로 말하기는…"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윤 후보는 개 식용에 반대하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 캠프 관계자는 2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애견인으로서 개 식용을 당연히 반대하고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올데이 라방' 발언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이 개를 식용할 경우 어찌하겠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었고, 윤 전 총장 개인적으로는 개 식용에 반대한다는 게 캠프의 설명이다.

유승민 후보도 지난 18일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에서 "저는 개 식용 반대합니다"라고 밝혔다. 유 의원은 19대 대선 후보 경선에서도 개 농장 불법운영 근절, 개 식용 문화 단계적 전환, 금지 입장을 밝혔다.

홍준표 후보는 이번 경선에서 아직 개식용 금지에 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19대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선 비인도적 개농장 실태 파악, 국민 의식 개선, 개식용 농장 위생기준 강화 등을 내놨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지난 7월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대한민국이 성숙한 선진국가가 되려면 개식용 금지로 나아가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라고 밝혔다.

 

⑤무르익은 여론, 넘어야 할 산

(사)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는 지난 2일 "2021 동물복지 정책 개선 방향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개식용 금지에 대한 찬성 여론이 다수를 차지했다.

출처: (사)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출처: (사)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개, 고양이를 죽이고 그 사체 또는 내장이나 성분이 포함된 음식을 생산, 판매하는 행위를 법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4점 만점에 3.18점으로 나타났다. 금지해야 한다는 응답 비율은 78.1%였다. ‘매우 동의한다’는 응답 비율이 48.9%로 전체 응답의 절반에 달했으며 ‘동의하는 편이다’는 29.2%를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30대, 40대에서 개, 고양이의 유해나 성분이 포함된 음식을 생산, 판매하는 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응답 비율이 각 81.1%, 81.9%로 높게 나타나는 반면 60대는 69.4%로 상대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응답 비율이 낮았다. 정치 성향별로는 진보와 중도라고 답한 응답자의 동의율이 각 79.9%, 79.8%로 유사한 수준을 보였으며 보수는 74.9%, 관심 없다고 대답한 응답자의 동의율은 73.6%로 나타났다. 

개 식용 금지에 관한 찬성 여론은 이미 무르익었다고 볼 수 있다. 향후 입법과정에서 개 식용 관련 산업 종사자와 개고기 소비자들의 반발을 넘어설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⑥대안은 이미 나와있다

2020년 12월30일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동물보호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나 고양이를 도살·처리해 식용으로 사용하거나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위반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를 위반해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 반려동물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도 만들었다.

개 식용 금지로 인해 폐업하거나 업종 전환을 할 경우 지원금을 지급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 의원은 제안이유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개는 반려동물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돼 있고 최근 중국, 대만 등에서도 세계적 인식에 부합해 개 식용을 금지하는 조치들을 취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우리나라도 최근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4명 중 1명에 달할 정도로 반려동물 인구가 급증했고, 그에 따라 일반 국민의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 또한 크게 향상돼 사회적으로 개 식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개 식용업 등을 하는 자가 폐업 신고 및 업종전환을 하는 경우 폐업 및 업종전환 등에 따른 지원금 지급 등 필요한 지원 시책을 수립·시행하도록 하여 관행처럼 지속되어 온 개 식용 문화를 근절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법안은 지난 2월 상임위 소위원회에 회부돼 심사 중이다. 여야가 합의를 이루거나 여당이 법안 처리에 우선 순위를 둔다면 언제라도 개 식용 금지는 가능한 상황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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